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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 방사능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후쿠시마 사람들
2016-12-06 10:38:00

 

방사능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후쿠시마 사람들

- 이와키 방사능시민측정실 <타라치네>의 활동

 

김현우 (편집위원,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지난 3월 23일부터 28일까지 일본 후쿠시마 현과 도쿄 시내에서 열린 제17차 반핵아시아포럼과 제1차 반핵세계사회포럼에 다녀왔다. 세계 여러 나라의 반핵 활동가들을 만나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는 것도 뜻깊었지만, 후쿠시마 지역의 사정을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는 값진 기회이기도 했다. 끝이 없어 보이는 핵발전소 사고 수습과 방사능 제염 작업에 투입되는 노동자들, 귀환의 압박에 고민하는 지역민들, 무너진 경제와 지역공동체 모두가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그러나 곳곳에서 다시 일어서려는 주민들이 있었고 그들을 돕는 지역의 운동도 활발함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러한 활동들과, 이제 후쿠시마는 안전하며 일본은 다시 설 수 있다는 식의 아베 정부의 애국주의적 선전 논리는 경계가 뚜렷하지 않으며, 후쿠시마 지역의 재생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본 사회운동 사이에서도 입장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듯했다.

 

어쨌든 지역 주민들에게 핵발전소와 방사능의 상황에 대해 정확하고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고 필요한 도움을 주는 일은 주민들의 자립을 위해서도, 그리고 탈핵의 발걸음을 위해서도 기본적으로 중요한 일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후쿠시마 현 이와키 시에 자리 잡고 있는 방사능시민측정실 방문은 상당히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비영리 법인인 이 단체의 활동을 소개한 기사에 나오는 한 구절은 이렇다. “몸 위에 붉은 습진 같은 것이 나와서 그것이 일주일 정도 지난 뒤 진정이 되었다. 그 후에 피부에 알 수 없는 검은 반점이 나왔다. 동네 피부과에 가도 그런 증상의 사례가 거의 없다고 했다. 그것은 간 기능 저하가 현저한 어린이들에게 있는 것인데, 의사도 왜 이 어린이가 간 기능이 떨어져 있는지 그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저선량 방사능 피폭의 영향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인 데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영향권 안에 있는 이들이라면 그 불안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자신과 가족이 어느 정도 피폭되었는지, 그리고 지금 들이쉬는 공기와 먹는 음식의 방사능 수준까지 의심스럽다면 그곳에서 마음 놓고 살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지역별 방사선량 보고가 매일 나오고 있지만, 그것은 대체로 제염이 이루어진 안정적인 공간에 설치된 계측기에서 얻어지는 것이어서 주민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공간이나 식생활과는 괴리가 있다. 더욱이 후쿠시마 사고 대처 과정에서 정부 발표에 대한 불신도 커진 상황이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모들의 걱정은 끝이 없다. 실제로 “지역의 친척으로부터 받은 야채를 먹어도 괜찮을까”, “세탁물을 밖에서 말려도 좋을까”, “보육원의 모래밭은 괜찮은가”, 나아가서, “후쿠시마에 남아 아이를 키운다는 내 결정은 옳았는가” 같은 질문들이 언제나 제기된다. 2015년에 실시된 한 설문 조사에서는 후쿠시마 엄마 2명 중 1명이 ‘육아 불안’을 느낀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시민들이 만든 베타선 측정실

 

그러던 중 이와키 시의 시민들이 중심이 되어 2 011 년 1 1 월에 만들어진 이와키방사능시민측정실 <타라치네> (いわき放射能市民測定室たらちね)가 2015년 4월에 베타방사선 측정실험실을 설치했다. 일본어 ‘타라치네’ 는 ‘부모들’이란 뜻이다. 후쿠시마 사고 후 일반인과 관공서에서 주로 측정해 온 방사선은 간단한 기계로도 계측 가능한 감마선 핵종인 세슘 134 와 137 이지만 이것은 핵발전소로부터 나올 수 있는 방사선 동위원소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세슘 137 은 반감기가 30 년에 이르지만 체내에 들어가도 비교적 빨리 배출될 수 있다. 그런데 더욱 무서운 것은 베타선을 내는 스트론튬 90 과 트리튬(삼중수소)이다. 예를 들어 스트론튬은 칼슘 성분과 비슷해서 일단 체내에 유입되면 뼈에 들어가 계속 몸속에서 방사선을 내보내게 되며, 따라서 세포에 손상을 주어 암을 유발할 수 있다 . 문제는 감마선에 비해 베타선은 측정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고가의 장비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도 2013년 4월, 시민방사능감시센터가 발족하여 독립적으로 방사능 계측 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 역시 감마선 측정에 한정된 것이다. 하지만 사고가 난 핵발전소가 가까운 지역이라면 비교적 무겁고 잠재적 영향도 큰 베타선 핵종에 대한 측정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었다.

 

<타라치네>는 후쿠시마 사고 이래 어린이에 대한 갑상선 조사와 식재료의 세슘을 측정하여 수치를 발표하고 주의를 당부해왔다. 그러나 일반 시민이 전문기관에 스트론튬 같은 핵종의 계측을 부탁한다면 일본에서 이를 할 수 있는 기관은 원자력관제청 관할 일본분석센터와 규슈의 환경관리협회 두 곳뿐으로, 신청이 많을 때는 3~4개월 기다려야 했고 한번 검사하는 데 16만 엔에서 20만 엔 정도나 필요했다. <타라치네>의 베타선 측정실은 시료의 측정 시간을 수 일로 줄이고 비용도 수천 엔 수준으로 시행하고 있다.

 

베타선 측정이 가능한 곳이 드물다 보니 <타라치네>에는 예상보다 많은 측정 신청이 전국에서 몰려오고 있다. 캐나다와 말레이시아 같은 먼 나라에서 신청이 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원래 신청 후 1주일 정도면 검사 결과가 나오지만, 많은 신청 때문에 지금은 1개월 정도 걸린다고 한다. 측정 의뢰를 받는 시료는 흙이나 야채, 식물, 물고기 등 다양한데,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염려를 반영하여 분유나 분유를 녹이는 물도 검사 대상에 포함된다. 캐나다에서 연어의 방사능을, 그리고 말레이시아에서 도자기를 만드는 흙의 방사능을 측정해 달라는 연락이 있었지만, 일본 국내에 반입하는 것은 어렵기도 하여 각국에서 측정할 수 있는 기관을 소개해 주었다.

 

 

타라치네의 측정실. 시민의 기금으로 장비를 마련했음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있다. (사진: 김현우) 타라치네의 측정실. 시민의 기금으로 장비를 마련했음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있다. (사진: 김현우)

 

고가의 측정 장비에는 시민들의 모금으로 만들어졌음을 알리는 표지가 붙어 있다. 어렵사리 장비를 마련했다 하더라도 장비와 실험실 유지에 들 비용을 생각하면 적자를 각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갑상선 검진 서비스도 19세 이상은 우리 돈으로 1만 원 정도 요금으로, 그리고 어린이와 임산부에 대해서는 무료로 시행해준다. <타라치네>는 개인의 기부금과 회원 회비로 유지되며, 측정 실무에는 자원봉사 활동가들도 많이 투입되고 있다.

 

                         <표 1> 타라치네의 방사성 핵종별 측정 요금

 

방사능 측정실에서 일하는 직원 대부분도 양육의 고민을 안고 있는 이들로, 방사능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갖고 있어야 제대로 아이들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측정 활동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이러한 <타라치네>의 활동은 지역 주민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실제로 <타라치네>에서 전신 방사능 측정을 받은 한 어르신은 손자가 태어났지만 자신이 피폭되어 있을지 모르니 손자를 안아주어도 되는 것인지 불안해했는데, 이제는 안심하고 손자를 품을 수 있다고 고마워했다.

 

민간 방사능 측정실 겸 검진센터 설립 운동 진행 중

 

후쿠시마 현에서 실시하는 갑상선 검진도 있지만, 그것은 2년에 1회뿐이고, 그것도 몇 주 후 보내오는 서류를 기다려 결과를 알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타라치네>의 갑상선 검진은 그 자리에서 의사로부터 결과를 직접 들을 수 있다. <타라치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방사능 측정뿐만 아니라 심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그 치료까지 담당할 검진센터를 방사능 측정실 옆에 세울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타라치네> 사무실 한편에는 갑상선 검진을 받으러 온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이 있는데, 이곳을 인접한 사무실과 합쳐서 확장해 검진센터를 개설할 예정이다.

 

방사능 측정실과 검진센터가 같은 공간에 있으면 방사능 측정을 받고 의심스러운 결과가 나올 경우 그 자리에서 바로 진찰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진찰을 받을 때 옆에서 실시하고 있는 방사능 측정에 관심을 갖게 되면 나중에 측정을 위해 음식을 가져올 생각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방사능 측정실과 검진센터를 한 곳에 세우는 것은 민간 시설로는 일본 최초의 시도다. 검진센터에서는 다음과 같은 기능을 기대하고 있다.

 

                                    <표 2> 방사능 검진센터의 기능

 

후쿠시마 시민들의 손으로 만들어 온 <타라치네>에 있어 이 검진센터의 개설은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다. 각종 모금 활동 호소와 콘서트가 이어졌고, 모금액이 몇 주 단위로 보고되었다. 지난 2016년 5월 9일에는 검진센터 건립 모금 목표 금액을 달성했다며 예정보다 조금 빠른 5월 하순에 개장하도록 전력으로 준비를 시작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오키나와 구미노사토의 요양 여행 프로그램

 

<타라치네>가 주력하고 있는 또 하나의 사업은 심신이 지친 후쿠시마의 어린이들을 위한 요양(일본어로 보양保養이라고 표현한다) 여행이다. 요양 여행은 이미 체르노빌의 어린이들을 위해서도 진행된 것으로, 위축된 어린이들에게 맑은 공기를 쐬고 자유롭게 흙을 만지며 원기를 회복하게 하려는 프로그램이다. 일본 지도에서 후쿠시마로부터 완전히 반대편에 위치한 따듯한 오키나와에 소재한 구미노사토球美の里라는 이름의 시설이 탄생한 것은 2012년 7월이다. 이 시설을 기획한 월간지 데이즈 재팬 DAYS JAPAN은 후쿠시마 사고 직후 방사능 측정기 지원 모금을 시작했는데 이것이 후쿠시마 현 여섯 곳에 시민방사능 측정소가 개설된 계기가 되었고, 후쿠시마 어린이 요양 프로젝트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어린이들은 구미노사토에서 약 10일간 머무르며 깨끗한 모래사장과 숲속에서 마음껏 놀고 실컷 웃고 부모님과 함께 즐겁게 밥을 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애니메이션 작가 미야자키 하야오 씨가 디자인한 로고에는 “자연의 힘을 받아 모두 힘을 합쳐 꿈을 향해 나아가자”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래 2016년 1월 11일까지 어린이 1,862명, 학부모 479명 등 총 2,341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참가 어린이는 교통비와 체재비가 무료이며, 미취학 아동의 보호자는 제2차 그룹 이후부터 항공료를 지원해주고 있다. 때문에 프로그램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계속 모금이 필요하다. 지난 봄방학 기간의 제55차 요양(2016년 3월 23일~4월 1일)은 독일의 한 공익법인이 모은 기금으로 이루어졌다.

 

사실 후쿠시마 어린이들에 대한 검진과 요양 요구가 많았음에도 후쿠시마 현은 소극적이었다. 왜냐하면 이런 요구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후쿠시마가 피폭 위험이 높은 지역임을 인정하는 꼴이 되고, 그럴 경우 배상 문제와 경제적 타격이 우려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후쿠시마의 주민들과 이들을 생각하는 시민들이 스스로 어린이들을 지키고 일어서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제 후쿠시마의 사람들은 자기 삶을 꾸려가는 한편으로 핵발전소 사고 피해에 대한 보상 투쟁을, 다른 한편으로는 아베 정부의 일방적인 피난구역 해제 조치에 맞선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 『모심과 살림』 7호(2016)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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