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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 하나같이 별스러운 젊은이들의 ‘살이’에 대한 다양한 상상과 실험
2016-06-20 16:11:00

* 『모심과 살림』 4호(2014년 겨울)에 실린 글입니다.

 

하나같이 별스러운 젊은이들의 ‘살이’에 대한 다양한 상상과 실험

 

글·사진 보파(민지홍)

* 청년자립공동체 별에별꼴 대표. ‘보파’는 캄보디아 말로 ‘세상의 꽃’이라는 의미로, 이 이름을 얻은 즈음 나의 삶은 전혀 다른 영역의 궤도를 그리기 시작했고, 실천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즐겁게 살고픈 청춘들의 실험실을 꿈꾸다

 

별에별꼴의 시작은 아무런 준비 없이 무작정 생태적인 삶에 대한 욕구와 시골살이의 동경으로 충남 금산행을 결심하고 실행해 옮긴 두 처자의 무모한 행동으로부터 비롯했다. 준비도 어떤 대책도 없이 젊은 패기와 열정만 가득했던 우리는 갓 대안교육에 입문한 인턴교사와 대안교육 3년차로 다양한 실험들을 진행 중인 노련한 학생회장의 옷을 입고 처음 만나게 되었다. 간디대안교육연구소 교사대학원에서 공부하며 금산간디고등학교에서 인턴교사를 했던 필자는 후배들이 더 이상 본인과 같이 꿈에 대해 넓고 다양하게 상상할 수 없게 만드는 교육 현장을 생각 없이 지나쳐 후회하는 삶을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여기까지 흘러 들어왔고, 빠르지는 않지만, 가끔 방황도 하지만,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연습을 하고 있는 파트너 효식을 만나게 된다. 첫 만남에는 서로가 각자의 프로젝트에 집중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어느새 서로가 하고 있는 고민이 맞닿아 있음을 알고 빠르게 서로의 생각을 흡수하며 자석처럼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졸업한 후에 어떻게 살면 좋을까?’라는 그녀의 고민과 ‘대안교육을 지나간 청년들은 이 사회에서 스스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라는 필자의 궁금증, 그리고 걱정들이 만나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모인 생각들은 ‘생태적으로 사는 삶, 자립하는 삶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어떻게 생태적으로 살 수 있는 것일까? 즐겁고 신나게 시골에서 살고 싶다.’ 등이었다. 바쁘고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산들바람과 하늘과 가까이에서 깊은 관계를 느끼며 살고 싶었고, 스스로 우리의 삶을 해결해나가는 다양한 실험들을 하고 싶었고,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안적인(이제는 이 단어가 썩 마음에 와 닿지는 않지만) 삶의 방법들을 모색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청년들이(특히 처음에는 지역에 있는 청년들과 만나고 싶었다) 함께하기를 바랐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넓고 깊은 꿈에 대한 자유로운 상상이 부재한 우리 사회의 교육 현실에 대한 고민과 변화에 초점을 두고, 그 일에 참여하고 싶어 대안교육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인턴교사 생활을 하면서, 대안교육 고등과정 이후 역시 졸업생들이나 기존의 틀을 벗어나 다양한 방식의 실험을 하고자 하는 청년들이 연구 및 도전을 할 수 있는 대안적인 사회 또는 과정이 없는 현실을 깨닫고 허탈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대학이라는 교육과정까지는 아니더라도, 다른 방식을 선택하는 용기가 있는 ‘청년’들이 그들이 꿈꿔왔던 그림들을 소소하게 실험해 볼 수 있는 공간 내지는 실험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자립’의 중요성을 학생들과 함께 나누면서 정작 교사가 되고자 하는 나 자신은 얼마나 자립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지, 고민했는지를 생각했을 때 참 부끄럽게도 말로만 떠들고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자처해보지 않은, 어려운 길을 이렇게 말로만 또는 지식으로만 안내할 수 없었기에, 그리고 실천이 없는 지식은 가식이라고 느껴졌기에 별에별꼴은 청년들을 위한 실험의 공간이고 배움터였지만, 나를 위한 실험과 도전의 공간이기도 했다.

 

연필을 처음 잡은 아이마냥 호미를 처음 잡다

 

아무런 준비 없이 무작정 시골살이를 결심하고 실행해 옮긴 우리의 첫 시작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돈이 없어서 두어 달은 간디학교 교장선생님 댁과 친구 집을 오가며 얹혀살기도 했고, 부모님께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을 정확히 전달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우리가 꿈꾸는 이야기들을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실에서는 어림도 없는 이야기라고 부정하는 사람도 있었고, 도시에서 전문성을 기르고 오라며 충고해 주는 사람도 많았다. 따라서 차츰 우리는 우리를 이해해 주는 사람들을 구분해 만나기 시작했고 지역에서, 시골에서 활동하는 젊은이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지극히 우리의 일방적인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대방의 언어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만을 이야기하는,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은 우리의 실수를 알아차린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객관적이고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쉬운 언어로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을 설명하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명랑시대(명랑한청년들이시골에서대안을찾다)’라는 네트워크 모임에서 우연히 가톨릭농민회에서 일하는 조촹을 알게 되었고, 가톨릭농민회 소속인, 지금 별에별꼴이 자리하고 있는 구 건천초등학교를 소개받아 아지트로 사용하게 된다. 그 당시에는 사용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이 홀로 쓸쓸하게 남겨져 있던 폐교였고, 가톨릭농민회에서도 청년들이 시골에서 생태적인 삶을 꾸려나가고자 하는 큰 목표에 동의해 첫해에는 무상으로 공간을 후원해 주셨다(물론 지금도 무척 저렴하지만!). 5년 동안 사람 손이 타지 않은 폐교여서 전기, 지하수 물 펌프, 가스 등 뭐 하나 우리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그 허름한 폐교를 보고 뛸 듯이 기뻐만 한 것을 생각하면(걱정 없이, 뭐 하나 고칠 줄 모르면서……) 무지함이 얼마나 무모한 용기를 내는지를 깨닫는다.

 

20년 남짓 쭈욱 누군가가 지어놓은 집에서, 만들어준 옷을 입고, 어떤 농부가 농사지은 음식으로 살았던 우리에게 내 손으로 고장 난 전등을 고치고, 전기가 왜 끊겼는지 이해하고, 논에다 모를 심는 일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기도 했지만 제로에 가까운 스스로의 생존 능력을 확인하는 고통의 순간들이기도 했다. 또한 지금까지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이루어진 도로와 건물들, 따뜻하고 안락한 공간을 우리는 왜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편리함과 효율성만을 추구하고, 이 추위를 언제부터 적응하지 못하게 되었는지, 그냥 막 이런 물음들이 불현듯 뜨문뜨문 내 머릿속에 차오르게 되었다.

 

별에별꼴 대문

 

욕심적인 나와 너와 그리고 우주의 연결 관계

 

금산에서도 깊숙한 골짜기에 자리 잡고 있는 별에별꼴은 농사와 살림이라고는 할 줄 아는 것이 하나 없고, 처음 세상을 만난 것마냥 모든 생활이 다 새롭고 쉽지 않은 상태로 2년째 흐르고 있다. 별에별꼴에는 운이 좋게도 300평가량의 논이 있고 100평가량의 밭도 있다. 그리고 엄청나게 큰 운동장도 있다. 별난 청년들이 어설프게라도 하는 짓이 건천리의 자연들도 기가 막히고 가여웠는지, 모를 내어 논에 심으면 저절로 쑥쑥 잘 자라주었고(우렁이도 안 키우지만 우렁각시가 사는 듯), 숲인지 정글인지 모를 밭에서도 토마토와 고구마와 각종 채소들은 제맛을 스스로 풍성하게 만들었다(하긴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 별난 청년들은 오전에는 모두 모여 함께 농사일이나 낡은 공간을 돌보는 일을 한다. 가끔은 늦잠을 자서 땡땡이를 치기도 하는 걸 보면 시골에 살고 생태적으로 살고 싶은 청년들이 모두 바지런한 것은 아닌 듯하다. 그들은 저조한 자립률에도 불구하고 욕심은 엄청나서 흙을 살리는 순환농법으로 농사를 짓겠다고 큰소리지만, 하는 일마다 엉망이다. 건강한 거름과 자연스러운 벌레 퇴치를 하겠다며 만드는 유기물배양액도 게을러서 썩은 물이 되기 일쑤고, 멀칭도 지지대도 오랫동안 방치하고서 힘겹게 자라고 있는 작물들을 보면 자책하기 바쁘다. 그나마 따뜻한 햇살과 자연의 섭리로 스스로 자라준 작물들을 거두고 정리하는 일마저 겨우겨우 하고 있다. 별꼴의 농사 자급률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벼농사 수확 역시 지난 가을에는 손으로 베고 홀태로 터느라 열흘이 넘게 걸렸고 올해에는 수동탈곡기로 한 단계 발전되었지만 다섯 날을 넘게 벼를 털고 있는 모습이 답답하게 보이셨는지 마을 어르신들이 나서서 콤바인으로 돌려주셨다. 역시 농사일이란 엄청난 거다. 이렇게 어렵고 힘겹게 하고 있지만 지구와 나를 위해 당연한 노동을 하겠다는 둥, 흙을 만지며 푸르고 생명력 있는 존재들과 기운을 나누겠다는 둥, 내가 먹는 음식은 스스로 지어보겠다는 둥 욕심이 덕지덕지 붙은 별난 청년들이 모여살고 있다.

 

눈을 돌리면 세상을 다가진 것 같은 텃밭이지만 일할때는 고개를 푹숙이고 힘들다는.

 

오후에는 개인이 하고 싶은 일을 집중적으로 하는 시간을 갖는다. 현재 별에별꼴에는 시골에서 음악활동을 하고 싶어 별에별꼴에 합류한, 밴드 ‘시수까스게리야라이녠’(핀란드어로 ‘깡센 서민’)에서 기타 겸 보컬과 드러머로 활동하는 오주와 창원이 있고 별에별꼴의 시작을 필자와 함께 주도한, 핸드메이드 라이프를 꿈꾸는 효식과, 잠깐 멈추어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고자 하는 휴학생 시롱이 있다. 그리고 잠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안학교 교사과정을 공부하며 별꼴을 오가는, 나무와 동물을 사랑하는 웅과, 금산간디중학교에서 옷 짓기와 명상을 가르치며 가끔씩 오가는 노래도 있다. 우리는 각자 간단한 용돈벌이를 하며 자신의 활동에 집중한다. 별에별꼴 공간을 유지하고 생활을 하기 위해 공간 대여와 크고 작은 생태교육 워크숍 및 캠프 활동을 하기도 한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우리의 작은 노력은 생태적인 가치가 별에별꼴 생활 안에서 녹아날 수 있는 실천과 어린이, 청소년, 청년들에게 우리가 갖고 있는 즐거운 생태적인 활동들을 함께 공유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워크숍과 캠프 등의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진행하기 시작했다. 자립과 생태와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접목하여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캠프 ‘두발로쿵쿵’, 별에별꼴 공동체에 대해서 궁금하고 관심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매달 별에별꼴 일상을 2박3일로 압축해서 진행하는 ‘식구체험데이’ 등이다. 친구들과 건강하고 재미있게 놀기 위해 만든 ‘알고보니캠핑페스티벌’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연중행사다.

 

[생태마을디자인캠프] 이렇게 보면 정말 아름다운 별꼴

 

별에별꼴은 농사와 공간을 돌보는 오전 시간의 공동노동과 개인 활동 및 수익을 위한 프로젝트들이 일상에서 진행되지만 ‘공동체’로 살기 위해 해야만 하는 여러 가지 공동살림도 존재한다. 매달 돌아가면서 맡아보는 살림으로는 다섯 가지가 있다. 자신만의 비법으로 식구들의 혀를 자극하고 영양을 담당하는 쉐프(때로는 즐겁게만 자극하지는 않는다), 별꼴의 일상을 기록하고 친구들에게 알리는 일지 담당, 동물 식구들의 밥을 챙기는 곰쁜밥 담당(엄마 곰이와 아들 쁜이 이렇게 두 마리의 개가 함께 살고 있다, 별꼴에서 가장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존재들이다), 공동 공간 카페를 서로 깨끗이 사용하기 위해 잔소리를 해주는 카페잔소리쟁이, 한 달 동안 별꼴의 살림을 전체적으로 이끄는 ‘짱’으로 이루어진다. ‘짱’은 다수결로 정해지는데, 아침 모임과 각종 회의를 이끄는 대신 본인이 불리고 싶은 별명을 가질 수 있고(각하, 효느님, 히메사마 등이 있었다)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같은 애매한 결정사항을 단칼에 정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그리고 1년의 기간을 가지고 집중해서 맡아보는 살림을 올해 초에 워크숍을 통해 정했다. 지난해를 돌아보았을 때 긴 호흡으로 보아야 할 살림이 필요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 해의 농을 살피는 농사와 채집 팀, 시설과 에너지를 관리하는 주거와 에너지 팀, 별에별꼴의 색깔을 살리는 문화와 인문학 팀, 동물 식구들과 소통하는 동물 팀, 별에별꼴과 외부와의 소통을 담당하는 대외 활동과 홍보 팀, 식구들의 건강을 챙기는 건강과 위생 팀, 회계 담당자 등이 있다. 이런 모든 역할들을 6-8명의 식구들이 다 소화하겠다고 정한, 역시 욕심이 덕지덕지 붙은 별난 청년들이 모여살고 있다.

 

도대체 지속가능성이 뭐길래!

 

별에별꼴을 소개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그래서 지속가능한 수익 구조는 무엇입니까?’라고 묻는 질문이다. 2012년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을 지원받으면서, 2014년 마을기업을 2년 동안 운영하는 지금까지 줄곧 그 질문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다. 이렇게 서류 작업이 많은 것도, 항상 바빠 일에 치이는 것도 처음 시작하는 단계이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다. 창업 교육을 너무 열심히 받은 탓일까? 2013년도 청년들에게 사회 혁신을 위한 탐방을 지원해주는 SEEKER:S 사업에 지원하면서, 별에별꼴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탐방의 목적으로 공동체의 숨겨진 가치와 영성을 탐구하고 싶던 우리에게 지속가능한 수익 구조가 있는 공동체로 가는 것을 조언해준 심사단의 제안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했더랬다.(물론 그 조언을 따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생각해보면 그 많던 질문과 조언 덕에 지금까지 성장해 올 수 있었겠지만, 그 질문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 되었다, 우리들에겐.

 

자립할 수 있는 수익 구조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모두가 이야기하는 적정한 수익의 정도가, 자립의 의미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가지고 있는 사회의 틀거리와 연결 구조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고 다양하게 실험해보자고 마음먹은 청년들의 별에별꼴이었기에 더욱이 과감한 모험이 필요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나는.

 

사실 이번 상반기 별에별꼴은 지속가능성을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자신이 집중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할 정도로 수익 구조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5월에는 야생차를 정신없이 따고 말리고 판매에 열을 올렸고, 6-8월은 거의 모든 주말이 꽉 차도록 공간 대여와 여덟 번의 캠프를 진행했다. 그렇다고 모두가 원했던 수익을 낸 것도 아니다. 일이 너무 많아 힘들었던 작년의 교훈을 통해 일보다 배움을 더 크게 갖고 각자 하고 싶은 일로 수익성을 가져보자는 올해의 목표를 세웠지만, 비전문가인 우리가 하고 싶은 일로 수익성을 갖는 일은 무척 어려웠으며 수익성을 골똘하게 생각하다보니 우리에게는 다른 차원의, (우리가 지향하는 삶과 맞지 않는) 자본주의적 욕심이 생기게 되었다.

 

상반기를 이렇게 보내고 나니 하반기에는 후유증이 심하게 왔다. 작년의 실수를 또 반복한 꼴이다. 식구들은 주로 사무적인 일만을 소통하기 시작하여 허기짐을 느꼈고, 한 식구는 몸에 병이 났고, 다른 한 식구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증세가 진행 중이다. 특히 4월 16일 세월호 참사와 6월 10일 밀양 행정대집행이 연이어 찾아왔을 때에는 먹먹하고 슬프고 괴로워 식구 모두가 자기 삶의 큰 변화가 일어났음에도 서로 그 마음들을 깊이 나누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 특히 이 마음들을 서로 보듬지 못한 부분에 대해 한 해를 돌아보는 이번 워크숍에서, 대표로서 나의 큰 실수를 알아차렸다. 물론 수익 구조에 대한 문제만이 이러한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능력이 되지 않는 수익 구조를 쫓아가면 우리가 이렇게 공동체로서 모여 살아가는 중요한 이유를 자꾸 놓치게 만든다. 자꾸 닭이 알이 되고 닭이 되고 알이 되고 닭이 되고….

 

우리에게는 분명 우리에게 맞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몽땅 버리자!

 

 

2015 별에별꼴의 모습을 상상하는 등신들

 

별에별꼴은 청년공동체로서 시작하는 단계이고 변화무쌍하게 실험하는 중이라 무어라고 정의하고 설명하기가 참 조심스럽고 어렵다. 얼마 전, 사흘에 걸쳐 7명의 중·장기 식구들이 모여 별에별꼴의 방향성과 2015년도를 위한 집중 워크숍을 지리산의 어진 기운을 받으며 마쳤다. 2012년의 별에별꼴, 2013년의 별에별꼴, 2014년의 별에별꼴은 제각기 다른 생각과 모습들이었고, 2015년의 별에별꼴 역시 또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한다. 어떤 형태와 틀에 얽매이고 싶지 않고, 식구들 각자의 삶 역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때 모인, 또 지금 모인 청년들의 생각과 가치를 담은 무형의 어떤 것이 그때의, 지금의 별에별꼴을 만드는 것 같다. 그리고 변화하는 그 생각과 가치들은 깊이와 의미를 담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2015년을 그리는 별에별꼴은 지금까지와 다른 모습과 가능성들을 상상한다. ‘별꼴스러움? 청년스러움?’이 무얼까 생각해보면, ‘이러한 다양한 변화와 시도들에 과감하고 유연하게 도전해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변화와 도전이 무척 두렵고 불안한 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이지만, 변화하지 않고 고정되는, 또는 유연하지 않은 어떤 틀과 형식이 생긴다는 것은 별에별꼴에게는, 나에게는 더욱 두렵고 불안한 것이다. 별에별꼴의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되는 무형의 어떤 것이 존재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도 계속 성장하고 있는 별에별꼴은 그 무형의 어떤 것 역시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인 것 같다.

 

가진 것이 넉넉지 않은 청년들이 시골에서 하고자 하는 일을 발견하고 만들며 살아가려면 절대 혼자서는 살 수가 없다. 뭉쳐야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그러나 오랜 시간 뭉치기 위해서는 섬세한 작업과 과정들이 필요하다. 별에별꼴에서는 계속해서 쫄깃쫄깃 찰지게 뭉치기 위해 성공과 실패를 번갈아 겪으며 배우고 있다. 3년이 흐른 별에별꼴은 나름 우리 안에서 1세대와 2세대로 나뉘었고, 내년에는 우리가 표현하는 3세대의 시대라고 말한다. 필자가 생각해도 진짜 ‘별꼴’이라고 보이지만 어쨌든 그 나름 별에별꼴의 경험치다. 그리고 별꼴의 세대를 아우르는 용어를 ‘등신’으로 지었다. 사전적 의미로는 나무, 돌, 흙, 쇠 따위로 만든 사람의 형상이라는 뜻으로, 몹시 어리석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자연물로 만든 사람의 형상이 어찌 어리석고 낮을 수 있냐는 별난 생각과 그에 맞는 별난 행동을 하는 ‘등신’은 우리에게 딱 적당하다.

 

아무리 나이 어린 청년들이지만, 가진 것 없는 청년들이지만, 공동체로서 모두가 즐거운 관계를 유지하려면 개인의 사적인 공간이 보장되어야 함을 몸소 체험했다. 그러나 별에별꼴은 안타깝게도 모두가 다 사적인 공간을 가질 수 없는 현실이다. 그리고 단기와 중장기 형태로 생태 공동체를 체험하고 느끼기에는 지금의 3인 1실 구조(현재 장기투숙객들의 방 구조)가 탁월하다는 것이 별에별꼴 등신들의 생각이다. 워크숍과 캠프 같은 교육 장소로도 별에별꼴을 원하는 수요가 많이 있다. 따라서 다양한 프로젝트와 프로그램들을 위한 공유 공간과 무형의 문화예술을 공유하는 별에별꼴을 유지한 채로 내년을 맞이하기로 했다. 그러나 공간의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별꼴 공간에서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을 지속할 붙박이 등신, 특유의 유목민 기질로 별꼴과 타지를 오고갈 떠돌이 등신, 지금의 공간과는 조금 거리를 두지만 다양한 별에별꼴을 공유할 엮인 등신, 잠시 본인의 연구를 위해 멀리 떠나는 특파원 등신, 이런 별꼴 등신들을 응원하고 지원해 주는 탁월한 후원 등신 등으로 별에별 등신레벨을 정했다(이번 워크숍의 멋진 결과다!). 이렇게 느슨하고 확장된 연결고리들을 지어보니 풀리지 않던 별에별꼴의 협동조합 구조도 착착 풀리게 되었다. 아직 많은 고민이 필요한 2015년의 모습이지만, 또 다시 새로운 모험과 도전에 가슴 설레고 기대가 된다.(사실, 마더 등신, 대표 등신, 상 등신으로 꼽힌 필자는 두려움과 불안이 더 크다 라고 속삭이고 싶다)

 

※ 추신) 여러분도 등신이 되실 수 있어요. 별난 청년들의 다양한 꿍꿍이들을 응원하고 싶은 여러분 모두가 별에별 후원 등신이 되실 수 있답니다!

 

마더, 대표, 상등신의 한마디

 

교사대학원에서 별에별꼴로 어느덧 3년째다. 여전히 시골은 어렵기만 하다. 그러니까 내 손으로 마주해야 하는 것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 또는 견딜 수 있는 일은 노력하고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없는 일은 빨리 포기하거나 대안을 마련하는 것을 가늠하는 눈이 생겼다. 안 되는 것은 마땅히 자연 앞에 순응하고 놓여 있는 것이 최선임을, 행복함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런 지금까지의 흐름에서 지극히 개인적으로 나름의 철학을 가지게 되었는데, 바로 현재 우리 사회 안에 깊이 내재해 있는 문제는 ‘생태적인 감각’의 부재라는 생각이다. 그 생태적인 감각이란 단지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친환경적인 삶’이라는 좁은 의미에서 벗어나 인간과 자연과 나아가 세계와 우주의 넓은 차원에서의 열림과 연결됨을 느낄 수 있는 세계관의 감각이라고 생각한다. 이 감수성은 개인과 가까운 가족으로부터 시작하여 주변, 그리고 사회로 점차 넓게 퍼지게 되는데 이 감수성이 부재하거나 부족하면 지금의 개인주의적인 ‘나’와 ‘내 무엇무엇(가족, 친구, 재산 등)’만이 소중한 인간이 된다. 특히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이 감수성을 자극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마치 무조건 바로 앞만 보는 좀비처럼 나아가게 될 수 있다. 별에별꼴의 공간과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 역시 스스로 생태 감수성을 자극하는 도구가 되길 바라며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자각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필자와 다양한 대안학교 교사 출신 친구들이 함께 작업하고 있는 넥스트젠코리아Next GEN Korea라는 단체가 있다. 국제생태마을네트워크(Global Ecovillage Network)의 다음세대를 위한 버전으로, 세계의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청소년과 청년들의 생태마을과 대안적인 삶에 대한 이슈를 만들고 교육 활동을 하고자 하는 단체를 현재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올해 초부터 심층생태학과 생태마을디자인에 대해 공부하며 자신의 삶 전체에 대해 생태적이고 유기적인 인식을 하고 거시적인 디자인을 할 수 있는 방법과, 서로 연결감을 느낄 수 있는 청소년과 청년들을 위한 교육 및 여행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진행하고 있다. 올해 목표는 생태마을 네트워크의 아시아 개더링과 국제 컨퍼런스를 한국에서 만드는 것, 그리고 다양한 프로그램과 수업들을 개발하고 실험해 보는 것이다.

 

제주평화축제 마르쉐에 참가한 별꼴, 일본 가족밴드 아빠보컬 아저씨와 함께

 

처음에는 자급자족과 청년, 문화라는 키워드로 시작되었지만 해를 더해 갈수록 지속가능한 지역 공동체, 대안대학, 생태마을 등 별에별꼴과 더불어 나의 고민도 쑥쑥 늘어나고 있다. 이 엄청나게 불어난 키워드들 속에서 어떤 것이 옳고 그르다는 것을 판단할 수 없지만 원자력발전소를 늘리고 물질주의로 역행하는 나라로 이끄는 이해할 수 없는 힘들과 말도 안 되는 사회를 더 이상 가만히 지켜볼 수 없는 노릇이다. 나부터 변화하면 더 나은 사회로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꿈을 꾸며 시작했던 별에별꼴 역시 올 한 해를 겪으며 좀 더 큰 사회적인 참여와 실천을 해야겠다는 의지를 식구 모두가 불태우게 되었다. 세계적인 흐름 역시 생태마을과 전환에너지에 집중하고 있는데 말이다. 어쩌면 우리가 다양하고 별난 공동체를 끊임없이 실험하고 도전하는 것은 지금의 우리 사회 안에서 서로에게 의지하고 기대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거부이고 투쟁인지도 모르겠다. 더욱 별나고 등신 같은 나와 너와 우리가 되는 그날까지 파이팅 하겠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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