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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 스위스 소매유통의 두 거대 소비자협동조합 코프 ·미그로
2016-06-30 16:43:00

* <모심과 살림> 2호(2013년 겨울)에 실린 글입니다. 

스위스 소매유통의 두 거대 소비자협동조합

코프 ·미그로

 

글·사진 우미숙 (前 한살림성남용인 이사장)

 

 

스위스 소비자협동조합 코프 COOP와 미그로 MIGROS 1)를 방문한 건, 2013년 10월 초순에 있었던 한살림연합 해외연수 때였다. 미그로는 스위스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철수한 미국의 거대 슈퍼마켓 까르푸를 인수한 사건으로 조금 알려져 있었지만, 코프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방문을 잘 맞이하지 않은 탓인지 우리에게 조금 생소한 곳이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한살림이 한국 유기농업의 역사와 함께해왔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친환경 생산물을 서로 나누는 생활협동조합이 라는 점에 관심을 가지고 연수팀을 맞아주었다.

 

코프, 미그로와 만나는 시간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만큼 충분하지 않았지만, 연수팀에 준 인상은 강렬했다. 유럽의 소비자협동조합, 특히 스위스 소비자협동조합은 우리나라 생활협동조합과 유사하면서도 그들 나름의 독창적인 면을 가지고 있어 소비자협동조합의 세계적인 흐름과 나라별 특성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두 협동조합 관계자들을 만나 그들의 역사와 사업 규모, 조직 운영에 관한 소개를 듣고, 직접 소매점을 찾아 물품들을 살펴보았다. 짧은 기간에 접한 경험이지만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국가 자존감이 강한 나라 스위스,

지역에 뿌리내린 소비자협동조합

 

초록 빛깔 넓고 비탈진 들판에 자리한 처마 넓은 지붕의 농가 주택. 띄엄띄엄 한두 마리 소가 풀을 뜯고 있는 모습. 유럽풍의 서양화나 사진의 한 장면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순간 사람들 입에서는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그런데 그 감탄사가 놀라움의 탄성으로 바뀌는 때가 있다. 슈퍼마켓에서 물건의 가격을 보는 순간이다.

 

스위스는 유럽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나라다. 이탈리아 코프에서 구입한 같은 브랜드의 와인을 스위스 코프에서는 두 배 값에 사야 한다. 그것도 유로화가 아닌 스위스프랑 2)으로 지불한다. 스위스는 유럽연합 (EU)에 가입하지 않은 영세중립국이다. 중립국이라는 장점을 놓치고 싶지 않아 한다는 점과 26개 주의 권력분점 체제로써 직접민주주의 전통을 고집한다는 점에서 스위스가 중앙집권적인 유럽연합과 함께 가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전반적으로 반유럽연합 정서가 강한 편이라 2001년 유럽연합 가입에 대한 의견을 묻는 국민투표에서 71%가 반대했고, 2005년 최종 결정을 앞두고 실시한 국민투표에서도 압도적인 표차로 유럽연합 가입안이 부결되었다.

 

초원이 발달해 있고 물가가 비싼 나라. 유럽에서 국가 자존감이 가장 강한 나라. 네 개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 3). 국가 정책을 국민에게 직접 물어 답을 얻는 직접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 거기에 전국 소매유통 시장의 36.7%를 차지하는 두 개의 거대 소비자협동조합이 있는 나라가 스위스다.

 

코프와 미그로는 스위스의 대표적인 소비자협동조합으로 규모와 경제적 영향력에서 선두를 다투는 거대 협동조합이다. 스위스 여행객들의 호주머니에 코프와 미그로의 영수증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마을이나 도심, 고속도로 휴게소 어디서든 이 두 소비자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매장을 만날 수 있다. 소매점뿐 아니라 식당, 편의점, 은행, 호텔, 주유소, 백화점, 스낵바, 전자제품 매장, 문구점 등 먹을거리와 생활용품을 구하는 곳, 생활 편의를 위한 모든 곳에 코프와 미그로가 있다.

 

시장 점유율로 보면(2012년 12월31일 현재), 두 협동조합이 스위스 소매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코프가 16.9%, 미그로가 19.8%로, 이 둘을 합하면 36.7%라는 대단한 영향력을 가진다. 조합원 수에 있어서도 두 협동조합을 합하면 스위스 전 인구의 64%를 차지할 정도다.4)

 

이처럼 스위스 경제의 중심에 있는 두 협동조합은 각각 조직 형태나 운영 방식에서 독특한 역사성과 특징을 가지며 경쟁한다. 흩어져 있던 지역소비자협동조합들이 통합해 만든 단일협동조합조직 코프, 개인 사업체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해 열 개의 독립된 단위협동조합의 연합으로 이루어진 미그로. 각기 다른 색깔의 물품 정책과 조합 운영 방식으로 스위스 경제에 있어 비중 있는 역할을 하고 있는 두 소비자협동조합은 유럽협동조합의 또 다른 흐름을 볼 수 있는 사례다.

 

 

코프 : 조합원 출자 없는 단일 조합, 유기농업 생산 촉진에 중점

 

우리나라 생협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스위스의 소비자협동조합은 낯설다. 이게 협동조합이 맞는지 물음표를 던질 요소들이 많다. 이를테면 조합원 조직의 주체로서 조합원은 보이지 않고 경영자와 직원이 중심에 있다는 느낌, 비조합원 이용이 30~40%에 이를 정도로 조합원 이용률이 높지 않은 점 등이다. 또한 출자나 이용고 배당이 없으며 사업 잉여를 조직의 자본금으로 남긴다. 코프에서 더욱 놀라웠던 건, 조합원으로 가입할 때 출자금을 내지 않는 점이다. 매주 발행하는 소식지를 신청하면 소식지 독자가 되는 동시에 조합원이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합원 가입 시 출자금을 내는 것이 협동조합의 일원이 되는 시작이자 자격을 유지하는 조건이며, 심지어 출자금 외에 매월 일정하게 조합비를 내는 생협도 존재하는 상황에 비추어 보면 이것이 협동조합이 맞는지 머리를 갸우뚱하게 된다.

 

이 같은 의문에 코프의 시모나 매트 Simona Matt 씨는 이렇게 대답한다. “조합이 상당히 커져서 예전 전통적인 개념의 조합과는 많이 다르다. 초기 단계와는 다른 상황으로, 변형된 대형화한 조합이다.” 조합원 배당에 대해서는, “조합원에게 이익을 배당하기보다 조합 자체에 이윤이 머물게 하는 방향, 이윤 창출보다 유기농산물 생산 촉진 등 지속 가능성 부분에 더 중점을 둔다”고 코프의 운영원칙을 강조한다.

 

코프의 처음 모습은 노동자와 생산자의 연합 형태였다. 1850년, 산업화가 시작되는 시점에 노동자와 생산자가 함께 소비자클럽운동을 시작했다. 그 모습이 현재 코프로 이어졌다. 창립 이후 100여 개의 소비자협동조합이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되었고, 1999년에는 물품공급 관계에 있던 열네 개 지역 소비자협동조합이 코프로 통합되어 지금과 같은 단일 협동조합 조직이 되었다. 조합원 수 290만 명으로 규모가 꽤 큰 협동조합이지만 바젤(Basel)에 본부가 있고 네 개 지역에 지부를 둔 단일 조직이다.5) 이탈리아 볼로냐와 모데나의 소비자협동조합도 ‘코프 이탈리아’라는 단일 사업조직 아래 ‘코프 ... ’라는 브랜드로 지역별 하나의 소비자협동조 합을 운영한다. 단일 조직으로써 소비자협동조합이 자리잡기까지는 의지가 강한 강력한 힘의 지도자가 있었다. 스위스의 코프도 유사하다. 각기 색깔 다른 협동조합들이 산재해 있던 것을 하나씩 통합해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모나 매트 씨의 말을 빌리자면, 강력한 지도자 한 명의 설득으로 통합과정은 그리 어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통합되기 전에 혼란을 겪었고, 통합 이후 코프의 사업과 운영이 더 활성화되었다. 코프는 소비자협동조합이라는 운영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사업의 지향점은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를 위한 자연환경 보호와 사회적 책임, 유기농업의 생산 증대라는 데 있다. 그것은 코프의 지속가능성 전략에 잘 나타나 있다. 지속가능성 전략의 세 가지 맥락은 자연환경 보호와 지구온난화 관련 분야, 직원 및 사회적 차원에서 가지는 책임성, 유기농 제품과 공정거래에 의한 제품 분야에서 이루어진다. 코프는 이와 관련해 특별히 브랜드를 만들었는데, 지속가능성 전략 제품들이 코프 전 품목에서 25%를 차지한다.

 

유기농 관련 브랜드는 네 가지가 있다. 나투라플랜Naturaplan, 에코플랜Oecoplan, 나투라라인Naturaline, 맥스하벨라MaxHavelaar다. 나투라플랜은 1993 년에 시작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1600 여 개 제품에 이 라벨이 붙는다. 이 제품들은 전부 비오 스위스 Bio swiss 인증을 받은 것이다. 코프는 비오 스위스와 협력관계를 갖고 인증을 활용하고 있다. 이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농가가 관행과 유기농을 함께 해서는 안 되고 전체가 유기농이어야 한다. 또한 전체 7%의 농지가 휴경지로 더 있어야 한다. 경작물이 비행기로 이동되어서는 안 되고, 하우스에서 난방을 이용한 재배가 금지되어 있으며, 가공 시 유럽연합의 기준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한다. 또한 50킬로미터 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취급하며, 가공 시 비타민이나 색소, 향신료를 넣어서는 안 된다. 가공을 촉진하는 성분을 추가해서도 안 되며, 가능한 자체 비타민이 파괴되지 않게 가공해야 한다.

 

 

에코플랜은 친환경 세제 등 비식품 제품과 재활용 제품에 붙는 라벨이다. 나투라라인은 유기재배한 코튼 소재 섬유와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이며, 맥스하벨라는 제3세계 현지 노동자 보호를 위해 아프리카, 중남미 등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을 스위스 내 생산 단가와 동일한 가격으로 수입한 제품에 붙이는 라벨이다.

 

이외에도 지속가능성 전략 제품에 붙이는 라벨에는 식물이나 가축의 생물종다양성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 토종 작물에 붙이는 프로스페시에라라 ProSpecieRara 인증6), 30여 종의 슬로푸드 품목에 붙이는 슬로푸드SlowFood, 산악지대 생산자들을 보호하는 의미에서 산악지대 생산물인 유제품과 치즈제품 , 육류가공품에 붙이는 프로몬타냐ProMontagna, 유기종자에 대한 인증 표시인 비오베리타Bioverita7)가 있다. 코프는 슬로푸드와 파트너십을 맺어 물품의 판매뿐 아니라 직접 지원을 하기도 한다. 슬로푸드는 코프와 연대 후 두 개의 지부였던 것이 스위스 전역으로 확대되었다.

 

코프는 1993년부터 비오 스위스와 스위스 유기농식품 시장을 공동으로 추진해왔고, 유기농업연구소 피블 FiBL과 함께 1997년부터 유기농업의 연구와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에 재정을 지원해왔다. 코프가 미그로와 뚜렷이 구별되는 것은 바로 유기농산물을 비롯한 친환경 물품의 비중이 두 배 이상 높고 유기 인증 수준도 유럽에서 가장 높다는 점이다. 특히 유기농산물을 비중 있게 취급함으로써 스위스 유기농업 확대에 공헌했다. 매주 발행되는 코프의 신문 1면과 2면에 유기농 관련 기사를 실을 정도로 유기농산물을 포함한 지속가능 브랜드에 주력한다.

(coop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코프는 소비자협동조합으로서 소매사업이 주 사업 분야지만 그 밖에도 다양한 사업체를 운영한다. 이를테면 코프 씨티 Coop City라는 백화점 체인, 개별배달이 가능한 온라인 쇼핑인 코프앳홈Coop@home, 그리고 주유소, 편의점, 식당, 전문 가정 가구매장, 조명, 메이크업 관련 할인점, 처방 전용의 약품에서 미용품에 이르는 건강 관련 약품 판매, 보석 체인점, 가전 매장, 여행사 등이 있다. 스위스 어디를 가든 이들 코프 사업체의 심벌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 사업체들은 국내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운영되는 데, 총 매출액의 27%를 외국에서 벌어들인다.

 

 

미그로 : 철저히 스위스적, 지역성 강조한 최대 규모의 소매유통 협동조합

 

“지역에서부터 지역으로”

지역사회에서 지역 조합원과 지역 생산물을 나눈다는 원칙을 강하게 보여 주는 미그로의 광고문이다. 지역에 뿌리내린 소비자협동조합의 모습을 부각시키는 실례다. 코프가 해외사업에서 일정 정도 매출을 올리는 것과 달 리 미그로는 글로벌 전략이 없다. 협동조합이 아닌 자회사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출하는 예는 있지만 철저하게 국내 생산과 국내 소비를 강조한다.

또한 사람들이 미그로를 말할 때 매장에서 술과 담배, 성인잡지를 팔지 않는 점을 빼놓지 않는다. 이것들로 인해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망가지는 것을 안타까워한 창시자의 마음이 사업 정책에 담긴 것이다. 미그로는 열 개 협동조합이 연합한 조직이다. 연합은 자회사 운영과 총판, 여행, 금융서비스, 네 가지 분야에 주력하고, 열 개 협동조합은 독립적으로 운영하며, 연합이 관여하지 않는다. 매출 규모 면에서 지역 협동조합이 70%를 차지하고 연합회 사업이 30% 정도 비중을 갖는다.8) 조합원이 되려면 10스위스프랑을 출자금으로 내야 한다. 배당이나 경제적 이익은 없으나 포인트 카드가 있어 미그로 소속 자회사 이용 시 사용할 수 있다.

 

미그로는 조합원 수가 스위스 인구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큰 조직이다. 곳곳에서 ‘M’이라는 글자를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매장 수가 많기도 하지만 스위스 사람들은 무엇보다 품질이나 가격 면에서 가장 믿고 구매할 수 있는 곳으로 여긴다. 스위스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데 미그로라고 예외일 수는 없지만 품질의 수준을 구분하여 가격대를 정해 고품질의 고가 물품부터 저소득층이나 대가족을 위한 저가 제품도 제공한다. 미그로라는 이름은 프랑스어로 절반을 뜻하는 ‘mi’와 도매라는 뜻의 ‘gros’가 합성된 말로 ‘소매와 도매의 중간 가격’을 뜻한다. 의미 그대로 고품질의 물품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협동조합의 가장 기본적인 필요를 해결하는 원칙에 충실하다.

 

미그로의 출발은 협동조합이 아니었다. 고틀리브 두트바일러 Gottlieb Duttweiler 미그로 창시자 고틀리브 두트바일러(1888~1962)9)의 개인 사업으로 시작됐다. 고틀리브는 스위스 산악지형 때문에 시장에 나가기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물품 공급을 시작했다. 1925년, 그는 공급차량 다섯 대와 직원 열여섯 명, 물품 여섯 가지로 미그로의 사업을 시작했다. 주요 물품 여섯 가지는 커피, 쌀, 설탕, 면, 코코넛오일, 비누였다. 시중 가격보다 40% 싸게 공급했으며, 이동 매장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물품 규격을 다양하게 만들었고, 가격을 포장지에 직접 인쇄해 넣었다. 1926년에 처음으로 매장을 열었지만 점원들이 주문한 물건을 직접 찾아주는 방식이었다. 조합원이 직접 물건을 골라 판매대에서 계산하는 방식의 매장은 1948년에 문을 열었다.

    

미그로 창시자 고틀리브 두트바일러                    초기 미그로 공급차량(1925)10)
(1888~1962)9)

 

미그로의 역사적인 사건은 1941년, 창시자 개인 주식을 100만 스위스프랑만 남기고 협동조합 출자금으로 내놓은 일이다. 이것으로 7만5천 명의 사람들에게 소유권이 넘어가 협동조합으로 전환되었다. 고틀리브 두트바일러는 사업체로서 성장하는 것 못지않게 경제와 생태, 사회 문제에 관여해야 하고 지속가능성이 담보되는 사업을 벌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1944년에 성인교육기관인 클럽슐레Klubschule를 설립했다. 일할 수 있을 만큼의 언어 능력을 습득하는 것을 목적으로 문화교육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어서 미그로 사업의 일정 부분을 문화·사회·정치·경제적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협동조합의 의무라는 생각으로 매출의 1%를 문화기금으로 적립하고 문화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미그로 컬쳐 퍼센티지 MIGROS Culture Percentage다.11) 미그로의 문화 사업은 일반 기업들이 마케팅 전략으로 이를 활용하는 것과 달리 사회 공헌 사업의 일환으로써 문화기금을 활용한다. 미그로는 매년 1억 스위스프랑 이상 문화사업에 투자하며, 46%가 교육에 사용된다.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미그로는 사업 영역과 조합원 수, 매출 규모가 확대되었고, 1970년에 큰 규모의 슈퍼마켓을 이르는 하이퍼마켓을 만들었다.12) 1972년에는 물품마다 바코드를 입혀 좀 더 간편한 계산 체계를 마련했으며 , 1974 년에는 ‘엠 -사노 M-SANO ’ 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해 무농약이나 자연농법으로 재배한 농산물을 공급하기 시작한다. 1997년에는 질은 조금 낮지만 가격이 낮아 저소득층이나 대가족인 조합원들이 마음 편하게 구입할 수 있는 저가 브랜드인 ‘엠-버짓M-Budget’을 내놓았다. 13) 적립카드도 도입해 카드 지불을 가능하게 했으며, 20 10년에는 새로운 사업으로 전기자동차 사업을 시작했다.

 

이렇게 88년의 역사를 가진 미그로는 2012년 현재, 다섯 개 전략사업 안에 50개 사업 부서가 있으며, 스위스에서 총 매출 규모로 14위에 오를 정도로 사업 규모가 나날이 확장되어 갔다. 2010년 경기 침체로 유럽 전체가 휘청거릴 때도 미그로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 왔고, 온라인 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관계 회사들의 사업실적도 점차 확장되었다.

 

미그로는 소비자협동조합이자 규모 있는 소매유통사업체로서 영향력이 큰 편이지만, 그보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스스로의 역할을 둔다는 것이 다른 기업들과 다른 점이다. 미그로 역시 코프와 마찬가지로 지속가능성을 강조한다. 1959년 창시자 고틀리브 두트바일러는 “기업은 순수 경제를 넘어서는 의무가 있다. 이것은 책임 있는 기업을 위한 이상적인 조건이다. 그래서 우리는 단지 소매점 그 이상이다”라며 “비상업적인 문화와 교육의 증진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가진 물품의 판매”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미그로는 2012년에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인 ‘M세대Generation M’를 내놓고 소비와 환경, 건강, 고용 및 사회 분야에서 40개의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테면 일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근무조건을 마련하고(공정한 근로계약, 건강한 작업환경, 적당한 임금과 노동 시간, 아동 노동과 모든 종류의 차별금지 등), 멸종 위기에 처한 물고기 종을 잡지도 소비하지도 않는다는 것, 설탕과 소금, 지방을 줄인 먹을거리를 취급하는 것, 2020년까지 전력 10%, 이산화탄소 20%를 줄이는 것, 화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으며 점포 30%에 자연 냉매를 사용한 냉동시스템을 갖추고 LED조명을 설치하는, 환경 면에서 지속가능한 매장을 지향하며, 재활용시스템을 도입해 페트병이나 배터리, 전자제품과 램프 등 소비자들이 버리는 쓰레기를 회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은 미그로의 모든 사업 영역에 적용된다.

미그로는 스위스적인 것을 추구해 신뢰를 쌓고, 지역성을 강조함으로써 소속감을 갖게 하며,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담아내 물품에 대한 책임성을 보여준다. 그런 가치지향적 사업기조 때문인지 수상 기회도 많았다. 이를테면 가장 강력한 브랜드 상인 2013년 올해의 유럽 소매업체, 가장 혁신적인 기업, 2012년 스위스에서 가장 평판이 좋은 기업, 문화투자자상, 유럽연합에서 주는 물류체계 효율상 등 수상 경력이 남다르다.

 

코프와 미그로를 보고 나서 드는 의문은 “우리나라 대형 할인매장과 무엇이 다를까?”였다. 스위스 협동조합 매장을 보면서 계속 이런 질문을 했다. 비조합원 이용을 얼마나 허용해야 하나, 출자금을 내지 않은 조합원이 협동조합에 대한 책임성을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 스위스 물가가 비싸다고 하는데 소비자협동조합 매장의 물품 가격도 그리 싼 편이 아니라면 조합원의 필요는 어떻게 충족시킬까, 잉여의 일정 부분에 대해 출자배당과 이용고배당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을 조합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 의문들을 짧은 만남으로 다 풀 수는 없었다. 단지, 코프는 “이윤 창출보다는 유기농산물 생산 촉진과 경제, 사회, 문화의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두고자 한다는 점, 미그로는 “스위스적이고 지역성이 강한 생산과 소비, 활동”에 중점을 둔다는 점에서 조합원을 비롯한 스위스 국민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스위스가 유럽연합에 들어가지 않았다 하더라도 유럽경제 지진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 두 소비자협동조합은 안정적인 자본력과 조합원의 신뢰를 바탕에 두고 가장 영향력 있는 소매유통기업으로 또한 소비자협동조합으로 자신의 자리를 탄탄히 지켜가고 있다.

 

 

1) COOP는 스위스에서 사용하는 브랜드이며, 협동조합의 이름이다. 다른 나라에서 흔히 ‘스위스 쿱’이나 ‘쿱 스위스’라고 표기하기도 하지만, 스위스에서 사용하는 공식 명칭은 ‘COOP(코-프)’다. MIGROS는 독일식 발음으로 ‘미그로’라고 부른다.

2) 스위스 화폐 단위를 ‘스위스프랑 : CHF’로 표기한다. 1 스위스프랑이 우리나라 돈으로 1,180원 정도 된다. (2014년 1월 기준)

3) 스위스에서는 독일어(63.7%), 프랑스어(20.4%), 이탈리아어(6.5%), 로망슈어(0.5%)가 공용어지만, 독일어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로망슈어는 스위스의 방언이다.

4) 조합원 수를 비교하면, 코프가 295만 명, 미그로가 215만 명으로 조합원 수는 코프가 앞선다. 두 협동조합의 조합원 수를 합하면 510만 명으로 스위스 인구 800만 명에서 64%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5) 2012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매출 총액이 278억 스위스프랑(32조6379만 원)이며, 시장점유율에서 식품이 21.9%, 비식품이 12.7%다. 직원 수도 7만5천 명으로 국내 5만4천 명이고, 해외에 2만1천 명이다. 판매장은 2017곳이다. 4개의 지부는 바젤·샤피즈하임·고사우·베른에 있으며 6개 지역의 대표들이 모여 지역협의회를 구성한다.

6) 프로스페시에라라(ProSpecieRara)는 1982년에 설립된 비영리재단이다. 이윤 창출보다 공익성을 지향한다. 3600여 종의 과일과 채소, 베리, 염소유 치즈 종류를 보유한다. 제철 먹을거리 중심으로 공급한다. 공급 양이 한정적이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재배하며, 특정 시즌에만 공급된다. 식물의 종자와 꽃도 보존하고 판매한다. 코프와 프로스페시에라라는 1999년에 파트너십을 맺어, 프로스페시에라라의 유기농민과 함께 그 생산품들의 판로를 만들고 대중에게 공급한다.

7) 비오베리타(Bioverita)는 유기종자에 대한 인증 라벨이다. 여러 지역에서 다른 환경에서 키워진다고 하더라도 유기농으로 배양된 것이다. 코프는 15년 동안 유기종자에 지원을 해왔고, 2013년에는 870톤 이상의 유기종자로 생산한 밀로 만든 가공제품을 공급했다.

8) 미그로의 협동조합 매장인 슈퍼마켓은 6백 개가량 되며, 협동조합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다양한 사업을 하는 자회사가 20여 개 있다. 자회사는 매장에 직접 공급하는 식품 제조회사를 비롯해, 온라인 슈퍼마켓 르샵(LeShop.ch), 주유소 미그롤(Migrol), 편의점 미그로리노(Migrolino), 가구점 미카사(Micasa), 서점 리브리스(Ex Libris), 백화점 글로버스(Globus) 등이 있다.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것이 성인교육센터인 클럽슐레(Migros Klubschule)다. 은행과 여행사업은 창시자가 직접 만든 사업으로, 연합의 네 개 사업 중에 주력 사업으로 들어간다.

9) 출처 : Federation of Migros Cooperatives (Company Presentation)

10) 출처 : Federation of Migros Cooperatives (Company Presentatio n)

11) 문화기금을 잉여가 아닌 매출의 1%로 정한 것은 사업이 잘 되든 안 되든 상관없이 일정하게 꾸준히 투자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기 때문이다. 문화기금을 보완하는 의미에서 약속기금을 설립했는데 자회사가 이익배당의 10%를 내놓는다. 이 기금은 문화와 지속가능한 발전과 경제, 스포츠 분야의 프로젝트에 제공된다.

12) 미그로는 매장 규모에 따라 ‘M’자를 한 개에서 세 개까지 붙인다. ‘M’하나는 1000㎡(300평) 규모이고, 하이퍼마켓 정도는 ‘M’을 세 개 붙인다.

13) 1996년, 호주의 슈퍼마켓 체인에서 값싼 구역을 정해 놓은 것을 보고 미그로에 적용했다. 저소득층과 대가족을 대상으로 70개 제품을 정했고, 현재는 330개 제품으로 늘어났다. 초콜릿뿐 아니라 산악자전거, 스노보드, mp3 플레이어, 신발과 점등기 등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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