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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 '만들기'의 시대, 삶을 바꾸는 기술
2015-12-08 10:35:00
 

‘만들기’의 시대, 삶을 바꾸는 기술

- 메이커 문화와 메이커 운동

 

글 김아름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첫 회 ‘메이커페어 서울’ 행사 이후 메이커들이 해마다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며 2015년 현재 활발히 진행 중인 정부 주도의 메이커 스페이스 구축사업의 열기 속에서 ‘만들기’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나타나고 있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국내 메이커 운동의 현황과 흐름을 살펴보고, 메이커 문화가 우리의 생활양식에 대안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메이커 운동’의 태동

‘만들기’는 더 간단하게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근본적인 개념이다. 하지만 다시금 ‘만들기’가 재조명되는 이유는 만들기의 방식이 극적으로 바뀌고 있고, 이것이 사회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달이 만들기의 방식을 빠르게 바꾸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혹자가 ‘제3차 산업혁명’이라고도 부르는 ‘개인제작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기존의 만들기(제작)가 소수정예, 즉 장인 개개인의 기술과 숙련도에 의해 좌우되었다면, 지금의 만들기는 누구나 가능하다. 기술의 발달과 공유(오픈소스)로 인해 개개인이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혁신을 일으키는 게 가능해졌고, 그러한 풀뿌리 기술혁신의 확산이 만들기 인구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개개인의 아이디어가 제작까지 손쉽게 연결되는 지금, 소규모 제작의 영역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로봇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 드론, 인공위성, 우주선까지로 확장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뭔가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 이들을 ‘메이커Maker’라고 한다. 이는 2005년 창간된 『메이크』 매거진을 통해서 대중화되기 시작한 말로, 새로운 만들기를 이끄는 새로운 제작인구를 가리킨다. 다시 말해 발명가, 공예가, 기술자 등 기존의 제작자 카테고리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손쉬워진 기술을 응용해서 폭넓은 만들기 활동을 하는 대중을 지칭하는 말이다. 기술의 사용이 새로운 만들기 인구 확장에 큰 역할을 했기 때문에 처음에 쓰일 때는 ‘취미공학자’라는 의미가 강했지만, 공유와 발전으로 새로운 기술의 사용이 더더욱 쉬워진 지금은 만드는 사람 전부를 포괄하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스스로 필요한 것을 만드는 사람들이 만드는 법을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흐름을 통칭하는 말로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이라는 용어 또한 생겨났다. 『메이크』 매거진의 창간자 데일 도허티Dale Dougherty가 화두를 이끌어낸 후 디지털 제조업, 풀뿌리 기술혁신의 확산과 맞물려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다. 메이커들이 온·오프라인으로 DIY 프로젝트와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생기는 커뮤니티, 그리고 물리적인 작업실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크고 작은 혁신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면서 생긴 개념이다.

 

‘메이커페어 서울’에서 ‘메이커 문화’의 확산을 보다

메이커 운동의 시작점이 된 ‘메이커페어’는 직접 만든 프로젝트가 있는 사람, 즉 메이커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만들기 페스티벌이다. DIY 프로젝트 전시, 워크숍, 세미나 및 강연 등이 규모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미국에서 2006년 개최된 첫 페어에 2만2천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던 것에서 2013년에는 독립 조직 페어까지 포함해 전 세계 곳곳에서 총 100회 진행, 총 관람객은 53만 명이 넘었다. 매년 <메이커 미디어>에서 직접 진행하는 정규 플래그십 페어가 2~3회, 그리고 <메이커 미디어>의 라이선스를 받아 각 지역에서 독립적으로 조직하는 미니 메이커 페어가 전 세계에서 수십 회 진행된다. 국내에서는 『메이크』 매거진 한국판 편집진이 진행하는 ‘메이커페어 서울’이 매년 1회 진행되며, 미니 메이커 페어는 라이선스를 신청하면 국내외에서 누구나 조직이 가능하다.

2014년 3회째를 맞이한 ‘메이커페어 서울’은 2년 전 1회 당시 30팀(128명)에서 총 80팀(300명)으로 약 세 배 가까이 그 참가 규모가 커졌다. 행사장도 이전의 예술 공간에서 국립과천과학관으로 규모를 넓혀 보다 다양한 참여자들이 유입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행사가 열린 주말, 평소에도 가족단위 관람객들로 붐비는 야외 마당에는 참여 메이커들의 작품이 전시된 대형 천막 부스가 설치되어 있었고 부스 내부는 메이커들과 대화하거나 뭔가 열심히 만들고 있는 관람객들로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천막 안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부스들은 ‘KID&KIDS, GADGETS, COMMUNITY, Maker SHED, TECH DIY, LIFE HACKS, ARDUINO KITS, ROBOTS&TOYS, CRAFT, LED&LIGHTS, NEW MEDIA’와 같이 총 11개 섹션으로 나뉘어 있었다. 관람자 입장에서는 전시물들 간 사용된 기술과 성격 면에서 유사한 점이 많아 나누어진 전시공간의 경계가 다소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전시를 관람하다 보면 나누어진 구획은 금세 잊어버린 채 메이커들만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담긴 신기한 발명품, 장난감, 요리기구, 교육용 도구 등의 작품들 속에 푹 빠져들게 된다. 뉴미디어에서부터 전통적인 공예품까지, 만드는 과정을 공유하고 직접 만드는 체험도 가능한 작품이라면 어떤 제작물도 수용 가능한 메이커페어는 볼거리, 대화거리, 만들거리로 가득한 그야말로 흥미로운 장터다.

 

 

2014 메이커페어서울

과학관 실내에 위치한 ‘무한상상실’에서는 메이커들의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는 세미나가 함께 열렸다. 무한상상실은 14개 창조작업실과 3D프린터 등 첨단장비를 갖추고 있는 공방형 실험실 형태의 공간으로, 물품 제조에서 ICT 소프트웨어 및 SF영화·소설·다큐 등 문예창작을 포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 예년에 비해 급격히 늘어난 총 80개 참가팀 중 몇몇 기업 참가팀 또는 작가들을 제외하고는 개인적으로 또는 커뮤니티를 통해 처음 참가한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순수한 호기심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배우고, 사람들과 공유해오고 있는 메이커들의 증가 폭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2013년 메이커페어 개최 이후 1년 사이에 정부 주도의 대규모 메이커 스페이스 구축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속에서 우리나라의 메이커 문화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메이커 스페이스와 메이커 문화

‘메이커 스페이스’는 만들기에 필요한 도구를 갖춰놓은 장소이자 메이커 커뮤니티의 터전이라고 할 수 있다. 대개는 개인 제작에 유용한 CNC(컴퓨터 수치 제어) 기계를 중심으로 여러 제작기기를 갖추고 있다. 미국에서는 ‘테크숍TechShop’이 가장 대규모로 성장했고, MIT에서 시작한 ‘팹랩FabLab’은 일종의 도구 작업실 포맷을 배포하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작업실을 갖추고 있다. 지역 모임에서는 장소와 사람들 사이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필요한 도구만 제한적으로 갖춘 경우가 많다.

국내의 경우 2010년 ‘해커스페이스’를 시작으로 매해 메이커들의 자발적 의지로 소규모 메이커 스페이스들이 조금씩 생겨났다. 이후 2011년 한국판 메이크 잡지 『MAKE: KOREA』가 출간되고 2012년 제1회 메이커페어가 열리면서 메이커 문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 확산되었다. 이후 국내에서 ‘라즈베리 파이’를 중심으로 한 지식공유모임 ‘라즈베리&임베디드 사용자모임’이 단기간에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이 모임은 민간 커뮤니티를 통해 메이커들의 공유문화가 확산된 대표적인 모델로 ‘한국형 팹랩’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13년에는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팹랩 서울’이 문을 열었으며 ‘언메이크랩’, ‘릴리쿰’과 같이 제작실험 집단에 의한 새로운 유형의 민간 주도 메이커 스페이스들도 등장했다. 한편 2012년 수원의 시제품 제작터 개소 이후 2013년부터는 정부 주도의 디지털 제작 관련 공간 및 이벤트성 사업들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현재 활성화되어 있는 국내 메이커 스페이스로는 위에서 언급한 팹랩 서울과 국립과천과학관 무한상상실 외에 콘텐츠코리아랩, K-ICT디바이스랩 등이 있다.

국내외에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개인 제조 방식은 예상보다 큰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정부 차원에서 이러한 추세에 대응하여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 역시 그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한편 그 교차점이자 전환점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자생적 모임으로 메이커 문화를 주도한 온라인 커뮤니티나, 아날로그 물건을 해킹하고 재조립하는 다양한 제작 활동이 있었다. 또 MIT에서 시작된 팹랩과 같이 국내 미디어 및 테크놀로지 관련 대학 내 다양한 형태의 랩 속에서 유사한 실험은 존재해왔다. 그러나 그들이 곳곳의 오프라인 공간에서 눈에 띄지 않게 커뮤니티를 형성했다가도 현재까지 이어져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2010년에 문을 연 해커스페이스 서울이 현재는 비활성화 된 것처럼 민간 주도의 메이커 스페이스를 통한 메이커 문화가 지속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메이커들의 목소리 가운데는 이들의 대표적 축제인 메이커페어에만 가보더라도 아직은 만드는 지식을 공유하는 문화보다는 자신이 배우고 만든 것을 자랑하려는 문화가 더 큰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 또 테크놀로지 기반의 메이커 문화는 고가의 기기를 포함한 다양한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 필수적인 경우가 많은데, 기업에서 운영하는 메이커 스페이스인 팹랩의 경우에도 아직까지는 사회적인 인식 확산이 부족한 상태에서 운영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물며 개인 주도의 공간은 만들고 유지하기에 더욱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해외 여러 나라에서 메이커 문화가 확산될 수 있는 기저에는 ‘공유’ 문화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수많은 오픈소스Open Source 공유를 위한 온·오프라인 플랫폼 및 시스템이 형성되고 확산되어 왔다. 민간 영역에 지식공유 플랫폼과 커뮤니티, 메이커 스페이스들이 있었다면 산업 영역에서는 시제품 제작 및 유통 시스템, 전시, 출판, 이벤트 등이 다각적으로 발전되어 왔고 정부 주도의 교육 사업과도 연계되어 최근 메이커 문화의 흐름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오랜 시간에 걸친 민간 주도의 메이커 문화가 뿌리를 내린 후에 산업과 공공의 영역으로 연계되어 확산이 가속화되는 구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는 메이커 문화가 유입되는 초기 단계에서 경제 가치로써의 창의성 육성, 창업 지원, 일자리 창출 등의 정책 실현을 목적으로 대규모 정부 주도 사업이 발표되고 미디어를 통해서 한꺼번에 대중들에게 그 개념이 전달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해외에서와 같이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온 메이커 문화가 이렇듯 단기간에 곧바로 안착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아무래도 메이커 활동의 핵심인 만들고, 배우고, 공유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메이커 문화를 만들어가는 주체 간 네트워크가 필요

일본의 경우 2009년 ‘해커스페이스 도쿄’를 시작으로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팹랩과 같은 프랜차이즈형 메이커 스페이스가 확산되었다. 이 중에는 기존 공방 형태의 공간이 프랜차이즈형 메이커 스페이스로 변경된 경우도 있고, 팹랩의 기본 형태를 차용하여 다양한 콘셉트의 메이커 공간으로 새롭게 개발된 사례도 있다.

팹랩의 경우 2011년 5월 동아시아 최초의 팹랩이 일본 가마쿠라와 쓰쿠바에 개설되었다. 이어서 2012년 2월에 팹랩 시부야, 2013년 1월에 팹랩 기타카가야, 2013년 5월 팹랩 센다이가 연이어 가동되기 시작했다. 우리보다 2년 먼저 첫 팹랩이 운영되기 시작했고, 글로벌 프랜차이즈 팹랩은 우리나라에는 현재 서울 한 곳에 있는 것에 비해 일본은 2015년 현재 11개의 공간이 ‘팹랩 재팬 네트워크(FabLab Japan Network)’를 이루고 있다. 그 외에도 해커스페이스 등 다양한 형태의 메이커 스페이스가 활성화되어 있다.

특이한 점은 일본 내부적으로 메이커 스페이스들 간 온·오프라인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12월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TOKYO FABBERS’ FES 2014’ 행사 역시 일본의 메인 메이커 스페이스들이 연합한 단체인 ‘TOKYO FABBERS’가 각 공간에서 나온 다양한 제품 및 작품을 전시하고 상호 정보를 교류하며 네트워크를 쌓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첫 번째로 개최한 행사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최근 전문기기를 갖춘 제작 공간, 워크숍 중심의 제작 공간, 테크숍 형태의 시제품 제작터, 팹카페 형태의 제작 공간, 온·오프라인 지식공유 모임 등 다양한 형태의 메이커 스페이스들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 속에서 아직 이들 간 활발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지는 않으며, 이러한 네트워크가 지속되도록 하는 온·오프라인 공간 및 커뮤니티와 같은 플랫폼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각각의 메이커들 간 네트워크 형성과 지식 및 정보 공유를 가능하게 하는 미디어나 이벤트들도 아직은 단발성에 그치고 있다. 배우는 활동에 있어서도 각 공간별로 단기~장기 메이커들을 위한 초보~전문 수준의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정기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공간만 늘릴 것이 아니라 적절한 인력 활용에 있어서도 더 많은 고민이 따라야 할 것이다.

메이커 문화가 장기화되고 향후 긍정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결국 국내에서 메이커 문화를 ‘만들어가는’ 주체 간 네트워크가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메이커들 간, 다양한 주체들 간 정보를 교류하고 좋은 프로그램 콘텐츠를 교류하는 활동, 즉 ‘만들고, 배우고, 공유하는’ 가장 근본적인 메이커 정신에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2014 메이커페어 서울

 

메이커 문화, 대안적 생활양식을 만들다

지난해 가을 ‘메이커페어 서울’ 행사에서 메이커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그들의 작품을 보고 나서 개인적으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후 매거진 에디터로써 ‘메이커 문화와 메이커 스페이스’ 관련 특별 기획기사를 작성하여 국내외 메이커 문화에 대한 흐름을 파악해 보았다. 그리고 판교에 있는 한 정부 주도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진행된 교육 프로그램에 약 2개월간 직접

참여하면서 스스로 메이커가 되어 팀원들과 함께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고 미니 메이커페어 전시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이후 계속해서 제작 문화와 관련한 전시, 프로젝트들을 취재하고 관련 내용을 매체를 통해 사람들과 공유해 오고 있는데, 그러면서 발견한 사실은 이렇듯 메이커 문화에 꽤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오면서 계속해서 더욱 흥미를 느끼게 된다는 점이다.

메이커 문화에 대한 이러한 열정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메이커페어 행사를 다녀와서 설레었던 감정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 답은 행사장에서 수많은 메이커들과 나눈 대화 중 일관되게 나타난 내용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모터와 주변 사물을 이용한 장난감, 작곡 머신, 3D 프린터를 개조한 쿠키 메이커, 아날로그 인형 만들기 키트 등을 만들어 내놓은 메이커들에게 물었다.

 

질문: 만들기는 왜 하시는 건가요? 목적이 있나요? 작가로서 작품 활동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나요? 창업을 하거나 커리어를 쌓거나 하는 목표가 있나요? 이 만들기 활동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게 무엇인가요?

메이커: 목적이요? 없어요. 그냥 재미있어서 하는 거예요. 다른 메이커들과 대화하고 만든 과정이나 결과물을 나누는 것도 재미있구요.

 

위 질문을 다시 풀어보면, “이 만들기라는 행위에는 재화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생산성이 있나요?”라는 질문과도 같다. 당시에 내가 가장 놀랐던 점은, 시간과 물질적인 비용, 성공과 실패의 과정 등 많은 노력이 들어가야 하는 ‘만들기’, 특히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만들기의 경우 좀 더 복잡한 지식 습득의 과정이 필요한데 이러한 ‘일’을 메이커들은 그저 ‘재미’로 한다는 것이다. 흔히 의식주와 관계된 생활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것들(가구, 옷, 식탁보, 장신구 등)을 만드는 기존의 DIY 문화와는 다른 부분이 있었다. 별난 취미를 가지고 한 분야에 깊이 파고드는 사람들의 활동(로봇 만들기, 가죽공예, 레고 놀이, 음악 작곡 등)과도 닮아 있지만 뭔가 다른 부분이 있는 듯 했다. 그것은 바로 기술과 도구의 발달로 이들을 활용한 만들기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TECH DIY’가 대중화되었고, 더군다나 재미를 추구하며 무언가 만들어내는 평범한 사람들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순수한 놀이와도 같은 만들기는 크든 작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되어 자신의 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러한 만들기를 장기적으로 지속하는 사람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직업을 바꾸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기발한 아이디어의 작품들을 만든 300여 명의 메이커들이 한꺼번에 모여 있는 메이커페어 전시장 안에서 이들과 대화했던 그날, 나는 마치 신세계를 발견한 듯한 기분이었다.

특히나 나의 경우 취미로 만드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고 늘 바쁜 시간에 쫓겨 업무와 관련된 일만을 우선적으로 하다 보면 그저 즐기기 위해서 하는 ‘소득은 없는’ 일은 늘 뒷전이 되기 마련이었다. ‘재미’를 위한 일들은 늘 실천되지 못한 채 마음속 한구석에 ‘위시리스트’로만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메이커들과는 다른 생각과 생활을 하고 있던 사람으로서 나는 더욱이 돈을 벌기 위해서라거나 생존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만의 가치를 위해서 기꺼이 시간을 내고 만들기를 ‘실천’하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강력한 동기를 얻게 되었다.

만드는 문화를 이루는 근본적인 요소는 결국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와 실천 의지이다. 나아가 마크 해치의 『메이커 운동 선언』에서는 ‘만드는 일은 우리 인간의 본성이며, 도구를 갖추어 만들고 창조하고 표현함으로써 충족감을 느끼고, 이러한 활동에 참여하며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 과정에서 배우고, 이러한 활동을 위해 후원하며, 이를 통해 스스로 성장하고 변화할 것’을 요구한다.

현대 테크놀로지와 결합해 재조명되고 있는 제작 문화는 삶의 실천적 문제들에 만연해 있는 ‘합리적 관점에 준거한 삶의 태도’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제작 과정에서의 제작자의 ‘행위’, 행위의 ‘노동’적 속성, 행위의 개인적 또는 사회문화적 ‘동기’, 그리고 이를 위한 ‘실천’의 문제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다.

이렇듯 메이커 문화는 우리 주변의 사물을 단순히 소비의 대상으로써가 아닌 스스로 만들 수 있는 대상으로써 새롭게 바라보고, 내 삶을 위한 실천적 제작 행위를 하게 한다는 점에서 대안적 생활양식을 만들어낼 수 있다. ‘DIY(Do It Yourself)’라는 말을 새삼 떠올려 본다. 세상 속에서 다른 사람이 정해놓은 기준에서 독립해 스스로 무언가 만들고 그 과정에서 배우며 이것을 사람들과 나누어보라는 메이커들의 메시지가 들리는 듯하다.

“언제까지 사물을 만드는 기쁨을 작가, 디자이너, 또는 기술자만이 누리도록 내버려둘 것인가.”

 

 

참고문헌

마크 해치. 2014. 『메이커 운동 선언』. 정향 역. 한빛미디어

크리스 앤더슨. 2013. 『메이커스』. 윤태경 역. 알에이치코리아.

한국산업기술진흥원. 「혁신형제조공간, 팹랩」. KIAT산업기술정책브리프, 2014. 2.

“커피 마시고 예술작품도 만드는 레이저 공방점 속속”. <SP투데이>, 2014. 12. 15.

국립과천과학관 http://www.sciencecenter.go.kr

디플레이 http://dplaylab.kr

릴리쿰 http://reliquum.co.kr

메이커페어서울 http://www.make.co.kr

미래창조과학부 http://www.msip.go.kr

스투디오노닥노닥 http://www.nodacnodac.kr

언메이크랩 http://www.unmakelab.org

중소기업청 http://www.smba.go.kr

창조경제혁신센터 https://ccei.creativekorea.or.kr

팹랩서울 http://fablab-seoul.org

Fab Cafe Global http://fabcafe.com

FabLab Japan http://fablabjapan.org

Tokyo Fabbers https://www.facebook.com/tokyofabbers?fref=ts

http://en.wikipedia.org/wiki/Maker_culture

http://en.wikipedia.org/wiki/Maker_mov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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