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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호] 지속가능성의 관점으로 본 한살림운동
2017-07-21 10:31:00

 

지속가능성의 관점으로 본 한살림운동

 

하만조

한살림서울 실무자. 모심과살림연구소에서 ‘지속가능성 지표를 통해 본 한살림운동’을 연구하고 보고서를 펴낸 바 있다. mjhaaa@hansalim.or.kr

 

 

한살림운동 모델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미세먼지에 관한 각종 뉴스가 들릴 때마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한편 걱정스럽고 한편 미안하기도 하다. 미세먼지의 근원을 따져보면 나 또한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다 할 대응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기껏해야 외출을 자제하거나 아이에게 마스크를 씌우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현재 거대한 환경문제에 직면하고 있지만 개인은 너무나 무력하다. 비단 미세먼지만이 아니라 방사성물질이나 유전자변형식품 등 개인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피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많다. 지구온난화 같은 문제는 그 원인과 대처 방법까지 제시되었으나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어떻게 해야 우리 아이들에게 건강한 생활환경과 자연생태계를 물려줄 수 있을까.

 

30년 전 한살림에 참여한 조합원들 역시 그 소재는 달랐지만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졌다. 그들은 가족의 건강한 밥상을 찾아 유기농업을 실천하는 생산자들과 연대하여 직거래를 시작했다.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소외된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만나 협동적인 관계를 새롭게 조직한 결과는 작지만 큰 변화를 만들어냈다. 도시에서는 농약 없는 밥상을 실현하고 농촌에는 벌레와 잔짐승이 돌아왔다. 그 과정에서 제도적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친환경농업법과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의 제정을 이끌기도 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생관계가 사람과 자연의 상생관계로 이어지는 한살림운동은 점차 규모가 커졌고 그 내용도 다양해졌다. 1986년 이후 30년 만에 조합원이 60만 세대, 생산자회원은 2,100세대로 늘었다. 친환경농지가 920만 평으로 확대되고 이를 유통하는 물류센터가 확장되었다. 소외된 이웃과 좋은 물품을 나누고 서로의 삶을 보듬고 싶은 마음이 지역살림운동으로 이어졌다. 쓰고 버리는 일회용 사회를 생산-소비-분해-재생으로 이어지는 지속가능한 순환형 사회로 바꿔내기 위한 생산양식과 생활실천 활동들도 계속되어 왔다.

 

<그림> 한살림의 지속가능성 모델

 

지속가능발전목표와 한살림운동의 만남

 

지속가능한 발전은 한살림은 물론 전 세계가 공통으로 실천해야 할 매우 중요한 과제다. 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에 대해서는 유엔환경개발위원회에서 1987년에 발간한 「우리 모두의 미래Our Common Future」에서 ‘미래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으로 정의한 바 있다. 이후 지속가능한 발전은 1992년 리우 유엔환경회의와 2002년 요하네스버그 지구정상회의를 통해 세계 공통의 실천 과제로 자리잡아 왔으며, 특히 2015년에는 유엔개발정상회의에서 세계 193개국의 인준을 받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설정하고 2030년까지 구체적인 실천을 약속한 바 있다. SDGs의 주요 내용은 경제, 사회, 환경적 지속가능성이라는 기존 세 가지 주제를 이어받아서 ‘사람people’, ‘지구planet’, ‘번영prosperity’, ‘평화peace’, ‘파트너십partnership’을 위한 17개의 목표와 169개의 세부과제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는 향후 수십 년 동안 우리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확실시되는 ‘인구문제’, ‘기후변화’, ‘양극화’라는 과제 또한 포함된다.

 

한편, 세계 협동조합 진영에서도 지속가능발전목표를 향한 책임있는 실천을 위해 활발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만큼 한살림도 SDGs에 관심을 갖고 이것이 사업과 활동에 미칠 영향이 무엇인지, 한살림의 역할과 책임은 무엇인지 더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앞으로의 미래는 지속가능성 문제를 소홀히 한 채 사업과 활동을 펼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SDGs는 한살림이 지향하는 세계관 및 활동과도 잘 맞닿아 있다. ‘세상이 그물처럼 서로 이어져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뭇생명을 존중하며 공생과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생명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펼쳐온 밥상살림, 농업살림, 생명살림 활동은 앞서 언급한 SDGs의 5가지 주제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또한 ‘기아를 종식하고, 먹거리 안정성과 영양 개선을 달성하며, 지속가능한 농업을 촉진(목표 2)’하며 ‘지속가능한 소비 및 생산 패턴을 확립(목표 12)’한다는 SDGs의 주요 목표는 지금의 한살림 사업 및 활동과 바로 연결되는 주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지속가능성의 눈으로 한살림의 사업과 활동을 바라보면 세계적인 보편적 과제들과 한살림의 활동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확인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한살림이 가진 특수한 차별성은 그것대로 의미를 살려서 드러낼 수 있다. <지속가능성보고서 가이드라인>은 이런 내용을 담는 가장 보편적인 지표체계 중 하나다. 경제, 사회, 환경, 거버넌스라는 구성으로 이루어진 이 가이드라인을 참고하여 한살림의 활동 내용을 간략히 분류해 볼 수 있다.

 

사회적 측면에서 한살림의 활동은 지역사회 돌봄활동, 사회적경제 생태계 활성화, 건강한 식문화 확산, 지구촌 생명살림과 같은 주제들로 분류해볼 수 있다. 생태적 측면에서는 생물다양성 증진, 온실가스 감축, 지속가능한 자원 이용, 생활실천 운동 등을 통한 생태계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다. 한살림의 농업살림은 한살림운동의 출발점이기도 하고 현재도 가장 많은 자원이 투입되는 영역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에 있어 농업과 먹거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농업살림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한살림의 사회적 의미를 분명히 확인시켜 주고 있다. 거버넌스Governance 측면에서 한살림을 대표하는 한살림연합의 이사회는 명시적으로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삼고 있지는 않지만 ‘국제 연대 활동’ 등 ‘사회적 책임’ 분야의 활동을 중점적으로 다루어 왔다. 예컨대 제3세계 소농 및 재해를 입은 이웃과의 연대를 위한 실천활동은 결국 한살림이 지향하는 가치가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넘어서 세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1)

 

<그림> 한살림운동과 지속가능성의 만남

 

과제와 제안: 낯설게 보기

 

한살림의 활동을 지속가능성 지표를 통해 해석하는 일은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검토와 피드백 과정을 거쳐서 완성도를 높여나가야 하는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한살림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도 유엔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요구되는 보편성 또한 갖춰나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자료의 비교가능성은 지속가능성 관점을 적용할 때 중요한 원칙 중 하나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한살림만이 사용하고 있는 지표를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조합원과 사회에도 의미 있는 보고서가 되기 위해서는 지표에 대한 충분한 해석과 함께 이미 개발된 관련 분야의 지표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노동 관련 현황에서 실무자와 활동가라는 구분 외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또는 풀타임과 파트타임 등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지표를 내부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지표가 없으면 자료를 수집할 수 없고 비교 가능성 또한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편 지속가능성 보고서는 경제, 사회, 환경, 거버넌스와 관련한 성과보고서이기도 하지만 이에 대한 리스크 보고서이기도 하다. 실제로 대규모 주식회사들이 이와 관련된 리스크 관리 실패로 커다란 타격을 입었고 그것이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작성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물론 많은 지표들이 개별 조직의 입장에서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내용들로 구성돼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해당 지표에 대한 관심이 적을 때 입게 되는 리스크가 크다면 그 부분은 반드시 관리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한살림이 관리해야 할 리스크는 무엇일까? 이것은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실제로 작성할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다. 관련하여 한 가지 제안을 한다면 거버넌스 분야에 대한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한살림의 경제, 사회, 환경적 지표는 계속해서 개발되고 발전되고 있으나 거버넌스 관련 지표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조합원의 민주적 통제를 원칙으로 하는 협동조합에서 거버넌스는 조직 운영의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이며, 지속가능성의 실현과 관련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조직의 규모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실무자와 활동가라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 운영하는 조직이라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 관련한 목표를 수립하고 세부 지표를 만드는 동시에 질적인 깊이도 더한다면 거버넌스와 관련된 리스크를 단계적으로 줄여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성원의 관심과 인식 제고로부터 정기적인 의견수렴과 피드백 시스템 구축까지의 노력을 포함한다. 리스크를 사전에 모두 예방할 수는 없지만 관리 시스템의 구축과 빠른 사후 대처로 피해 완화는 가능하다. 갈수록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지속가능성보고서 작성을 통한 리스크 관리의 의미는 점점 더 커질 것이다.

 

끝으로 지속가능성의 관점으로 한살림을 들여다보는 작업은 ‘낯설게 보기’의 과정이기도 하다. 30년을 한결같이 걸어온 조직에게는 익숙함에서 벗어날 때 얻는 깨달음이 생각보다 클 수 있다. 지속가능성을 시작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낯설게 보기를 연습해 볼 것을 권한다.

 

 

1) ‌사회, 생태, 농업, 거버넌스 측면에서의 한살림의 구체적 실천 내용은 「지속가능성 지표로 본 한살림운동」(모심과살림연구소, 2017)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모심과 살림』 8.5호(2017 봄)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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