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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 비조합원 이용 문제, 생협은 어떻게 볼 것인가?
2015-07-06 13:48:00

* 『모심과 살림』 5호(2015년 여름)에 실린 글입니다.

 

비조합원 이용 문제, 생협은 어떻게 볼 것인가?

 

글 정규호 (모심과살림연구소 소장)

 

 

생협계의 논의 과제로 등장한 비조합원 이용 문제

 

생협 조합원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비조합원 이용’(원외 이용) 문제가 최근 들어 생협계 내의 논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주로 비조합원 이용 ‘금지’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지금의 생협법 관련 조항을 비조합원 이용 ‘허용’ 방향으로 바꿀 것인가 아니면 지금처럼 ‘금지’의 원칙을 계속 지켜나갈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제기되는데, 구체적으로 “조합은 조합원이 아닌 자에게 조합의 사업을 이용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현행 생협법 제46조의 개정 여부 및 방향과 관련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번 생협법 개정을 통해 예외 조항을 둬서 비조합원 이용을 제한적으로 허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생협법 46조 개정을 요구하는 주장들의 밑바탕에는 생협에 대한 비조합원의 이용 규모와 범위를 지금보다 확대시켜야 한다는 입장이 자리하고 있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도 ‘비조합원 이용 금지의 원칙하에 예외적 허용의 범위를 확대할 것인가’와 ‘비조합원 이용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면서 이용 범위를 정할 것인가’는 그 성격이 매우 다르다. 현재 생협계 내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주로 후자와 관련되어 있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생협계 일부에서 생협법의 비조합원 이용 금지 조항을 폐지하고 비조합원 이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어 왔지만, 이것이 생협계 공동의 주요 논의 의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최근 협동조합기본법 개정으로 7월 1일부터 일반협동조합의 경우도 ‘조합원이 아닌 사람이 협동조합의 사업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생협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조합원들의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다 생협 차원의 공동 논의와 합의 과정 없이 생협법 개정 작업이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더해진 상태다. 현재 최원식 의원 발의로 “비조합원 이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현행 생협법은 생협 활동을 불합리하게 제한하고 다른 협동조합들과 비교해서 형평성에도 반하는 만큼, 조합원 또는 회원의 이용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비조합원이 사업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생협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생협에서 비조합원 이용 확대, 특히 법적으로 비조합원 이용 허용을 원칙으로 하는 문제는 조합원의 이익과는 물론이고 생협 자체의 정체성과도 긴밀히 연관되어 있어 보다 충분한 검토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이런 중요한 문제는 사전에 조합원에게 관련된 정보가 충분히 전달되고 의견 수렴 과정을 제대로 거칠 필요가 있다. 논의 과정에서 조합원 의견이 소외되거나 생협계 공동의 논의와 합의 과정 없이 생협법 개정 작업이 일방적으로 추진된다면 절차와 결과 모두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비조합원 이용이 생협에 미칠 영향에 대한 기대와 우려

 

사실 그 어떤 법이나 정책, 제도들도 완전무결한 것은 없고, 의도나 목적과는 별개로 결과에 있어 긍정과 부정의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 생협에서 비조합원 이용 허용.확대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비조합원 이용이 가지는 양면성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생협계 내에서 ‘생협법상 비조합원 이용 금지’를 풀고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에서의 문건들은 다수 나왔으나 이것이 가지는 문제점을 우려하는 내용의 자료는 별로 없었다. 여기서는 비조합원 이용 관련 기존 논의 자료들을 참고하고 필자의 개인 의견을 보태 비조합원 이용에 대한 찬반 각각의 입장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 비조합원 이용 허용.확대에 대한 긍정적 기대

 

첫째, 생협에 대해 비조합원들이 이용을 확대하게 되면 규모의 경제 효과를 통해 비용을 낮춤으로써 조합원에게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여서 생협 사업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둘째, 비조합원에게는 이용에 비례한 배당을 할 필요가 없는 만큼, 이들의 이용 확대로 발생한 수익을 조합의 공동 자본으로 적립해서 전략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생협 사업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셋째, 비조합원 이용 금지를 풀어 일반 소비자들에게 생협 이용 기회를 넓힘으로써 생협의 물품과 서비스에 대한 이용 경험이 늘어나게 되면 생협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높아지고 조합원 가입 확대로도 이어질 것이다.

 

넷째, 현행 생협법에서 비조합원에 대한 홍보의 허용기간을 3개월로 제한함으로써 수시로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의 불편과 이를 응대하는 생협 조직의 부담이 발생하고 있는데, 비조합원 이용을 허용하고 확대하면 이런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다.

 

다섯째, 생협의 비조합원 이용 확대로 생협과 여타 사회적경제조직들(협동조합,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사업단 등)과의 협력이 강화되고 협동조합 생태계도 활성화될 것이다.

 

2) 비조합원 이용 허용.확대가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

 

첫째, 협동조합은 조합원 결사체가 중심이 되어 주체적으로 책임 있게 운영해가는 곳인데, 이런 조직적 특성을 이해하고 목적에 동의하지 않은 비조합원들에게 조합 이용을 허용·확대 하는 것은 협동조합의 정신에 맞지 않는다.

 

둘째, 비조합원 이용 확대는 조직을 사업중심주의로 흐르게 해 비조합원과의 거래에 따른 이익 확대라는 유혹에 빠지게 하고, 조합원 또한 이기주의에 빠져서 비조합원의 조합 가입 문턱을 높여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이도록 함으로써, 결국 협동조합으로서 정체성과 차별성까지 약화시킬 수 있다.

 

셋째, 이용의 편익을 누리지만 조합 운영에 대한 공동의 책임의식은 없는 비조합원들의 이용 비중이 커질수록 이들의 무임승차와 기회주의적 행동으로 조직의 상호성은 약화되고 그만큼 불확실성과 리스크는 커져서 결국에는 조합원 공동의 이익과 자산까지 위협할 수 있다. 소비자 권리 의식의 향상 속에서 비조합원 이용자들의 영향력(온라인 여론화, 소송 등)이 커지는 점 또한 생협 운영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넷째, 비조합원 이용에 따른 수익으로 조합의 공동자금 비중이 커지게 되면 조합원 요구에 대한 조직의 관심과 책임성은 약해지고,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통해 조합원에 대한 경영자 권한이 강화되어 조합원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수 있다.

 

다섯째, 비조합원 이용 확대가 조합원 가입으로 이어지기보다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는 동기를 오히려 약화시킬 수 있으며, 나아가 기존 조합원까지 이탈해서 단순 소비자로 남을 가능성도 예상할 수 있다.

 

여섯째, 비조합원 이용 확대로 생협의 비영리성이 약화되면 현재 타 협동조합에 비해 불리하게 적용받고 있는 생협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 요구를 적극 제안할 수 있는 명분도 약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조합원 스스로의 노력이 아닌 조합 외부 사람(비조합원)들의 이용을 대가로 기존의 조합원과 조합이 이익을 얻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 비조합원을 조합 경영 개선의 수단으로 삼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윤리적 차원의 질문도 남아 있다.

 

 

생협법 비조합원 이용금지 조항 개정 논의에 대한 검토

 

생협을 포함한 협동조합에서 비조합원 이용 문제는 해당 사회의 여건과 조합의 특성 등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만, 현행 생협법의 비조합원 이용금지 조항에 대한 개정의 논거로서 타 협동조합법과 비교하는 것은 앞선 내용과 논의 차원이 다른 만큼 별개로 다룰 필요가 있다.

 

1) 비조합원 이용을 허용하는 타 협동조합법처럼 생협법도 그런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먼저, 농협, 신협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다른 협동조합들은 이미 법에서 비조합원 이용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고, 최근 협동조합기본법 개정으로 사회적협동조합에 이어 일반협동조합들도 비조합원 이용을 허용하기에 이르렀는데 유독 생협에 대해서만 비조합원 이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차별인 만큼, 비조합원 이용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국내 대표적 협동조합으로 생산자이자 사업자인 농업인들이 만든 농협이나 충분한 예탁금 확보로 보다 나은 대출 조건을 유지해야 하는 신협을 두고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하는 위치에 있는 조합원들이 만든 생협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비조합원 이용이 가지는 성격도 농협이나 신협과 생협은 다른 측면이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농협과 신협이 비조합원 이용을 허용하게 된 과정과 그것이 가져다 준 결과를 살펴보는 것도 생협의 비조합원 이용 문제를 다루는 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농협은 농민들이 협동조합의 원리를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조합원 조직을 만들기보다는 국가 주도의 조직화 과정을 거쳤으며, 농협의 목표도 농업 종사자의 이익 증진과 농업 발전보다는 정책적으로 전체 농민을 위한 포괄적인 농촌 개발에 초점을 맞추었다. 여기에다 준조합원 제도를 통해 비조합원을 조직 내부로 받아들였다. 이런 배경에서 농협은 ‘조합원 이용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라는 조건을 달아 비조합원 이용을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그 결과로 오늘날 농협은 농업 관련 판매사업보다 신용사업의 비중이 커졌고, 농민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 증진이라는 본래 목적은 약화되었다. 현재 농협의 신용과 경제사업을 분리시킨 것도 이런 점들이 크게 작용하였다.

 

한편, 신협의 경우는 서민들의 고리채 문제 해결과 생활 자립을 실현하기 위한 민간의 자발적 운동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IMF 경제위기 이후 악화된 경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 통폐합과 재정비, 국가의 공적자금 투입 등이 이루어졌고, 신협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비조합원 이용 문제가 함께 다루어졌다. 1998년에 비조합원 이용이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1999년 예탁금과 적금, 2003년 대출금으로 점차 확대되어, 지금은 당해 신규대출 규모의 1/3 내에서 비조합원 대출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 결과로 지금 신협은 비조합원에 대한 부실대출 사고를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있고, 기존 조합원에 대한 피해가 이어지자 비조합원 대출을 더욱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편, 협동조합기본법 개정으로 비조합원 이용이 허용된 일반협동조합과 생협을 직접 비교하는 데서도 짚어볼 부분이 있는데, 설립 요건상 5명 이상의 조합원을 두도록 한 기본법상 협동조합들과 조합원 300명과 출자금 3천만 원을 설립 요건으로 하고 있는 생협은 생존 여건과 자립의 토대가 다를 수밖에 없고, 그만큼 비조합원 이용 허용 문제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2) 생협법의 비조합원 이용 금지 조항을 없애고 개별 생협 정관에 관련 내용을 담도록 해 자치를 실현하자는 주장에 대해

 

한편, 비조합원 이용을 포함해 조합의 사업 이용을 국가가 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협동조합의 자치를 침해하는 것으로, 비조합원 이용의 법적 금지 조항을 없애고 정관으로 생협들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국가의 개입으로부터 협동조합을 지켜내고 자립과 자치의 원리를 실현해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만큼 조합원 이용에 대한 결정권을 생협이 가져야 한다는 것도 타당한 주장이다. 하지만 비조합원 이용 문제를 법이 아닌 개별 생협의 정관으로 다루는 것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비조합원 이용을 금지하는 ‘생협법 46조의 철폐’와 ‘비조합원 이용 확대’, 그리고 ‘협동조합의 자치 원리 실현’ 사이에 상호 연관성을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생협법의 목적과 내용이 생협의 자율과 자치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과 간섭의 측면에 맞춰져 있는지, 아니면 생협 영역의 질서 유지와 조합원 보호의 측면에 맞춰져 있는지, 비조합원 이용 금지 조항은 이 중 어느 쪽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등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관련해서 우리나라 생협법의 제정 및 개정 과정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생협은 1980년대 이후 화학농법으로 인한 농업생태계 붕괴와 수입농산물 개방에 따른 농촌 및 농업경제 붕괴라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먹을거리 안전성의 위기라는 사회적 문제를 바탕으로 친환경유기농산물 직거래 사업을 통해 시작되고 발전되어 왔다. 이렇게 민간 자율적 운동으로 시작해 활동해오던 우리나라 생협은 1998년에 이르러서야 생협법이 제정되어 법적 기반을 갖게 되었다. 제정 생협법 속에는 당시 한국 생협들이 가지고 있던 특성들이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었다. 생협법 제정 당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의 차원에서 생협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함께 연쇄점 등 유통업계의 반발 등으로 생협의 사업 범위는 농수축산물 및 임산물과 그 가공품, 환경물품의 구입 공급과 가공 공급으로 한정되었다.

 

따라서 이런 한계로 인해 생협법 개정에 대한 요구는 계속되어 왔고, 2010년 생협법 개정을 통해 사업 내용이 ‘조합원의 소비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구입·생산·가공하여 공급하는 사업’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면서도 소수가 협동조합을 장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출자좌수 제한과 임직원 겸직 금지 조항을 두기도 하고, 생협 영역의 질서를 보호하기 위해 유사명칭 사용 금지 조항을 넣기도 했다. 또한 비조합원(조합원 외) 이용 금지의 원칙, 정치적 중립의 원칙은 개정 과정에서도 그대로 두었다. 다만, 개정 생협법에서는 홍보를 위한 견본품 공급이나 공익 목적의 행사 참여, 학교 협동조합에 대한 물품공급 등에 대해 예외를 두고 허용하되, 홍보 목적의 비조합원 이용 기간을 1년에 3개월 이내, 이용 규모는 전년도 총 공급고의 5/100 범위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비조합원 이용 금지를 원칙으로 하면서 예외적 허용의 범위를 어느 수준으로 정하느냐와는 별개로 생협법 개정을 통해 원칙적으로 비조합원 이용을 허용하되 그 범위와 수준을 개별 생협의 정관으로 정하도록 하는 것은 논의의 성격과 차원이 다른 문제다. 후자의 경우 우려되는 점 몇 가지를 짚어보자.

 

먼저, 법에서 비조합원 이용 금지 조항을 없애고 개별 생협의 정관상에 담도록 맡겨둘 경우 생협 간 경쟁을 촉발시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즉 법에서 비조합원 이용 금지 조항이 없어지고 허용이 확대될 경우 고객화 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생협 간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 규모가 작거나 조합원 결속력이 약하거나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생협들은 한층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생존 자체가 불확실해질 가능성이 높다. 비조합원 이용 확대가 협동조합 생태계를 보다 풍성하게 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비조합원 이용의 경쟁적 확대와 함께 유사 생협들이 등장하여 생협의 정체성이 훼손되고 조합원 이익이 침해될 수도 있다. 그 가능성은 의료생협들이 이미 경험적으로 보여준 바 있다. 2010년 생협법 개정으로 46조에 ‘100분의 50 범위에서 비조합원에 대해서도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면서 지난 5년간 의료생협이 약 네 배가량 급증했는데, 이 과정에서 영리 수단으로 생협의 틀을 이용하는 유사 의료생협들이 난립해서 선량한 의료생협들까지 피해를 보는 일들이 발생했다. 최근에도 사무장 병원의 수백억 원 규모 횡령 사고가 언론에 오르내리는 등 생협이 탈법과 불법의 부정적 이미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유사 생협들의 난립으로 조합원들에게 피해가 생기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면 자연스럽게 생협에 대한 법적 규제와 국가의 개입을 불러오는 명분을 주게 되고, 결국에는 생협이 강조해 온 자율과 자치의 가치 또한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

 

 

생협은 비조합원 이용 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사실 비조합원 이용을 허용하고 있는 다른 협동조합들의 경우도 법에서 ‘조합원 이용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라는 단서 조항을 둘 만큼, 비조합원 이용은 조합원 이용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소비 과정을 통해 협동조합과 만나는 생협의 경우 특히 그렇다. 따라서 생협에서 비조합원 이용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와 관련한 정보들이 조합원에게 충분히 전달되고 조합원 의견을 확인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다르게 말하면 생협 차원에서 비조합원 이용 문제가 제기될 때, 이것이 사회적 요구인지, 생협 조합원의 요구인지, 경영자의 요구인지, 또 다른 누구의 요구인지를 분명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한 비조합원 이용 문제처럼 조직적으로 중요하면서도 그 결과의 불확실성이 높은 사안을 판단하고 결정할 때는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와 같은 조직의 정체성과 사명을 스스로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생협 조직별로 지향하는 가치와 사업 전략, 조직 운영 시스템의 특성 등에 따라 비조합원 이용 확대에 대한 인식과 접근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한국 생협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핵심 사업의 내용에 대한 검토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잘 알려져 있듯 한살림을 비롯한 국내 주요 생협들은 친환경유기농산물의 직거래 사업을 통해 성장·발전해 왔다. 그런데 친환경유기농산물의 경우 일반 가공품이나 생활용품 등과 비교할 때 수급에 있어 비탄력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친환경농산물을 원료로 한 가공품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은 자연의 생명활동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주문 즉시 생산이 불가능하고 투입 대비 산출을 바로 계산하고 예측하기도 어렵다. 그만큼 수요 변화에 따른 대량 주문생산으로 탄력적으로 공급이 가능한 가공품이나 전자제품 같은 일반 소비생활재를 주로 취급하는 소비자협동조합들과는 사업의 성격에서 차이가 있다. 따라서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친환경유기농산물을 생산, 출하하고 공급하고 있는 한살림 같은 생협들의 경우 비조합원 이용을 허용·확대할 경우 물품 이용을 둘러싸고 조합원과 비조합원 사이 경합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즉 비조합원의 존재가 조합원에 대한 ‘이익 제공자’가 아니라 조합원과의 ‘이익 경합자’가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생산자와 소비자가 사전 약정을 통해 책임생산과 책임소비를 실현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 도시와 농촌이 공존 공생하는 것을 목표로 해 온 한살림의 경우 비조합원 이용 확대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 상호 신뢰에 균열을 일으키고 ‘생산과 소비는 하나’라는 조직의 정체성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비조합원의 생협 이용 확대 시 더욱 주의를 기울일 부분이 있는데, 생협 자체가 비조합원 이용 확대로 인해 자본주의 시장체계 속에 깊숙이 편입되어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비조합원 이용 허용·확대로 고객화 된 일반소비자들이 자본주의 시장의 변화무쌍한 가격구조와 일상적으로 비교하면서 생협을 선택적으로 이용할 경우, 협동의 가치로 소비를 조직화하고 생산 영역을 재구성하는 협동조합운동의 오랜 꿈에서도 멀어질 뿐만 아니라 생협의 운동성마저 퇴색시킬 수 있다.

 

국내 현실로 돌아와 보면, 기후변화와 시장의 구조적 요인 등으로 농산물의 생산량과 가격이 해마다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친환경유기농산물을 주요 사업으로 한 한살림을 비롯한 한국 생협들은 생산과 소비를 연계한 직거래 체계를 만들고 자본주의 시장과는 다른 방식의 협의적 가격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대안의 경제 영역을 만들어 왔다. 지난 2010년 배추 값 파동 당시 생협이 소비자 물가를 안정시키는 역할자로 크게 주목받았는데, 사실 생협이 이런 역할을 해낼 수 있었던 비결은 규모의 효율성에 기반한 비용절감 측면보다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 직거래 체계를 통해 유통비용을 절감하고 나아가 (자본주의 시장메커니즘과는 다른) 상호 신뢰에 기반한 협동의 대안경제시스템을 만들고 운영해 온 데 힘입은 바가 크다. 이 점에서 생협이 가치 있게 추구해야 할 역할은, 좋은 품질의 재화와 서비스를 조합원에게 적정 가격으로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일, 협동적 소유와 민주적 운영의 원리를 잘 실현하는 일은 물론이고, 자본주의 시장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의 경제 영역을 협동의 힘으로 만들어내는 데까지 확장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일들은 정체성과 책임성을 긴밀히 공유하는 현명한 조합원들의 결집된 힘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이런 역할을 경제적 거래관계 수준으로 만나는 비조합원 이용자들에게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생협의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와 공공적 사회실천 활동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 적극 대응하는 길도 마찬가지다. 지난 1995년 맨체스터 대회에서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다룬 ICA 성명에서도 ‘조합원 중심으로 돌아가서, 조합의 정체성과 역량을 강화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지역사회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조합원 가입률이 줄어들고 조합원당 물품 이용률도 낮아지고 있어 생협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비조합원 이용 허용·확대로 연결시키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상식적이지만 협동조합을 생존케 하고 지속가능하게 하는 힘은 결국 조합원으로부터의 신뢰와 책임 있는 결속에서 나온다. 협동조합의 미래 또한 조합원의 절실한 필요와 열망을 얼마나 단단하게 조직해내느냐에 달려 있다. 비조합원 문제도 원외가 아닌 원내 이용 확대의 관점에서, 이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하도록 정성을 다해 안내하고 충실한 교육을 통해 조합원으로서 정체성과 책임성을 공유·확장해가는 방향으로 이해하고 접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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