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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교육, 이런 방식은 성급하다
2016-04-21 17:35:00

 

사회적경제 교육, 이런 방식은 성급하다

김신양 (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 부회장)

 

 

살림살이가 팍팍해지고, 사회 결속이 약해지며 공동체의 따뜻함을 경험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사회. 그래서 아마 사회적경제가 우리 삶에 들어와 자리를 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특히 최근에는 학교협동조합의 사례가 소개되면서 혁신학교를 비롯하여 많은 학교에서 뜻있는 선생님들과 학생들뿐 아니라 학부모까지 참여하여 협동조합으로 학교매점을 운영하는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학생들은 학교에 와서 공부만 해야 하는 수동적인 교육소비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주체로서 학교 일에 참여하게 되어 학교에 활발한 기운이 감돌게 되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공교육기관도 입시 위주의 교육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소식은 무척 반갑다. 게다가 공교육이라도 협동하는 시민, 민주적인 소양을 가진 시민으로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교과서만이 아니라 실천이 필요하기에, 최근 학교협동조합 등의 실천은 더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서울시와 시교육청이 초중고생을 위한 사회적경제 교재를 개발한 것으로 짐작된다. 또한 그동안 여러 현장에서 관련 교육자료가 필요하다고 호소한 것도 사실이다.

 

(사회적경제 워크북 / 서울시·서울시 교육청 발간)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배우고 익히며 실천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사회적경제 교육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러하기에 더욱 더 교육의 관점과 내용, 방식에 대한 섬세한 검토와 준비가 있어야 한다. 특히 청소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라면. 그런데 지금 교육청과 지자체가 교재(워크북)를 만들어서 학생들 교육 현장에 접근하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지금의 한국교육시스템에서 교과서를 만들어 접근하는 것이 교육 현장에서 어떤 효과(또는 부작용)를 낼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우리가 국정교과서에 대해 우려했던 것들이 사회적경제 교재(교과서)를 통해서는 일어나지 않으라는 법이 있나? 실제 내용을 보더라도 관점이 혼란스럽고 상호충돌 하는 것도 많다. 너무 성급하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공급자적 관점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금의 사회적경제 교과서 발간과 적용 시도에 대해 일각에서는(한국경제신문 등) 어린 학생들에게 반시장주의 교육을 시킨다고 과도한 오해를 하고 편향된 공격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공격엔 일면 타당성이 있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는 시장경제중심주의, 국가중심주의 사회중심주의 등 다양한 이론이 존재하는데 그러한 교육은 아직 학교에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경제를 특화해서 다루기 때문이다. 또한 교재는 성서나 불경처럼 이렇게 살라고 인도하는 책이 아니기에 객관적인 근거와 더불어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 워크북에서는 사회적경제가 다 선하고 좋은 것으로만 묘사되어 있다. 물론 좋은 것을 가르쳐 더 나은 삶을 살아가도록 안내하는 것은 필요하나 이 세상 어느 것도 그 자체로 선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언론에서 비판하듯, 현실은 장애와 어려움이 많은데 모두가 다 본디 유익하고 좋은 것이며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까닭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사회적경제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혼재되어 있으며, 그 해석이 분분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아직 한국사회에서는 이와 관련한 학문적인 체계가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고, 이제 관련 연구가 조금씩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아무리 교육 자료로 활용할 목적이라 하지만 학교의 선생님들이 정규 교과과정에서 수업을 해야 할 교재라면 보다 엄정한 준비와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관련하여 학문적 성과가 있는 이들의 식견이 바탕이 되어 충분히 논의되고 준비되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했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연유로 두 번째, 내용과 관련한 혼란과 책임없는 설명이 난무한다. 사람을 양성하는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점이다. 그에 따라 사물과 사건,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가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학문에서 어떤 이론은 경험을 통해 정립되며, 그 각각의 개념과 내용은 상호 모순을 일으키지 않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고등학생용 사회적경제워크북을 보면 전혀 학문적인 근거가 없는 개념 설명이 들어가 있을 뿐 아니라 많은 논리가 서로 상충되며 모순을 일으키고 있다. 아무리 아이들을 위해 쉽게 풀어 설명해야 한다지만, 교육이란 관점이 상충되면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없고 혼란만 일으킨다. 또한 쉽다는 것은 가볍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벗어나지 않고 간명하게 전달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대표적으로 아래와 같은 문제가 드러난다.

 

예컨대 7쪽에서 “공공경제: 시장이 수행하기 어려운 부분을 정부가 수행하는 경제활동”라고 설명한다. 교육이나 의료, 교통 등 공익성을 가지는 영역이 시장이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 소관이 된다는 논리는 전형적인 시장중심주의이다. 또한 같은 쪽에서 “사회적경제는 시장과 정부의 경제활동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연대하고 서로 협력하여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형태의 경제활동이다.”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러한 정의는 전혀 학문적인 근거를 갖지 못할 뿐 아니라 다음에 나오는 내용과도 상충된다. 왜냐하면 이어서 16쪽에 “4. 사회적경제의 기능: 정부의 공공서비스 사업에 시민사회조직이 직접 참여하여 운영하고,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변화와 발전을 추구한다.“라고 하며, 사회적경제의 정의에서는 사회적경제를 국가나 시장과 구분된 부문으로 보면서 정부의 공공사업에 직접 참여하고 운영한다는 설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다음과 같이 자연재해로 발생한 것이 공동체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상정한다는 것이다. 19쪽을 보면 “2. ‘공동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의 구분: 공동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의 대상이나 범위 등에는 제한이 없다....사건적 문제: 홍수로 침수된 인도, 폭설로 주저앉은 비닐하우스“. 마지막으로 63쪽을 보면 “마을기업이란 정부가 추진하고 주민이 참여하여 지역의 문제와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하는 마을단위의 기업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사회적경제는 시장과 정부가 수행하기 어려운 부분이라 하면서 마을기업은 또 정부가 추진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부가 사회적경제의 주체란 말인가?

 

의도가 선하다고 결과도 다 선한 것은 아닌 법이다. 서울시가 낸 ‘고등학교 사회적경제 워크북’을 보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 것 같다.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사회적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교재를 만들고 배포하는 것은 좀 다른 문제이다. 정책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지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다. 특히 사회적경제는 더욱 그러한 학문이자 실천의 영역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협동과 민주주의의 교육이 필요하지만 그게 이러한 방식은 아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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