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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호]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한살림 협동운동의 실험
2016-06-03 15:11:00

* 『모심과 살림』 0호(2012)에 실린 글입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한살림 협동운동의 실험

 

조완형 (한살림연합 전무이사)

 

 

들어가며

 

한살림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생산과 소비의 경계를 뛰어넘어 서로 협동해 함께 살아가는 생명 공동체 세상을 꿈꾸며 시작되었다. 지난 26년 동안 많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에 힘입어 적잖은 조직 및 사업의 성과를 거두었고, 우리 사회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새로운 협동운동의 가능성과 지평을 열었다. 그 배경에는 돈보다는 생명의 가치를, 경제적 이윤보다는 협동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생산활동에 전념해 온 생산자들과 이들의 수고를 귀하게 여기고 함께 실천해 온 소비자들의 노력이 있었다.

 

한살림은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을 책임지고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활을 책임진다’는 슬로건에서 나타나듯 책임생산과 책임소비를 통해 도농상생의 협동사회경제 영역을 만들어가는 것을 분명한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런 한살림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참여·연대하는 도농상생의 협동사회경제 영역을 창출해낸 매우 중요한 사례로써, 국가행정시스템과 시장경제시스템의 지배를 넘어선 협동사회경제의 모습에 대해 구체적인 전망과 가능성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렇게 한살림이 제기하고 추진해온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새로운 협동운동의 성격과 내용에 대해 나름대로 정리해보고, 이어 새로운 협동운동의 수준과 단계에 대해서도 살펴보고자 한다.

 

도농상생의 한살림 협동운동의 성격과 내용

 

먼저 한살림이 일찍부터 제기하고 실천․지향해온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새로운 협동운동의 성격과 내용을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나누어 살펴본다.

 

한살림은 도농 연대형 협동운동이다

한살림은 농민운동을 기반으로 시작되었지만 전통적 농민운동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통해 농민운동의 새로운 차원을 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살림은 농민 권익을 중심으로 한 생존권 투쟁의 한계를 느끼고, 생명공동체 회복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농민운동을 제기하였다. 이런 새로운 차원의 농민운동은 ‘유기농’을 매개로 한 자연과 인간의 공생 실천, 인간과 인간의 협동 실천 그리고 농촌과 도시의 공생 실천, 생산과 소비의 협동 실천이라는 지향과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새로운 방향의 농민운동은 이후 생태환경에 대한 위기의식과 맞물려 중요한 사회적 의미를 갖게 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따른 무한경쟁과 전면개방 국면에서 대안운동으로 부각된다. 따라서 한살림은 농촌의 희생과 농업의 피해에 따른 농민생존권 투쟁에 집중하는 농민 권익 중심의 전통적 농민운동의 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차원의 농민운동이라는 정체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한살림은 전통적 생협운동(소비자협동조합)의 실천 경험과 힘을 계승하여 시작되었지만, 전통적 생협이 갖는 제약과 한계를 직시하고 새로운 차원의 생협운동을 기획하고 실천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단순히 ‘값싸고 좋은 것’만을 바라는 소비자 권익 우선의 전통적 소비자운동과 전통적 생협운동을 넘어서는 새로운 차원의 생협운동이라는 성격과 지향을 지니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대량생산·대량소비의 자본주의 사회가 지니는 공급자 중심 시스템에 대해 소비자 권리나 주권을 내건 전통적 생협의 의미와 성격을 넘어서 ‘농업’이 지니는 공공적 가치를 부각시키는 새로운 생협운동을 전개해오고 있다.

 

이처럼 한살림은 전통적 농민운동과 전통적 생협운동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분단·대립된 관계를 극복해가는 도농 연대의 새로운 협동운동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공공성을 가진다. 이것은 한살림이 유통경로 단축과 유통비용 절감이라는 경제적 의미를 뛰어넘어 직거래를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시켰음을 말해준다.

 

한살림은 도농 제휴형 협동운동이다

한살림은 유기농 직거래를 통한 가격, 품질, 안전성 등의 경제적 가치만이 아니라 시장유통에서 평가되지 않는 농촌과 도시,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성 가치를 중시한다. 이처럼 한살림은 기존 시장경제시스템의 평가 기준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항하여 독자의 가치와 의미를 가지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도농 제휴형 협동운동을 전개해왔다. 한살림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손을 맞잡고 시장경제에 지배되지 않으며 환경 부하가 높지 않은 생산양식과 생활양식을 실천하는 도농공동체운동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제휴하는 관계에서는 상호 협의를 통해 안전한 물품이 안정된 가격(시장가격과 달리 재생산 가능한 가격)에 거래됨으로써 생산자의 생계와 생활을 안정시킨다. 또한 시장 출하를 위한 불필요한 생산자의 수고와 비용, 중간유통비용이 절감됨으로써 소비자가격도 그만큼 적정하게 형성되며, 아울러 소비자에게도 안전하고 건강한 식생활을 지속적으로 보증하는 상호관계가 유지된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제휴하는 관계는 소비자의 이해와 합의가 없으면 유지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따라서 생산자가 재배관리 노력과 생산 현장 정보를 소비자에게 충분히 전달하고, 체험 활동과 일손돕기 등 다양한 도농교류 활동을 전개하는 것도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보다 넓고 깊은 관계를 형성·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소비자에게도 생산 과정 및 상황에 따른 요리법이나 보존법을 고안해내는 등 생산과 소비를 더욱 밀접하게 만드는 생활혁명이 요구된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제휴하는 관계에서는 물품의 유통비용 절감과 가격 및 품질 안정이라는 경제적 편익성뿐만 아니라 생산과 소비의 의미와 내용이 공유되면서 더욱 풍부하고 충실한 관계성의 세계가 형성되고 축적되어 간다. 경제적 합리성을 중시하는 시장경제시스템에서는 생산 현장 방문 등의 도농교류 활동이나 생산계획, 생육상황, 가격 결정 등에 관여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로, 밥상 앞에서 생산 현장과 생산자를 떠올리고 기후와 풍토를 생각하는 것은 불필요한 행위로 여겨진다. 소비를 단순히 물품만을 소비하는 과정으로만 보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산과 소비의 깊은 관계 속에서 생산과정에 포함된 의미와 내용, 생산자와의 관계까지도 소비하는 행위라고 이해한다면 더욱 풍부하고 다원적 가치를 실현시키는 생활창조적 행위가 된다.

 

한살림은 단순히 소비자 요구에 의해 규정되는 시장경제시스템으로는 온전히 이해되기 어렵다. 그보다는 ‘유기농’이라는 비경제적 가치, 즉 사용가치를 찾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자유의지’에 의해 형성되어온 자발적 시스템(voluntary system)으로 보아야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주체적 존재로서 환경과 건강,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함께 참여·연대하고 있다.

 

한살림은 도농 혼합형 협동운동이다

한살림은 생산자만의 협동이나 소비자만의 협동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협동조합을 추구한다. 한살림은 소비 과정에 한정해서 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 과정도 시야에 포함시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문제 해결을 도모한다. 사회적으로 생협은 소비자 조직으로 인식되어 있지만, 한살림은 지역의 소비자만이 아니라 생산자도 자연스럽게 지역한살림생협의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물론 조합원의 구성비에서는 소비자가 절대적으로 높지만). 이것이 한살림 조직 구성 및 운영의 특징이자 정체성이기도 하다. 소비자 조합원과 생산자 조합원 쌍방에서 대표를 선출하여 총회와 이사회를 구성한다. 따라서 한살림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같은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생산자·소비자 혼합형 또는 복합형 생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생협의 실천 모형과 사례는 국내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다.

 

앞으로 생협조직만이 아니라 농업법인이나 가공법인도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한다는 한살림의 정체성을 구현해가는 방향에서 소비자(조직)가 적극 참여하는 협동적 조직구조로 전환해 갈 필요가 있다. 즉 생산자만의 협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가 ‘협업’하는 방식으로 전환, 발전시켜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특히 높은 기술과 많은 자금을 필요로 하는 장치가공사업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현재 한살림 내에서 이런 개념과 형태로 조직 전환을 고민하고 추진하는 일부 생산법인들이 나타나고 있다(예 : 충북 괴산의 한살림축산식품 등). 그리고 생산자·소비자 혼합형 내지 복합형의 다양한 협동조합이 서서히 모색되고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법인 설립된 우리보리살림협동조합, 현재 설립 준비에 들어간 (가칭)한살림햇빛발전협동조합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리고 기존의 생협 제도 틀과는 별도로 협동조합기본법에 근거하여 지역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참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협동조합도 구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기존 지역한살림생협과는 별도로 로컬푸드 운동의 일환으로 지역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참여하는 소규모 생·소 혼합형 내지 복합형 협동조합을 생각할 수 있다. 이를 생산자와 소비자의 회원제 성격으로 운영할 수도 있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동 출자하여 지역의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로컬푸드 직판장이나 레스토랑 등으로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지역의 농업과 식품산업을 연계하는 소규모 지역식품클러스터 사업을 지역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참여하는 협동조합으로 추진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와 같이 한살림의 실천 의지와 상상력에 따라 생산자와 소비자가 같은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다양한 도농 혼합형·복합형 협동조합을 만들어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될수록 한살림은 더욱 한살립답게 될 것이고, 한살림운동의 내용도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도농상생의 한살림 협동운동의 수준과 단계

 

식생활세계의 식민지화와 먹거리 자급 실천

오늘날 우리 사회를 둘러보면 먹거리의 자급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가 되어 있고, 모든 먹거리는 저비용으로 생산 가능한 국내외 생산지에서 조달되고 있다. 게다가 공업적으로 생산된 불안전한 먹거리가 다량 유통·판매되고 있다. 이제 먹거리는 자본주의 산업구조와 경제의 세계화에 완전히 편입되어 있다. 먹거리의 상품화와 세계화가 우리의 식생활(먹거리)세계를 완전히 점령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버마스가 말한 ‘시스템과 생활세계’의 도식으로 보면, 대량생산·대량소비를 특징으로 하는 시장경제시스템과 관료제를 기반으로 하는 국가행정시스템에 의한 '생활세계의 식민지화(Kolonialisierung der Lebenswelt)'가 식생활(먹거리)에도 예외 없이 깊숙이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그림1).

 

일본의 동물학자인 오바라 히데오는 스스로 살아가는 공간을 극도의 인공환경으로 바꾸어 먹거리를 사회적 시스템 속에서 자동적으로 공급 받고 자연현상의 위협으로부터 자기를 지키면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가축’과 같다고 설명하였다. 또 그는 인간이 자기자신을 이런 가축의 상태로 몰아넣는 의식과 행동을 ‘자기가축화’라고 표현하면서 현대문명을 통렬히 비판하였다.

 

〈그림1〉 시스템에 의한 식생활세계의 식민지화 관계도

 

현재와 같은 사회에서 국가행정시스템과 시장경제시스템이 지배하는 ‘식생활(먹거리)세계의 식민지화’에서 벗어나 먹거리의 자급을 개인적으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생산자와 소비자가 연대하고 다양한 지역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먹거리 자급의 진가가 발휘될 수 있다. 먹거리 자급을 지향하는 삶은 먹거리 전체를 스스로 생산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살림의 실천 사례에서 보듯이 생산자와 소비자가 신뢰 관계 속에서 대리인(조직)으로부터 구입하는 것, 지역 내에서 교환을 통해 지역 내 자급을 실천하는 것 등 단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먹거리 자급을 지향하는 삶의 단계

아래의 〈그림2〉는 먹거리 자급을 지향하는 삶의 전체상을 나타내고 있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먹거리 자급 단계는 시스템 의존 단계, (직)거래 단계, 제휴 단계, 혼합 단계 등으로 점진적으로 높아져 간다.

 

첫째, 시스템 의존 단계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분리·분단된 시장경제시스템이 작동하는 수준이다. 이 단계는 대량으로 생산되는 먹거리가 복잡한 유통경로를 거쳐 식품매장을 통해 빠르게, 값싸게, 편리하게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관계로서 그야말로 일방통행이다. 이 단계는 시장경제시스템이 그대로 작동되고 있는 수준을 의미한다. 이 단계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잘 보이지 않는 관계의 수준으로 철저히 분리되고 분단되어 있다. 백화점과 할인점 등의 대형식품매장, 전문식품점이나 수퍼마켓, 농협 하나로클럽과 하나로마트 등 일반소매유통 영역이 대부분 여기에 해당된다.

 

둘째, (직)거래 단계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를 통해 경제적 유리성을 실현하는 수준이다. 이 단계에서는 수동적 소비자가 아니라 주체적 소비자로서 대리인(조직)을 통한 의식적인 먹거리 선택과 이용이 이루어진다. 이 단계는 단순히 먹거리를 직접 거래하는 관계의 수준으로 유통경로 단축과 유통비용 절감을 통해 적정가격이 형성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경제적 유리성이 실현된다. 아직 조직화, 규모화되지 못한 생산자와 소비자가 대면관계를 가지고 직접 배송하거나 택배를 통해, 또는 종교·사회단체의 계절 행사 등 일회성 판매를 통해 직거래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또 단순히 먹거리 직거래에 머물러 있는 생협조직도 여기에 해당된다. 이 단계는 소비자의 요구에 의해 생산되는 것이 아니므로 생산자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먹거리의 사용가치 등에 대해 홍보부터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셋째, 제휴 단계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교류·결합하는 수준이다. 이 단계에서는 단순히 먹거리를 직접 거래하는 관계를 넘어 다양하고 다면적인 교류활동을 전개함으로써 얼굴과 얼굴이 보이는 관계가 형성된다. 이 단계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결합·제휴하는 관계로, 시장유통에서 평가되지 않는 상호 교류와 신뢰를 통해 생산자는 농업을 안정적으로 계속하고 소비자는 안심하고 생산물을 구입하는 관계를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호 협의하여 생산계획량, 즉 공급예정량을 확정하고 이에 기초하여 생산자는 책임생산, 소비자는 책임인수하는 거래관계를 말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대표적인 영역이 생산자와 소비자의 조직화, 생산자와 소비자의 지속적인 관계 형성을 토대로 하는 한살림을 비롯한 생협조직이다.

 

넷째, 혼합 단계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협업하는 관계가 형성되는 수준이다. 이 단계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하나의 주체로서 협업하는 지속가능한 순환이 생겨난다. 여기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이면서 소비자로, 소비자이면서 생산자로 존재하게 된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구성원으로 참여해 공동 출자, 운영하는 하나의 조직 내에서 자기완결성을 가지고 직접 거래하고 다면적으로 교류하는 단계로, 조직 내에서 먹거리 자치가 이루어지는, 다시 말해 조직 내에서 먹거리 생산․소비가 완결적으로 이루어지는 먹거리 자급 단계를 말한다.

 

프로슈머 개념에 의한 먹거리 자급단계 향상

이처럼 먹거리 자급을 지향하는 삶은 자급경제와 의존경제의 관계 속에서 단계적으로 실현해 갈 수 있다. 우선 가까이서 실천할 수 있는 먹거리 자급에서 시작하여 그 단계를 점점 높여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생산과 소비가 일체화된 새로운 주체의 등장을 내다보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조합하여 프로슈머(생산소비자)라고 불렀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제휴 단계와 혼합 단계에서는 그 내용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런 프로슈머의 개념이 깊이 들어오게 된다.

 

그렇다면 현재 한살림은 어느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을까? 물론 지역이나 조직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마 (직)거래 단계를 지나 제휴 단계를 향해 가고 있지 않을까 싶다. 아쉽게도 현실적으로 제휴 단계보다는 (직)거래 단계에 머물러 있는 지역이나 조직도 적지 않은 듯하다. 앞서 언급한 도농상생의 한살림 협동운동이 전개되기 위해서는 (직)거래 단계를 벗어나 제휴 단계로 진전되어야 한다. 이것을 한살림 운동과 정책의 핵심과제로 삼아야 한다. 또 부분적이지만 지역을 무대로 한 지역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혼합되는 먹거리 자급 시스템을 실험, 구축해 갈 필요가 있다. 이렇게 먹거리 자급 단계가 ‘(직)거래 단계→제휴 단계→혼합 단계’로 업그레이드되어 갈수록 한살림의 특성과 정체성도 그만큼 잘 드러나게 된다.

 

한살림에 참여하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가치체계가 프로슈머로 나아갈수록, 또 먹거리 자급의 단계가 높아질수록 국가주의나 영리주의 논리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한살림은 국가행정시스템과 시장경제시스템의 지배에서 벗어나 더욱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살림 운동 및 정책의 도달점인 밥상살림·농업살림·생명살림의 세상도 더욱 앞당겨지게 된다.

 

프로슈머는 국가행정시스템과 시장경제시스템에 편입된 소비자와 생산자에 대치되는 개념이다. 프로슈머의 행동원리는 화폐에 의한 교환가치가 아니라 생명의 재생산을 중심에 두는 생명가치, 사용가치가 작동하는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라는 존재에서 프로슈머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내발적으로 이루어지는 한살림운동이 안팎으로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한살림은 ‘식생활세계의 식민지화’에 대한 대항운동으로서 프로슈머에 의한 먹거리 자급단계를 점진적으로 높여가는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이는 한살림이 생산자와 소비자가 연대․제휴하고 혼합되는 새로운 협동운동을 제기하고 전개해온 것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그림2〉 먹거리 자급을 지향하는 삶의 전체상

 

 

 

나오며

 

지난 26년에 걸쳐 생산과 소비의 대립관계를 상생․협동의 원리로 극복하면서 스스로의 힘으로 협동사회경제의 영역을 구축해온 한살림의 실천 경험은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한살림의 조직 및 사업 확대는 협동사회경제의 활동영역이 그만큼 확장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특히 생산자와 소비자가 연대, 제휴, 협동하는 운동은 협동사회경제의 저변을 형성하는 데 기여해 왔다.

 

한살림운동의 매개였던 유기농 먹거리는 이제 일반 시장에서도 보편화되어 가고 있다. 더욱이 최근 세계적인 경제 불안정과 저성장 상태의 장기화 가능성, 국내 경기침체 지속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현상 등으로 한살림의 조직 및 사업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이런 사회경제적 환경 속에서도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참여하고 연대하는 한살림 협동운동의 정체성과 특성을 잘 유지·발전시켜 나간다면 한살림의 성장과 발전은 지속적으로 보장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이러한 한살림 협동운동의 정체성과 특성을 잘 간직하고 구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사회적 대항력을 갖는 방법이다. 이것이 바로 미래의 한살림 협동운동을 준비하는 길이기도 하다. 또 그만큼 우리 농업과 먹거리, 우리 삶의 미래도 밝아질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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