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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 국산 종자의 한계를 넘어서
2017-08-30 14:34:00

 

국산 종자의 한계를 넘어서

종 다양성을 되살려야 먹거리 다양성이 보장된다

 

 

박지은

사회학 연구자. 2012년 모심과살림연구소 초빙연구원으로 토종씨앗 관련 연구를 진행하여 보고서 「씨앗으로부터」를 펴냈다.

batgirl97@hanmail.net

 

 

ⓒpixabay

 

 

 

적절한 가격에 쉽게 구할 수 있는 먹거리에서 영양과 맛을 골고루 즐길 수 있다면 구태여 특이하고 비싼 음식을 찾아 헤맬 일은 없을 것이다. 일상에서 클릭 한 번으로도 전 세계의 먹거리를 섭렵할 수 있는 시대에 들어섰으니 그 지근거리란 개념조차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가치 있는 소비에 무게를 두는 사람들은 여전히 원산지, 제철, 농약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에서 식탁까지’의 첫 단계이자 실상 마무리 단계이기도 한 종자를 면밀히 들여다보는 이들은 드물다. GMO처럼 위험이 분명하게 드러날 때에야 그에 대응하는 목소리들이 등장하지만,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이미 오래전부터 육종을 생명공학의 범주에 포함시킨 급행열차에 타고 있었다. 이 글에서는 종자와 먹거리에 관해 오해될 수 있는 대표적 견해들을 짚어보고, 초보적이나마 이러한 급진적 이탈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해보고자 한다.

 

 

국산 먹거리는 다양하다?

 

농산물에 대한 국제무역이 확대된 지 20여 년, 이제는 마트에서 다국적 먹거리를 골라 먹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런 세태가 되었지만 여전히 ‘국내산’ 농산물이 주는 친숙함과 안정감이 종종 우월한 지위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몇 년 전부터 기업들이 ‘토종 마케팅’, ‘로컬푸드 마케팅’에 뛰어들고 있는데, 실제 그로 인해 생산과 소비의 선택 폭이 얼마나 늘어나고 있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종자 개발, 종자 보급, 기술 교육, 계약재배를 통한 판로 확보 등 통상 정부에게 기대했던 역할 중 상당부분을 이제는 기업이 담당하게 되었다. 가장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곳은 CJ그룹으로 2015년 CJ브리딩을 만들어 종자개발 육종가 그룹을 포진시키고, 농가들과의 계약재배에 의한 생산, CJ제일제당에 의한 유통을 결합시킨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CJ제일제당은 오는 2020년까지 다수확 종자, 차별화 기능성 보유 종자, 원가 절감 종자 등 16개 작물로 이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콩나물콩 종자 ‘CJ행복한1호’ 콩은 기계화에 적합한 다수확 신품종으로,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기존 품종 대비 수확량을 30%가량 늘릴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기업의 상생경영은 농민들에 대한 계약재배와 소득보장 약속만으로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종 다양성 측면에서 기업의 이러한 행보를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먼저, 종 다양성에 대한 권리가 소수 기업에 의해 급속도로 독과점될 우려가 있다. 지난 다국적기업들의 역사가 증명하듯, 다수확성 종자의 개발과 가격 측면만을 고려한다면 대자본을 소유한 소수의 기업이 결국 종자권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몬산토, 신젠타 같은 기업들이 신품종 종자 기술과 자본력을 활용해 종자를 독과점했을 때, 계열사의 농약과 비료를 이용해 대량생산하고 도매 유통망을 활용해 저렴한 가격에 공급한다면 소규모 농민들이 설 자리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미 많은 농민들이 생산의 자율성을 빼앗겼으며, 소비자들은 ‘다양한 맛’의 근원을 잃어버렸다.

 

둘째, 종 다양성은 종자권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우리의 후손 세대가 콩나물콩을 ‘CJ행복한콩’ 단일 종자로 기억하길 바라는가? 진정한 상생은 기업이 종자권을 독점하지 않고 농민들에게 육종가로서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요즘은 종자를 종묘상이나 국립종자원 같은 전문기관 등에서 받아 쓰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농민들은 수천 년 적응해온 종자들이 저장하고 있는 유전적 정보만큼 다양한 전통지식의 보유자들이고, 농업의 역사에서 대부분 육종가이자 재배가로서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수행해왔다. 토질, 환경조건 등을 오랫동안 관찰하여 병·해충·잡초를 방제하고 생리적 특성에 걸맞은 방식으로 채종했으며, 필요로 하는 목적에 맞게 품종을 선발하여 적응시켜왔다. 실제로 지역명이나 작물 특성을 반영한 재래종들은 농민들이 육종하여 작명한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나라는 콩의 원산지로 다양한 콩 품종이 많으며, 지역명을 따거나 아래와 같이 색깔, 형태, 쓰임새에 따라 붙인 이름에서 다양한 콩 문화가 그대로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색깔별로는 노란콩, 흰콩, 검정콩, 파랑콩, 새파랑콩, 밤콩, 비둘기콩, 자주콩, 속푸른콩(속청), 청부콩, 비추콩(비취콩), 청태, 푸르대콩 등이 있다. 무늬별로는 호랑이콩, 수박태, 눈까메기콩(눈깜장이콩), 제비콩, 자갈콩, 대추불콩, 대추콩, 쥐눈이콩(서목태), 알종다리콩(종달새 알모양), 새알콩, 아주까리콩(아주까리밤콩), 선비잡이밤콩 등을 들 수 있다. 모양별로는 좀콩, 납작콩(납때기콩, 납드레콩, 납쪼가리콩, 납지르기콩), 한아가리콩 등이 있다. 콩의 형태에 따라서 보각다리콩, 준주리콩, 쥐눈이콩, 부채콩 등이 있다. 조리 용도별로는 나물콩, 밥밑콩, 메주콩, 약콩, 떡콩, 고물콩, 파란고물콩 등으로 나뉜다.1)

 

반면에, 힐Hill, 윌리엄William 등 수집가 혹은 개발가의 이름을 붙인 미국의 신품종들은 품종등록으로 우선적 보호를 받는 종자가 되었으며, 신품종 및 GMO 개발의 토대가 되었다. 미국이 1900년대 초부터 70여 년간 우리나라에서 수집해간 재래종 콩은 5,496점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종자 원산지는 중국? 미국? 일본?

 

당연히 우리 종자로 알고 있는 청양고추는 국내 종자회사인 중앙종묘가 개발한 품종으로, 농민들이 육종하는 과정에서 풋고추로 개발된 의미를 기리도록 경북 청송과 영양 지역의 이름을 따 청양고추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회사를 인수한 기업의 합병 과정을 거치면서 이제는 중국 산둥성에서 채종돼 수입되는 몬산토의 종자가 되었다.

 

농민들은 고추를 수확하면 그중 제일 크고 좋은 것을 먹지 않고 보관했다가 이듬해 종자로 써왔다. 그러나 현재 농가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토종고추는 충북 음성 앉은뱅이 고추, 경북 영양 수비초, 칠성초 정도다. 2008년 원예평론가 임영빈이 전국을 다니며 한국의 채소 재래종을 조사한 결과, 재래종을 초기에 육종하거나 도입한 사람조차 대부분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2)

 

농우바이오에서 제공하는 대학찰옥수수(연농1호) 종자 포장재 뒷면에는 원산지가 미국이라고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다. 괴산군민을 먹여 살리는 효자 옥수수라고 알려진 대학찰옥수수의 채종지는 미국 일리노이주 콘 밸리다. 연농1호는 괴산군 장연면의 ‘연’ 자를 따고 장연면에서 시험재배해 개발한 종자 중 처음이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라 전해진다. 그러나 장연면에서 자체 개발한 신품종의 채종포는 현재 미국에 있다. 우리나라의 대다수 종자 연구는 대기업 종묘회사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고 그 경우 연구 실적을 종묘회사와 공유하게 되는데, 당시는 국내기업이었던 종묘회사가 미국 다국적 종묘회사로 합병되면서 그 회사로 권리가 넘어가게 되었다. 원종자 및 원원종자 기술 보유 주체와 자본력 있는 기업, 값싼 노동력, 넓은 땅이 결합되는 공간이 곧 채종지가 되는 것이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채소 종자는 다수가 일본을 원산지로 두고 있다. 단호박, 단무지무, 토마토, 시금치, 파프리카, 양파, 브로콜리, 양배추, 양상추, 대파, 당근 등이 일본산이다. 한살림을 비롯하여 생협에서 취급되는 물품의 종자 역시 이런 현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 사회가 종자에 주목하지 못한 채 잃어버린 것들이다.

 

 

품종보호 vs 자가채종 판매권

 

국립종자원의 설명에 따르면 “품종보호란 품종을 등록한 사람에게 독점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3) 법은 텃밭에서 채소를 가꾸는 것과 같이 영리 외 목적인 자가소비에 한해 예외를 인정해 주고 있을 뿐이다. 다른 사람이 등록한 종자를 지속적으로 자가채종해서 자가소비분 이외에 여분의 생산량을 판매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즉, 농사를 짓는 사람이 매년 씨앗을 받아서 이웃에게 판매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법행위가 되는 것이다. 농사지으며 관행적으로 씨앗을 받아온 농민들이 종자를 등록하는 데 익숙할 리 없다. 그러니 품종보호란 결국 무분별하게 종자를 사용하는 농민들로부터 ‘기업이나 국가기관을 보호’하겠다는 논리가 된다. 농촌진흥청 종자은행의 경우에도 종자에 대한 접근권은 일정 규모와 시설을 갖춘 기업과 연구기관에 주어진다. 경남도, 경북도 같은 일부 지자체가 토종종자 보급사업을 하며 농민들에게도 일부 접근을 가능하게 할 뿐이다. 농민이라면 누구나 종자를 선발하고 재배할 수 있었던 농사의 첫 단추가 특수한 전문가들만 다룰 수 있는 제한된 영역이 되어버렸다. 기업은 상생경영을 약속하지만 농민들의 씨앗이 기업의 품종 등록으로 귀속되고 기업이 그 권한을 농민들과 나눌 의지가 없다면, 결국 농민들은 기업 종자의 종속적 소비자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유엔인권이사회 농민권리선언이 각 국가별 입장 차이로 현재까지 합의되지 못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핵심적인 농민의 종자권, 곧 자가채종 판매권이 지식재산권법과 상충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종자권 보장의 토대 위에 기업과 농민 상생의 길이 있을 것이다.

 

 

종자의 권리를 민간으로 이양하면 국산 종자의 경쟁력이 가속화된다?

 

국내에서 민간 주체들의 다양성은 이미 붕괴된 상태이다. 1900년대 초 각 도와 시·군에 의뢰해 수집한 종자의 기록인 『조선도품종일람』에 따르면 국내에서 1451종이 보고되었던 벼 종자는 불과 30년이 안 되어 재배 면적의 84%를 잠식한 일본 도입종에 밀려나게 되었다. 이후 명맥을 유지하던 벼 종자들은 장려품종 통일벼로 대부분 ‘통일’되어 밭벼 수십여 종만 보고되고 있다. 특이점은 상당수 농민들이 정부수매용은 통일벼로 심으면서도 자가소비용으로 일부 일반미를 심었다고 증언한다는 점이다. 통일벼는 배고픔을 해결했다는 영광을 얻었으나, 한편 그 다른 이름인 정부미는 밥맛없는 쌀의 대명사이기도 했다. 다행히 1990년대 이후 정부보급종 쌀은 밥맛 개선에 주력해 오늘에 이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런가 하면 1960년대부터 혼·분식장려 정책을 추진했지만, 잡곡 생산기반은 퇴화하였고 그와 맞물려 결국 분식만 다양하게 정착되었다.

 

사실 국산 종자란 그 정의가 무색해진 지 오래되었다. 종자기업 자본의 비중, 정부의 역할 측면에서도 국산 종자와 우리 종자의 의미를 등치시키기는 어렵다. 정부는 외환위기를 겪으며 IMF 부채를 갚는다는 명분으로 서울종묘는 노바티스에, 홍농종묘와 중앙종묘는 세미니스에, 청원종묘는 일본계 다국적기업인 사카다에 넘어가는 것을 용인했다. 일본의 다끼이 종묘회사는 2001년 5월 신규법인 형태로 우리나라에 진출해 종묘사업을 하고 있다. 이후 다국적기업들 간의 인수합병을 통해 세미니스는 몬산토에, 노바티스는 신젠타에 통합되어 결국 우리나라 종자 시장은 다국적 기업들의 수중에 놓이게 되었다. 이와 같이 1, 2차 인수합병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종자기업은 몬산토, 신젠타, 바이엘 크롭사이언스, 사카타, 다끼이로 등 총 5개이다. 다국적기업들의 인수합병으로 종자 시장에서 다국적 자본의 독점구조는 더욱 심화되었으며, 국내 채소종자의 70% 이상을 다국적기업이 공급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토종 유전자원과 육종기술이 유출되고, 로열티 지급 부담이 급증했으며, 흥농종묘, 중앙종묘, 서울종묘 등 국내기업에서 일하던 육종가들이 자발적 퇴사 혹은 해고되면서 민간육종가가 급속도로 증가해 기형적 구조가 만들어졌다.

 

정부의 역할 측면에서 보면, 정부의 종자정책은 ‘토종자원 복원, 신품종 육성, 식의약 소재 등의 웰빙 신기능성 물질 개발에 활용’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사실상 기업들의 입장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2021년까지 향후 10년간 4,911억 원이 투입되는 ‘골든씨드 프로젝트golden seed project’는 벼, 감자, 옥수수, 파프리카, 넙치, 전복 등 글로벌 수출전략형 종자 20종을 개발해 2030년까지 종자 수출을 지금의 3,200만 달러에서 50억 달러 규모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국가의 중요한 식량작물로 보호받던 벼, 옥수수, 감자 등 정부 보급종의 생산·공급을 2011년부터 단계적으로 민간에 이양하여 민간업체 주도로 상용화 종자를 개발하겠다는 내용이 발표된 바 있다. 2012년부터 봄감자를 강원도감자종자진흥원으로 이양했으며, 2016년부터는 사료용 옥수수를 민간에 이양했다. 지금껏 국내 종자 시장이 다국적기업에 잠식당해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종자 가격이 안정적이었던 이유는 주곡이 정부보급종으로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벼, 보리, 밀, 콩, 감자는 정부보급종이기 때문에 인도에서와 같이 주곡 종자 가격의 폭등으로 농민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사태까지 미치지 않는 저지선이 되어준 셈이다. 그러나 주곡 종자의 민간 이양은 결국 종자 가격 인상, GMO 상용화에 고속도로를 놓아준 격이 되었다.

 

또 다른 측면은 농지 규모화와 규제 완화로 인해 대기업 진출이 용이해졌다는 점이다. 지난 10여 년간 비농민의 농지소유와 농지 전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규제가 완화되면서 규모화가 촉진되어 왔다. 이는 ‘농업 경쟁력’이라는 명분하에 진행되었지만, 거꾸로 보면 그 이전까지는 농지 규모가 영세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굳이 돈 안 되는 농업에 눈독들일 이유가 없었다. 다시 말해 한국적 농지 현황이 농기업의 계열화와 GMO 상용화 등을 지연시켜 온 셈이다. 그 다음으로 유통의 주도권이 도소매 유통에서 대형마트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농업은 대형 소매유통점, 대형 식품회사 등 계열사를 갖춘 그룹들이 진출하기 좋은 사업 영역이 되었다. 국내기업인 동부팜한농은 농약회사인 한농, 가락시장 도매법인(유통회사)인 한국청과, 음료수 가공업체인 가야, 그리고 종자회사인 몬산토코리아를 인수하고 친환경방제업체인 세실을 합병하면서 간척지인 화옹단지와 새만금에 대규모 농업회사로 등록하였다.4) 결국 농민단체를 비롯해 각계의 반발에 부딪혀 사업이 무산되긴 했지만, 동부팜한농을 인수한 LG 화학 등 대기업들은 기술개발, 법·제도, 여론 등 국내 조건이 무르익기를 주시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영양성분이 강화된 종자는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2월 설립된 농진청 ‘GM작물개발사업단’은 GMO를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정부가 중재나 조정 역할을 담당하는 게 아니라 매년 100억여 원씩의 예산을 들여서 기업과 같은 사업을 벌여온 것이다. 2020년까지 “GM작물 80종 개발 - 안정성평가 완료 20건 - 국내용 육종 소재 GM작물 5종 확보”를 목표로 GM작물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황금쌀은 베타카로틴이라는 물질을 만들어내는 외래 유전자를 도입한 쌀이다. 필리핀의 국제쌀연구소가 개발을 주도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농촌진흥청 소속 연구진이 황금쌀을 개발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그러나 식량부족과 비타민A 부족을 금세 해결하리라는 청사진을 제시한 황금쌀이지만, 국제쌀연구소가 지난 20여 년간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상용화되지 못한 이유는 승인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우선 황금쌀을 재배했을 때 농민이 이익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수확량을 거둘 수 있는지와, 황금쌀을 먹었을 때 실제로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즉 얼마나 많은 비타민A가 몸에서 생성돼 비타민A 결핍증을 개선할 수 있는지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 쌀을 수확한 후 오랫동안 보관하거나 조리하는 과정에서 베타카로틴이 잘 보존되는지에 대한 연구도 부족하다고 지적되었다.5)

 

그간 국내에서는 GMO가 공식적으로 상용화되지 않아서 체감도가 낮았지만, 한국은 GMO 수입량에서 일본과 1, 2위를 다투고 있다. 최근에는 전북 완주군에 있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서 GMO 벼가 알림 표시도 없이 노지에서 시험재배되던 사실이 밝혀져 지역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또한 GMO 유채 유출 사건에 대해 농식품부가 ‘이번에 발견된 GMO 유채인 미국 몬산토 사의 ‘GT 73’이 국내에서 식품용·사료용으로 승인됐고, 안전성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으로 대응하면서 GMO 신기술 개발에는 주도적인 반면 예측하지 못한 GMO 오염 사고에 대한 대응 매뉴얼은 부재하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났다.

 

 

땅의 종자, 땅의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먹거리 문화

 

농촌진흥청은 우리나라가 세계 6위의 종자보유국이라고 자평하고 있지만, 한편 생물자원부족국가라는 평가 또한 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 정부들은 종자의 국내자급 기반을 확보할 계획을 세우는 대신 수출용 종자와 GMO 종자 개발에 역점을 두어왔다. 전문가들은 녹색혁명으로 전 세계를 배고픔에서 구원한 다수확 밀이 우리나라 앉은뱅이 밀의 반왜성半矮性 유전자에서 온 것이 유력하다고 분석한다.6) 그러나 정작 국내에서는 거의 존재조차 희미해져가던 앉은뱅이밀은 씨앗을 보존해온 몇몇 농민들 덕분에 우리 곁의 종자로 재생산되고 있다. 우리에게 의미 있는 종자란 한때의 영광도 아니고, 먹거리의 미래를 신기루와 같은 신기술에 의존할 것도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에 지속적으로 심고 거두어 먹을 수 있는 여러 종자로부터 비롯된 다양한 먹거리들에 그 중요성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콩을 제외한 대다수 품종이 도입되어 적응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우리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양념, 식재료이자 약재로도 쓰이는 생강은 열대아시아가 원산지이지만, 11세기 고려시대에 중국에서 들여와 오랜 세월 우리 풍토에 적응해 재배되어 온 재래종이다. 원산지에서 벗어나 전 세계적으로 1,200여 종이 보고되고 있는 생강은 저마다 자신의 고유한 재래종과 음식문화를 만들도록 했다.

 

이처럼 토종landrace은 땅에 기원을 두고 있다.7) 땅에서 시작되어 땅으로 돌아간다.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토종씨앗이란 한반도의 자연생태계에서 대대로 살아왔거나 농업생태계에서 농민에 의해 대대로 사양 또는 재배되고 선발되어 내려와 한국의 기후풍토에 잘 적응된 것이라고 여겨진다.8) 결국 달리 말하면 한반도에서 살아온 씨앗이라는 ‘공간성’, 씨앗을 재배해온 사람들이라는 ‘주체성’과 더불어 자기 환경에 걸맞은 ‘적응성’을 갖춘 씨앗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 나와 두터운 관계를 맺어온 씨앗이자, 스스로의 힘으로 기후변화와 병해충으로부터 적응할 힘을 길러 본래의 맛과 향이 살아 있으며 건강에도 좋다고 여겨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땅의 종자들, 땅의 사람들과 더불어 다양한 먹거리의 터전을 만들어갈 고민이 절실한 때이다.

 

 

 

 

1) 안완식, 『내 손으로 받는 우리 종자』. 들녘, 2007, 101~102쪽.

2) 임영빈, 『토종을 찾아서: 한국의 채소 재래종』, 한국토종연구회, 2008.

3) 국립종자원 http://www.seed.go.kr/protection/system/apply_03.jsp

4) “동부팜, 제2의 몬산토 노리나?”, <레디앙> 2012. 9. 14

5) ‌hwww.theecologist.org/blogs_and_comments/commentators/2985163/golden_rice_the_gm_superfood_that_fell_to_earth.html

6) 안완식, 『우리가 지켜야 할 우리 종자』, 사계절, 2008. 35쪽.

7) ‌국제식물유전자원연구소(IPGRI)에서는 ‘토종’이란 의미를 ‘환경에 적응한 작물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종’ 혹은 ‘본래의 농업체계에서 육성한 지역종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8) ‌토정의는 한국토종연구회의 개념 정리가 보편적으로 알려져 있다. 법적으로 농수산생명 자원이란 산·들 또는 강(하천·댐·호수·저수지를 포함한다)이나 바다 등 자연 상태에서 서식하거나 자생하는 ‘야생종’, 지역 및 수역(이하 “지역”이라 한다)에서 재배·사육·양식되어 다른 지역의 품종과 교배되지 아니하고 그 지역의 기후·풍토 및 수중환경에 적응된 ‘재래종’,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진화과정에서 인위적인 영향을 받은 ‘육성종’, 우리나라의 야생종, 재래종 및 육성종에 속하지 않는 외국으로부터의 ‘도입종’ 등을 일컫는다. 농수산생명자원의 보존·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 2011.7.25 법률 제10938호]

 

 

  

모심과 살림 9호(2017 여름)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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