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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호] 일본 생협의 위기 대응을 둘러싼 이론적 고찰
2016-06-03 16:17:00

* 『모심과 살림』 0호(2012)에 실린 글입니다.

일본 생협의 위기 대응을 둘러싼 이론적 고찰

- 세 가지 갈래 : 원리론 ․ 기능론 ․ 경영분화론

 

강내영 (모심과살림연구소 초빙연구원)

 

 

들어가며

 

전후(戰後) 일본 경제가 새로운 단계로 향하고 있음을 유통업체 인사 가운데 가장 빨리 간파한 인물이 이토요카도(IY) 그룹의 이토우 명예회장이다. 1968년 수퍼마켓 ‘이토요카도’는 고객을 끌기 위한 ‘미끼상품’이 무리하게 가격을 낮춰도 팔리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된다. 유통업계는 일회성 현상이라고 치부했지만 이토우는 이를 주시하면서 ‘공급 부족의 시대’가 끝났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히트상품과 재고상품을 구분해 재고를 관리하는 경영 근대화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계열사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을 통해 상당한 수익을 얻게 된다.

 

이처럼 유통그룹이 대량으로 싸게 파는 구조와 방식에서 대전환을 모색하는 시기에, 일본 생협은 ‘단품집결형’, 즉 대량유통을 통한 낮은 가격 구조에 의한 성장방식을 채택하고, 버블경제에 편승하여 점포확장에 집중 투자하였다. 이는 앞으로 생협이 나가야 할 방향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1990년대의 생협 : ‘거대화’ 의한 경영기반의 확립

일본의 생협은 1980년대에서 1990년대에 걸쳐 엄청난 성장을 이루어내면서 경제사업을 담당하는 사회적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1960년대에서 1970년대만 해도 미디어는 생협을 소비자운동의 기수로 취급하였지만, 이제는 사회면에서 떨어져 나와 경제면에 보도될 정도로 위상이 변화하였다.

 

표1> 일본생협의 년도별 추이

년도

1990

1991

1992

1993

1994

1995

1996

1997

1998

1999

생협수

658

670

663

649

652

647

646

641

637

627

조합원수

(만명)

1,410

1,542

1,625

1,729

1,801

1,863

1,925

1,969

2,063

2,081

조합원출자금(억엔)

2,404

2,740

3,152

3,508

3,834

4,130

4,355

4,479

4,667

4,843

총사업액

(억엔)

27,772

30,371

31,587

32,650

32,238

32,739

33,629

33,581

33,870

33,323

 

 

경제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보이던 생협의 조합원 가입 수는 증가 추세를 지속하지만 1991년도 이후로는 총 사업액이 보합상태로 돌아선다. 이는 생협에서 구입하는 상품·서비스가 조합원에 의해 선별됨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출자금이 높은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생협경영의 어려움에 대한 조합원들의 지원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쿠리모토(栗本, 2006)는 “일본형 생협의 특징을 부분적으로 승계하면서 새로운 단계에 돌입”하고 있는 일본의 생협에 있어, 변화의 트렌드를 ‘거대화’와 ‘개별대응’으로 보고 있다. 개별 생협들은 두 갈래 길에서, 한쪽은 점포사업의 확장을, 그리고 다른 한쪽은 개별배송을 도입한다. 전자는 체인스토어 이론에 근거하여 대규모 슈퍼마켓 수준의 면적과 상품진열에 의한 경쟁에 대응하는 노선이며, 결과적으로 이를 따른 많은 생협이 경영 위기에 몰리고 있다. 후자를 선택한 생협은 순조롭게 사업을 확대해 간다. 이는 지금까지의 반별 예약 공동구입에서 1인이라도 예약공동구입을 이용하는 시스템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는 개별배송의 엄청난 증가를 가져오면서 생협이 당면의 위기를 벗어나는 계기가 되지만 생협이 목표로 하는 반별 예약과 공동구입을 해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그래프1> 반 수·반 가입율·반 조합원 수의 추이

 

이처럼 사업 면에서의 성공과는 반대로 협동을 근본으로 하는 생협은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첫째로, 조합원 수가 늘어남에 따라 협동조합과 조합원의 거리가 멀어지고 조합의 일체성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 두 번째는, 그것에 동반하여 사업 외 측면, 특히 사회운동 측면이 악화되는 점이다.

 

생협이 사업의 규모화나 합병에 의해 거대화하는 것은 곧 슈퍼마켓 형태에 근접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소비자가 ‘구조화된 시장’에서 제약된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되고, 소비에 있어 객체 이상은 될 수 없음을 뜻한다. 따라서 쿠리모토는 생협이 시장에 의해서만 영향을 받는 데 한정되지 말고 소비자가 주체적으로 선택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 생협론의 이론적 검토

 

일본의 버블 경제가 무너지면서 일본사회는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진다. 그리고 버블경제에 편승해 무리한 투자를 한 생협 또한 총체적 위기에 빠진 채로 2000년대를 맞이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향후 일본 생협이 목표로 해야 할 길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생협의 새로운 상을 모색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그 내용은 각각 <원리론>, <경영론>, <기능분화론> 등으로 제기되고 있는데 그 논의 내용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원리론적 생협론

 

생협이라는 조직의 존립에 관한 사상적인 관점에서 생협이 추구해야 하는 것을 읽어내고자 하는 이론이다. ‘새로운 협동’이나 ‘주체 형성’ 등 비교적 추상도가 높은 논의가 전개된다. 따라서 구체적인 사례에 따른 개선 제안이라기보다는 생협에 대한 원리원칙론으로써의 이론 전개로 볼 수 있다. 여기서 목표로 하는 것은 각각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총체적으로는 ‘원점으로의 회귀’ 또는 ‘원점의 재구축’이다. 현재 생협은 생협의 ‘원점’으로부터 일탈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학자는 노무라(野村, 2001)였다. 그의 이론은 생협이 ‘공급부족의 시대’에 탄생한 것을 중요하게 짚으며, ‘공급과잉 시대’에 생협이 대규모 유통업과 같은 방법으로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을 비판한다. 그는 ‘원점회귀’의 입장에서 틈새 산업으로부터 처음 출발한 생협이 다시 출발 지점에 대한 자기 확인이 필요함을 제안한다.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의 생협은 탄생에 있어 공통의 역사를 가진다. 구체적으로 생산자·판매자(공급측)의 강한 지배력에 대항하기 위해 생활재를 구매하는 소비자(노동시민)를 조직함으로써 탄생했으며, 공급부족이라는 경제구조 안에서 소비자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조직되어 왔다.

 

제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이후 일본사회에서는 먹을거리를 비롯한 전반적인 물자 부족이라는 시대적 배경 하에 1960년대의 고도 경제성장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동반하면서 정착했다. 지역 구매생협은 이러한 시대의 산물이었다. 새롭게 생겨난 생협 가운데 동북·홋카이도의 생협은 겨울이 매서운 기후조건 탓에 점포형의 업태를 취했지만, 관동지역의 많은 생협은 초기투자가 적은 공동구입형으로 출발했다. 어느 쪽이든 단품결집형의 상품정책을 토대로 대량구매의 장점에 따른 저렴한 가격의 실현을 추구한다. 모두가 협동한다면 싸게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캐치프레이즈는 그 당시 주부조합원의 마음에 강렬하게 인식되었다. 협동의 고리를 넓힘으로써 ‘보다 좋은 상품을 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운동 슬로건은 생협을 소비자운동의 중심축으로 길러낸다. 그러나 틈새사업으로 출발해 성장을 이루어 온 생협은 80년대 유통시장의 대변화 속에서도 작은 성공을 과신하며 버블경제에 편승하게 된다. 그리하여 뒤늦게 점포경쟁에 뛰어든 이후에는 후발주자라는 초조함으로 인해 불량·과잉 투자를 무모하게 확대하는 노선을 채택하게 되었다.

 

공급과잉 시대의 생협은 조합원으로부터 일정한 신뢰를 획득해 가며 공급업자로서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부여 받았다. 이를 다른 측면에서 보면, 고객만족을 둘러싼 시장의 경합 속에서 생협이 생활소비재의 보급 형태에 대해 방심할 경우 언제든 스스로의 존재의의를 잃어버릴 위험에 놓이게 됨을 의미한다. 공급업자들의 틈새에서 사업을 시작한 생협은 소비자를 조직한 사업체이지, 생산력을 소유한 곳은 아니다. 경제학적 측면에서 생협의 지위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협동을 사업으로 매개하는 곳이다. 그러므로 생협이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하고 생산자에게 그 정보를 잘 전달할 때 생협의 존재 의의는 인정받는다.

 

조합원 조직이 민주적 기관운영에 의해 활성화되고, 조합원 확대가 계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공급 측으로서는 생협과의 거래가 필수불가결하고, 생협의 존재가치도 사회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그것은 직원들이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서 실현이 가능하다. 생활재와 일상의 필요서비스를 전부 사업화 하는 것이 아니라 ‘틈새사업’이라는 원점으로 돌아가서, 공급 측의 틈새, 즉 소비자의 요구가 충분히 실현되지 않는 분야를 특화하여 자신의 몸집에 맞게 구체화해 나가는 것이다. 생협이 품질관리의 리스크가 높은 분야를 주요한 사업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그러한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장애인이나 노인의 복지 수요도 종전의 사업방식으로는 채산성이 맞지 않는 분야이다. 틈새 사업은 이러한 분야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로써 조합원의 참여를 조직하는 것이 가능하고, 조합원의 자발적 참여 속에서 채산성을 유지할 가능성도 생겨난다. 이러한 모든 조건-생협의 역사, 조합원 조직의 성숙도, 직원의 전문적 숙련도 등의-의 정밀한 분석을 통해 전술적 사업계획을 구체화하고 몸집에 맞는 현실적 단기계획을 장기계획 안에 신속하게 전개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소비와 생산의 협동을 매개로 하는 사업에서 소비자의 권리를 주장하고 유지하는 것은 거래의 공정성을 실현하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공급 측의 자유경쟁에 의해 무정부적인 거래의 공정함을 보장하려고 해왔지만, 자유경쟁이 자유로움이 아니라 강자 지배의 수단으로 변화된 시대로 들어선 오늘날, 생협의 사회적 존재가치는 시민사회 안에서 끊임없이 인지되어 왔다. 협동조합의 자치능력이란 이러한 셀프체크(self-check) 시스템에 의한 운영이고, 그것은 더욱 단순하고 알기 쉬운 기본적 가치인 신뢰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며, 사회적으로 수용됨으로써 지지받고 있다. 조합원의 신뢰가 없어지면 협동조합의 존재 의미 또한 동시에 사라지게 된다.

 

이어서 ‘원점회귀’를 강조하는 또 하나의 논의 중 가장 급진적인 입장으로 평가받는 다나카(田中, 1998;2000;2006)의 생협론을 소개한다.

 

일본의 생협·협동조합을 둘러싼 두 가지 대립적인 견해가 있다. 먼저 ‘협동조합주의’의 주장으로 협동조합은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별개의 원리에 서서 협동조합의 영향력 확대에 의해 자본주의를 변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의 반대 입장, 즉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협동조합은 별개의 원리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은, 협동조합이 그 영향력 확대에 의해 자본주의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며 자본주의는 계급투쟁의 확대로 변혁이 가능하고 협동조합은 그 일부분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다나카는 「협동조합주의」의 입장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다나카의 생협론은 소비자로부터 출발한다. 소비자는 ‘상품교환의 말단을 담당하는 자로서, 구매자인 동시에 상품을 교환하는, 평등과 자유라는 근대적 인격’을 가진다. 또한 임금노동자라고 할 때는 자유로운 노동자라는 것이 출발점이다. ‘자유’란 노동력 상품의 소유자로서 ‘자유로운 인격’이지만, 생산과 생활수단에서는 분리된 자유라는 점에서 이중적인 의미를 가진다. 이는 생활수단이 상품으로 나타나고, 상품을 소비하는 생활의 윤택함이라는 것은 상품 소유의 윤택함이 되고, 상품 소유가 생활수단과 결합하는 경향을 보인다. ‘가지는 것’을 수단으로 하는 상품소비적 생활양식은 ‘개인주의적 생활양식’으로 특징지어진다. 이러한 소비자로서의 개인주의적 생활은 ‘개별’의 발달을 촉진시키고, 동시에 모든 개인을 개별화·고립화시켜 물상적 세계를 점차 넓혀나가면 소비자가 ‘사적 생활’을 유지하는 한 그 격차는 확대된다.

 

결국 현대사회는 상품교환 세계의 확대와 심화(자본주의의 발전)에 의해 소비자의 고립화가 진행되어, 상품세계는 물상적 세계로써 모든 개인에게 외적으로 대립한다. 그리고 물상화(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물건과 물건과의 관계로 표현됨)를 제한하는 인격적 제관계를 조직적으로 편성하는 ‘생활주체’를 형성함으로써 사회변혁을 일구어 낸다. 생협은 그러한 직접적인 인격적 제관계를 연결하는 조직(인격적 결합체), 즉 협동조합의 하나로 위치한다. 따라서 생협을 하나의 장으로 형성된 인격적 결합체 또는 협동조합으로 보고, 상품교환 사회 또는 자본주의의 발전이라는 것은 ‘별개의 원리’로 대치하면서 사회변혁의 전망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2. 경영론적 현대생협론

 

2000년 1월 일본생협정책토론회에서는 ‘현재의 생협위기를 어떻게 경영적으로 타개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이 주요한 주제였다. 그 자리에서 실적이 우수하여 ’우량생협‘으로 분류되던 단협 간부들은 입을 모아 ’인건비 절감‘을 선언하게 되고 ’구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임금 삭감, 외부 위탁의 절감, 그리고 대량 해고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에 대해 쿠레마츠(榑松, 2001)는 “과연 이러한 방식으로 생협운동이 재생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일본 생협운동의 3가지 위기-경영, 조직·운동, 신뢰의 위기-를 만들어낸 배경으로 지시와 점검에 의존한 조직 운영의 ‘관료화‘를 지적한다. 특히 90년대 생협은 ’사업활동을 통해 조합원의 요구에 대응하는’ 것이 주요 임무가 되면서 효율성과 민주주의를 대립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일반적이어서 생협의 ‘기업화’가 진행되면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관료화’가 진행되었다고 본다. 이에 생협운동의 존재의의와 21세기 조직의 자세로서 ‘지시·명령의 조직으로부터 모두가 공감하며 참가하는 조직 운동‘의 이론을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 중심축은 민주주의와 커뮤니케이션이며 이를 확립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그 세 가지 요건 중 하나는 “개인을 존중하는 민주적인 조직”이다. 지금까지는 생협의 매니지먼트 수준이 낮다는 것을 문제시 해왔지만, 지금은 매니지먼트의 의미 자체가 크게 변화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민주주의의 발전과 시민사회의 변화 등 현대사회가 ‘통제’에서 ‘공감’으로 변화하고 있다. 여기서 자기혁신을 할 수 없는 조직은 현대사회가 요청하는 민주주의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변화하는 리더십”이다. 생협이 항상 활력 있게 운동을 계속 하기 위해서는 리더십이 불가결하다. 공통의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모두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때로는 운동을 이끌며 모두의 참가를 이끌어내는 리더가 필요하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의 리더십은 특정한 사람이 조직의 리더가 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모두의 바람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그때마다 적절한 ‘운동의 리더’를 선출하여 지원하는 리더가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이용과 참여”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의 ‘반’ 구조를 정확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본래의 ‘반’은 흩어져 있던 소비자를 하나로 연결하는 기능을 함으로써 작은 생협이 큰 힘을 발휘하게 하였다. 특히 ‘공동구입의 반’은 이용과 참여를 일체시킨 뛰어난 조직이었지만 현재는 이용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이용하지 않는 조합원은 불필요한 조합원이 되어버렸다. 그러므로 ‘반’은 공동구입의 ‘이용반’이라는 역할에서 좀 더 확대되어 ‘지역반’으로서 생활에 필요한 조직이 되어야 한다. 생협에는 ‘이용’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조합원들도 함께 하는 ‘참여’의 방법을 확립하기 위해 현대적인 기술 방법들을 도입하여 ‘혐동조합 전략’을 세우고, 조합원들의 생활실태조사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금까지 점포관리나 노무관리의 방법에는 열심이었지만 정작 중요한 조합원들의 욕구조사에 관해서는 극도로 불충분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새로운 시대에 요청되는 매니지먼트로써 ‘정보 공유형’ 커뮤니케이션을 들 수 있는데, 기존의 생협조직(수직형)에서는 정보가 상하 일방통행으로 전달되어 서로 간 대화는 필요치 않았다. 그러한 관료조직에서는 리더가 외부의 정보를 독점하고 의사결정을 맡아 해 왔다. 최근에 들어서면서는 중간 매니지먼트에 권한이 주어지고 현장 매니지먼트로부터의 의견수렴도 중요시되고 있으나 의견수렴 활동은 위로 갈수록 듣기만 하는 것에서 끝나는 경향이 있다. 평가나 경쟁의 도입에 의해 상층부에는 성공사례만이 보고되고 다른 직장의 실패 사례를 공유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결국 수직형의 커뮤니케이션은 대표가 현장의 소리를 직접 수렴하는 구조로의 개선이 어렵고 조직은 변화되지 않는다.

 

반면 ‘정보공유형’은 매니지먼트의 기본인 정보의 공유가 가능하다. 먼저 실패사례를 공유함으로써 담당자가 자신들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자신이 느끼는 것을 조합원들 속에서 전달하고 공감이 넓어진다. 조직 전체도 정보의 공유를 중시함으로써 불필요한 계층조직을 줄이게 된다. 자연히 관료적인 중간층은 불필요하게 된다. 21세기 생협을 향해 가면서 새로운 조직문화의 개혁을 통해 지역에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로 자기매김하는 것이 결국 생협의 재건을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영론이라고 생각된다.

 

그림1> 신형 커뮤니케이션의 가설

 

 

다음으로 생협이 공동체 조직에서 개방성 있는 조직으로 질적 전환을 요구받고 있으며 그러한 과정에서 노동이 어떻게 재구축되어야 하는가를 서술한 카미야마(神山 2001)의 생협론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보다 나은 생활, 보다 좋은 사회’가 생협의 궁극적 목표이며 존재 의의라면 현대사회의 환경변화에 적응하면서 환경 그 자체를 좋은 방향으로 변혁해가는 것이야말로 생협의 사명이 된다. 이 입장에서 본다면 원리적으로는 환경과 자체 조직의 끊임없는 변혁이야말로 협동조합시스템의 유전자에 담겨 있는 특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생협의 사업시스템에 있어 ‘시장적 성격’으로의 변혁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먼저, 초창기의 공동구입조직은 주부가 직접 구매와 판매활동을 실행하는 조직으로서 ‘구매협동모델’의 형태라고 말한다. 그러나 조합원이 증가하는 과정에서 ‘이용만 하는 것도 활동’이라고 조합원의 성격이 정리되면서 전담자(직원)들이 구매대리사업의 담당자로 전면에 나서게 되는 ‘구매대리모델’의 성격이 강화되어 간다. 이는 협동조합 조직이 클로즈시스템(공동체적)에서 고객조직, 오픈시스템(시장적)으로 전환해 가고 있음을 뜻한다.

 

또한 공동구입과 점포라는 두 가지 업태의 확장이라는 발상에서, 양자를 ‘생협다움’으로 총화·발전시키는 ‘생활협동센터’ 만들기가 전략과제로 제시되기도 한다. 공동구입의 ‘개혁 = 시스템화’라는 도식의 귀결이라기보다는 공동구입에서 상품의 단품집중 형태가 생활 전반으로 볼 때는 일부만의 공급이라는 한계를 내포하고 있으며, 상품의 폭을 좁히면서 결과적으로 참가하는 층을 한정시키고 있는 데 대한 한계를 인식한 것이다.

 

세 번째로, 사업시스템에 정보기술(예: OCR주문, IC집계카드, 이용대금의 자동이체 등)의 도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마지막으로, 사업시스템의 구성요소로서 ‘사람’의 문제를 살펴보자면 ‘생협노동’이 있다. 생협노동이란 ‘생협의 조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과제나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으로 규정하는데 여기에는 고용관계나 계약관계의 여부는 관련되지 않는다. 따라서 전담자도 정규고용 직원으로만 한정하지 않는다. 생협조직은 ‘협동조합’, ‘운동체’, ‘기업체’라는 3개의 다른 조직적 특성을 내포하고 있다. 사업시스템으로 볼 때 조직행동은 각각의 특성을 가진 동기들이 상호작용하는 것이다. 이것을 다이나믹하게 총합하는 것이 조직의 목적이자 사회적 사명이며, 이때 이질적인 세 요소가 균형을 잡고 조정하면서 상생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생협 고유의 과제로써 ‘전문노동 = 협의의 생협노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림2> 생협의 고유의 기능과 역할(CME)

 

 

 

이상의 검토를 전제로 새로운 생협 모델은, 개별 이용자의 문제를 여러 가지 자원을 이용해 전심전력으로 해결하는 시스템이다. 이 모델에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과 네트워크의 핵으로서 위치를 특화해가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

 

3. 기능분화론적 현대생협론 (사업과 운동의 분리에 근거하여)

 

이 이론은 생협을 모체로 전개된 여러 활동들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데, 생활클럽 생협을 모태로 한 여러 형태의 워커즈컬렉티브 등이 그러한 예이다. ‘생협 조합원들의 자주적 활동과 모체인 생협과의 위치에 대해 어떤 형태로 관계를 정리할까’라는 것이 초점 가운데 하나이다. 이 입장이 강조하는 것은 지금까지 당연시 되어 온 ‘생협운동 = 사회운동 = 「생협은 사업과 운동이 양립(아니면 혼재)하는 조직」’ 이라는 도식 대신에 ‘생협 = 사업·제활동 = 운동’, 즉 경영과 운동을 분리하는 것으로, 앞서 소개한 <원리론적 생협>의 입장과는 대립적인 관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입장은 오늘날 생협 섹터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집중화와 개별배송의 확대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적극적으로 평가한다. 수도권 생협(동도생활협동조합, 수도권 코프 사업연합, 동경 마이코프, 동경도 생활협동조합연합회)의 공동출자로 설립된 물류회사 ㈜코프・아이의 니시즈카 사장은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현재 수도권 코프의 현상에서 21세기형 사업시스템의 싹이 움트는 것을 볼 수 있다. 회원생협은 사업의 70%를 연합회에 위탁하고, 단협 기능은 다른 생협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조합원에 의해 스스로 운영되고 있다.” 다시 말해 조합원이 넓은 의미에서 생협의 기획부분(상품개발이나 조합원 제활동의 기획 등)을 담당하고, 직원은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에만 전념하는 식의 역할분담이다. 조합원이 자치· 자주관리 해야 할 범위를 명확하게 구분지음으로써 조합원의 부담을 ‘적정화’하는 것이 목적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입장은 소비와 관련된 것 이외에 생협의 역할을 중요시하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오늘날 생협이란 먹을거리를 중심으로 하는 단순한 생활필수품만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여러가지 재화나 서비스(특히 복지서비스)의 공급을 반드시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공급에 있어서도 여러 면에서 배려가 이루어져야 함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마디로 ‘사회적 공정’을 지향한다. 구체적으로 안전·안심을 기본으로 하면서 넒은 의미에서 사회적 약자의 구제·지구 환경보호·커뮤니티 형성 등에 관한 의식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복지를 중심으로 하는 사업의 예를 들면 워커즈 컬렉티브와 같은 형태로 전개되고 노동의 대가는 상호부조 활동과 같이 일종의 유상 볼런티어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 외에도 생협을 기반으로 한 서클 활동 등도 존재한다. 이러한 사업이나 활동은 생협에서 상대적으로 자립적인 존재로 위치지어 있으면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상호의존적인 관계인 것도 사실이다. 생협의 역할은 상호의존의 정도를 극소화하고, 자립의 정도를 극대화함으로써 조합원, 나아가서는 시민의 자치·자주관리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에 있다.

 

 

끝내며

 

지금까지 <21세기 생협론>에 관하여 3가지 관점에서 검토를 하였다. 이를 통해 생협에 있어 개혁이 필요하다는 인식, 그리고 생협의 방향성에서는 서로 일치하고 있지만 그 방법론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원리론>및 일부의 <경영론>에서는 기본적으로 생협이 구매와 사회운동에서 하나의 조직이라는 기존 인식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보이지만, <경영론>의 일부와 <기능분화론>에서는 이러한 기존 생협론 인식으로부터 전환이 요구된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생협 진영에서도 생협의 방향성에 관해 유사한 논의들이 계속되고 있다고 본다. 보다 더 협동조합의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운동성과 사업성을 분리해 생각하고 활동하자는 주장도 있다. 사업적 측면에서도 규모화와 대형화를 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기존의 유통 시스템과의 경쟁체제가 아닌 틈새를 공략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이 글에서는 위의 주장들이 일본에서 어떤 배경과 형태로 드러나고 있는지를 검토했다. 이를 참고로 한국 생협의 방향성에 대해 보다 객관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참고문헌

아소 미유키 麻生幸,2006,「경영조직론에서 본 생협」, 현대생협론편집위원회편,『현대생협론의 탐구<이론편>』코프 출판,pp.157-174.

우에다 카즈히로 植田和弘,2006,「환경문제와 협동조합」, 현대생협론편집위원회편,『현대생협론의 탐구<이론편>』코프 출판,pp.295-311.

우에노 치즈코 上野千鶴子,2006,「생협의 젠더분석」, 현대생협론편집위원회편,『현대생협론의 탐구<이론편>』코프 출판,pp.111-149.

우치하시 카츠토 内橋克人,1995,『공생의 대지 새로운 경제가 시작된다』이와나미 신서.

쿠리모토 아키라 栗本昭編,2006,『21세기 신협동조합 선언<신역판> 일본과 세계의 생협 그 10년의 실천』코프 출판.

쿠레마츠 사이치 榑松佐一,2001,「21세기 생협의 새로운 전략과 이론을」,노무라 ・카와노 유키코 河野雪子,2007,「새로운 조합원 참여를 목표로 미야기 생협의 조합원활동 중기계획에서 돌아본다」『생활협동조합연구소』382:26-31.

다나카 히데키 田中秀樹,2006,「생활주체형성과 생협운동」,현대생협론편집위원회편,『현대생협론의 탐구와 <이론편>』코프출판,pp.85-107.

나카가와 유이치로 中川雄一郎編,2000,『생협은 21세기에 살아남기 위해 커뮤니티와 복지사회를 위하여』오츠키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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