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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 GM을 내세운 바이오메이저의 습격
2016-04-06 15:31:00

* <모심과 살림> 6호에 실린 글입니다.

GM을 내세운 바이오메이저의 습격

 

글 윤병선 (건국대 교수, 모심과살림연구소 연구기획위원장)

 

 

결국 한·중FTA 비준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었다. 정부는 한·중FTA로 한국의 경제영토가 세계 5위에서 3위로 도약했다고 홍보하지만 우려와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특히 농업과 먹거리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자본은 자유무역의 확대를 통해서 영토적 확장을 꾀하지만, 농업과 먹거리 분야에서는 생산과 가공, 유통을 아우르는 전방위적 침투를 통해 스스로의 활동 영역을 확보해 간다. 최근에는 바이오 분야, 특히 유전자조작(GM) 관련 분야를 중심으로 영역을 급속하게 확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농민의 주도권은 침탈당하고, 소비자의 선택권도 보장되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고, 이런 사태의 중심에 바이오메이저(몬산토, 신젠타, 듀퐁 등, 특히 몬산토는 GM 관련 특허의 90% 이상을 소유)들이 자리 잡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GM 벼에 대한 안정성 심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히고 나선 것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GM 작물의 안전성 논란

 

GM 종자가 개발된 이후 가장 큰 문제가 되어온 것이 안전성과 관련된 부분이다. GM 작물 또는 GM 작물을 원료로 한 식품이 안전하다고 인정하는 근거는 ‘실질적 동등성(substantial equivalence)’이라는 개념이다. 실질적 동등성은 GM 먹거리가 기본 영양소, 예를 들면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등이 원래의 비非-GM 먹거리와 비슷한 양을 포함하고 있다면 GMO는 비-GMO와 실질적으로 동등하고, 이 때문에 엄격한 안전성 검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실질적 동등성이라는 개념은 공공의 건강을 보호하기보다는 국제무역을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바이오메이저에 의해 제안되었다. 그리고 최근까지도 이 실질적 동등성에 대한 어떠한 법률적 혹은 과학적 정의가 없다보니 치밀하고 장기적인 독성검사를 강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질적 동등성’이 먹거리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는 개념이라는 사실은 광우병으로 오염된 소고기도 안전한 소고기와 단백질의 형태에서만 차이가 존재할 뿐 실질적 동등성은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이러한 실질적 동등성이라는 개념이 논쟁을 불러일으키자 EU에서는 ‘상대적 안전성 평가(comparative safety assessment)’라는 이름으로 바꿨는데, 그 평가기준 또한 GMO를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업체들의 로비에 의해서 약화되었다. 그 결과 지구상 어디에서도 GM 작물과 GM 먹거리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엄밀한 안전성 검사가 강제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현실에서는 GMO의 안전성과 관련된 여러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하와이 주에서는 선천성 장애를 갖고 태어나는 유아의 출생률이 미국 평균의 열 배에 달하는데, 그 원인이 GMO에서 기인한 것일 수 있다는 강한 의혹이 제기되었다. 하와이 주에는 몬산토, 다우, BASF, 신젠타, 듀퐁 등 바이오메이저들의 시험포장이 있는데, 미국에서 개발된 제초제내성 GM 옥수수의 대부분이 하와이에서 시험재배되고, 사용되는 농약은 미국 평균의 17배에 달한다. 또한 23개국 184개 연구기관에서 이루어진 실험에 대한 평가를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GM 콩에는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축적되어 있고, 항산화작용을 갖는 글루타치온이 크게 감소되었다. 즉, 작물이 본래 갖고 있는 스트레스를 제어하는 능력이 GM 기술에 의해 파괴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실질적 동등성’이라는 개념은 바이오메이저 입장에서나 가당한 언어적 유희일 뿐이다.

 

 

GMO는 어떤 장점도 갖고 있지 않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GM 작물의 거의 대부분은 생산비용을 낮춰서 이윤율을 높이기 위해 개발된 것으로 본다(이른바 제1세대 GM). 그럼 종자 값이 비싼 대신 수확량이 많아졌을까? GM 작물은 기존 작물보다 수확량이 많다는 주장이 종종 제기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다. GM 작물의 수확량이 적다는 비판에 직면한 몬산토는 2009년에 고수확을 가져온다는 새로운 GM 콩을 상업화했지만, 그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에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주에서는 몬산토의 허위광고 여부를 가리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지만 어떤 결과도 밝히지 못한 채 2012년에 황급히 조사를 종료했다. 또한 2014년 미 농림부는 GM 종자의 상업화가 진행된 지난 15년 동안 수확량의 증가를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내용을 보고서를 통해 발표했다. 바이오메이저들은 GM 종자가 수확량 증가가 아닌 제초제 내성이나 해충 저항성을 목적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수확량의 정체 또는 감소가 GM 작물의 치명적 결함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비싼 GM 종자를 구입한 농민의 입장에서는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에 들어선 이후에도 전 세계 곡물생산량은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GM 작물의 재배 증가에 따른 것이 아니라 비-GM 종자 육종의 발전에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GM 작물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는 대신, 농생태적 농업 실천을 확산시키고 기존의 육종기술을 높이는 데 사용한다면 수확량 증가에 훨씬 효율적이고 광범하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편, 제초제 내성 GM 작물로 인해 제초제 사용량이 증가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GM 작물이 도입된 이후 제초제 사용량은 7% 이상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비-GM 작물 재배지에서 사용된 단위면적당 제초제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제초제 내성 GM 작물의 재배가 늘어나면서 제초제에 내성을 가지고 있는 이른바 슈퍼잡초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농민들은 더 많은 제초제를 사용해야 하는 ‘화학적 악순환(chemical treadmill)’에 빠져버렸다. 2012년 미국 농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50%에 가까운 농민들이 제초제 내성을 가지고 있는 잡초를 자신의 농지에서 발견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전년도의 34%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이다. 제초제 사용량의 증가나 슈퍼잡초의 확산이 단지 미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님에도, 바이오메이저들은 더 많은, 더 강한 제초제 사용 이외의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해충저항성 GM 작물도 살충제 사용을 감소시키지 못했다. GM을 옹호하는 사람들에 따르면 해충저항성 GM 작물 재배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살충제가 6.9% 정도 감소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프랑스에서는 이 GM 작물과는 전혀 관계없이 1995년 이후 15년 동안 사용량이 12% 정도 감소했다. 더욱이 해충저항성 GM 작물의 재배로 인해서 익충의 번식이 억제되어 질병의 확산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GM 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은 훨씬 더 많은 살충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게 된다. 비록 해충저항성 GM 작물이 살충 효과를 발휘하더라도 부수적인 질병이 생태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해충들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현상도 발생했다. 미국에서는 옥수수 밭에서 뿌리를 잘라먹는 벌레가 증가하고, 중국과 인도의 면화 밭에서는 내성을 지닌 쥐똥나무벌레가 급증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GM으로 농민들은 경제적 혜택을 보지 못했다

 

그럼 GM 작물은 농민들에게 경제적 혜택을 가져다주었을까? GM 작물이 농민에게 미치는 경제적 영향은 다양하고, 이는 여러 요인에 의존하기 때문에 그 영향을 명확하게 확정지을 수는 없다. 단순하게는 GM 작물을 도입함으로써 얻게 된 수확량의 손실분 감소와 이를 위해 들어간 농자재비용의 증가를 비교함으로써 유·불리를 따질 수 있지만, 이런 단순한 계산에 입각해서 2014년에 발표한 미 농림부의 보고서조차도 품목과 지역에 따라 그 결과가 달리 나온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더욱이 많은 연구들이 GM 종자를 개발하는 업체들과 연결되어 있는 조직들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 조사가 엄격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들 대부분의 연구는 업체가 제공하는 자료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서 진행되고 있으며, 현장의 농민들을 대상으로 한 심층 면접은 거의 진행하지 않고 있다. GM 작물이 농민에게 미친 경제적 영향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현장의 농민들이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2013년에 마시파그MASIPAG(필리핀 농민단체, 과학자, 비정부조직 등이 참여하는 네트워크)는 GM 옥수수 재배가 확산되면서 나타난 사회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자료는 GM 옥수수가 재배되고 있는 필리핀의 여러 지역을 대상으로 농민들을 심층 면접한 내용을 담고 있다. 방대한 지역조사를 통해서 나온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바이오메이저들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 보고서의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필리핀의 GM 옥수수 종자와 농자재의 대부분은 바이오메이저들로부터 조달된다. 전체 생산비용에서 종자와 제초제, 비료 등 농자재 구매에 지출되는 비용이 전체 생산비용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특히 GM 옥수수종자 값의 상승으로 소규모 농가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한다. GM 옥수수를 재배한 소규모 농가들은 부채가 증가했고 경작지의 소유권을 박탈당했으며 건강도 위협받았다고 보고되었다. 토양침식 등을 포함해서 종 다양성도 무너졌다.

농민들에 따르면 강한 살충제(Karate)를 뿌려도 살아남는 새로운 해충이 나타났으며, 야생식물은 사라지고 토양침식이 발생했다. 조사 대상 전 지역에서 GM 옥수수 경작지 가까이에서는 채소나 감자와 같은 뿌리작물을 재배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아울러 농민들은 토양의 퇴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비료 사용량이 증가했으며, 토양은 단단하게 굳어졌다. 이는 지속적으로 제초제를 사용한 결과 양질의 양분을 제공할 수 있는 유익한 미생물들이 죽어서 토양생태계가 영향을 받은 결과라고 한다.

한편 바이오메이저들은 GM 작물이 비-GM 작물을 오염시키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또한 거짓이다. 한 지역에서 GM 작물이 일단 심어지면 그에 따른 오염은 피할 수 없다. GM 캐놀라의 경우 수 년 동안 땅속에서 생존할 수 있다. 오염은 교차수정이나 농기계를 통한 전파, 보관 과정 중 의도하지 않은 혼합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일로 인해서 유기농산물의 재배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스페인의 경우 GM 옥수수 생산이 증가하면서 유기재배 옥수수의 생산량이 급감했는데, 이는 GM 옥수수와의 교잡에 따른 오염이 주원인이었다. GM 옥수수를 심지 않는 농민들은 GM 옥수수에 오염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GM 옥수수가 파종되기 전에 심기도 하지만, 오염을 피하는 것은 쉽지 않다. 농민들은 GM 옥수수로 인해 토종 옥수수가 사라져버릴 것이라고 우려한다.

종자시장에서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비-GM 종자 대비 GM 종자의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묵과할 수 없다. 2010년 몬산토가 GM 콩과 GM 옥수수의 종자 값을 크게 올리자 미국 정부는 경쟁을 해치고 독점을 강화하는 바이오메이저 간의 합병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물론 이들 업체들의 로비의 결과였는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조사는 결론 없이 마무리되었다.

GM 작물의 도입이 이루어지면서 농민의 종자 선택 폭은 줄어들고, 바이오메이저들의 지배력은 더욱 강고해진다. 실제로 인도에서는 비-GM 면화 종자가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는데, 이와 유사한 사례가 브라질의 비-GM 콩에서도 나타났다. 이에 따라 GM 종자를 비롯한 농자재를 공급하는 업체들의 농민에 대한 지배력도 커져서 농민들은 원하지 않는 종자를 재배하도록 하고 있다. 오히려 GM 종자를 도입하지 않은 유럽의 국가들에서는 1990년대보다 더 많은 다양한 옥수수 종자들을 사용하고 있다.

 

 

바이오메이저에 대항하는 저항

 

이런 가운데 GM 작물재배를 금지하는 규제가 유럽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10월 3일까지 EU위원회에 GM 작물재배 금지를 공식적으로 통지한 국가는 슬로베니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라트비아, 이탈리아, 독일, 스코틀랜드, 웨일즈, 리투아니아,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프랑스, 그리스, 폴란드 등 14개국으로, 이는 유럽 인구의 65%, 경지의 66%에 해당한다. 열네 번째로 참여한 폴란드는 특히 몬산토의 GM 옥수수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이는 한 번이라도 국내에서 재배된 경우에는 다른 작물을 오염시킨다는 많은 나라들의 경험에 따른 것이다. 현재 유럽에서 GM 작물의 재배를 추진하고 있는 나라는 이미 GM 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제외하면 영국 정도에 불과하며, 영국도 잉글랜드만 재배를 지지하고 있을 뿐이다. 현재 EU에서는 약 48종의 GM 작물에 대해 사료용 작물로 재배가 승인되어 있다. 한편 EU 가맹국이 아닌 러시아는 GMO에 대해 매우 엄격한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가공식품에서도 GMO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GMO 관련 식품은 최근 10년 사이에 12%에서 0.01%로 크게 감소했다.

GM 작물 수출대국인 미국에서의 흐름도 시사적이다. 미국에서는 ‘GMO 미사용(GMO free)’이라고 표시하는 식품이 증가하고 있다.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2012년 37%에서 2014년 59%로, 특히 젊은 세대에서는 2012년 45%에서 2014년 72%로 늘었다 ‘GMO 미사용’ 표시를 한 식품 수도 2012년 551종에서 2014년에는 1,992종으로 크게 증가했다. 미국 오리건 주 잭슨 카운티에서는 작년 11월 GM 작물의 재배를 금지하는 조례가 가결되었는데, 이에 대해 대규모 알파파 재배농가들이 자신들의 권리에 대한 제한이라며 연방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연방재판소는 유기농업 등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명확하다는 이유로 지난 6월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또한 오리건 주에서는 GM 작물재배 규제지역을 설정할 수 있는 법안이 주 의회 하원에 제출되었다. 이 법안은 GM 오염의 위험성이 있는 경우 농가가 규제지역 지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버몬트 주는 미국에서는 최초로 GM 식품표시가 2016년부터 시행될 예정인데, 이를 저지하려는 GM 종자업계와 식품업계가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연방지방재판소가 이를 기각했다.

 

 

저항에 맞서는 바이오메이저의 반격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바이오메이저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일명 ‘몬산토 법안’, 혹은 ‘암흑(DARK, Deny Americans the Right to Know, 미국인의 알 권리를 거부하는 법) 법안’으로 일컬어지는 ‘안전하고 정확한 식품표시법안(The Safe and Accurate Food Labeling Act of 2015)’이 2015년 7월 하원을 통과해 상원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주 차원의 GM 표시의무화법을 무효화할 뿐만 아니라, 주 및 카운티 단위에서 GM 작물의 재배금지나 제한을 무효로 하고, 식품업체가 비-GM 먹거리가 GM 먹거리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기까지는 특히 시민사회단체와 유기농업단체, 제조업자 등의 반대와 여론조사 등을 통해서 확인되는 미국 시민의 GM 식품표시 요구 등 몬산토 등이 거세지고 있는 것을 보면 바이오메이저들이 넘어야 할 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이오메이저들이 사용하는 또 다른 방법은 ‘박애주의자’로 변신하는 것이다. 소비자들과 환자들을 배려한다는 명분하에 철분이 강화된 상추 등을 개발하고(제2세대: 이른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명분으로 추진하는 사업), 의료용으로 삼나무의 알레르기 물질을 주입한 GM 벼를 개발하기도 한다(제3세대: 환자의 고통을 치유한다는 명분으로 추진하는 사업). GM 작물이 의약품으로 변신하고, 생명을 담보로 GM을 개발하는 것이다. 생산비용을 낮춰 생산농가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제1세대 GM 작물이 사회적으로 큰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오메이저들이 제2세대, 제3세대 GM 종자개발에 나서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이 의문은 아주 오래된 전례를 통해 쉽게 해결된다. 세계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약 30억 명이 주식으로 하는 쌀은 바이오메이저에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개발도상국에서 비타민A 결핍에 의한 실명을 예방’한다는 명분으로 GM 벼, 즉 ‘황금 쌀’ 개발을 진행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빌 게이츠 회장도 매우 적극적으로 지원의사를 밝혔는데, 사실 빌 게이츠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선 단체 창립자이면서 몬산토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그런데 ‘황금 쌀’은 자체에 비타민A가 함유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포함된 베타카로틴이 체내에서 비타민A로 전환되는 구조여서 필요한 비타민A를 섭취하기 위해서는 매일 다량의 ‘황금 쌀’을 먹어야 한다. 실명을 예방하는 데 있어서는 한 알에 50원 하는 비타민제를 주는 것이 훨씬 저렴한 해결책이라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작년 11월, 필리핀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미작연구소(IRRI)는 시험재배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한·중FTA를 거쳐 TPP로?

 

지난 10월 초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가 이루어졌다. 한국의 대통령은 후발 참여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들었다는 이야기를 자랑처럼 늘어놓았다. TPP는 관세 및 비관세장벽(무역에 방해가 되는 각국의 법률이나 제도)을 제거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TPP의 29개 장 가운데 전통적인 무역(상품과 서비스의 무역)에 관한 분야는 5개 장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규제의 철폐’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GM에 관한 규제, 특히 GM 식품에 대한 표기는 미국의 입장에서 시급히 철폐되어야 하는 ‘비관세장벽’인 것이다.

그런데 협상 가운데 튀어나온 미국의 TPA법(무역촉진권한법)은 농업 무역에서 미국의 시장 참여 기회의 제한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규정을 설정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으며, 더구나 바이오기술을 포함한 신기술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되는 ‘표시’를 부당한 무역제한으로 보고 있다. 한국이 TPP에 가입하게 되면 지금도 허술한 GM 식품표시는 훨씬 느슨하게 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GM과 관련된 규제들이 당치도 않은 ‘규제혁파’라는 쇳소리에 묻혀서 해금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온갖 잡스러운 것들이 그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 구체적인 첫 소리가 농촌진흥청의 ‘GM 벼 안전성 심사’라고 할 수 있다. 자국 농업을 담보하지 않고 국내 소비자들의 안전을 배려하지 않는 일련의 행태들로 인해 우리 농업과 먹거리가 추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온갖 술수가 난무하는 어지러운 바이오메이저들의 전쟁터에 한국 농업과 먹거리가 내던져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승인 GM 작물이 혼입되어서는 안 된다는 정책을 취해 왔던 캐나다 정부가 지난 7월부터 미량의 혼입에 대해서는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한국의 농정당국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캐나다는 자국 GM 작물의 수출 확대에 있어서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한 작업을 주도면밀하게 진행하고 있는데, GM 작물의 시식회장, 박람회장이 되어버린 한국에서 농정당국은 바이오메이저들에게 빌미만 제공할 우스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GM 작물의 상업재배가 어떤 형태로든 이루어지게 되면 국내산 농산물의 우위는 완전 붕괴될 수밖에 없다. 사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리 농민들이 캐나다 유채 밭에서 일어났던 것과 같은 몬산토의 특허침해소송의 대상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지금 당장 걱정스러운 것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중국의 미승인 GM 작물들이 한·중FTA를 계기로 쓰나미처럼 밀려들어올 개연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이다. 중국의 흑룡강성에서는 대두 농가의 약 10%가 GM 콩을 불법으로 재배한다고 한다. 몬산토는 중국 농가에 종자를 판매하고 있지 않지만 농가들은 인터넷을 통해서 구입한다고 한다. 흑룡강성은 중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콩을 생산하고 있는데, 주요 수출국은 한국과 일본이다. 중국 정부도 관리를 못하고 있는 미승인 GM 콩이 한국의 식탁을 이미 점령했는지도 모른다. 2011년 중국에서는 이유식과 쌀국수에서 허가받지 않은 GM 쌀이 발견되기도 했다. 싼 가격을 앞세운 중국산 농산물에 더해서 정체불명의 GM 작물들로 인해 우리 농업과 식탁이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해야 할 판이다.

그동안 한국이 허술한 GM 식품표시제도를 운영하면서도, 그리고 막대한 양의 GM 작물을 수입하고 있음에도 그나마 GM 작물에 의한 오염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은, GM 작물의 상업재배에 대해서만큼은 단호한 제한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다른 나라들은 GM 재배 등과 관련해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심지어 GM 사료 이용에 대해서조차 규제하려는 상황에서 한국만 스스로 GM 작물의 재배를 추진하고 있다. 불가역적인, 되돌릴 수 없는 결정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우리 후손들의 밥상마저 빼앗아 버리는 어리석은 결정으로 기록될 것이다. GM 작물의 방출과 이에 따른 오염은 회수 불가능하다. GM 작물은 살아있는 유기체이기 때문에 계속 살아남을 수 있고, 더욱이 생태계에서 번식이 이루어진다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

 

 

참고문헌

MASIPAG. 2013. Socio-economic Impacts of Genetically Modified Corn in the Philippines.

John Fagan·Michael Antoniou·Claire Robinson. 2014. GMO Myths and Truths - An evidence-based examination of the claims made for the safety and efficacy of genetically modified crops and foods. Earth Open Sour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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