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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최근 영국 협동조합 그룹의 사업 실패와 거버넌스 위기
2016-06-11 12:18:00

   

* 모심과살림 3호(2014년 여름)에 실린 글입니다.

 

협동조합과 거버넌스

최근 영국 협동조합 그룹의 사업 실패와 거버넌스 위기

 

글 하만조 (모심과살림연구소 연구원)

 

* 영국 협동조합 그룹은 자회사인 협동조합 은행의 부실과 관련해 2013년 7월 영국 보건 분야 싱크탱크인 킹스펀드(King’s fund) 의장인 크리스토퍼 켈리(Christopher Kelly)에게 협동조합 은행의 자본부족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의뢰했고, 그해 12월 전 재무부 금융서비스 장관 폴 마이너스(Paul Myners)를 그룹 이사회의 독립전문비경영 이사로 임명해 조직의 포괄적인 거버넌스 검토보고서를 의뢰했다. 이 글은 두 보고서를 바탕으로 구성했다.

 

 

영국에서 가장 큰 ‘협동조합 그룹 Co-operative Group ’이 총체적인 위기에 처했다. 직접적인 원인은 자회사인 협동조합 은행의 경영 실패에 따른 누적 손실에 있다. 지난 4월 최종 발표된 2013년 협동조합 그룹(이하 그룹)의 손실은 총 25억 파운드(약 4조3천억 원)이며, 이 가운데 약 84%가 은행 관련 손실로 집계됐다.1) 이는 직전 해 그룹 손실의 네 배에 달하며 지난 150여 년 역사에서 가장 큰 실패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협동조합 은행(이하 은행)은 다행히 파산은 면했지만 미국계 헤지펀드로 넘어갔고, 은행에 대한 그룹의 지분은 100%에서 30%로 내려앉았다. 여기에다 전임 은행장인 폴 플라워 P. Flowers 의 마약 소지로 인한 기소 사건과 지급보장보험의 불완전 판매에 대한 금융당국의 400만 파운드 벌금 부과2) 등이 겹쳐 ‘윤리적인 은행’이라는 명성에 치명적 손상을 입었다. 그룹 또한 자회사의 경영 실패에서 자유롭지 않다. 전년보다 감소하긴 했지만 14억 파운드(약 2조4천억 원)에 달하는 부채는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며, 은행 사업과의 분리에 따르는 각종 비용 지불, 지분율 회복 등을 위한 고강도 개혁을 이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그룹의 사업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2009년에 인수한 썸머필드 Somerfield의 자산가치가 감소하여 핵심 사업인 식품 분야 역시 개혁의 압력에 직면해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이번 사건의 문제점을 분석한 두 개의 보고서가 공통적으로 전체 그룹의 사업 전략과 방향을 지휘하고 경영을 감독하는 그룹 이사회를 포함한 거버넌스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16일 열린 임시총회에서 그룹 거버넌스 개혁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어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

 

영국 협동조합 그룹의 대규모 손실의 원인

 

이번 손실의 원인으로는 우선 리스크 및 자본 관리의 실패가 지적되고 있다. 이를 간략히 살펴보면, 첫째, 그룹은 2000년대 후반 시작된 은행과 식품 체인의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의 투자를 확대하는 전략을 취해 왔다. 이는 2009년 썸머필드 식품 체인 인수, 브리태니아 Britannia 주택금융조합과의 합병에 이어 2013년 632개에 달하는 로이즈 Lloyds 은행의 지점 인수 시도로 이어졌다. 잇따른 인수·합병은 그룹 역사상 가장 큰 규모였다. 둘째, 합병에 따른 기대는 매우 높았다. 식품 체인의 증가는 매출 향상으로 이어지고, 은행은 지점과 고객을 추가적으로 확보하여 고비용 구조를 벗어나 경영 성과 개선을 기대할 수 있었다. 실제 2011년까지 지난 5년간 그룹의 수익과 조합원은 대략 두 배가 되었다. 3) 셋째, 그러나 2009년 이래로 계속된 경기침체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은 브리태니아가 안고 있던 기업 여신 리스크를 높였고 결과적으로 대규모 부실로 이어져 2012년 영업이익은 전년의 5억2천6백만 파운드에서 1/10로 급감한 5천4백만 파운드였다. 넷째, 내부적으로 2007년부터 약 5년에 걸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 IT 재배치 프로젝트의 실패, 지급보장보험의 불완전 판매에 따른 손실이 발생하여 가용 자본이 감소하고 있었다. 다섯째, 2009년 경제 위기 이래로 금융규제가 강화되었고 2013년 1월에는 금융당국이 은행에 요구되는 총 자본을 19억 파운드에서 34억 파운드로 증가시켰다. 여섯째, 결국 2013년 6월 은행은 내부적인 가용 자본의 감소와 외부에서의 자본 확충 요구가 맞물린 압력에 직면하여 총 15억 파운드(약 2조6천억 원)의 자본 부족을 발표했다. 물론 규제 당국은 은행의 리스크 프로필에 대한 우려를 보내왔었고, 은행이 좀 더 일찍 주의를 기울여 대응했다면 결과는 아마도 이만큼 극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쨌거나 자본 부족에 대한 인식은 곧장 로이즈 은행 지점 인수 철회와 손실로 이어졌고, 규모 확장 전략에 따라 인수 ·합병한 자산에서 비롯된 대규모 손실은 (은행분야 약 21억 파운드, 식품분야 약 2억 파운드) 총 25억 파운드에 달했다.

 

거버넌스의 구조적 취약성

 

경영 리스크와 자본 관리의 실패 책임은 경영진에만 있지 않다. 켈리와 마이너스 모두가 지적하듯 거버넌스에도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룹 홈페이지에 제시된 거버넌스와 관련한 집합적 책임 기구로서 이사회의 책임을 살펴보면 ▲그룹의 목적과 이해관계자의 이해에 따라 그룹의 공식적인 사업을 지휘하고 관리 ▲그룹 경영진과 협의하여 비전과 전략을 결정 ▲그룹 경영진의 일상적 경영 활동을 감독 ▲핵심적인 재무 및 비재무지표에 대한 성과 모니터링 ▲그룹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감독 ▲거버넌스 관련 표준 정립 등이 명시돼 있다. 그런 점에서 은행 이사회는 경영진을 감독하는 데 실패했고, 나아가 그룹 이사회 역시도 100% 은행 지분 소유자로서 조합원 자산을 지켜야 하는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사회는 왜 실패했는가?

 

이에 앞서 그룹의 거버넌스 구조를 간략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3년 현재 그룹의 조합원은 개별 조합원과 법인 조합원 두 가지로 구분된다. 개별 조합원을 대표하는 기구는 48개의 지구 위원회 (area committee) , 7개의 권역 위원회 (regional board) , 그리고 그룹 이사회 (group board) 가 있다. 그룹 이사회에서 개별 조합원의 대표는 총 20개 의석 중 15개를 차지하는데, 이들을 일컬어 ‘일반 이사’로 칭한다. 법인 조합원은 그룹과는 별도로 독립된 협동조합으로서 총 127개의 협동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에게 할당된 그룹 이사회 의석은 5개이며 이들을 일컬어 ‘법인 이사’로 칭한다. 현재 ‘일반 이사’로 대표되는 개별 조합원과 ‘법인 이사’로 대표되는 독립협동조합의 그룹 이사회 내의 의석 수 비중은 구매액에 비례하여 결정되었다. 즉 그룹으로부터 구매액 중 개별 조합원이 78%를, 나머지 22%는 독립 협동조합이 구매하고, 이에 비례해서 의석을 나누었다. 2001년 그룹의 전신인 CWS (Co-operative Wholesale Society) 와 CRS (Co-operative Retail Society)가 합병하기 전까지는 ‘법인 이사’가 그룹 이사회의 다수를 차지했지만 합병 이후 현재까지는 ‘일반 이사’가 그룹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 밖에도 그룹 이사회에는 독립 전문 비경영 이사 (independent professional non-executive director) 를 세 명까지 둘 수 있으며, 이들은 이사회에 의해 임명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그룹 위기 전까지 독립 전문 비경영 이사(이하 ‘전문 이사’)가 임명된 적은 없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마이너스는 그룹 거버넌스의 실패 이유를 개인의 문제보다 구조의 문제에서 바라보고 있다. 그의 진단을 살펴보면, 첫째, 일반 이사는 각 지역별 조합원 선거에서 선출되므로 대규모 복합 비즈니스에 적합한 기술과 경험이 부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예컨대 재무, 위기 관리, 마케팅, 소매업에 관한 지식, 그리고 기술과 의사소통에 있어서 전문성이 요구되고 각자의 능력이 이사회 안에서 상호보완될 필요가 있지만, 실제 이사회에서는 사업과 관련된 맥락을 다루지 않고 사회적이거나 윤리적인 의제에 관한 논쟁이 되풀이되는 경향이 있었다. 사업 관련 주제를 다룰 때에도 개인의 지극히 제한된 경험담이나 출신 지역의 관점에 편향된 수준의 의견 제시에 그쳤고, 전문성이 필요한 판단에 대해서는 낮은 확신과 그로 인한 판단 지체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룹 내에는 이사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보완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마이너스는 대규모 비즈니스에서 필요한 능력은 교육을 넘어서는 실제 경험으로부터 얻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둘째, 이사회는 자신에게 경영에 대한 감시와 감독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했다. 때문에 반복적으로 경영에 대한 실패 책임을 들어 경영진을 비난하고, 일상적으로 경영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불평했다. 이사회는 불만스럽지만 도장을 찍는 역할밖에 못했다는 평가다. 또 이사회는 경영진을 지원하고 상담자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지만 전문 지식과 경험의 차이는 상호불신으로 귀결되었고 이러한 분위기는 유능한 경영자의 영입에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셋째, 이사회는 그룹 전반의 포괄적인 이해에 관심을 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사들은 종종 자신이 소속된 지역의 편협한 이해에 너무 과도한 관심을 쏟는 경향이 있었으며, 연대성의 부족, 공유된 목적의 불일치, 동료 이사에 대한 존중의 부족도 나타났다. 심지어 어떤 이사는 이사회 결정사항에 대해서 지지를 원칙으로 하는 집합적 책임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를 뒤집으려는 캠페인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리고 일반 이사는 때때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 회의 후에 선거구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이유로 의사결정을 지체시켰다.

 

넷째, 규모의 문제와 역할의 문제가 있다. 현재 20명으로 구성된 이사의 수는 유사한 규모의 경쟁 기업과 비교할 때 지나치게 많은 편이다. 이는 효율적인 논쟁과 토론을 저해하고, 조합원의 요구를 제대로 대변할 수 없 도록 하며, 사안의 이해를 깊이 하고 새로운 통찰을 발생시키기보다는 전형적으로 이사의 질문과 경영진의 답변이 오가는 수준으로 이사회 기능 이 축소되도록 만들었다. 일부 자회사 중에는 이사회가 역할을 잘 하는 곳도 있지만, 그러한 경우에도 자회사와 그룹 이사회, 그리고 각종 위원회 간의 역할과 책임 구분이 명확치 않아 혼선을 초래하기도 했다. 마이너스가 지적한 또 다른 거버넌스의 문제는 대표자 선출 시스템에도 있다. 즉, 현재 선출 시스템은 능력을 담보로 대표자를 뽑는 방식이 아니다. 따라서 이사가 충분히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 못해, 감독은 물론이고 상담자이자 조언자로서 해당 분야의 전문적 지식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그룹 이사가 광범위한 그룹의 필요보다는 개별 선거구의 좁은 이해를 우선할 수밖에 없는 압력하에 있다는 점이다. 즉, 그룹 이사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동시에 권역과 지구 위원회 멤버로서 직을 유지해야 하는 이른바 ‘겸직’ 조건이 있는데, 이로 인해 2개 선거구에서 임기 3년인 위원으로 선출되도록 노력해야 하는 조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재선을 위해 선거구의 이해에 복무해야 할 뿐 아니라 종종 짧은 기간 안에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에도 직면해 있었다. 거기에다 겸직 조건에 따른 세 개 조직에서 개최되는 회의 참여는 물론이 고 자회사 위원회 참여 등으로 거의 풀타임 수준의 시간이 요구되어, 능력은 있지만 시간이 부족한 개인의 참여를 구조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또한 그룹 이사가 되기 위한 까다로운 ‘겸직’ 조건은 잠재적인 그룹 이사의 수를 크게 제한하므로, 결국 인재 풀을 좁게 만들고 심지어 경쟁이 필요없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은 까다로운 겸직 조건은 1997년 앤드류 리건A. Regan 의 CWS 탈취 시도가 실패한 이후 의도적으로 고안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조직의 구조를 경직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끝으로 그는 현재 조합원의 권리가 단지 지구 수준에서 대의원을 선출하는 데 머물러 있다며, “조합원의 요구와 참여가 심각하게 억제되었고, 모든 거버넌스의 취약성은 이와 같은 민주주의의 결손으로부터 축적되어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이너스의 개혁안

 

마이너스의 개혁안은 기본적으로 충분한 가치 창출이 선행되어야 가치 분배로 이어진다는 사고를 바탕으로 한다. 이는 사업적으로 성공해야 하며, 동시에 차별적인 가치와 원칙을 고려해야 한다는 그룹의 목적과 맥을 같이한다. 따라서 그의 거버넌스 제안은 경영진과 이사회의 책임을 강화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민주적 구조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개혁안은 크게 세 가지 목적을 갖고 있는데, 첫째, 개혁을 통한 그룹 이사회 역량 강화, 둘째, 전국 수준의 조합원 협의회 (NMC: National Membership Council) 설립, 셋째, 모든 조합원의 민주적 권리 확장이다.

 

첫 번째로 제시된 이사회 강화와 관련한 세부 개혁안을 살펴보면, 첫째, 이사회는 6-7명의 전문 이사와 2명의 경영 이사로 구성되어야 한다. 조 직의 규모는 10명 이내로 하고 전문 이사는 항상 경영진보다 다수로 구성된다. 그룹 이사회의 모든 임명은 객관적 기준에 따라 결정되고 전문 이사는 그룹의 주요 경쟁 업체의 이사 수준으로 기술과 경험을 보유해야 한다. 물론 전문 이사가 다수인 그룹 이사회에서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통제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모든 전문 이사는 반드시 협동조합의 가치와 원칙을 약속하는 조합원이어야 하며, 이사(혹은 이사 후보자) 평가 기준에도 가치와 원칙을 포함시킨다. 그리고 이들이 전체 조합원에 의해 정기적으로 선출 및 재선출 되도록 한다. 둘째, 그룹 연차총회에서 이사 후보자를 제안하는 지명위원회를 설립한다. 위원회는 5명의 비경영 조합원으로 구성되며, 여기에는 조합원 협의회(NMC)에서 제안하는 최대 2명의 대의원이 포함될 수 있다. 지명위원회는 그룹 이사회의 능력과 구성을 검토하여 후보자를 추천하며, 추천된 후보자는 조합원에 의해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경쟁 투표가 아님). 또한 위원회는 연례 감사를 통해 이사회 구성의 적절성을 분석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셋째, 그룹 이사는 조합원 1인 1표에 의거 선출되고 임기는 3년으로 하되 매년 1/3이 순환하는 방식으로 구성한다. 이사회는 매년 사업 성과를 공식적이고 철저 한 방식으로 평가받으며 이를 통해 이사회 발전을 위한 프로그램과 후보자 지명 전략을 만들어 나간다. 평가 내용은 효율성보다는 규칙적인 운영 관행, 이사회 내부의 역학관계, 역량과 경험의 균형성, 그룹의 가치와 원칙 및 조합원 구성의 다양성 측면을 고려한다. 넷째, 그룹 비서를 두고 이사회의 정책과 작업 관행의 적합성을 방법론적으로 재검토하는 역할은 물론이고, 그룹 전반의 거버넌스를 효율적으로 지원한다.

 

두 번째로 제안된 내용은 대략 50명 규모의 전국 수준 새로운 조합원 협의회(NMC) 설립이다. 여기에는 그룹에서 일하는 직원 10명과 최대 5명의 독립 협동조합 대표자들, 그리고 최대 5명의 특별 선거구 4)를 포함한다. 조합원 협의회는 조합원에 의해 선출되며 5) 그룹 이사회 및 경영진과 깊은 관계를 갖는다. 협의회의 역할은 세 가지인데, 첫째, 그룹 이사회와 정례적으로 관계하는 자문 조직으로서 역할 하는 한편, 그룹 이사회가 그룹의 재산을 관리하고 조직의 성공과 성장을 위한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는 전략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그룹의 운영 성과에 책임을 갖도록 한다. 즉 그룹 이사회가 전문성을 갖고 경영을 감독한다면, 조합원 협의회는 조합원 대표기구로서 그룹 이사회의 책임성을 높이는 역할인 셈이다. 둘째, 조합원의 다양성을 대표하고 촉진하는 포럼을 제공한다. 여기에서는 경영 및 거버넌스 관련한 포괄적인 주제를 다루며 특히 그룹의 사회적 과제 설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셋째, 조직이 협동조합의 가치와 원칙에 헌신하도록, 그리고 이러한 원칙이 조직의 비전, 전략, 운영에 반영되도록 하는 조직의 수호자로서 기여한다. 이와 같은 조합원 협의회는 잠재적으로 그룹 이사회를 비롯한 다양한 위원회의 인력풀로도 기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밖에 조합원 협의회 구성원 중에서 독립 협동조합 구성원을 포함하여 12명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운영한다. 위원회는 조합원 협의회를 지원하고 조합원 협의회와 그룹 이사회, 경영진과 조합원의 상호작용을 위해 복무한다. 한편, 지구위원회는 더 이상 선거구로서 역할 하지 않으며, 그 대신 그룹 자체 브랜드 상품을 홍보하는 활동, 지역공동체 교육 활동, 지역에 관한 정보 제공, 공동체 기금의 조성 등 사업적이거나 협동조합의 가치와 원칙을 촉진하는 활동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제안은 조합원 권리의 확장과 관련된다. 그동안 조합원은 그룹의 정점에 있는 그룹 이사회의 구성원을 선출하는 권리가 없었고 지역 연차 총회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그룹 이사는 지구별로 선출된 대의원에 의해 선출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분야에서 권고안의 의미는 조합원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확장하는 데 있다. 이를 통해서 조합원은 다음과 같은 새로운 권리를 얻게 된다. 첫째, 그룹 이사회 구성원을 선출할 권리, 둘째, 지역사회 연차총회에 참석할 권리, 셋째, 중요한 거래를 승인할 권리, 넷째, 사회적 목적의 프로그램을 승인할 권리, 다섯째, 분배를 승인할 권리 , 여섯째, 조합원 협의회 (NMC) 구성원을 선출할 권리, 일곱째, 지역사회 연차총회에서 발의할 권리, 여덟째, 그룹 이사회 후보자를 추천할 권리이다. 이와 같은 조합원의 권리 확대는 과거 법인 협동조합이 다수를 이루었던 CWS와 달리 조합원이 그룹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으로의 변화에 따르는 필연적인 결과로 설명된다.

 

협동조합 거버넌스 개혁안이 주는 시사점

 

지난 5월 16일 연차 총회에서 마이너스의 개혁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대규모 협동조합에서 진행되는 새로운 거버넌스 실험이기에 앞으로 어떻게 이행될 것인지 잘 지켜볼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 현실에서 협동조합들의 거버넌스 수준은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이다. 정부의 개입에 따라 성장해 온 대규모 협동조합을 제외하면 대부분 규모가 영세하고 사업체로서 생존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거버넌스의 역할과 책임, 이행이라는 기본적인 제도 세팅과 실천 감독에 대한 체계화가 우선적인 관심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사례로부터 우리는 협동조합 거버넌스의 일반적인 쟁점을 몇 가지 확인할 수 있다.

 

첫째는 조직의 규모화에 대한 예방적 대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룹은 지난 200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도전적 경영 전략으로 수익과 조합원 수가 2배로 성장하는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었지만 이면에서 조직의 리스크는 커져왔고 결과적으로 큰 손실로 이어졌다. 이번 진단에서 제시된 가장 큰 문제는 경영의 부실이었고, 이는 또한 그룹의 성과를 총괄하는 이사회의 책임, 그리고 구조적으로 부실한 감독을 낳을 수밖에 없는 거버넌스의 문제로 이어졌다. 그런 점에서 조직의 규모화 문제를 안고 있는 어떤 협동조합도 이번 영국 협동조합의 사례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특히 대부분 조직에서 거버넌스가 합리적인 검토와 필요보다는 인간적인 측면과 우연적인 요소, 특정 상황에 대응할 필요, 그리고 관행적인 이유로 형성되므로 조직의 규모화에 따르는 거버넌스 측면에서 고려사항이 없는지 주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조합원의 권리 확장과 관련된다. 2001년 이래로 법인 조합원보다 일반 조합원을 대표하는 ‘일반 이사’가 그룹 이사회에서 다수를 점유하게 되면서 일반 조합원의 권리가 확장되었다. 그러나 대의원을 통한 그룹 이사 선출이라는 점에서는 간접 선출이라는 형식을 띄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개혁안은 조합원이 대의원을 선출하고 대의원이 그룹 이사를 선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조합원이 직접 그룹 이사를 추천하고 선출할 수 있도록 제안하고 있다. 이는 그룹 이사 선출에 있어 간선제에서 직선제로의 변화로 조합원 권리가 확장된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즉 전체 조직의 정점에서 전략과 방향, 감독에 책임을 갖는 기구의 대표는 특정 지역이나 업체의 이해를 대표하는 사람들의 조합이 아니라 그룹 전체 차원의 시각에서 이해를 대표하는 사람들의 조합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제안은 지역별, 사업체별 대표성을 갖는 이사들 간의 이익 갈등을 구조적으로 벗어나려는 시도이다. 게다가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와 민주적 통제 제도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협동조합운동의 경험에 비춰볼 때도 조합원의 권리 확장은 충분한 의의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6)

 

세 번째 시사점은 대규모 조직에서 조합원의 이사 참여 문제다. 일반적으로 협동조합에서 일반 이사의 참여는 당연시되어 왔고 그것은 조합원의 민주적 통제라는 협동조합 원칙과도 부응한다고 생각되어 왔다. 즉 경영진이 전문 경영을 담당하고, 조합원 대표로 구성된 이사회가 의사결정과 경영 감독을 담당하는 역할이 정착되어 온 것이다. 그런데 마이너스의 제안은 선출직 ‘일반 이사’가 다수를 이루는 이사회가 가진 비전문성이 경영 리스크 통제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전문가와 경영진으로만 이사회를 구성함으로써 이사회와 경영진의 원활한 소통과 전문성, 책임성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물론 그는 조합원 협의회 설립으로 이사회를 지원하고 이사회가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한편, 조합원 직접 선거에 의해 조합원인 ‘전문 이사’를 선출하도록 함으로써 조합원의 민주적 통제 원칙에도 충실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룹 이사회가 조합원의 이해를 대변하

 

는 일반 이사를 배제하고 경영 전문성만을 강조하는 데 대한 불만의 목소 리는 존재한다. 7) 이와 관련하여 존스턴 버챌 J. Birchall 은 전 세계 60개 대규모 협동조합의 소유권과 거버넌스 구조에 대한 분석을 통해 구성원의 목소리(voice), 대표자 (representative), 전문지식 (expertise), 경영 (management)의 네 가지 요소가 거버넌스에서 핵심이지만 여기에는 어느 조직에나 적용 되는 단일한 모델은 없다고 주장하며, 8) 좋은 거버넌스는 지속적인 관심 과 투자, 실험을 통해서만 만들어질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9) 그런 점에서 그룹 거버넌스에 ‘일반 조합원의 목소리’가 고려되도록 설계되었지만 그룹 이사회에서는 ‘일반 이사’가 배제되는 형태의 이번 거버넌스 실험이 어떤 과정과 결과를 만들 것인지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끝으로 영국 협동조합 그룹은 경영에서 크게 실패했지만,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조합원과 소통하고 내부 진단을 통해 급진적인 개혁안을 받아들였으며 이행 일정을 만드는 한편, 이러한 과정 모두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태도를 시종 유지하고 있다. 어쩌면 이런 태도가 그들의 150년 역사를 유지하는 힘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배워할 지점은 이처럼 가장 기본적인 거버넌스 원칙의 이행과 감독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아닐까.

 

 

 

1) Co-operative Group의 2013년 연차보고서에서 필자가 계산함.

2) The conversation “Now Co-op is just another bank, it’s time to ditch the name” 2014. 4. 7.

3) Telegraph “Has the Co-op bitten off more than it can chew?” 2012. 3. 24.

4) 특별 선거구는 상대적으로 대표되지 못하는 그룹, 예컨대 청년위원회를 설립하여 이들을 대표하도록 할 수 있다.

5) 30석의 개별 조합원 대표는 30개 지역으로 나누어 조합원에 의해 선출되며, 10석의 직원 대표는 사업 파트별이나 지역 또는 업무 기능별로 할당하여 직원들에 의해 선출된다.

6) (재)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참여 민주주의 공동 프로젝트 보고”, 『아이쿱 해외 협동조합 연구 동향 15-1 』, 2014년 1월호

7) the guardian “Co-operative Group can’t put its trust in ‘experts’ 2014. 5. 13.

8) Jonston Birchall. 2014. The governance of large co-operative businesses: A research study for Cooperatives

UK. Co-operative UK. p.74.

9) 위 보고서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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