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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 살충제 달걀 사태 이후, 유기농을 다시 생각한다(1)
2017-10-26 18:20:00

<모심과 살림> 10호(2017 가을) 특별좌담

살충제 달걀 사태 이후, 유기농을 다시 생각한다

 

 

진행

윤병선ㅣ건국대 교수, 모심과살림연구소 이사

 

참석

김영규ㅣ친환경농업인연합회 정책기획실장

박용준ㅣ한살림생산자연합회 부회장

유병덕ㅣ이시도르지속가능연구소 소장

정은정ㅣ농촌사회학자, 『대한민국 치킨전』 저자

 

 

우리나라는 관행농이 지배하던 매우 어려웠던 환경에서도 ‘유기농’의 중요성과 가치를 일찍이 자각한 농민들이 앞장서 ‘유기농운동’을 시작했고, 여기에 뜻을 함께한 도시 소비자들이 힘을 모아 직거래를 통해 ‘생협운동’을 시작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이러한 운동에 담고자 했던 본질적 가치들에 대해 다시 짚어봐야 할 때가 되었음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 유기농의 관행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유기농3.0에 대한 논의가 등장하고, 생협운동이 소비자생활협동조합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발생한 ‘살충제 달걀 사태’는 우리 사회에 미친 충격만큼 커다란 고민과 성찰의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이번 사태가 향후의 농업과 먹거리 영역의 정책과 운동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잘 살피고, 근본적이고 바람직한 개선을 위해 농촌의 생산자와 도시 소비자들이 함께 지혜를 모아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노력이 중요한 때다. <모심과 살림>에서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다시 유기농의 의미를 짚어보고자 했다. 농산물의 안전성뿐 아니라 생산 환경과 과정, 관계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나아가 땅을 살리고 물을 살리고 생명을 살려내는 유기농운동의 본질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살충제 달걀 사태에서 드러난 문제

 

윤병선

몇 해 전 가수 이효리가 ‘소길댁 유기농 콩’이라는 라벨을 붙여 지역 장터에서 판매했다가 유기농 인증을 받지 않고 표기했다는 이유로 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계도 처분을 받은 적이 있었다. ‘유기농’이라는 것이 제도에 의해 일괄 재단되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단순히 인증 마크가 아닌 본질적인 유기농의 의미는 무엇인가. 유기농운동과 농업살림의 확장에 있어서 놓치지 말아야 할 질문이 아닌가 한다. 최근 불거진 살충제 달걀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로 관심과 논의가 ‘안전’이라는 측면에 지나치게 집중되었다는 아쉬움이 있는데, 그보다 산업화된 먹거리와 농업, 공장식 축산의 현 지점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오늘 좌담이 그런 부분을 다시 성찰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정은정

연초부터 조류독감 때문에 바빴다. 달걀은 2차 가공까지 더해져 소비의 여파가 확실히 더 큰 것 같다.

우선 이번에 살충제 피프로닐과 비펜트린 두 가지가 검출됐는데, 통계를 보면 허용 살충제인 비펜트린이 더 많이 적발된 것으로 나온다. 허용 기준치보다 더 많이 썼다는 것인데 그만큼 살충이 안 되었다는 뜻이다. 약재저항성이 생겼다는 문제를 더 들여다봤어야 했다. 쓰면 안 되는 것을 썼다는 데 대해 범죄화했는데, 실제로 비펜트린 성분이 더 많이 적발됐다는 것은 현장에서는 나름 허용된 약품 내에서 애를 썼다는 거다. 그게 농가가 가졌던 근본적인 한계가 아니었을까. 민변에서 살충제를 판매한 기업을 상대로 문제제기하려 해도 당사자 농민이 나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생산자들이 많이 위축되어 있고 직접 나서서 의견을 피력해본 경험도 적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달걀 산업은 공식적으로는 대기업이 진출할 수 없는 사업인데 이번에 피프로닐 성분을 확인할 수 있는 검사 키트가 있다고 먼저 발표한 게 CJ와 SPC였다. 당국이 사기업을 못 쫓아간 거다. 산란계의 기업계열화에 또 하나의 물꼬가 트인 것 같다. 

수입과 관련해서는, 연초에 조류독감 당시 달걀을 수입하고 유통해봄으로써 패킹, 운송, 검역, 소비자 반응까지 확인해볼 수 있었다, 이번에도 바로 수입 카드를 꺼내들었다. 완벽한 기시감이 든다. 우리나라 농축수산물에서 물량만 조금 달린다 싶으면 이런 카드를 꺼내왔다. 생란 자체로는 수입을 많이 안 할 것 같지만 2차 가공 형태로는 이미 많이 들어와 있다. 소비자들의 저항 심리도 많이 낮아진 것 같다. 농가에서도 농업 진출을 목표로 하던 기업들에게 달걀 산업마저 넘어가지 않겠는가 하는 우려가 있다.

 

윤병선

국산 달걀에 대한 신뢰도가 무너지는 상황 속에서 수입산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심리도 낮아지고, 대기업에서는 또 하나의 안전마케팅으로 진출 기회를 엿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씀해주셨다. 이번 사태가 달걀 생산 농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층적 부분이 있는데, 현장에서는 어떻게 느끼시는지.

 

박용준

한살림에 유정란을 공급하는 36개 유정란 농가 가운데 31곳은 야마기시 계사 형태, 3곳이 동물복지농장, 2곳이 전통(재래식)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에 DDT 성분이 검출된 재래닭 유정란의 경우 토양 잔류로 인한 문제로 밝혀지면서 조합원들의 실망이 컸으나 정직한 소통과 대응 노력으로 많은 조합원들이 다시 믿어주셨다. 하지만 해당 달걀을 많이 이용한 일부 조합원들은 여전히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한살림에서는 비의도적 혼입에 의한 검출에 대해서는 생산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하지만 토양 등 다른 요인에 대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반성이 필요하다. 점검을 치밀하게 하지 못했다. 최근 한우, 돼지, 우유, 오리, 닭고기에 대해서 320가지 성분을 조사하고 불검출로 나왔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보다 세심하게 관리하고 확인하는 게 필요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인력 등 대응이 어려운 조건도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현재 토양과 기후환경에서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잔류농약과 같은 문제는 피할 도리가 없는 게 아닌가 하는 답답함이 있다.

 

윤병선

말씀하신 대로 농업환경이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는 반면 검출·측정 키트는 더욱 정밀해지는 상황이다. 안전 기준에 대한 고민과 함께 환경의 변화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박용준

한살림 유정란 농가 대부분이 야마기시 방식의 계사로 운영되고 있으며 산란계 중 가장 높은 단계의 유정란 생산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생산자들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자가사료를 급여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보면서 자가사료를 먹이는 게 좋은지에 대해서도 걱정하게 된다. 원료에서 어떤 성분이 검출될지 알 수 없어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영규

일반적인 달걀 생산 과정에서 살충제를 뿌리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고, 언젠가 터질 거라는 예측 또한 하고 있었다. 일부 기업 등 가능한 단위에서는 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과 중심의 인증 시스템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이 결과를 누가 만들어냈는가 하는 지점까지 가지 않으면 결국 다시 농민의 문제로 귀결되고 말 거다. 제일 큰 문제는 케이지 사육 문제지만, 토양에서 검출되어선 안 될 것들이 검출됐다는 것은 거슬러 올라가면 국가가 주도해왔던 경쟁력과 효율성 중심의 농축산업 정책 문제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농민들에게 농약과 제초제와 비료를 팔며 돈을 벌어 왔던 기업의 문제도 같이 있다. 그런 문제를 배제시키고 농민들만 잡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전혀 풀리지 않는다.

조류독감이든 구제역이든 사회적 위기 상황이 닥치면 결국 소농들이 죽어나가고 기업들이 돈벌이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의 농업이 더 강화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문제가 발생한 원인으로 또 다시 회귀하는 것이다. 그리고 안전 측면이 다시 강화되는데, 실제로는 이번에 해썹HACCP 농가 중 59%에서 살충제가 나왔다. 초기에 살충제 검사를 물량이 많은 대농장 중심으로 했는데, 언론 보도는 ‘여기보다 더 관리가 안 되는 작은 농가들은 얼마나 더 심각할 것인가’라는 태도였다. 식약처 중심의 안전관리시스템만 강화하고 근본 처방을 하지 않는 일이 반복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윤병선

이번 일을 통해서 소규모 생산 농가들이 더 어려워지는 건 맞지만, 인증 시스템 자체가 본래 규모화된 농가들의 이익이 훨씬 더 쉽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공장식 축산이 갖고 있는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먼저 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고민보다는 안전관리시스템의 강화로 가고 있고, 이는 또 다른 형태의 표준화이기 때문에 공장식 농업이 정당화되는 과정으로 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유병덕 님은 최근 잔류농약 검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씀하시고 계신데.

 

유병덕

우선 이번 사태를 두 가지 사건으로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었던 사건, 그리고 DDT가 검출되었던 사건이다. 둘은 같은 시기에 있었을 뿐 다른 사건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두 사건을 동일시하고 하나의 사건으로 처리했다. 그게 가장 큰 오류다.

전자의 경우 우리 축산 시스템을 되돌아보는, 그래서 동물복지형으로 가자는 결론이 내려져야 하는 사건이고, 인증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생산자들의 양심의 문제, 인증 시스템의 결함 등의 원인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면서 위반자들에 대해 응당한 처벌을 하면 된다.

두 번째 사건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DDT가 검출됐지만 생산자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해당 생산자에 피해를 주지 않았어야 한다고 본다. 지금껏 공개되지 않아 왔지만 방사성 물질이나 잔류농약은 계속 나오고 있다. 당연히 터질 문제가 이번에 터진 것이고, 그랬을 때 우리 태도는 어땠어야 하는가. 보다 좋은 방향으로 축산업을 선구적으로 해온 분들과 건강한 닭들은 보호해야 할 상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식품안전의 관점으로 본 거다. 정확히 말하면, 식품안전 차원에서 보았을 때 법으로 정한 식품안전 기준으로는 결함이 없는 제품이었다. 그에 더해서 건강이라는 측면을 본다면, (사육 방식을 고려할 때) 그 어떤 달걀보다 건강한 달걀이었고 닭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닭과 달걀을 살처분한 사건, 이것은 유기농업의 역사에서 기억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단순히 인증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식품과 음식을 바라보는 근본 철학에 닿아 있는 문제다. 식품안전 개념이 확대되고 정착된 배경을 다시 보면, 1960년대 미국에서 제조업을 확대·강화시키기 위해 노동력 관리가 필요했고, 그들에게 안전한 식품을 제공하는 게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지금 시대, 우리 친환경농산물이나 동물복지에서 추구해야 할 것은 안전을 넘어선 건강이다. 건강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식품을 먹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동물과 식물이 건강해야 하고, 흙이 건강해야 한다. 그래서 결국 유기농업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곧 먹을거리에 대한 철학 문제다.

 

윤병선

안전이 정치적 접근이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이전에 미국 사회에서 먹거리 문제의 심각함이 분명히 드러났던 시기에 나온 정책적 대응이었다고 본다. 산업적 농업이 피할 수 없는 먹거리 안전이라는 문제를 근본 지점에서 성찰하고 대안을 모색한 것이 아니라 사후 관리체계로 들어갔고, 유기농산물 인증의 도입도 이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문제의 핵심은 먹거리 불안이 미국식 발전모델, 녹색혁명형 농업, 산업적 농업 과정에서 발생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원인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재 중심의 인증이 이루어지다 보니 녹색혁명을 내세우면서 농자재를 팔아먹던 기업들이 유기농자재를 팔아먹는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진 것이다. 인증제도가 농을 살려낼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농자재 업체 등의 시장 창출 기능이 더 컸다는 점에서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한다.

국가가 하든 민간기관이 하든 제3자 인증은 기본적으로 속임수에 강하다. 이는 인증제도를 통한 유기농의 확산을 주도해 왔던 아이폼IFOAM,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조차 유기농 3.0을 제창하면서 스스로 반성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 신뢰 관계가 명확히 존재한다면 인증은 필요하지 않다. 1970년-80년대 유기농업 하셨던 분들의 신뢰는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었는데, 정부가 이른바 친환경농업을 육성하면서 인증 시스템을 갖추다 보니 결과중심 체계가 되어 버렸다. 어떤 농자재를 썼는지가 중요하고, 순환에 대한 고민이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스며들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없어져버린 측면이 있다.

 

김영규

이번 사태를 보면서 느낀 건, 말씀하신 것처럼 인증이 국가가 만든 제도이자 더 큰 농가들 중심으로 왔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국가가 하는 얘기도 믿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 배경을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에서 국가가 한 번도 공정하거나 투명한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해본 적이 없었고, 우리 사회 전체가 그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다. 국가가 인증을 해도 신뢰가 안 가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어떤 방식의 인증을 한들 바뀔 것인가. 인증의 처벌을 더 강화하고 검사 항목을 늘림으로써 신뢰가 쌓일 것인가. 거꾸로 현재 있는 불신 이유들을 더 강화시키는 방식이 될 거다. 또 하나는 국가가 건강하고 믿을 수 있는 식품을 국민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자기 과제를 놓치고 있다. 안 되면 수입하면 된다는 정도의 인식 수준에 있기 때문에 먹거리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수준도 굉장히 낮게 잡혀 있다.

이런 속에서 아예 원천적으로 문제를 다시 봐야 한다. 처음에 말씀하셨던 가수 이효리의 얘기를 제 방식으로 말하면 우리 사회에서는 장애가 있는 사람이 장애인이 아니고, 장애인 수첩을 가진 사람이 장애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이 뭔가. 진짜 한 건가, 턱걸이라도 합격점을 받은 것인가. 운전면허 시험 볼 때 필기시험 커트라인만 넘기면 80점이나 100점이나 아무런 차이가 없다. 지금 인증 농가들이 느끼는 것도 그 지점에 있다. 3년에 걸쳐서 인증 받았으면 되지, 30년을 했다고 해서 특별히 보상한다거나 사회적으로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국가인증제도가 갖는 문제점은 항상 그 틀에 갇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용준

인증기관 인증을 계속 받아오면서 드는 의문은 국가가 민간에 이양한 인증 권한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뭘까 하는 것이다. 현재 모든 평가는 검사 결과물이 안전한가, 안전치 않은가에 치우쳐 있다. 이러한 인증 방식에 대해 친환경 담당 공무원들까지도 공공연히 문제라고 얘기한다. 그럼에도 실제 내용은 계속 안전을 강조하며 검사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한살림 내에서도 물품에 대한 인식이 바로 안전한 먹거리와 동일시되는 경향이 있다. 농약 검사와 안전성 검사가 강조되고, 기계는 점점 더 정교해지며 검사항목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서 토양 검사까지 시행됐다. 전에는 중금속 검사 외에 토양 검사를 따로 하지 않았다. 인증제도 자체가 검사결과 위주로 흘러가다 보니 농민들로서는 당혹스러운 게 현실이다. 한살림 생산자들 중에는 아주 오랫동안 명예와 자부심으로 유기농을 해온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도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농약 검출 통보를 받는 일이 생긴다. 인증 취소라는 황당한 결과를 받게 되는 거다. 생산자들은 지속가능한 농업을 통해 환경과 땅을 살리고 우리 후세에게 물려줄 것을 생각하지만 주어진 현실은 생산자들의 노력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생산자들도 안전성을 의식한 관리에 방점을 두게 된다. 생산자조직 차원에서도 관리를 체계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아쉽다. 유병덕 님 말씀의 취지에 동의하지만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조합원의 당연한 관심이 검사에 대한 요구로 이어지는 것은 피해 가기 어려운 현실이다. 참 안타깝다. 그래서 한살림의 경우 정부 인증 제도와는 별개로 검사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한살림 자주인증제도를 어떻게 하면 발전시킬 것인가가 숙제다. 이미 문제의식은 다 공감하고 공유하고 있다고 본다.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가 한살림 생산자로서 고민이다.

 

윤병선 

2014년 전국 한살림 생산자회원 의식조사에서, 정부 인증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을 때 ‘생산자-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제도’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답변도 높게 나왔지만 더 높게 나온 건 ‘한살림 자체의 자주인증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부 인증제도로 인해 농자재비에 대한 부담도 상당부분 있고, 사용하는 농자재를 기준으로 인증이 이루어지다 보니 진정 유기적인 순환의 체계를 갖고 농사를 짓는 그 자체는 인증을 받지 못하는 모순이 있다. 결국 유기인증시스템이 유기농업을 저해하는 아이러니, 이런 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는 유기농산물이 단지 그저 안전한 농산물이라는 정보가 일반화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제3자 인증시스템이 갖고 있는 허상에 대해서 소비자들도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은정

20~30년 생협 역사에서 혼입사건 등 비슷한 사건들은 계속 있어 왔다. 생협에서라면 적어도 우리는 이 한계선 안에서 먹기로 한 사람들이라는 공감대와 교육이 있었어야 하는데, 생산자만 압박해왔다는 느낌이다. 그게 결국 부메랑이 돼서 다시 소비자에게 온 측면이 있다.

현장에서는 기후 환경 문제도 있고 고령화가 심화되어가는데 해썹 같은 것은 아무리 열심히 하려고 해도 결국 서류와 시설 싸움이다. 인증을 받더라도 유지가 훨씬 어렵다. 인증의 종류가 많아진다고 해서 먹거리가 더 안전해지거나 소비자 신뢰가 더 높아지는 게 아니다. 어쩌면 이번 살충제 달걀이 이 점을 확인하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해썹의 취약성과 인증제도의 허약성에 대해 인정하고 어느 정도 소비자들에게 ‘선’에 대한 이야기를 분명히 해야 할 것 같다.

이번에 학교급식에서도 달걀 대체품을 찾느라 영양사 분들이 골치를 앓았다. 축종이동 가능성도 있는데, 소비자들이 우유에 대해 요청해서 우유에서 걸리면 감당하시겠냐고 했더니 우유까지만은 건드리지 말아 달라고 하더라. 차라리 몰랐으면 좋겠다는 거다. 소비자들에게 토양전수조사를 원하시냐고도 물어봤다. 그걸 감당할 정도로 우리는 훈련이 돼 있는가. 다들 침묵하셨다. 모든 것이 100% 투명하게 밝혀진다고 해도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사회적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다.

 

박용준 

우리가 농사짓는 땅이 근대화 과정에서 농약과 화학비료로 오염된 역사를 인정하고 한살림을 넘어 사회 전체가 공론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오히려 토양검사를 해서 협박 수단으로 쓰려고 하는 태도는 없어져야 한다. 함께 해결하는 방향을 찾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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