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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 살충제 달걀 사태 이후, 유기농을 다시 생각한다 (2)
2017-10-26 18:12:00

 

인증제도의 명과 암

 

윤병선

현재 우리나라 인증제도는 3년 동안 무농약을 하고 유기농 인정을 받는 시스템이다. 작년에 인도네시아에서 유기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농민단체를 만났는데, 이들은 유기농업organic agriculture이라는 용어 대신 생태농업agroecology, ecological agriculture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종자를 이용하고 농약과 화학비료를 안 쓰는 것은 유기농업이 아니냐는 질문에, 자신들은 인증을 거부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유기organic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인증이라는 제도는 농민을 압박하는 또 하나의 수단이기 때문에 이를 거부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인증을 받지 않고 시장에 팔 땐 어떠냐고 했더니 이를 아는 소비자들은 믿고 자신들의 농산물을 구매하고, 그렇다고 해서 값을 특별히 비싸게 하지도 않는다는 거다. 투입물을 시장에 의존하지 않다보니 생산비가 적게 들고, 그것이 생태농업의 장점이라고 했다. 앞서 아이폼의 유기농3.0에 대해서 잠깐 언급했지만, 아이폼 스스로가 인증 중심 체제를 유기농2.0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원거리 유통을 전제로 한 것이었기에 지역에 바탕을 둔 순환 체계를 고민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인증제도는 소규모 농가에 대해 일종의 진입장벽이 되었다는 점과 결과 중심의 사고로 인해 과정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인증제도의 정착이 유기농업 운동의 확산을 가져오는 데 기여했지만, 아이폼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루돌프 슈타이너가 얘기한 유기농의 가치, 유기농1.0에서 추구했던 가치와는 대단히 많이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 유기농3.0의 등장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아이폼도 제3자 인증에만 의존하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인증제도를 고민하면서 PGS참여자인증제도 등도 제안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친농연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에서도 인증제도와 관련하여 고민하고 계신 부분이 있는지?

 

김영규

친농연은 전체 농민들의 문제를 고민하기 때문에, 국가 제도를 개선해내고 농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문제가 우선일 수밖에 없다. 말씀하신 자주인증이나 참여형 인증도 필요하고, 다양한 상상을 해볼 필요가 있다. 90년대 말에 국가가 법제도를 정비하면서 친환경농업육성법을 만들고 예산을 수립해 지원하기 시작했고 인증제도들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의 단계가 우리로 치면 유기농1.0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장에서 자각한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해왔고, 그 과정을 지켜보고 같이 성장해온, 아주 느리고 더뎠지만 가치를 소중히 알아줬던 소비자들과 생협이 있었다. 90년대로 넘어오면서 법·제도적 뒷받침과 예산을 가지고 친환경농업을 육성해내면서 급성장을 맞는다. 친환경농산물이 전체 농산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9년 약 0.1%에서 2009년에는 12.2%로 증가한다. 0.1%까지 오는 데 20년 넘는 시간이 걸렸는데, 불과 10년 정도 만에 엄청난 성장을 한 것이다. 이건 국가와 자본이 가진 힘이다.

물론 여기에는 명암이 존재한다. 양적인 성장은 만들어냈지만 농사 방식만이 아니라 많은 부분이 결과 중심적이 되고 관행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생산 과잉이 나타났고, 농민들이 가격에 대한 결정권을 갖지 못했다. 유기농1.0이라고 전제한 그 무렵에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관계와 가치를 굉장히 중요시했고, 그것을 감안한 가격 결정을 공히 같이 했다. 생산이 과잉되고 대량생산·대량소비되는 구조에서, 더구나 물건이 넘치기 시작하면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 가격결정방식 또한 관행화돼온 것이다. 제가 제일 두렵게 생각하는 건 소비자 의식의 관행화 현상이다. 생협들도 날카롭게 자기비판 해야 하는 부분 중 하나라고 보는데, 과거에 소비자들을 조직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나. 농민들과 관계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애썼고, 교육을 했다. 그런데 규모화되는 과정에서, 농민들이 서로 경쟁해서 가격은 낮추고 품질은 높여 놓으니까 소비자들도 친환경농산물이라고 특별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벌레 먹었으면 당연히 반품인 거다. 한 번 더 생각하지 않는다. 유통도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농산물 유통과 거의 유사해져버렸다. 생협이 차지하는 비중은 15%로 낮아졌다. 실제로 인증제도를 포함해 국가가 개입해서 유기농업, 친환경농업을 확장시키는 것이 갖는 명암에 대해 들여다봐야 한다. 3.0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2.0의 끄트머리에서 벼랑 밑으로 떨어질 건가 말 건가의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윤병선

그래서 3자 인증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가 2013년 무렵부터 나왔는데, 이제는 현실에서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 국가 중심의 인증 체계가 신뢰와 안전을 담보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인증 받은 농산물은 안전한 것이니 믿고 먹으라고 했는데 나중에 문제점이 발견되어도 국가가 책임 지지 않고, 오히려 인증을 강화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진공포장이나 클린룸에서 안전을 찾는 방식이 되어버리면 우리 먹거리뿐만 아니라 농업도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박용준

가령 과거에는 이상기후 때문에 농사를 망칠 지경이 되면 조합원들이 먼저 나서서 약을 칠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안전성보다 지속가능한 농업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현실에선 그럴 수 있을까, 어려운 문제다.

 

김영규

친환경농산물이 생산과잉으로 넘쳐나다 보니 소비자의 양해와 합의하에 병충해에 농약을 사용하더라도 소비가 보장되던 시대가 끝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을 사먹는 시대가 된 것이다.

 

유병덕

인증의 긍정적 역할도 있다고 본다. 국가 인증을 함으로써 우리나라 전체에서 비료와 농약 사용량을 줄였다. 그걸 되돌리자고 할 순 없다. 지금은 이런 문제가 생기는 원인을 파고들어야 하는데, 한편에서는 깨끗한 산이나 아마존 밀림을 개발해서 유기농을 하면 좋겠다는 발상이 나올 수도 있다. 예컨대 가장 결정적인 예가 물 기준이다. 우리나라 기준은 물(농업용수)을 검사해서 어느 기준 이상이어야 유기농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런데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 나라의 유기농 기준에서 물과 관련된 내용은 농사지으면서 수자원 오염시키지 말라는 것 정도다. 우리의 경우 높은 기준은 아니지만 어쨌든 물 검사를 유기농 기준에 넣었다. 깨끗한 물로 유기농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거다. 그래서 유기농 농가들이 지하수를 팠다. 지금 지하수에서 농약이 나온다. 잘못된 접근으로 인해 환경이 오염됐고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피해가 돌아오게 됐다.

이런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벌이 없어지는 데 대해서도 유기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수입해 쓰는 문제, 유박 등 온갖 자재들의 원재료를 수입하고 있고 순환고리가 다 깨어지고 있다. 옛날 일반 농가에도 있던 퇴비장이 다 없어졌다. 순환이 원래 있었다. 유기농이 아니어도. 지금 추구하는 것은 농약 불검출이다. 어떻게든 농약 안 나오는 데 초점 맞춰서 하고 있는 거다.

이번에 살충제나 DDT가 안 나온 농가들은 면죄부를 얻었다. 똑같은 생산방식을 취했지만, 다만 안 나온 거다. 지금 결과가 과정을 다 장악해버렸다. 이게 가장 큰 문제다. 과정이 결과를 만들지 그 반대일 수는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나라가 과정을 중심으로 한 유기농 인증제도로 지금까지 발전시켜왔다. 토양의 잔류농약 검사는 한국에만 있는 유기농 기준이다.

 

김영규

검사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에 있다고 본다. 유기농업을 하면 과거에 오염돼 있던 물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화된다. 토양도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으면 오염이 계속 줄어들 것 아닌가. 화학비료를 사용하면 수질이 1년에 1미터씩 오염돼 내려간다고 한다. 그건 국가가 인정해야 된다. 농민들은 국가 정책을 따라서 농사를 지어왔던 거다. 지금 하는 검사와 분석은 친환경농업을 함으로써 오히려 토양과 수질이 더 건강해지는 것을 입증하는 작업이어야 한다고 본다. 유기농업 쪽에는 워낙 많은 기준들이 있다 보니 마치 더 문제가 있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어서 우려스러운데, 그렇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최근 고구마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관행농가에서는 점착제 기능을 하는 식용유에 미원을 타서 뿌린다고 한다.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고구마에서 미원 맛이 난다. 몇십 년째 미원에 입이 익숙해진 우리로서는 맛있게 느끼는 거다. 지금처럼 식품기업들의 돈벌이 수단으로서만 식품을 내버려둔다면 농민들은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 달지 않으면 먹지 않는데 도리가 없다. 그래서 대한민국 농민들은 기술적으로 전 세계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달지 않은 게 없다. 유럽에선 아이 머리만 한 이런 사과를 볼 수가 없다. 이걸 만들게 하면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런데 그 모든 책임을 어떻게 농민들에게 지울 수 있나. 그렇다고 소비자들에게만 얘기할 수도 없다. 국가가 먹을거리에 대해 새로운 전략을 짜고 안전하고 건강한 식품을 국민들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자기 의무로 하면서 소비자-국민들을 계속 바꿔내야 한다.

 

윤병선

한살림의 경우 2009년의 경험이 있다. 아산에서 용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인증이 취소되는 상황이 되어버렸고, 그 사실을 그대로 조합원들에게 알리면서 약정 신청을 받았다. 그런데 평상시보다 더 많은 약정계약이 이루어졌다. 이처럼 먹거리 안전 문제도 신뢰에 의해 상당부분 해결될 수 있는데, 지금 살충제 문제에 접근하는 정부의 방식은 그야말로 식약처의 권한과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사후적 형태이다 보니 생산 농가를 범죄집단처럼 호도하는 경향이 짙다. 그동안 인증제도를 주도해온 정부가 취할 책임 있는 자세라면, 예를 들어 그동안 인증 시스템이 어떤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고 그 한계로 인해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 우리 먹거리, 농업의 체계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라는 얘기가 있어야 하지 않는가. 지금은 농업과 먹거리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빠져 있다는 안타까움이 있다.

 

유병덕

반복적인 이야기지만, 과정을 놓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사례인데, 2002년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그 이전 10년간 유기농과 관행농을 포함해 총 94,000개 데이터를 분석해서 잔류농약 검출 결과를 발표했다. 유기농 가운데 23%에서 농약이 검출됐고 비유기농에서 73%가 검출됐다. 이 결과를 미국 농무부USDA가 발표했다. 발표를 받아들이는 반응이 놀랍다. 유기농이 관행농보다 농약에 노출될 확률이 1/3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23%대 73%의 결과는 정성검사, 즉 OX의 결과이고, 농도까지 같이 따지면 그보다 훨씬 낮을 것이다. 통상 유기농에서 검출되는 비율을 5% 정도로 본다. 이를 감안하면 농약에 노출되어서 건강을 해칠 확률이 1/60 정도로 줄어든다. 그렇지만 0은 아니다. 매우 현저하게 낮지만 0이 될 수 없다는 거다.

이번에 DDT가 검출된 달걀을 이용한 분들 가운데 가족 중 환자나 아기들을 둔 분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 분들을 위해서 특별히 검사해서 안 나온 것을 공급하는 건 필요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건강한 소비자들이 섭취하는 유기농으로서는 감수해야 할 수치라는 거다. 대신 인증 마크가 붙어 있는 걸 보고 20~30%의 돈을 더 내고 소비하면, 10번 중 2번은 나온 걸 사더라도 8번은 안 나온 걸 사게 될 확률이 정해져 있다는 거다. 그런데 라벨이 안 붙은 걸 사면, 으레 7번은 농약이 들어있다는 걸 알고 먹으면 된다는 거다. 이게 바로 그 결과이고, 이걸 과감하게 발표했다.

 

김영규

그 사회의 상식선을 반영하는 것이다.

 

유병덕

미국은 유기농 인증 절차에 농약 검사가 없다. 생산 과정만 확인되면 결과가 개연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할 필요가 없다. 닭의 비펜트린 성분을 검사를 해야만 알 수 있나? 공장식축산 방식을 보면 뻔히 개연적으로 보인다. 미국은 과정만 보고 나간다. 전 세계가 그렇다. 한국만 예외다. 다른 나라들은 사후 관리 할 때도 농약검사를 안 하는데, 미국은 특이하게 사후관리 할 때는 전체의 5%를 검사한다. 거기서도 농약이 검출될 수 있다. 검출이 되는 경우 일정 수치 이하이고 생산 과정이 타당하다면 합법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 철저하게 과정 중심이다.

 

윤병선

한국만 예외적으로 과정을 무시하고 있는 건 아니다. 미국의 인증제도에서도 투입재에 대해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고, 이로 인해서 미국의 유기농시장은 대규모 산업화된 유기농이 주도하는 시장과 지역의 가족농이 주도하는 시장으로 이분화되고 있다. 어쨌든 인증 기준에서 투입재가 무엇이냐가 중요한 요소로 되면서 유기농업도 관행농업과 비슷한 과정을 걷게 되었고, 여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투입재 중심의 인증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한국만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세계 여러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농약 검사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김영규

미국은 평균 경작면적이 90만 평 정도 된다. 우리는 4,500평 정도다. 유기농업 경작면적은 그보다 더 낮다. 그 농지들이 다 다닥다닥 붙어 있다. 중간에 차단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당연히 농약 성분이 날아 들어올 수 있다. 무슨 수로 막겠나. 그러면 우리는 더 넓은 이해를 가져야 되는 거다.

 

 

친환경농업 정책, 제대로 가고 있나

 

윤병선

그동안 정부가 친환경농업 육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친환경 생산농가의 양적 확산에 중심을 두었고, 그 주요한 수단은 친환경 농자재 지원이었다. 여기에서 ‘농피아’가 독버섯처럼 퍼져나갔다.

 

김영규

사실 친환경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농업 전체가 주변부 산업을 살리는 방향으로 왔다. 식품기업을 살렸고 한쪽으로는 자재와 농기업들을 살려온 게 우리 농업이었다. 그 한 부분으로 친환경이 들어갈 때도 인증시스템을 컨설팅하고 교육해주고 그걸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이 되었다.

 

윤병선

친환경농업, 유기농업의 가치는 외부 투입재에 의존하는 기존 시스템과는 다른 순환 체계를 만들어내자는 것이었는데 정부의 유기농업 정책이 인증에서부터 관행농업의 패러다임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투입되는 것만 달라진 셈이 되었다. 그 결과가 지금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김영규

개인적인 판단에서, 국가가 개입해 얻어낸 성과들이 있었다고 본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0.1%에서 10여 년 만에 12.2%가 되었듯이. 그런데 2009년에 정점을 찍고 2015년에는 농가 수가 19만8천 명에서 6만 명으로 줄어든다.

 

윤병선

1999년부터 2011년까지 친환경농가 수가 급속하게 증가한 이유는 국가 인증시스템의 도입에 따른 농자재에 대한 지원으로 친환경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된 부분도 있다. 그 이후에는 2016년 저농약인증의 폐지에 따라 저농약인증 농가가 무농약, 나아가 유기농으로 상승하지 못하고 관행의 길로 들어서면서 친환경농가가 급감했다. 또한 2000년대 초 중반 생협 조합원수의 급격한 증가나 친환경 급식시장의 확대도 같이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김영규

오히려 그건 부분적이라고 본다. 농산물이 부족해서 매장에 가도 없으니까 소비자 조합원을 늘릴 수가 없다. 이후에 생산 과잉이 되고 가격이 낮아지기 시작하면 조합원 늘리는 건 아주 쉬운 일이 된다. 2004~2005년에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생산과잉이 되면서 첫 파동이 일어난다. 

2012년경에는 무려 8천억 원어치의 농산물이 갈 데가 없어서 도매시장에서 일반 농산물로 경매되기도 했다. 차라리 국가가 개입하지 말고 내버려뒀으면 아주 더디지만 즐거운 성장이었을 수 있겠다고 상상해본다. 그때는 인증제도가 필요 없다고 얘기한 농민들이 많았다. 저항하기도 했다. 실제로 필요를 못 느낀 거다. 내 농산물을 가져가는 사람들이 안전성에 대해 충분히 인정하고 있었는데, 거기에 인증 마크를 붙이고 검사하고 분석하고 비용을 들이는 게 고비용 생산과 비싼 농산물을 소비하는 구조를 만들어낸 것 아닌가.

 

윤병선

그러면서 인증과 농자재에 대한 지원이 묶이다 보니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했던 관계가 무너지고 획일화된 측면이 있다.

 

김영규

비공식적으로 보고된 것으로 들었는데, 앞으로 동일한 인증기관에 대해서 3년 연속 인증 신청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한다고 한다. 농가와 인증기관이 유착했을 것이라는 불신을 해소해주겠다는 거다. 이게 우리 농정 방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또 3회 연속 농약이 검출되면 친환경과 관계된 지원보조뿐 아니라 농민으로 받을 수 있는 모든 지원을 다 차단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농민 자격 자체를 근본적으로 박탈하겠다는 거다.

 

유병덕

앞서 미국의 경우와 비슷한 확률이라면 10명 중 2명은 다시 농약 치는 농법으로 돌아가라는 정책인 거다. 토양에서 혹은 농산물에서 농약이 나오면 유기농을 하지 말라는 것인데, 원래는 토양과 농산물에서 농약이 나왔기 때문에 유기농을 했던 거다. 완전히 잘못된 접근인데 이걸 문제제기할 경로가 없다. 결국 선각적으로 자기 손해를 감수하고 유기농을 하는 사람들은 감시 대상이 되었고, 몰래 와서 시료를 채취해가기도 한다. 그 정도로 예비범죄자, 예비위반자로 설정하고 특별모니터링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몬태나 정부를 만났을 때 소비자들이 농약 나온 걸 알아도 괜찮냐고 물었다. 놀랍게도 대답은, 일단 농약 검사도 안 하지만 그걸 왜 소비자에게 알려주느냐고 되물었다. 합법적으로 기준을 지켜서 농사를 잘 짓고 있다면 공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정은정

이번 살충제 달걀 사태도 친환경법에 따르면 소명의 기회가 법적으로 보장돼 있지 않나. 의도적 혼입이다 아니다 소명할 기회를 줘야 하는데, 법적으로 상당히 문제 되는 행위라고 하더라. 소명 기회도 안 주고 식약처에서 발표해버렸다. 불법이고 일종의 국가폭력인데 소비자의 권리와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이유로 농민의 인권이나 복지는 깡그리 무시된 과정이었다. 지금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불신이 전반적으로 커져 있어서 농가에서는 억울한 면도 있지만 다소 위축되어 있는 것 같다.

 

윤병선

말씀하신 대로 지금 상황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지점이 그동안 유기농업운동을 해왔던 농민들이 이른바 잠재적 범죄자들처럼 다루어지는 상황인데, 뜻과 의지를 갖고 농사를 지어온 유기생산농민들의 의욕마저 앗아갈까 걱정이다. 지난 2016년에 저농약인증이 완전 폐지되면서 친환경 농가가 급격하게 축소되고 있는데, 유기와 무농약 농가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비의도적 오염이라 하더라도 그 책임을 농민 개인이 지게 되다보니 친환경농가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영규

그런 사례는 정말 많다. 20년 이상 유기농업을 한 분이고 고립된 지역에 약을 칠 만한 환경도 아닌데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나왔다. 그럼 법적으로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인증 취소다.

 

유병덕

알 수 없는 경우는 대개 분석의 오류, 과학의 역설이다. 과학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유기농민들을 다시 관행농으로 되돌리는 도구가 되어버렸고, 그 매커니즘을 알고 있는 일부 비양심적인 농업인들은 오히려 이용한다. 양심적인 농민에게 고통을 주고 비양심적 농민들에게는 면죄부를 주는 기능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나라건 분석을 하지 않고 유기농 인증을 하고 있는 거다. 개인적으로 잔류농약 검사 폐지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김영규

200% 동의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절대 안 되겠구나 싶기도 하다. 사회 전체에 불신구조가 워낙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어서다. 쉽지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방향은 맞다고 본다.

 

 

패러다임 변화와 신뢰의 재구축

 

윤병선

그렇다면 친농연 입장에서는 신뢰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하려고 하는지 궁금하다.

 

김영규

작더라도 다시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친환경농업 비중이 0.1% 수준의 시절이 있었다고 했는데 오래된 얘기가 아니다. 그때 농가들은 나름 철학적으로 접근해 시작했다. 그 농가들이 자기 기준들을 만들어갔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있다. 유럽 같은 방식으로 한 나라의 농민들이 하나 또는 두 개 정도의 그룹으로 만들어지면서 자기 기준을 갖추고 그 기준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소비하면 된다. 그것이 곧 브랜드이기도 할 거다. 국가는 큰 틀에서 도울 수 있는 걸 찾으면 된다. 가령 환경보전직불금, 유기농직불금 등을 통해 지원하면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 건가. 다시 그런 방식으로 가볼 수 있을지에 대한 실험을 우리 스스로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기준을 가지고 하겠다는 농민들을 결집해보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겠고 그걸 바깥으로 알려내고 동의하는 소비자들을 다시 조직하는 방안이다. 지금 그나마 선진적으로 조직화되어 있는 곳이 생협 쪽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유사한 것 같지만 저마다 자기 정체성의 차이를 가지고 있고 따로 움직이고 있다. 생산자들을 때로는 ‘갈라놓는’ 경향도 있다. 획기적으로 자기반성을 한다면 근원으로 돌아가서 농민들이 조직화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점을 만들고, 우리 스스로의 방편을 도출해낼 수 있게끔 소비자들과 같이 해나갔으면 한다.

 

윤병선

그것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소비자와의 공감 확보가 먼저 필요하다. 한살림에서도 자주인증 제도를 고민해왔는데, 특히 저농약 인증이 폐지되면서 대안을 모색하는 속에서 진행되었다. 그런데 사실 잔류농약, 용수 검사 등을 하지 않고 관계와 과정 중심으로 한다고 할 때 안전이라는 측면에 익숙해져 있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 기준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친환경 농업을 하기 어려운 지금의 생태적 객관적 여건에 대한 소비자들의 공감을 바탕으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를 다시 만들어내는 새로운 인증제도가 필요하겠다. 인증이 신뢰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신뢰가 인증으로 표현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 주도로 진행된 결과중심의 인증 시스템의 결과가 만들어낸 지금의 상황을 극복해서 친환경농업, 유기농업이 좀 더 큰 호흡으로 갈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박용준

한살림의 자주인증 제도는 저농약 과실류에 대해서 현재 시행되고 있고, 그것의 확대로 잔류농약 검사를 안 하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고 있다. 쉽지는 않다. 신뢰를 어떻게 확보해 나갈 것인가. 조합원들에게 현재의 방안에 대해 인정과 동의를 구하고, 그분들이 원하는 안전성 부분도 같이 이야기하면서 풀어나가는 방법밖에는 없지 않을까. 당장 모든 검사를 안 한다고 하기는 현재로선 어려움이 예상된다.

 

유병덕

우리가 촛불을 그렇게 어렵게 들었듯이, 결국 된다고 본다. 우리나라 소비자 의식도 10년 전에 무농약만 찾던 것에서 많이 발전했다고 본다. 소비자들은 농약검사성적서에 관심 없을 수도 있다. 잘 관리하고 있다는 걸 믿고. 예를 들어 추석 때 농사짓는 어머니 집에 가서 쌀도 받아오고 배추도 받아오는데 검사하자고 한 적 없다. 농약 치는 것을 알지만, 그게 더 건강한 거라고 믿고 맛있게 먹고 있다. 아는 친구가 귀농해서 농사지은 포도라고 보냈는데 DDT 검사하자는 사람 없을 거다. 식품과학자나 식품안전 전문가들이 과학을 잘못 활용한 거라고 생각된다. 관계를 믿지 않고 과학을 먼저 믿었던 오류를 지금 되돌려야 한다. 한살림에서 시작하는 자주인증의 PGS방식은 관계 중심의 보증 시스템이다. 전 세계 100개 이상의 지역에서 하고 있고, 일본에서도 2곳에서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시작된 거고, 거기에서부터 만들어나간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아마 지금 놀란 가슴 때문에 정부가 오히려 원인을 제공했던 그 원인에 다시 빠져들고 있는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시작이 중요하고, 이 먹을거리에 대한 철학, 결과 중심이 아니라 과정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헌법 혹은 어딘가에 반영됐으면 좋겠다.

 

윤병선

미국의 한 조사 내용을 보면, 유기농 인증과 지역산 표기가 된 물품 중에 어느 것을 구입하겠냐고 물었을 때 지역산, 즉 얼굴 있는 먹거리가 더 높게 나왔다. 인증이라는 게 안전을 담보해주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이 기회에 모두가 먹거리와 관련해서 좀 더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사후관리 강화가 문제해결의 핵심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김영규

최근 생리대 사태와 그 이전 가습기 문제 등 연거푸 엄청난 무능력을 반복적으로 내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현재 정부 여당이든 야당이든 안전 강화에 초점을 맞춰버린다.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하는데 소도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상황으로 갈까봐 두렵다. 여러 차례 토론을 통해 문제들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그 결과 실천적인 계획들을 세우는 과정이 필요하겠다. 작지만 그에 동의하는 조직들, 생산과 소비와 인증, 많은 영역들이 공조하면서 새롭게 근본으로 돌아가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

 

박용준

안전성이나 비의도적 검출 등과 관련해서 한살림 생산자들 또한 상당히 고통스러웠던 과정이 있었고, 비의도적 검출의 경우 생산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데까지 왔지만 그 과정 또한 지난했다. 현재 환경 속에서 조합원들의 인식이 확장되어 발전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생산자들도 적극적으로 그 과정에 함께하며 변화를 꾀해봐야겠다.

 

정은정

언론의 문제도 있다. 특히 식품 관련 사건에 있어서는 소위 ‘달력기사’ 수준이다. 가령 배추 한 포기에 만 원 해도 된다. 더 큰 문제는 학원비와 부동산이다. 먹을거리, 특히 농산물을 다루는 언론의 태도에 대해 문제제기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생협에서도 한정된 예산으로 매장을 운영하고 조합원 교육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들었다. 지금은 다 잠재적 피해자다. 특히 생협들끼리 이런 사태로도 만날 수 없으면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다. 가장 개명된 소비자들과 생산자들을 포함하고 있는 조직들이 어깨를 걸고 허심탄회하게 모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다 같이 후퇴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농촌의 고령화와 기후변화 또한 가속화될 부분이고 생협도 직면해야 할 문제다. 한계 안에서 먹을 뿐이다. 따라서 소비자들과 계속 이야기하고 적극적으로 자기 논리들을 가져나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윤병선

살충제 달걀 문제는 단순히 달걀의 문제, 친환경농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먹거리와 농업 전체의 문제이고, 날로 악화되는 농생태계의 모습을 보여주는 하나의 신호에 불과하다. 이번 사태가 단순히 먹거리 안전을 지키는 차원이 아니라 기후변화를 포함한 먹거리 환경의 급변을 모두가 인식하고, 농업과 먹거리와 관련된 사회 전반의 가치체계의 변화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모심과 살림 10호(2017 가을)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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