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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호] 자립과 공생의 기술로 ‘다른 풍요’를 제작하다 - 청년과 함께 시작하는 ‘비전화공방 서울’
2017-06-21 09:23:00

   

자립과 공생의 기술로 ‘다른 풍요’를 제작하다

청년과 함께 시작하는 ‘비전화공방 서울’

 

글 김이경

동아시아 협동운동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모심과살림연구소에서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며 국내외 대안운동 사례조사와 인터뷰 등에 참여했다. yesleft@gmail.com

 

 

ⓒ비전화공방 서울

 

2011년. 후쿠시마 쓰나미가 일본 동북부를 휩쓸고 간 해이다. 그로부터 6년이 흘렀지만 후쿠시마 주민은 핵발전소 폭발의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들은 고향을 떠나 낯선 곳에 임시로 머물며 그 지역 주민과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킨다. 주민이 머물던 곳은 전국에서 온 노동자로 채워졌다. 핵발전소로 오염된 지역의 제염 작업에 참여하면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자 전국에서 사람이 몰려든 것이다. 청년들도 이 행렬에 동참했다. 아베 노믹스로 일본 경제가 안정화되고 있다고 하지만 많은 젊은이들은 후쿠시마에서 일당 1만 엔~1만5천 엔가량을 버는 일을 택한다.

 

2013년 11월, 후쿠시마를 방문한 지역 거버넌스 연구자 강내영은 두 가지 사실에 놀랐다. 그곳에 주민과 청년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땅에 예상 외로 많은 이들이 살고 있었고, 그곳에서 마스크 하나만 쓰고 제염 작업을 하는 청년이 있었다. “일본 청년들이 방사능에 노출되면서 일당을 벌고 있었어요. 충격이었죠. 이게 일본의 미래일까 생각했죠.” 그는 동시에 한국 상황과 청년을 떠올렸다. 후쿠시마 사태는 현대 문명의 모순을 고스란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국 상황은 어떤가. 87.9%. 이 숫자는 한국을 떠날 의향을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20~30대의 비율이다. 구직 사이트를 이용하는 약 1천8백 명의 청년이 한국을 떠나고 싶다고 답했다. 한 해 2000명, 하루에 약 6명의 청년이 스스로 삶을 끊고 있다. 현재 한국 청년들은 N포세대라 불린다. 연애, 취업, 결혼, 출산… 포기하는 것이 너무 많아 만들어진 절망적인 용어다. 이처럼 한국 청년들은 저임금, 일자리 불안, 불투명한 미래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청년의 출구는 어디일까. 상상 이상으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과 과학기술일까.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줄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나의 삶과 과학의 발달은 큰 괴리가 있다. 그리고 질문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누구를 위한 과학 기술일까? 과학이 발전했지만 왜 노동시간은 줄지 않을까? 일자리가 없어 돈을 벌지 못한다면 로봇이 만든 저렴한 물건도 살 수 없지 않을까? 인공지능 시대가 열렸다고 하지만 왜 나는 행복하지 않을까? 일본 과학자 후지무라 야스유키는 이러한 질문을 해결하는 과정을 직접 보여주기 위해 2000년에 ‘비전화공방’을 열었다. 비전화공방은 전기에너지와 화학물질에 의존하는 문명을 바꾸는 방식을 공유하기 위한 배움터이다. 후리무라 선생은 기초공학 박사로 30년간 약 1천 개의 제품을 개발한 일본 최고의 발명가다. 그는 과학 발전이 인류 문명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라는 점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천식을 앓던 아이를 돌보며 과학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다. 그는 친환경 공기청정기를 제작한 것을 계기로 에너지와 화학물질을 지나치게 사용하는 현재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시작했다.

 

후지무라 선생은 ‘돈과 에너지를 많이 들여야만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계속 묻는다. “계속 발전해야 좋은 것일까요?”, “물질적 풍요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후지무라는 무조건 참는 수도자의 길은 반대한다. “참는 것은 오래 가지 못하고, 결국 사람을 불행하게 할 뿐이거든요.” 그는 행복지수를 높이면서 전력소비량을 반으로 줄이는 방법을 제안한다. 별빛달빛 냉장고, 전기와 세제가 필요 없는 세탁기, 가정용 정미기 등이 그 예이다. 이를 통해 누구든 직접 만들 수 있고,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고 알려준다. 일본에서는 20년간 1천여 명이 넘는 이들이 그에게 배움을 얻고 전국에 흩어져서 비전화 방식의 자립적인 삶을 알리고 있다.

 

후지무라 선생의 생각에 관심을 가져온 박원순 시장이 2016년에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총체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노하우를 한국 청년에게도 전수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는 올해 3월부터 3년간 한 달에 한 번 서울혁신센터에 와서 선발된 청년제작자들에게 노하우를 알려줄 예정이다. 일본과 다른 환경인 한국 서울에서 진행될 비전화공방은 어떤 길을 구상하고 있을까. 지역 거버넌스 연구를 마무리하고 <비전화공방 서울> 총괄을 맡은 강내영 단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진> 강내영 단장

 

 

라이프스타일을 발명하는 사람

 

 

비전화공방이라는 단어가 낯설어요. 비전력(화)공방이 더 쉽게 이해될 것 같은데요.

 

어떤 이름을 쓰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지금까지 비전화공방은 모두 비전력공방으로 소개되고 있거든요. 실제로 ‘비전화’라는 단어가 낯설어서인지 처음에는 비전vision을 만들어주는 곳이냐는 전화도 받았어요.(웃음) 그런데 비전화공방을 대체할 표현이 없어요. 비전화非電化라는 용어에는 단지 전기를 쓰지 않는다는 의미만 들어있는 건 아니거든요. 화학물질도 포함되어 있어요. 또 ‘전기와 화학물질을 쓰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전기와 화학물질을 100퍼센트 쓰는 삶에서 0에서 100까지의 선택지를 만드는 활동입니다. 전기를 70퍼센트가량 쓰는 게 좋다면 그 정도만 쓸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고 같이 만드는 거죠. 그래서 일단 일종의 말 걸기로 비전화공방이라는 단어를 쓰고 결과를 만들어가면서 다른 단어를 쓰기로 했어요.

 

전기만 해당된다고 생각했는데, 화학물질도 포함되어 있는 개념이군요.

 

네, 비전화의 화化가 화학물질을 의미합니다.

 

‘비전화’라는 단어에 많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네요.

 

후지무라 선생은 지금이 문명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합니다. 산업혁명 이후 기계문명과 산업화가 한계에 다다른 거죠. 성장이 더 이상 안 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전환기이기도 하구요. 길게 보면 산업혁명에서 새로운 혁명의 단계로 넘어가는 시기이고, 더 길게 보면 앵글로색슨 문명, 즉 자신의 욕망으로 인간을 지배하는 비논리·분단·의존 문명에서 공감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앎·연결·자립과 같은 새로운 문명으로 전환되는 시기예요.

 

물론 이러한 현재 문명을 비판하는 사람은 많아요. 그런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죠. 후지무라 선생은 이 문제를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접근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는 물건을 발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발명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해요.

 

일본 최고의 발명가가 스스로를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 거네요. 재미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후지무라 선생이 강조한 ‘라이프스타일의 발명’에 대한 예를 든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대표적인 것이 정미기죠. <비전화공방 서울>에서는 인근 우보농장의 토종벼를 직접 정미해서 밥을 지어요. 대부분 농부들은 볍씨가 아닌 도정한 현미 상태로 보관합니다. 저온저장을 해야 하기 때문에 큰 냉장고가 필요하죠. 쌀을 보관하는 냉장고 에너지만 해도 원자력발전소 몇 개분이라고 해요. 농부들은 정미를 하지 않고 볍씨채로 판매가 가능하다면 보관이 훨씬 용이해진다고 합니다. 만약 집에 정미기가 있다면 볍씨채로 사서 보관할 수도 있고 영양과 맛 측면에서도 뛰어난 밥을 먹을 수 있겠죠. 에너지 절약은 물론이며 농민들의 수고로움도 덜 수 있는 방식이에요. 또 다른 예는 커피로스터기입니다. 공정무역의 단계를 좀 더 심플하게 할 수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어요. 만일 내가 생두를 사서 집에서 로스팅한다면 단계는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 즉 내가 생두를 필요한 만큼 볶아서 먹는다는 소비 행태 하나를 바꾸는 것만으로 많은 것이 달라지는 거죠.

 

  

左) 가정용 비전력 정미기  右) 비전력 커피 로스터기  (출처 : hidenka.net)

 

 

비전화 방식, 빠른 속도가 요구되는 사회에서의 가능성

 

그런데 이 방식이 빠른 속도에 익숙한 현대인,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을 듯한데요. 집밥이 유행이지만 작년에 가장 히트한 상품이 편의점 도시락이고 한살림에서도 즉석밥을 출시할 정도예요. 간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데 볍씨를 사고 정미기를 사용할까요?

 

결국은 인식의 전환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정말 시간이 없을까요? 하루 중 SNS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요? 외롭다고 하면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를 궁리하기도 하죠.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먹는 것을 덜 중요하게 여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내 삶의 방식을 어떻게 건강하게 만드는가’가 내가 더 여유로워지고 더 잘 살 수 있는 방식일 텐데, 이런 일은 하찮고 기계가 하는 것이라고 세뇌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나 4차산업혁명이 나를 행복하게 할까요? 그렇지 않더라도 그냥 그게 대세인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도 도시의 속도가 정말 빠르잖아요. 전기와 화학물질을 피할 수도 없구요.

 

비전화공방의 방식으로 100% 도시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다고 보진 않아요. 예를 들어 한여름에 에너지를 쓰지 않기 위해 에어컨을 틀지 않고 참으면 결국 만족할 수 없게 됩니다. 비전화 방식은 그런 상태에 머물자는 게 아니에요. 에너지와 돈을 안 쓰거나 적게 쓰면서도 행복도를 높일 수 있는 고민을 함께 하자는 거죠. 즉 에어컨을 켜지 않더라도 집을 시원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려줍니다. 저희는 비전화를 ‘과정이 보이는 관계’, ‘선택지를 넓히는 운동’, ‘신나게 즐겁게 바꾸자’라고 설명해요. 공생共生기술이라는 용어도 쓰죠. 기존 방식과 다르게 접근하는 거예요.

 

지역적 차이도 있을 것 같아요. <비전화공방 일본>은 도시에서 떨어져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후지무라 선생이 제안하는 비전력 냉장고 같이 공간을 필요로 하는 물품은 아파트나 빌라, 다가구 위주로 사는 사람들에게는 불가능한 시도가 아닐까요?

 

도구만 가지고 이야기하면 그렇죠. 내 삶의 방식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필요한 도구들을 만들어야 합니다. 내가 필요한 도구를 내가 발명할 수 있다는 거예요. 일본이 아닌 대한민국 서울에 최적화된 방식을 만들 수 있을까를 지금 실험하고 있는 중이고요. 100% 정답은 없겠죠. 같이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한 건데, 결과만을 구매하겠다는 태도가 아닌가 싶어요.

 

생각해보니 비전화공방에서 만든 물건을 사서 이용하는 것만 염두에 두고 질문을 했군요.

 

지금의 소비 형태로 기준을 맞추면 안 돼요. 자급력을 높이는 게 필요해요. 지출과 소비, 그에 따른 시간과 노동력, 건강상태에 따라 자급력 사이클이 돌아가요. 지금 사이클은 수입을 늘려서 지출을 많이 하는 거예요. 돈을 많이 벌어야 하죠. 결국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악순환인 거예요. 몸을 해치고 자유시간이 없어지니 자급력이 떨어지죠. 물질문명의 풍요로움이 아닌 무엇이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까요. 결국 인식의 틀을 바꾸면 물질이 채워주지 못하는 풍요로움을 발견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 물질은 풍요로워졌는데 공허하지 않나요? 결국 이 공허함은 정신과 물질이 같이 풍요로워지지 못한 격차라고 생각해요. 균형을 맞추면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서울형 비전화공방의 길

 

<비전화공방 서울>에서 가장 강조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자립입니다. 내 삶의 스타일을 바꾸려면 자립을 해야 돼요. 자립한다는 건 나 혼자만 사는 방식이 아니에요. 기본적으로 내가 살아갈 수 있는 기술, 그리고 동료들과 같이 어떻게 잘 살 것인가가 포함되어 있어요. 자립을 하기 위해서는 기초체력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농사, 물건 만들기, 집 짓기. 이건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라 ‘동료력’이 필요해요.

 

세 가지 기초체력 중 각자 잘 할 수 있는 것들에 차이가 있겠군요.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자기가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은 달라요. 전체 사이클을 체험하면서 나의 강점을 알게 되고, 약한 부분은 어떤 친구와 협업해야 된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것조차 모르면 어느 부분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어요. 그러면 일임할 수밖에 없는데, 그건 돈을 주고받는 관계밖에 되지 않아요.

 

가장 핵심적인 교육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청년제작자들이 1년간 경험해야 할 중요한 세 가지는 농사, 건축, 제품 제작이에요. 우리는 이를 ‘공생기술’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가장 중요한 미션은 카페를 짓는 거예요. 직접 짓고 운영해봐야 실제로 내 삶의 방식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볼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카페를 운영할 때 필요한 것들을 생산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 카페에서 판매할 샐러드에 들어가는 채소라든지, 압착기로 기름을 짤 수 있는 작물을 키우는 거죠.

 

 

<사진> 후지무라 야스유키 강연모습 ⓒ비전화공방 서울

 

1년 과정이 끝나면 제작자들이 어떤 역할을 하길 기대하나요?

 

후지무라 선생이 말한 ‘스몰 비즈니스’죠.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삶을 바꿀 수 없어요. <비전화공방 서울>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보다는 청년 제작자들이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 교육에 관심 많은 친구는 시니어 지원 기관인 50플러스센터에서 기술을 가르칠 수도 있고, 교육청과 연계해서 방과후교육으로 비전화 교육을 진행할 수도 있겠죠. 직접 만드는 걸 좋아하는 친구는 마을지원센터나 사회적경제센터와 결합해서 마을제작자로 성장할 수도 있고요. 물건을 수리하는 것보다 구매하는 게 더 저렴한데, 이 문제에 착안해서 제작은 물론이고 수리도 해주는 마을 제작자가 되는 거예요. 또 지역의 안전 문제를 테마로 방사능 또는 토양 시민측정실을 만들어 제작자를 파견하고 자치구와 협치하는 모델을 만들고 싶습니다.

 

네, 기대가 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비전화공방 서울 1기 제작자 과정 ⓒ비전화공방 서울

 

 

<비전화공방 서울> 1기 제작자, 동료를 만나 희망을 꿈꾸다

 

<비전화공방 서울>에서 1기 제작자를 모집한다는 공고가 나간 후 약 150명이 문의를 해왔다. 실제로 지원한 이들은 20대 초반에서 30대 초중반의 63명, 이 중 12명이 선정되었다. 이들은 1년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비전화공방 서울>에 집중해야 한다. 1기 제작자들은 생활비나 주거 등 생계 지원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비전화공방 서울>에 ‘올인’했다. 이들은 어떤 이유로 비전화공방 활동을 시작했을까.

 

제작자 12명의 이력은 대안학교 졸업생에서 생협 활동가, 요가 강사 등으로 다양했다. 대안학교를 졸업했지만 앞으로 나아갈 대안이 보이지 않았고 생협에서 일했지만 지구를 살리는 활동과 괴리가 생기는 일이 많아 고민이 깊었다. 사회적기업에서 근무했지만 ‘사회적’기업은 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원에 진학해 연대, 협동 개념을 공부하며 머리로는 이를 이해했지만 정작 사람을 놓치는 일이 많았다. 결국 주위 동료는 적이자 친구인 어정쩡한 관계에 머물렀다.

 

여러 배경을 가진 이들은 <비전화공방 서울>에 어떤 기대를 갖고 지원했을까.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그들은 삶을 이야기했다. “기술을 배우겠다, 뭐 하나를 얻어가겠다, 라는 게 아니에요. 그런 삶을 살고 싶어서 여기 왔어요.” 그들이 말한 ‘그런 삶’이란 “내 삶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전반, 내가 자립하고 싶었던 전반”, “도시에 살아도 다른 생명에게 해를 덜 끼치는 삶”이었다. 삶의 총체적인 부분을 고민하는 청년들이었다. 그들은 “뭔가 작은 것들을 실천 해나가는” 자립하는 삶을 희망했다.

 

인터뷰를 한 날은 <비전화공방 서울>을 시작한 지 열흘째 되던 날이었다. 짧은 기간이지만 제작자들은 많은 부분이 변했다고 한다. 우선 외로움이 사라졌다. “또래에서는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친구가 없어서 외로웠어요. 친구를 만나고 싶었거든요.” 같은 가치관을 갖고 있는 동료를 만난 점이 가장 큰 힘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이건 내가 할 수 있게 해주겠구나.”라는 믿음이 생겼다. 무엇보다 이들에게는 “그러지 않아도 괜찮아, 똑같이 살지 않아도 괜찮아.”를 생각할 수 있는 1년이 주어졌다. <비전화공방 서울> 1기 제작자들의 자립에 건투를 빈다.

 

 

비전화공방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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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심과 살림』 8.5호(2017 봄)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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