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모심의눈 모심과 살림 읽기

모심과 살림 읽기

게시글 검색
[5호] 협동조합의 비조합원 이용을 어떻게 볼 것인가
2016-07-30 15:01:00

* 『모심과 살림』 5호(2015년 여름)에 실린 글입니다.

협동조합의 비조합원 이용을 어떻게 볼 것인가

- 사회적경제의 관점에서 본 협동조합의 원외 이용 문제

 

* ‘생협 비조합원 이용 관련 한살림 정책간담회’(2015. 6. 5) 토론문과 발제문을 토대로 다시 작성한 글.

 

김신양 (모심과살림연구소 연구위원)

 

‘협동조합은 필요의 딸’이라 한다. 왜냐하면 협동조합은 시대에 따라 달라질 뿐 아니라 처한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초의 협동조합은 1750년대 프랑스의 프랑쉬-꽁떼 지역에서 치즈를 생산하는 이들의 생산자협동조합이었고, 영국 최초 협동조합은 런던에서 설립된 화재보험상호공제회사였다. 1808년 룩셈부르크에서는 정원사와 농부들의 농업협동조합이 만들어졌고 파리에는 제과점노동자협동조합이 성행했다. 그리고 1900년대 초기 한국에서는 빗을 만드는 장인협동조합이 설립되었다.

 

생산의 시대, 지역 차원에서 생산과 유통과 소비가 이루어지던 시기에는 이렇듯 생산자협동조합과 노동자협동조합이 활성화되었다. 그 이후 도시의 발달과 더불어 노동하는 이들과 그 가족을 위한 식료품 가게와 같은 소비자협동조합이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산업화가 진전되면서 1차산업과 2차산업이 줄어들고 서비스업이 발전하기 시작하던 시기, 다양한 영역에서 교육 및 보건·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동조합 또한 늘어났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공익적 목적을 가지는 협동조합이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이렇듯 협동조합운동은 시대의 산물이다. 그런데 그 시대를 읽고 대처하는 사람들은 단지 시대를 따르지만은 않았으며, 시대의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하기 위하여 때로는 새로운 것을 만들기도 하였다.

 

초기 협동조합은 생산자든 노동자든 소비자든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구와 동료, 이웃과 함께 만들었다. 그런데 사회가 발전하면서 점차 지역과 국경을 넘어 협동조합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을 만드는 목적 또한 나와 우리만의 필요와 열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다 더 넓은 지역사회, 혹은 남부 가난한 국가의 생산자와 북부 부유한 국가의 소비자가 함께 공정한 무역을 위해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으로까지 확장되기도 한다.

 

따라서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협동조합의 원외 이용 문제 또한 이러한 협동조합운동의 변화라는 맥락 속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상황 인식 : 사회적경제의 발전 속에서 협동조합운동의 변화와 사회성의 강화 요구

 

협동조합운동은 조합원 중심의 협동조합에서 점차 사회성이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경제위기와 자본주의 문제 속에서 협동조합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사회적 역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어떻게 지역사회와 접점을 넓힐 것인가’가 중요한 사안이며 이런 맥락 속에서 사회적협동조합이 등장한 것이다. 그러면서 새로운 협동조합의 출현을 넘어 기존 협동조합은 어떻게 그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최근 유럽 및 남미 등에서 사회연대경제 관련 법제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프랑스 경우 2014년 7월 사회연대경제법이 제정되면서 1947년 제정된 협동조합일반법상의 비조합원이용 관련 규정이 변화했다. 그 이유는 첫째, 사회연대경제법은 전통적인 사회경제조직인 협동조합, 공제조합, 결사체, 재단 (cooperative, mutual, association, foundation, CMAF) 과 더불어 최근 등장한 사회적기업을 아우르는 것으로 공통의 정체성을 규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사회성이 강화되고 무엇을 일반기업과 다른 사회연대경제조직으로 볼 것인가 하는 논의의 결과로 사회적 유용성이 강화되었다.

 

둘째, 유럽의 경우 경제위기 시 전통적인 사회적경제조직이 기존 구성원만의 혜택을 고수하고 일자리를 지키는 데 급급하며 사회적 배제 문제를 소홀히 여김으로써 비판을 받았고, 연대경제 등의 도전을 받게 되었다. 1 인 1표라는 민주적 운영을 넘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의 부족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조직과 갈등을 겪은 후 사회적경제와 연대 경제가 한 가족이 되는 과정에서 협동조합의 이용 범위가 변화한 것이다.

 

반면 협동조합다운 협동조합의 운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예전에는 임의조항이었던 ‘협동조합리뷰’ 제도가 의무화되었다. 특히 소비자협동조합이나 은행협동조합은 의무사항이 아니었기에 굳이 리뷰제도를 활용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제 모든 협동조합이 5년마다 시행해야 하며, 이를 통해 협동조합이 얼마나 조합원의 사회경제적 필요와 열망을 충족시키는지, 또는 어떻게 공동의 자산을 형성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 1947년 협동조합일반법 일반조항 제3조

“협동조합은 협동조합에 관한 특별한 법이 허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제3자인 비조합원이 협동조합의 서비스의 혜택을 받도록 용인할 수 없다”

 

◈ 2014년 7월31일 사회연대경제법 제3조

“특정한 유형에 해당하는 특별조항을 인정하는 조건하에서 협동조합은 총 매출의 20% 한도 내에서 시행령이 정하는 조건에 따라 제3자 비조합원이 협동조합 활동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관에 명시한다”

 

 

결사체의 딜레마 : 자유의 확장

 

과거부터 결사체와 공동체는 공통적으로 결속력을 강화해야 하는 반면 이로 인해 폐쇄성을 가지게 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우리만’의 결사체는 결국 폐쇄적인 집단, 자족적인 집단으로 사회성을 상실하게 된다(귀족 협동조합의 경우가 그 예라 할 것이다). 협동조합은 ‘우리끼리’ 시작하였으나 ‘우리의 확장’으로 개방될 때 지역사회에 이를 수 있다. 그리하여 사회적경제는 ‘궁극적인 목적이 구성원이나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를 제1원칙으로 하고, 협동조합 또한 ‘지역사회에 대한 고려(참여의식, concern)’라는 원칙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이며 무엇을 하는 존재인가’ 하는 ‘정체성’이 분명할 때 확장은 의미를 가지게 된다. 결사체는 자발적으로 결사한 사람들의 조직이다. 나와 너가 만나 우리라는 하나가 되는 조직이지만 그 우리는 1+1이 아니라 공통의 필요와 열망으로 만난다. 협동조합에서 결사체의 개방과 확장은 이렇듯 정체성이 유지됨으로써 의미를 가지는 것이며, ‘나’만의 필요와 열망만을 충족시키기 위해 모인 무수히 많은 개인의 ‘필요와 욕망’은 시장이 충족시켜 준다. 그 래서 협동조합은 관계를 통해 호혜시장을 형성하고 서로 좋은 거래를 해 왔으며, 반면 일반기업은 경쟁시장을 만들어 가격으로 만나는 것이다.

 

 

협동조합의 이상 : 협동조합 지역사회와 협동조합 공화국

 

협동조합은 필요에 따라 생산하고, 스스로 제한하며, 호혜시장을 형성하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 그러하므로 특히 소비를 조직하는 생협은 사실 소비자의 집합체가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의 매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조직된 소비자가 필요한 생산을 위해 통제할 뿐 아니라 생산자를 지켜주는 것이며, 생산자는 소비자의 살림을 지켜준다. 그런데 생협의 이용에 제한을 두지 않고 아무나 생협을 이용하게 허용한다는 것은 이 조직된 소비자집단의 기능을 상실한다는 뜻이다. 또한 이렇게 될 때 결국 시장논리를 따르는 이기적인 소비자의 구매에 생협이 의존한다는 뜻이며, 이는 곧 생산이 소비(시장논리)에 좌지우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외 이용에서 큰 문제는 바로 시장의 수요에 맡긴다는 것이다. 좋은 상품을 만들어서 많은 사람이 이용하게 하자는 선의 뒤에는 함정이 있다. 소비자에게 마음에 들면 잘 팔린다는 것은 시장의 흐름에 따라 협동조합이 맡겨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협동조합으로 갈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이니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협동조합이라는 조직적 틀이 있지만 이용하는 사람들은 시장에 있는 소비자들이라는 점, 시장의 수요와 움직임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게 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시장의 상황에 종속된다는 것은 시장의 수요에 의해 생산이 종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초기 협동조합의 이상은, 특히 소비자협동조합을 중요하게 생각한 이유는 자본가의 생산에 소비가 좌우되지 않고 이용자의 필요에 따라 생산하는 경제를 만들고자 했기 때문이다. 시장을 소비자, 즉 시민의 통제하에 두어 스스로 제한하게 하며, 생산자와 소비자가 호혜관계로 만나는 협동조합의 확장으로 경제를 변화시키는 것이 협동조합공화국의 이상이다. 에르네스트 뿌아쏭Ernest Poisson은 『협동조합공화국』이라는 책에서 소비자협동조합의 특성을 연구한 바 있다. 그는 소협이 이용고에 따른 분배, 조합원의 평등, 공정한 시장가격 판매, 양도불가한 공동의 순자산이라는 조직의 법칙을 통해 조합원의 확장, 사업 종류의 확장, 노력의 조정에 따른 확장, 도매협동조합의 공업, 금융, 농업 조직으로의 확장이라는 무한확장의 법칙이 적용됨을 들어서, 정치의 영역에서 공화국을 설립하듯 경제의 영역에서 협동조합공화국이 가능함을 역설하였다.

 

협동조합의 선구자들에게 협동조합의 이상은 자본주의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그 최종 목표가 아니라 협동의 확장을 통하여 다른 시장을 만들어 다른 경제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경영의 문제는 이용의 문제

 

원외이용 문제가 제기되는 배경에는 협동조합 경영의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 현재 생협이 봉착한 딜레마는 ‘정체성은 약화되는 반면 특정한 소비 집단으로서의 폐쇄성은 강화되는 경향’이다. ‘우리’의 약화, 즉 결사체의 약화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도외시한 채 개방과 확장만을 고려할 때 ‘비조합원의 원외 이용’ 문제는 본질을 은폐하는 수단이 될 뿐이다. 현재 전반적으로 생협의 이용율은 낮다. 이는 충성도가 낮다는 뜻이다. 그런데 누가 왜 이용하지 않는지 원인을 파악하지 않고 개선의 노력도 많이 보이지 않는다. 현재의 조합원이 이용하지 않는데 개방한다고 이용이 확대될까? 자유롭게 들락날락 할 수 있도록 둔다고 참여가 활발해질까?

 

진정한 개방과 확장은 이용하지 않는 조합원들이 이용하도록 하고, 이용 못하는 이들(특히 비용 문제)의 접근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돈이 아니라 노동을 제공하여 출자와 구매 비용을 대신하게 하거나, 품앗이 노동이나 LETS를 활용하여 협동노동의 협동조합을 만들어가며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지역성(사회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조합원을 확대하는 것도 매장에서만이 아니라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꾸러미나 급식 등의 방식으로 다양하게 지역사회와 접촉면을 넓혀가면서 운영되었다면 이런 고민이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회적경제의 경영전략에서도 핵심은 충실한 고객을 확보하는 방안, 핵심고객 만들기, 혹은 고객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는 전통적으로 이용고배당이라는 방식으로 협동조합이 만든 원칙이며, 이를 마일리지제도나 쿠폰제 등으로 일반기업이 차용한 바 있다. 공정무역도 남부국가에 대한 문제, 불공정 무역에 대한 소비자의 자각에 호소한다. 다른 경제를 지향하는 조직은 가격경쟁력에만 의지하지 않고 고객을 확보하고 충성도를 얻어 가면서 사회적 목적을 추구해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경영의 위기는 이용조합원의 확대와 이용계층의 확대로 극복하는 것이 보다 협동조합다운 방식이다. 그래야 사람들의 결사체로서 협동조합다운 운영이 가능하게 될 뿐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접점 또한 넓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전환은 중심축의 이동 : 시장에서 사회로

 

사회적경제는 사회의 관점으로 경제를 사고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사회의 관점으로 경제를 사고한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경제활동의 중심에 둔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환 이야기』에서 주요섭은 전환이란 ‘중심축의 이동’이라 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협동조합이 진정한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그 중심축을 시장에 두지 않고 사회에 두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 서로가 서로의 살림을 지켜주는 호혜시장을 형성해온 한국의 생활협동조합운동의 경우도 그러하다. 특히 한살림의 지난 30년간의 생명협동운동의 역사는 시장으로부터 사회로, 교환에서 호혜로 중심축이 이동해 온 역사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향후 30년의 역사는 한살림생협을 포함해 한국사회 전체가 진정한 살림의 경제가 되도록 호혜성을 확장해 가는 새로운 생명협동운동의 시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제는 한살림만의 것이 될 수 없으며, 다른 생협운동조직 및 건강하게 자라나는 많은 새로운 협동조합의 공동의 비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지금의 협동조합운동은 더욱 더 ‘사회’라는 중심축을 분명히 하여 구심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각 지역이 스스로 중심이 되도록 지역별 호혜시장 구축의 전망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 안에서 생산은 소비에 부응하고, 소비는 생산을 지키며, 노동은 자본에 종속되지 않는 새로운 관계가 발전할 것이다. 그러하니 생산자와 소비자는 더욱 굳건히 만나는 협동운동을 준비해야 할 때가 아닌가?

 

 

공동체의 연대를 위해 먹거리는 시장의 교환에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

 

헝가리 출신의 학자 칼 폴라니 Karl Polanyi 는 『초기 제국시대의 교역과 시장』에서 우리가 경제에 대해 혼동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는 경제라는 것이 수요와 공급에 의하여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으며 “물질적인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사람과 사람이 서로 의존하고, 사람과 자연이 상호작용하여 만들어지는 살림”으로서의 경제가 있음을 발견하였다. 즉, 돈벌이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시장의 교환만이 경제라 할 수 없으며, 교환, 재분배, 호혜라는 세 가지 법칙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의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았다. 그 각각의 운영 원리는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데 특히 교환을 중심으로 한 경제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변동가격에 따른 교환으로 이익을 얻는다는 것은 거래 파트너 간 명백히 적대적인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태도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이 적대감이 완화될지라도 교환에 따른 변동은 적대감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구성원 간 존재하는 연대의 토대를 보호하고자 염려하는 공동체는 생명의 사활이 걸린 문제를 두고 숨은 적의가 발전하여 먹거리로 인하여 생기는 심각한 걱정을 불러일으키도록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1)

 

대형유통자본과 초국적인 자본에 의하여 먹거리가 투기의 대상이 되고 식량 난민이 증가하는 시대, 지역의 농민과 생산자들이 대형유통자본에 종속되거나 하청업체가 되어 자율성을 잃어가는 시대, 그리고 생명 및 생태 위기를 겪는 지금의 우리에게 폴라니의 글은 되새겨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협동조합이 더욱 사회적인 기업으로 발전하는 길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방법이 아니라 더 많은 지역사회 주민과 더욱 단단한 협동의 관계로 만남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협동조합의 원외 이용 문제도 시장 안의 협동조합이 아닌 협동조합 지역사회라는 다른 전망을 가지고 살펴봐야 할 것이다.

 

 

 

1) ‘제도화 과정으로서의 경제’, 칼 폴라니,『초기 제국시대의 교역과 시장』, 1957.

 

 

 

댓글[0]

열기 닫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