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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 밀레니얼 세대의 일과 삶 - 밀레니얼 세대, 나의 이야기
2017-10-31 10:47:00

 

밀레니얼 세대, 나의 이야기

 

* 인농 박재일 선생 7주기 기념 이야기마당(2017. 8. 18)에서 발제한 내용을 재정리한 글.

 

김민경

올해 창립한 한살림대전식생활교육문화센터에서 사무국장을 맡아 끊임없이 실험하며 만들어가고 있다. 혼자 그림 그리기와 춤추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kimmingyeong@hansalim.or.kr

 

 

 

2년 전 어느 행사 자리에서 한살림 청년 노동자로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에는 청년 조합원을 조직하고 싶다는 것, 즐겁고 활기찬 조직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것, 그래서 서로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바꾸고 싶고 나의 젊음을 한살림에서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뒤로 2년간 개인적으로 여러 일들이 있었다.

 

특히 한살림에서 전일제로 일하는 실무자로서의 삶을 끝내고 노동(활동) 형태를 바꾸면서 노동시간이 줄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개인적 삶에서는 ‘한살림’ 활동이 폭발적으로 증폭되는 아이러니의 시간을 겪었다. 작년 한 해 적게 벌고 적게 썼는데, 돌아보면 나를 위한 시간을 많이 가졌다. 텃밭도 시작하고, 밥을 자주 해 먹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겨 삶에서 농업살림(쌀 소비), 밥상살림(밥 짓기)을 실천할 수 있었다. 손바느질로 옷도 지었다. 읽고 싶은 책도 많이 읽고, 그림도 그리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고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평소 청년, 특히 1인 가구의 먹을거리 운동에 관심이 많았는데 혼밥혼술 모임을 기획해 진행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던 때에, 마침 식생활지원팀에서 식생활교육문화센터로 전환해 가는 과정에서 제안을 받아 지금의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식문화뿐 아니라 노동이나 조직문화에도 관심이 있었던 차에 옮긴 조직은 사단법인으로 분리되어 있어서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재밌는 노동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재미있고 또한 힘든 길이 시작되었다.

 

나는 87년 토끼띠다. 세대구분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에 속한다. 분명 그 이전 세대와 구분되는 특성이 있겠지만 또한 한 가지 성향으로 규정하긴 어려운 세대인 것 같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창조적인 생활을 즐거워하고, 다양한 문화와 인종, 가치관을 포용할 수 있는 세대이이면서 또한 SNS나 인스타그램으로 자연스럽게 일상을 공유하고, 자아 표현의 욕구를 가진 세대다. 한편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의미의 3포세대라는 말이 사회문제로 부각되기도 한다. 9시부터 6시까지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기보다는, ‘디지털 노마드’라는 말처럼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내가 선택한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이렇게 달라지는 모습이 분명히 있고, 그런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부러워하거나 불편해하는 시선도 한편에 있을 것 같다.

 

 

 

밀레니얼 세대가 사무국장이 되었을 때

 

 

실제로 식생활교육문화센터에서 하고 있는 실험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 노동현장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사무국장이 되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말이다.

 

우선, 실무자/활동가의 호칭1)을 없애고 살림꾼으로 통일했다. 주 30시간만 근무하고, 9시-10시 중 선택해 출근한다. 유급 생리휴가를 쓸 수 있다. 급여체계는 기존의 호봉제나 연봉제를 택하지 않았고, 2년차부터는 동일한 급여를 받는다. 개인 역량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단순히 경력이 많다고 일을 더 많이 하거나 잘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자연히 조직문화가 평등해진다. 단, 1년차에 한해 15만원이 적은데, 대신 다른 살림꾼들이 1년차 살림꾼의 교육과 멘토 역할을 한다. 예전 학습모임에서 들은 프랑스의 한 공동체 사례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사무국장이라는 자리도 누구나 할 수 있도록 순환제로 만들었다.

 

우리는 내규, 정책, 일의 방향성을 매주 회의에서 함께 결정한다. 평등한 의사결정구조다. 한 사람의 간사가 회의록 작성을 담당하는 게 아니라 돌아가면서 작성하고 회의를 주재한다. 자기가 맡은 분야의 세세한 부분은 담당자가 정하도록 한다. 결정하는 사람, 수행하는 사람, 책임지는 사람이 따로 있을 경우 주체성이 발현되지 않는다고 본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담당자가 결정하고 책임감을 갖고 동료들은 지지해주는 구조를 만들었다. 자율성이 올라가고, 자기 일이라는 생각, 자기 전문성을 키워간다는 마인드를 갖게 된다. 긍정적 측면이다. 물론 부담도 갖기 때문에 지지해주는 게 중요하다. 잘못했을 때는 이후에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서로 피드백하는 문화를 만들고 있다.

 

휴일 근무 시 한 달 이내 쉴 수 있도록 하고, 휴가도 다 쓸 수 있도록 배려한다. 배우고 싶은 것이 있으면 적은 예산이지만 최대한 지원하고, 배운 것을 바로 나누는 자리를 마련한다. 일반적으로 단체의 규정집이 굉장히 두꺼운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가능한 심플하게 하고 현실에서 동떨어진 내용이 있을 경우 바로 다음 회의 때 논의해서 수정한다. 그래야만 규정과 지침을 따르는 데 있어 불편함이 없고, 본래 기능이 원활히 작동되기 때문이다.

 

우리 세대는 모든 것을 책임져주고 ‘나를 따르라’ 하는 식의 리더는 원하지 않는다. 그보다 각자 의견을 존중해주고, 모으고, 결정 과정을 같이 이끌어가는, 맥락을 잡아서 공동의 의견을 뽑아내주는 리더를 지향한다. 개인적으로는 영적인 리더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만 잘하는 게 아니라 영적 감수성을 갖춘 리더를 원한다. 

 

법인을 8개월째 운영하면서 재정과 인력에 비해 많은 기대를 받고 있고, 힘든 점도 있다. 돌이켜보면 이전에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에 요구되는 바에 맞춰 계획을 세워 왔다. 그러다보니 지쳐서 나가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서 하다 보면 운동의 파급력도 떨어지는 것 같았다. 내가 재밌고 즐겁게, 행복하게 하고 있으며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궁금해 하고 따라서 같이 참여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급여가 적더라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정도로 일을 분담하고, 활동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과 여유를 느낄 수 있게 사업계획을 세우려고 한다. 

 

텃밭을 가꾸면서, 전문 농사꾼이 아니다보니 생산자 분들께 팁을 얻거나 인터넷에서 이것저것 찾아서 시도해본다. 실험을 해보는 거다. 마찬가지로 지금 내가 하는 것도 노동자로서의 실험이다. 이런 실험은 무대를 만들어주고 지지해준 한살림대전 이사장님을 비롯한 이사회와 다른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믿고 맡겨주는 데 대한 고마운 마음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실패할 수도 있다고 늘 생각하고 아등바등하지 않는다. 작은 조직이기 때문에 ‘망하더라도 작게 망한다’고 얘기한다. 두려움 없이 다양한 방식들을 끌어들여서 시도해보고,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려고 한다. 우리 세대는 지금 하는 일을 영원히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이곳, 저마다의 조직이나 팀에서 다양한 시도를 통해 구성원들이 행복한 일터와 조직문화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1) 한‌살림에는 보통 조직운영과 사업, 물류 등의 직무를 담당하며 전일제로 근무하는 실무자와, 매장 및 조직활동 영역 등에서 조합원의 물품이용과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활동가의 구분이 존재한다. (편집자 주)

 

 

* 함께 읽기: 밀레니얼 세대와 함께 일하기

 

    

모심과 살림 10호(2017 가을)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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