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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GMO 논란, 드러난 것과 감춰진 것
2016-04-04 12:41:00

  

* <모심과 살림> 1호(2013년 여름)에 실린 글입니다. 

 

GMO 논란, 드러난 것과 감춰진 것

 

글 김훈기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강의교수)

 

 

들어가며

 

한동안 국내에서 GMO1) 관련 이슈가 사회적으로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런데 2012년 9월 국내를 포함한 세계의 언론매체에서 일제히 GMO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쏟아냈다. 프랑스 연구진이 몬산토 사가 개발한 GM 옥수수의 하나인 NK603을 쥐에게 먹이면서 독성실험을 진행한 결과 보통의 쥐에 비해 건강 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NK603은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세계 21개 국 정부가 식품으로 승인한 품목이다. 프랑스 연구진의 발표는 그동안 해당 국가의 상당수 국민들이 섭취해온 NK603의 안전성 문제를 과학적으로 제기한 것이었다. 당연히 해당 국가 정부는 실험결과에 크게 주목했고, 관련 과학계에서도 이 발표 내용의 진위에 대해 치열한 논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많은 언론매체가 프랑스 연구진의 발표를 크게 보도함으로써 GMO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다시 한 번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NK603이 이미 국내에서 2002년 식용으로, 2004년 사료용으로 승인돼 상당량이 수입되고 있다는 사실은 별달리 부각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NK603 사건’은 국내 소비자에게 멀리 외국에서 벌어지는 하나의 논쟁거리 정도로 취급되고 있는 것 같다.

이 글에서는 NK603의 사례를 출발점으로 삼아 수입 GMO가 소비자의 식탁뿐 아니라 우리 땅에 직접 침투하고 있는 현실을 점검하는 한편, 한국 정부가 최근까지의 GMO 연구 성과를 토대로 가까운 미래에 국산 GMO를 상품화해 수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현황도 짚어본다. 이를 통해 GMO의 안전성 문제가 한국의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는 점을 살펴보고, GMO를 우려하는 한국의 소비자와 생산자가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현실적인 지점과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자 한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을 책임지고,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활을 책임진다.” 언제 들어도 감동을 받는 글귀이다. 하지만 GMO가 거대하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 속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유기농의 원칙을 고수하며 생명운동을 실천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는 현실을 이제 본격적으로 고민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완결되지 않은 과학적 논란

 

2012년 9월 프랑스 캉 대학의 길레스-에릭 세랄리니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몬산토 사의 제초제 라운드업에 내성을 갖도록 만든 NK603을 쥐에게 먹이면서 신체 기능의 변화를 관찰한 논문을 발표했다. 실험 결과 NK603을 먹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유선 종양, 간과 신장 손상이 크게 늘어난 점을 발견했다. 특히 암컷이 수컷에 비해 이상 증세가 심각하게 나타났다. 이는 NK603에 대한 반응 민감도가 성(性)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NK603을 섭취한 암컷 쥐의 경우 50~80%가 24개월 초에 종양을 갖고 있었다. 많게는 3개의 종양을 가진 쥐도 있었다.

이에 비해 대조군에서는 30% 정도만 종양이 나타났다. 또한 실험군에서 암컷 쥐가 조기에 사망한 비율은 최고 70%에 달했다. 이에 비해 대조군에서는 20% 정도였다. 종양의 크기는 대조군에 비해 2~3배 컸다. 종양이 나타난 시기도 실험군은 7개월, 대조군은 14개월로 차이를 보였다.

이 연구결과는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충격을 던졌다. 첫째, 연구진의 논문이 미국의 전문학술지 「식품과 화학독성학(Food and Chemical Toxicology)」에 게재됐다는 점이다. 이전까지 GMO의 안전성을 둘러싼 과학적 논란은 많았지만 이번과 같은 권위 있는 학술지에 게재된 경우는 드물었다. 더욱이 이 학술지에는 2004년 NK603이 사료용으로 안전하다는 요지의 논문이 게재된 적이 있었으며, 이후 몬산토 사는 이 논문을 안전성의 주요 근거로 제시해오곤 했다. 하지만 동일한 학술지에 전혀 반대의 결과가 발표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둘째, 연구진은 과거 실험들과 달리 쥐의 상태를 전 생애에 걸쳐 관찰했다. 보통 NK603을 비롯한 GMO의 쥐 실험은 최대 90일을 넘지 않지만 연구진은 쥐의 평균 수명기간인 2년 동안 관찰한 것이다.

NK603을 수입하거나 재배하고 있는 각국 정부는 이 충격적인 보고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했다. 이들이 주시한 것은 과학계의 검토 결과였다.

먼저 NK603의 안전성을 주장하는 과학계에서 프랑스 연구진에 대한 대대적인 비판이 시작됐다. 비판의 핵심은 실험 자체가 과학적으로 결함이 있어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프랑스 연구진이 사용한 쥐가 원래 유선 종양에 잘 걸리는 종류라는 점, GM 옥수수가 곰팡이에 감염됐는지 여부가 제시되지 않아 NK603이 종양 발생의 확실한 원인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점, 실험군에서 대조군에 비해 더 건강하게 생존한 쥐도 있으며 대조군 수가 실험군에 비해 너무 적은 등 신뢰할 수 없는 통계 자료와 기법을 통해 결과를 도출했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은 논문 게재 과정에서 전문가 심사를 통해 충분히 검토된 사안들이었을 것이다. 보통 전문학술지는 해당 분야의 익명의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투고된 논문의 문제점을 샅샅이 찾아내고 투고자에게 보완을 요구한다. 더욱이 프랑스 연구진처럼 민감한 사안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을 경우 그 심사과정은 더욱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프랑스 연구진, 그리고 그 실험 결과에 지지를 보내는 일군의 과학자들은 비판 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그런데 대부분의 국가는 비판적 과학자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했다. 프랑스 연구진의 논문만으로 NK603이 위험하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2012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NK603의 안전성에 대한 심사결과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그 내용은 NK603은 안전하므로 계속 수입해 섭취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비전문가의 지식으로 프랑스 연구진의 논문을 둘러싼 과학계의 논란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어느 입장이 맞는지 판단할 길이 없다. 다만 비전문가의 입장에서 최소한 두 가지 사실은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첫째, GMO의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평가는 완결되지 않았다. 과학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며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현재보다 엄격한 심사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동물실험 기간을 90일 정도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전 생애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사실 모두가 상식적으로 떠올릴 수 있듯이, GMO를 우려하는 이유는 당장 몇 년 사이에 발생할 급성 질병이 아니라 수십 년 또는 수세대에 걸쳐 위험성분이 누적돼 발생할 장기적인 악영향 때문이다.

 

 

표류 중인 소비자의 알 권리

 

GMO의 안전성에 대한 과학계의 논란을 접한 소비자라면 일단 자신이 먹고 있는 음식 가운데 GMO가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질 것이다. GMO를 확고하게 거부하는 사람이라 해도, 가정에서는 유기농 식품만을 섭취할 수 있겠지만 현실 세계에서 GMO가 아닌 식품을 모두 피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매장에서 GMO가 아닌 식품을 최대한 판단해 구매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는 이런 판단을 하기가 쉽지 않다. 소비자가 유일하게 GMO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표시제이다. 물론 국내에서 GMO표시제가 실시되고 있지만, 소비자가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도록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NK603이 옥수수의 일종이므로, 여기서는 옥수수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먼저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식용 옥수수 가운데 몇% 정도가 GM 옥수수일까. 2011년 경우 절반(약 49%)에 해당한다. 국내의 공신력 있는 GMO 정보제공 기관인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수입된 식용 옥수수 208만3천 톤 가운데 GM 옥수수는 102만5천 톤으로 집계됐다. 주로 미국(92만 톤), 남아프리카공화국(4만7천 톤), 기타 국가(5만8천 톤)의 순으로 수입하고 있다. 이 GM 옥수수는 어떤 모습으로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있을까. 한국에 수입되는 GM 옥수수는 대부분 전분(녹말), 그리고 전분으로 만든 감미료의 총칭인 전분당(과당, 물엿, 올리고당 등)으로 사용된다고 알려져 있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상품으로 따져보면 그 종류가 상당히 많다. 빵, 과자, 음료, 빙과, 스낵, 소스, 유제품 등이다. 전분과 전분당을 제외한 나머지는 옥수수차, 팝콘·뻥튀기, 시리얼 등에 사용된다.

한국에서 시행 중인 GMO표시제에 따르면, 농산물과 식품 모두에 3종류의 표시가 있다. 농산물에는 유전자변형, 식품에는 유전자재조합이란 말을 사용하는데, 둘 다 같은 의미이다. GM 농산물 자체는 ‘유전자변형 OO’, GM 농산물이 포함돼 있으면 ‘유전자변형 OO 포함’, 정확치는 않지만 포함될 가능성이 있으면 ‘유전자변형 OO 포함가능성 있음’ 등으로 표기한다. 그리고 GM 식품은 ‘유전자자재조합식품’, ‘유전자재조합 OO 포함식품’, ‘유전자재조합 OO 포함가능성 있음’ 등으로 표기한다. 이들 표시는 소비자가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지워지지 않는 잉크로 크게 명기돼야 한다. 제품에 포장지가 사용될 경우에는 포장지 겉면에, 포장지가 사용되지 않을 경우에는 판매 장소에 푯말이나 안내표시판 등으로 표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표시가 없는 옥수수 제품은 모두 GMO를 사용하지 않은 것일까. 그렇지 않다.

먼저 현행 표시제에 따르면 옥수수에 삽입한 외래 유전자 또는 그 유전자가 만든 단백질이 최종 제품에 남아있지 않거나 검출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제품에 GMO 표시를 할 필요가 없다. 전분의 경우 원칙적으로 표시 대상이다. 옥수수차, 팝콘·뻥튀기, 시리얼 등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전분당의 경우에는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단백질은 모두 걸러지고 탄수화물과 당분만 남는다. 그래서 GMO 표시를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현행 표시제에서는 식품에 쓰인 원료들 가운데 GM 옥수수의 함량이 전체에서 5순위에 들어오지 않으면 역시 표시가 면제된다. 예를 들어 GM 옥수수가 6번째로 많이 포함된 제품이라면 GMO 표시가 없다. 따라서 GM 옥수수 전분으로 만드는 빵, 과자, 음료, 빙과, 스낵, 소스, 유제품 등에서 GMO 표시가 안 보일 수 있다. 또한 GM 옥수수로 만드는 옥수수차, 팝콘·뻥튀기, 시리얼 등에서도 표시가 안 보일 수 있다. 우리 생활에 익숙한 알코올류와 다양한 식품첨가물도 마찬가지이다.

이 같은 면제 사안은 국가별로 다르게 결정돼 시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은 원료함량비가 5% 이상이고 원료함량순위로 3순위 이상인 경우를 모두 표시대상으로 규정했고, 중국과 유럽연합은 유전자나 단백질의 잔류 여부와 무관하게 GMO가 원료로 사용되면 무조건 표시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에 비해 GMO 최대 재배국이자 수출국인 미국은 표시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한편 일반 옥수수로 만든 제품이라 해도, 즉 GMO 표시 대상이 아니라 해도 그 속에 소량이지만 GM 옥수수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상존한다. 워낙 많은 GM 옥수수가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유통 과정에서 일반 옥수수에 GM 옥수수가 혼합될 수 있다. 이 같은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국가별로 채택한 대안이 ‘비의도적 혼입률’이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불가피하게 GMO가 섞인 경우 GMO 표시에서 면제해주자는 개념이다.

비의도적 혼입률 역시 국가별로 다르게 결정됐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은 0.9% 이하이다. 수입되는 일반 농산물 가운데 GMO가 0.9%까지 섞인 것은 GMO 표시를 면제해준다는 의미이다. 일본은 이보다 많은 5% 이하로 설정했다. 한국은 이들 중간 정도인 3% 이하로 정했다. 따라서 국내에서 GMO 표시가 돼 있지 않은 옥수수라 해도 약간의 GM 옥수수는 섞여 있을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와 시민단체들은 현행 표시제에 대해 오래 전부터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그리고 2008년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이런 내용을 일부 반영하도록 제도를 바꾸는 일을 시도했다. ‘유전자재조합식품 등의 표시기준’ 개정안을 마련해 최종 제품에 외래 유전자나 단백질이 없다 해도, 그리고 원료 함량 5순위 바깥이라 해도 GMO 표시를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아 발표했다. 이 개정안은 부처간 협의를 거쳐 총리실 식품안전정책위원회를 통해 2009년 9월 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로 넘겨졌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현재까지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묵혀지고 있다. 물론 비의도적 혼입률을 유럽연합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문제제기 역시 반영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유기농 생산자에게 닥치는 고민

 

유기농 경작지의 주변에서 GMO가 재배된다면 유기농의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는다. 주변의 GM 농작물이 바람을 타고, 또는 곤충을 매개로 어느 틈엔가 유기농 경작지로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유기농 생산자들은 이를 ‘오염’이라고 부르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고, 법적 소송도 계속 벌어지고 있다.

일례로 2012년 4월 호주에서 한 유기농 생산자가 이웃 농민을 고소한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 관심을 모았다. 자신의 경작지를 이웃의 GM 캐놀라(캐나다산 유채)가 오염시켜 유기농 자격을 상당히 상실했다는 것이 고소의 이유였다. 피해 농민은 2010년 12월 자신의 밭에서 처음으로 GM 캐놀라 종자를 발견했으며, 호주의 ‘지속가능한 농업 전국협회’는 그의 농장 중 70% 이상에 대해 유기농 인증을 철회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GMO가 상업적으로 재배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같은 사건이 벌어진 적은 없다. 하지만 외국의 상황이 전혀 남의 일은 아닌 것 같다. 일단 수입 GMO의 일부가 우리 땅에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계속 확인되고 있다. 또한 상업적 재배 전 단계인 시험재배는 국내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이 시험재배 과정에서 GMO의 유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10년 11월 국내 언론매체는 GMO의 환경 위해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2009년 수입 GMO가 운송 과정 중 유출돼 전국 26곳에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게 계기였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국내 식품 및 사료 공장 228곳을 조사한 결과 26곳에서 GMO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유출된 종류는 옥수수, 면화, 유채였다.

이들 GMO는 사료공장 9곳, 운송로 14곳, 이들의 주변 텃밭 2곳, 축사 1곳에서 발견됐다. 항만으로 수입돼 식품 및 사료 공장으로 운송되는 과정에서 GM 농산물이 유출된 것이다. 유출된 GMO는 11곳에서는 이미 싹을 틔워 자라고 있었다. 나머지 15곳에서는 알곡 상태로 발견됐다.

그리고 2012년 12월 GMO 유출 문제는 다시 한 번 국내 언론매체의 조명을 받았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조사한 GMO 유출 실태가 공개된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GMO로 의심되는 식물체와 알곡에 대해 1단계 단백질 검사와 2단계 유전자 검사를 시행한 결과 GMO로 최종 확인된 건수는 2009년 19건(옥수수 17건, 유채 1건, 면화 1건), 2010년 12건(옥수수 8건, 면화 4건)이었다.

GM 옥수수 가운데 2012년 프랑스 연구진이 실험한 품목인 NK603이 가장 많이 발견됐다. 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의 경우 GM 옥수수 17건 가운데 NK603이 14건을 차지했다. 지역적으로는 강원도가 9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라남도 2건, 경상북도, 충청남도, 전라북도 각 1건 순이었다.

유출된 GMO는 얼마나 광범위하게 자라고 있을까.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이 단독 개체 형태로 자생했다고 한다. 다만 2011년에 군락(개체군)을 형성한 경우가 1건 발견됐으나 이후 안전관리 계도로 제거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보고서는 또한 GMO가 발견된 지역 주변이 콘크리트, 시멘트, 아스팔트 등으로 포장돼 있기 때문에 생태계로 유출될 우려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2012년 발간된 국립환경과학원의 보고서에는 예전보다 주목할 만한 내용이 담겨 있다. 국내에서 승인되지 않은 품목이 발견된 것이다. 옥수수였다. 이 GM 옥수수는 세 가지 품목(NK603, MON810, MON88017)의 외래 유전자를 모두 갖고 있었다. 각 품목은 국내에서 승인됐다. 하지만 세 가지 유전자가 포함된 품목(후대교배종)은 승인을 받은 적이 없다. 그렇다면 기존의 품목끼리 교배가 이뤄진 것일까.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이 같은 미승인 품목이 국내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보고서는 국내에서 GMO가 전국 곳곳에서, 그리고 지속적으로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검사 기법이 발달될수록 확인될 유출 건수가 증대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 그리고 이들 GMO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과연 얼마나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한편 한국은 그동안 자체적으로 많은 종류의 GMO를 개발해 왔다. 아직 안전성 검사 기술이 충분히 갖춰지지 못해 상업적 재배를 위해 승인을 받은 품목은 없다. 다만 상업적 재배의 승인 전단계인 시험재배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에 따르면, 2012년까지 국내에서 승인된 GMO 연구개발은 총 686건이다. 이들 가운데 벼를 필두로 잔디, 콩, 배추 등에 대해 시험재배 등 환경방출용 연구개발 승인이 이뤄져 관련 실험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바로 이 시험재배 과정에서 GMO가 외부로 유출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일례로 2013년 2월 뉴질랜드에서는 시험재배 과정의 GMO가 일반 경작지에 유출될 가능성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는 보고서가 발간된 바 있다. 뉴질랜드에는 당시까지 상업적으로 재배되는 GMO가 없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GMO의 시험재배로 인해 주변 농지에 오염이 발생하면 그 책임이 재배자가 아니라 오염된 농지의 소유주에게 떠맡겨지는 상황이라고 한다. 시험재배 수준에서도 오염으로 인한 문제가 사회적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최근 시험재배로 인한 세계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5월 29일 미국 농무부(USDA)는 오리건주의 한 밀밭에서 GM 밀이 자라고 있으며, 이 밀(또는 밀가루)이 자국과 수출국에서 유통될 수 있다고 밝혔다. GMO 최강국인 미국도 상당히 당황했다. GM 밀은 이제껏 미국에서 재배 승인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몬산토는 2001년 오리건 주에서 GM 밀(MON71800)을 한동안 노지에서 시험재배했다. 이 시험재배가 최근 GM 밀이 자라고 있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몬산토는 이번에 GM 밀이 발견된 지역은 시험재배 장소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데 비해, 밀의 꽃가루는 99%가 10m 이내로만 이동한다고 주장한다. 또 밀은 대부분 자가수분을 하기 때문에 일반 밀과 교배가 이뤄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말한다. MON71800은 봄밀인데 이번 GM 밀은 겨울밀이라는 점도 반박 근거다.

미국 농무부는 가능한 신속히 공식 검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어쩌면 이번 사건은 과학적으로 미궁에 빠질 수 있다. 2006년 8월 미국 농무부는 바이엘이 시험재배 중인 GM 쌀(LLRice 601)이 보통의 쌀에 섞여 있다는 사실을 밝혀 세계적인 충격을 던졌다. 바이엘은 이 사실을 인정하고 미국 농부들에게 7억5천만 달러를 배상하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어떤 경로로 시험재배 중인 쌀이 섞였는지에 대해서는 결국 밝혀지지 않았다.

한국에서 시험재배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상업적 재배가 실현될 것임을 명확히 시사한다. 현재 한국 정부는 수출용 또는 재배용 GMO를 실용화할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1년 12월 7일 농림수산식품부는 정부과천청사에서 개최된 ‘제7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종자산업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서 경쟁력 높은 GM 종자를 개발해 반도체 같은 수출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 제시됐다. 또한 동년 5월 농촌진흥청의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단 산하에 ‘GM작물실용화사업단’을 설립했다. 말 그대로 그동안 국내에서 개발돼온 GM 농산물을 시장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사업단이다.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발표에 따르면 농촌진흥청이 개발 중인 GM 종자의 수는 19개 농산물 128종이다. 실용화를 위해 남은 과제는 이들 개발된 GM 농산물의 안전성 검증이다. 벼 3종, 고추 1종, 배추 1종이 안전성 평가 단계에 이르렀다. 당시 발표에는 실용화사업단에 10년간 800억 원을 투입해 중국 진출용 GM 농산물 5종을 개발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도 제시됐다. GM 농산물을 국내에서 재배하겠다는 목표도 명시됐다. 실용화사업단 홈페이지에 따르면, 2014년까지 1단계로 ‘한국농업 적합형 GM작물’ 25건을 개발하고 이 가운데 4건은 안전성 검사를 마쳐 심사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2020년까지는 18건에 대한 심사서를 제출하고, 5건에 대한 품종 등록을 마치려고 한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2020년경에는 벼를 포함한 5종류의 GM 농산물이 국내에서 재배될 전망이다.

 

 

승인과정 참여, 정보공개 요구, 지속적인 모니터링

 

GMO를 우려하는 한국의 소비자와 생산자는 이제 수입 GMO뿐 아니라 국산 GMO에 대해서도 고민할 상황에 처하고 있다. 수입되고 있는 GMO의 종류는 현재까지 옥수수, 콩, 면화, 유채 등에 국한돼 있지만 점차 채소, 과일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의 주곡인 쌀도 비타민 A 성분을 함유한 황금미라는 이름으로 세계 시장에 등장할 전망이다. 이들이 지금껏 우리 식탁에 오르지 않은 이유는 흔히 얘기하듯 한국인이 GMO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다만 아직까지 수입산이든 국산이든 이들 농작물이 안전성 심사 대상으로 오른 적이 없거나, 심사를 받았지만 부적격 판정을 받았기 때문일 뿐이다. 즉 언제든 GM 상추나 사과, 쌀 등이 심사를 통과하기만 하면 국내에서 상품으로 판매되는 데에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심지어 슈퍼 연어나 슈퍼 미꾸라지와 같이 정상 동물에 비해 성장속도가 몇배 빠르거나 몸집이 몇배 큰 GM 동물이 심사에 통과한다면, 우리는 아무런 대책 없이 그리고 잘 모른 채 이들을 섭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 심사절차상 일반인이 의견을 개진하며 승인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최종 보고서가 작성된 후 그 결과에 대해 일반인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마련돼 있는데, 예를 들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유전자재조합식품(GMO)정보사이트에는 공지사항 코너에서 심사위원회의 최종보고서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일반인의 의견 수렴 기간은 20일 정도이다. 이 기간 안에 현재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GMO 품목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 참여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있다. 무엇보다 심사보고서는 전문용어로 가득하다. 비전문가 입장에서 이 보고서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 일은 넘어서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더욱이 사이트에는 이 같은 말이 명시돼 있다. “다만, 안전성 심사는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여 이루어지므로 제출 의견은 과학적 사실과 논리에 입각한 경우에 한하여 검토할 수 있습니다.” 내용 자체를 이해하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과학적 근거를 갖추고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그 의견이 채택될 가능성은 아예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과정은 GMO의 판매가 국내에서 승인되는 주요 절차인 동시에, 일반인이 GMO 승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핵심적인 제도적 장치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 절차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적극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미 승인돼 유통되고 있는 GMO에 대해서는 표시제의 강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필요가 있다. 표시제 시행 또는 강화에 대한 요구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이다. GMO 개발 초기부터 표시제를 채택하고 있지 않은 미국에서도 최근까지 표시제를 시행하라는 시민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문제는 지난 미국 대선 때도 중요한 이슈로 부각됐으며, 연방정부가 아니라면 주 정부 차원에서 별도로 표시제를 시행하라는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 유럽연합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엄격한 표시제를 실시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시민의 문제제기가 강력하게 정책결정 과정에 반영된 결과물이다. 한국의 표시제 강화 여부는 시민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문제제기가 이뤄질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편 수입 GMO의 생태계 유출에 대한 정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에서도 GMO 오염 사태를 주시하고 있는 듯하다. 예를 들어 국립환경원의 LMO 환경안전성센터 웹사이트의 ‘Green LMO 국민참여’ 코너에는 유출된 GMO를 발견했을 때 신고해줄 것을 당부하는 게시판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실이 얼마나 많은 농업생산자에게 알려져 있는지, 그리고 가령 자신의 옥수수 밭에서 GM 옥수수가 자란다 해도 이를 육안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물론 자신의 농지에서 의심스러운 작물이 자라고 있다면 정부는 물론 주변의 관련 단체에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보다 매년 과학적으로 유출 GMO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는 국립환경과학원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얻는 일이 중요하다. 다만 국립환경과학원이 최근 자료를 공개한 계기는 시민환경단체의 지속적인 요구에 따른 것이며, 자발적인 대국민 자료공개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GMO 정책을 모니터링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수백억 원을 들여 국산 GMO를 개발하고 상품화한 결과물을 국민에게 소비시키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면, 이에 대해 국민으로서 당연히 문제를 제기할 권리가 있다. 다만 그동안 국내에서 이 같은 시도가 거의 없었을 뿐이다.

GMO는 과학계의 지속적인 논란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선호와 무관하게 이미 우리의 식탁에서 피할 수 없는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개발 속도를 늦출 수는 없을까. 아니면 개발 방향을 바꿀 수는 없을까. 알 권리와 선택할 권리를 관철시키는 일은 물론 점차 확산되고 있는 GMO의 거대한 흐름에 근본적으로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 지혜를 모으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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