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모심의눈 모심과 살림 읽기

모심과 살림 읽기

게시글 검색
[9호] 시민자산화, 그 사례와 가능성
2018-01-29 10:01:00

  

시민자산화, 그 사례와 가능성

 

 

전은호

땅의 이익이 뭇사람에게 공유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토지+자유연구소에서 시민자산화지원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unochun@gmail.com

 

 

 

영국 북요크셔 허즈웰Hudswell 마을에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진품 수제맥주 캠페인 단체CAMRA가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펍에 마을의 조지앤드래곤 펍George&Dragon(G&D) Pub이 선정된 것이다. 이 펍은 2008년에 문을 닫았으나 2년간 주민 160여 명이 20만 파운드(한화 약 3억 원)를 모아 건물을 인수하고 보수를 거쳐 2010년 6월에 다시 문을 열었다.

 

새로 연 G&D 펍은 단순히 주점의 역할을 넘어 마을 회의장소, 도서관, 상점이자 무료 와이파이 등을 제공하며 마을공동체의 허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곳이 올해의 펍으로 선정된 이유는 따뜻하게 환대하는 분위기와 지역공동체성이 강한 부분에 깊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선정 단체의 관계자는 “G&D는 마을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문 닫힌 펍을 공동체의 자산으로 부활시킨 훌륭한 사례로, 이는 다른 펍과 마을에 시사하는 바가 굉장히 크다”며 “다른 지역사회가 유사한 위기에 직면했을 때 이 사례가 모범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G&D펍의 공동 주인인 밀러는 “마을공동체가 소유하고 저와 가족이 함께 운영한다. 작은 선술집이 이루어낸 일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George & Dragon Pub

출처 : http://www.express.co.uk/life-style/life/774285/camra-pub-of-the-year-2017

 

영국의 작은 시골마을 허즈웰의 주민들이 만든 작은 기적은 시민자산화를 소개할 때 자주 이야기하는 공동체 소유共有,공유 사례 중 하나이다. 이러한 사례들에는 플런켓재단Plunkett Foundation과 같이 자산화 과정을 돕거나 일부 기금을 지원하는 핵심 파트너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협동조합이 공동체의 자산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플런켓재단이 발행한 관련 보고서에서는 영국의 마을 협동조합들이 마을 소유의 펍과 상점을 만들도록 지원하는 사업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 중인 펍 50여 개가 만들어졌고 그 생존율이 100%라고 한다. 마을상점의 경우에는 350여 개 상점이 1400여 마을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 상점들은 마을주민들의 소유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한 플런켓재단의 제임스 올콕은 마을 주민들이 자신들의 가게와 펍을 갖게 되면서 관계성을 회복하고 외로움을 극복하는 동시에 주민으로서의 자기 역할을 새로이 인식하는 것을 주요한 성과로 이야기한다. 협동조합 자체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공동으로 운영하는 조직이고, 단순히 이벤트성으로 펍과 상점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필요에 기반하다 보니 주민들의 협력이 발생하며 이 과정에서 관계의 회복을 경험하고 책임을 함께 나누게 된다는 것이다. 지속가능성을 위하여 비즈니스의 완성도를 높이고 운영관리의 책무는 공동체가 갖는다고 할 수 있다.

 

 

Cooperative Pubs

출처 : www.plunkett.or.uk

 

 

자산화의 의미

 

영국의 사례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자산화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자산화라는 용어 앞에는 시민·지역·공동체 등의 수식어가 혼합되어 사용되고 있다. 자산화라는 단어만으로 온전한 의미를 모두 담지 못하다 보니 무엇을 위한, 누구에 의한 자산화인지를 표현하기 위해 다양하게 사용되는 듯 보인다. 자산화의 목표는 국유Public Ownership와 사유Private Ownership를 넘어 공동의 소유인 공유자산Commons을 만들어가는 일이며, 이 과정에서 핵심 주체는 지역공동체Community와 시민으로 대표될 수 있다.1)

 

 

공유자산을 만들어 내는 일련의 과정을 ‘자산화’로 표현하는 이유는, 자산에 담긴 본래 의미가 공유자산을 만드는 목적에 부합하고 적절하기 때문이다. 자산의 사전적 의미는 ‘개인이나 집단이 미래에 성공하거나 발전할 수 있는 바탕이 될 만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개인이나 법인이 소유하고 있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유형·무형의 재산’을 말한다.2) 이 사전적 의미를 토대로 내용적 의미를 개념화해보면, ‘지역공동체의 구성원(시민)이 함께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바탕이자 그들이 함께 만들어내 소유하고 있는 유·무형의 재산’으로 말할 수 있다.

 

자산화는 자산을 ‘공유자산Commons’으로 만들어내는 일련의 과정Process으로 볼 수 있으며, ‘주체의 등장, 자산의 소유-개발-이용-펀딩의 전 과정을 구성원이 함께 하는 것’을 말한다. 혹자는 이를 ‘Commoning’이라고 표현하여 동사적 의미를 강조하기도 하는데, 행동함으로 만들어내는 자산은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자산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자산화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혹여 지금 ‘4.0 산업혁명’을 논하고 ‘공유경제’ 시대를 살아가는 이 때 왜 다시 ‘소유’를 이야기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렇다.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도 ‘소유의 종말’을 이야기하며 접속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예측했고, 소유가 필요 없는 서비스들이 이미 상당부분 ‘공유경제’라는 이름으로 활성화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공유경제 영역에서는 내부로부터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그 이유는 공유경제가 생성하는 효과들이 플랫폼 사업 주체에게 집중되고 사업에 함께 참여하는 노동자와 이용자들에게 미치지 못하면서 공유경제를 구동시키는 플랫폼의 올바른 소유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유경제를 가장 열심히 확산시키고 있는 쉐어러블닷넷Shareable.net의 나단 슈나이더는 “소유가 필요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은 공유경제 사업을 촉진하려는 이들의 주술과 같은 것. 플랫폼이 부를 축적해가는 구조 속에서 소유는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라고 고백하며 공유경제에 있어서도 플랫폼의 공유, 협력적 소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대안적 공유경제 모델이 등장하고 있음을 알렸다.

 

 

소유 구조의 변화

 

소유는 모든 행동의 기초이며 살림의 조건이다. 특히 공간자산의 소유 구조는 공간에서 행동하는 이들의 삶의 방식을 제어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표현이 공공연히 회자될 정도로 소유주의 권위가 막강한 힘을 발휘하며,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과 비자발적 이주는 이를 반증한다. 만약 우리가 삶의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행동의 규칙을 함께 정하며 공간 사용의 성과를 공유하고 함께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내고자 한다면, 글의 서두에 다룬 사례처럼, 마을 펍을 주민 160명이 함께 소유하여 책임성 있게 사업을 추진하고 마을 주민들의 수요를 채워주는 공동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조건, 다시 말해 공유Sharing 이전에 공유Commoning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 것이다.

 

「그들은 왜 회사의 주인이 되었나」의 저자 마조리 켈리는 다양한 대안적 소유의 사례를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그동안 적용받아 온 ‘추출적 소유’ 구조를 ‘생성적 소유’ 구조로 전환시켜내야 함을 강조하고, 이를 위한 다양한 공유의 구조들-협동조합, 직원소유기업, 공동체토지신탁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뿌리내린 구성원들에게 소유의 권리가 주어지는 것. 시장Market에 의한 통치가 아니라 사명에 의한 통치를 할 수 있는 소유 구조를 만들어가자고 제안한다. 마조리 켈리는 소유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일은 혁명에 가까우며 이러한 “소유 혁명은 경제 권력을 소수의 손에서 다수의 손으로 확대하려는 것이자, 사회적으로 무관심하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사회적 유익에 관심을 기울이게 하려는 것”으로,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한, 아래에 언급하는 피터 반스도 비슷하게 이야기한 것처럼, “소유한다는 것, 자본주의에서의 사유와 사회주의에서의 국유는 결국 ‘소수’에 의한 지배라는 차원에서 큰 차이가 없다. ‘소유’가 권한을 가지고 ‘지배’를 해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안에 ‘속한다Belonging’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때 진정한 변화가 시작된다.”라고 말하며 국유와 사유를 뛰어넘는 ‘속함의 소유’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속함의 의미를 지닐 수 있는 소유는 어떤 환경에서 가능할까? 욕망이 기반이 되지 않으면 적응하기 쉽지 않은 작금의 시대에 나 혼자가 아닌 ‘다수에 속한다’, ‘대중에 속한다’는 의미를 추구한다는 것이 그야말로 혁명에 가까운 일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소속감은 공유재Commons가 줄 수 있는 핵심가치 중 하나이다. 미국의 공유운동 비영리조직 온더커먼스Onthecommons에서는 공유재에 대해 속함, 책임감, 거버넌스, 공동창조를 특징으로 하며 이를 통해 공정성, 지속가능성, 독립성을 구현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책임감, 특히 소유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책임감은 지속가능한 관리와 연계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나의 것’, ‘우리의 것’이 없을 때 우리는 우리의 행위가 지속가능할 필요가 없다고 느낄 것이고, 이는 소유가 아닌 접속의 시대를 살고 있는 공유비즈니스 환경에서 간혹 무책임한 행위들이 뉴스를 타고 전해질 때 그 원인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

 

그 밖에도 여러 학자들이 제3의 소유구조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최근 번역 출간된 『시민배당』의 저자 피터 반스는 자본주의3.0에서의 공유에 기초한 재산권에 대해 언급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공유에 기초한 재산권은 미래세대를 비롯한 사회 전체의 모든 이해당사자 그룹에 대한 책임 있는 신탁관리자와 신뢰를 통해 제도화될 수 있다. 정부 소유의 경우 금전적 혜택이 정부로 돌아가고 개인 소유의 경우 금전적 혜택이 해당 이해당사자들에게 돌아가지만 공유의 경우 실질적인 ‘시민 배당금’을 지불함으로써 그 혜택이 해당 공동체의 모든 시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여기저기에서 ‘시민배당’을 이야기하면서도 ‘공유에 기초한 재산’을 만들어 내려는 노력에 비하여 ‘배당받아야 할 권리’만을 주장하는 일이 우선하는 현상을 보면서, 우리 삶에서 ‘공유자산’과 접촉하는 경험의 부족으로 인해 그것을 만들어가야 하는 이유와 구체적 실행 전략이 부재함을 인식하게 된다. 또한, 피터반스는 공유에 기초한 재산권을 언급하면서 ‘시민’배당을 이야기한다. 공유의 목적이 특정한 공동체만의 유익을 위한 것으로 한정될 때 우리는 그 공동체를 닫힌 공동체라 부르고, 그러한 공동체는 특권을 누리기 위한 수단으로 공유구조를 활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공유의 목적을 직접적인 소유자를 넘어 함께 누려야 하는 시민의 영역으로 확대시키려는 노력을 의식적으로 할 필요도 있다.

 

공유재 프레임워크

출처 : http://www.onthecommons.org

 

 

시민자산화 사례와 가능성

 

국유와 사유를 넘어야 하니, 이쯤에서 국유 구조 속에 놓인 우리를 잠시 살펴보자. 오늘날 시민과 주민의 참여 수준은 날로 높아가고 있다.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 문제해결의 실행 주체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시민과 주민들에게 ‘주인의식’이 강조되고, ‘주인처럼’ 행동해주기를 요청한다. 하지만 정작 시민이고 주민인 우리는 내가 ‘주인’이라고 느끼고 있는가? 아니 ‘주인’으로 행세하고 있는가? 여전히 권한과 책임은 행정이 쥐고 있으며 일부만을 단기적으로 쥐어주려는 시도 정도가 있을 뿐이다. 그 수준을 높여 주민참여예산제도 등이 시행되고 있긴 하나 그 과정에서 온전한 주인됨을 경험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그렇다면 시민자산화 관점에서 민관협력은 어떠해야 하는가? 자산화한다는 것은 소유하고 사용하고 수익하고 처분하는 일련의 구조에서 주체가 되는 일이다. 함께 소유하는 구조를 만들어내야 하고 함께 사용하기 위해 함께 계획하고 실행해야 하며 결과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지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상호 지분을 공유Mutual Ownership하여 함께 생산Co-creation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이런 관점이 반영된 시도들을 보면 일단은 반가움이 든다. 일례로, 최근 성동구에서 일자리주식회사를 추진하면서 행정과 민간이 7:3의 비율로 공동출자하는 공동출자회사로 어르신 일자리를 제공하는 법인구조를 만들었다. 실제 공동출자회사의 출자 및 의사결정구조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상호 협력의 수준이 얼마나 긍정적으로 나타날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간 공공의 일자리 사업처럼 공공이 기획하고 민간 사업자에게 위탁을 주어 권한과 책임이 한 곳에 머물러 있던 구조보다는 함께 속하여 책임감 있게 운영하는 조직 형태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내는 노력에 우선은 박수를 쳐주고 싶다.

 

이처럼 함께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 직접 풀어나가는 과정은 시민자산화의 목적이자 방식이다. 국내에서 추진 중인 실험들에 참고할 수 있는 미국 사례 몇 가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부동산투자협동조합 NEIC

 

북동부부동산투자협동조합NEIC은 미국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부동산투자협동조합으로 알려져 있다. 미네아폴리스 지역 주민 250여 명이 1,000달러씩 출자하고 세 곳의 빈 건물을 매입해 자전거 점포, 빵집, 동네 주점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러한 시도들이 지역의 상권을 살리고 지역 기반의 경제 활성화를 이루어내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NEIC는 유휴부동산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재생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2011년 11월 39명이 모여 미네소타주 법에 따라 협동조합을 설립한다. 2012년 3월 NEIC 이사회는 규약을 만들고 중심가 건물을 보수하여 자전거 점포를 내기로 하였는데, 마침 가구 가게였던 건물이 매물로 나와 조합원 투자를 통해 매입하였다. 2013년 1월 NEIC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자금모집을 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게 되었고 설계를 도울 건축가도 합류하면서 2013년 말 주점Fair State Brewing Cooperative, 빵집Aki’s Breadhaus과 각각 임대계약을 맺었다. 

 

2014년에는 여러 프로젝트 매니저, 부동산 전문가들의 도움이 잇따랐고 다양한 사업이 시작되어 25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났다. 지역사회 변화를 위해 참여하고, 3년 만에 목표를 이루어낸 것이다. 첫 번째 프로젝트가 완성된 2015년 이후 조합원들에 대한 이익 배당도 가능하게 되었고 민간 재단으로부터의 기금도 지원받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도 부동산을 점차적으로 확보해 가며 도시 자체를 변화시켜 나갈 계획까지 세워가고 있다.

 

사실 협동조합에 의한 소유와 생산 방식이 부동산 영역에 접근할 때 직면하는 어려움은, 초기 자본의 규모가 너무 큰 데다 운영의 지속성을 담보해줄 만한 인내 자본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지역단위 소규모 협동조합에서는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가리타니 고진에 의하면 마르크스도 이러한 협동조합의 확대 한계성을 인지하며 연합적associated인 생산양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주식회사를 완성된 형태로 보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자본에 종속된 회사가 아니라 노동자의 공동점유 형태인 주식회사, 직원소유회사와 같이 자산의 공동소유가 가능한 주식회사는 가능할까? 다음의 사례에서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NEIC 메인스트릿 전경

출처 : http://www.ilsr.org/do-it-yourselves-downtown-investment-cooperative-model/

 

 

지역 주민들이 소유하는 쇼핑몰 마켓크릭플라자

 

시민자산화 과정에서 지역개발주식공모Community Development Initial Public Offering: CDIPO라는 주식회사 방식을 차용한 사례로, 샌디에이고의 마켓크릭플라자Market Creek Plaza 쇼핑몰을 들 수 있다. 마켓크릭플라자는 샌디에이고 다이아몬드 지역에 버려진 공장지대를 쇼핑몰로 개발하면서 주민이 주인이 되는Resident Ownership 부동산 개발을 시도한 사례로 알려져 있다. 이 개발의 핵심에는 제이콥스가족재단이 있다. 1988년 이 재단을 설립한 조 제이콥스는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시설을 개발하면서 “지역의 주민들이 스스로 비전을 갖고, 직접 계획을 세우고 그들의 지역에서 개발되는 자산을 소유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지역공동체 소유를 주민들이 지역자산의 공동체적 활용 의사를 전할 수 있는 핵심 요소로 보고, 주민이 소유할 수 있도록 지역개발 주민주식 공모 방식을 도입하였다. 2006년 7월부터 10월까지 419명의 투자자가 5만 주를 매입하였고(1주당 10달러, 최소 200~1000달러까지 가능), 투자집단Diamond Community Investors에 속한 주민 투자자들은 2008~2009년 투자금의 10%가량을 배당받기 시작했다. 재단이 설립한 JCNIJacobs Center for Neighborhood Innovation의 지분 60%는 모두 지역주민고용, 청소년 직업훈련, 풍부한 문화 제공 등 사회적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 재사용되고 있다. 이 쇼핑몰은 2018년부터 마켓크릭파트너스 유한책임회사LCC의 지분에 대한 지역주민 투자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었으며, JCNI의 최종 목표는 회사 주식 전부를 지역주민들이 소유하는 데 있다.

 

JCNI는 이 과정에서 마켓크릭플라자의 공간 개발과 금융 조달을 지원하고 지역공동체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역할에 충실하였으며, 무엇보다 10년이 넘도록 지역주민의 리더십과 오너십을 신장시켜주는 일에 집중한다. JCNI는 지역개발주민공모 방식의 효과성을 설명하면서, 주민이 소유하는 쇼핑몰을 만들기 위한 주요 전략 3가지로 주민참여, 행·재정적 장치, JCNI의 조력과 책무를 들고 있다. 마켓크릭플라자는 개발사의 역할을 맡은 마켓크릭파트너스 유한책임회사의 지분을 주민들에게 공개한 것 이외에도 시설관리회사, 식당 및 이벤트 회사, 각종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경제활동에 지역의 저소득층 및 이민자를 우선고용하고 사회적기업화하여 지역경제의 질적 성장에 큰 기여를 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공동체와 지역개발을 연결시키는 고리로 자산화Commoning의 효과가 분명했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는 10년의 기간 동안 지역주민들이 쇼핑몰을 소유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로드맵을 수립해 지원하고 동행한 JCNI의 역할이 있었다. 처음부터 공동으로 지분을 출자하여 함께 책임지고 운영해 가도록 조직화하고 일자리 창출 및 문화수준 향상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계획권, 실행권, 소유권을 모두 주민과 함께 공유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지역공동체에 ‘지구력’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시민자산화 시작하기

 

최근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시민자산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도시재생 등 장소와 사람이 중심이 된 사업들이 늘어나면서 장소의 지속가능성과 지불가능성에 대한 고민, 그리고 그것을 주도하는 이들이 바로 우리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점차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준비 정도는 상당히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우선 협동조합이 주도하여 자산화를 추진하려면 자기자본 외에 추가로 자금이 연계되어야 하나, 협동조합의 경우 금융업에 한계가 있고 금융권에서의 조달 능력이 부족하다보니 규모화가 되지 않은 이상 자산화를 시도하기 어렵다. 공공과의 협력적인 자산화를 추진하는 것은 힘의 균형이 맞지 않고 절차가 까다로워 현재의 구조 속에서는 자원이 우세한 공공이 주도하게 되고, 결국 국유화로 전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주식회사 방식을 택하더라도 부동산금융업, 투자회사 등을 활용하기에는 진입장벽이 높게 설정되어 있다. 그나마 최근 크라우드펀딩 활성화를 위해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 공익형 부동산의 경우 7억 원 규모로 지분형 투자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어 소규모 시민자산화 프로젝트에 활용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시민자산화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현실에서 해볼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먼저 우리가 지켜내고 싶은, 잃고 싶지 않은 것들이 무엇인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공간자산과 비즈니스 자산 관련 연대체를 구성해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만들 준비를 해야 한다. 시민자산화의 목적에 맞게 조직을 법인화하는 것이 필요하고, 적합한 펀딩 방식을 설정한다. 다음으로, 핵심 이해당사자들이 모을 수 있는 자금의 규모와 성격을 규정하고, 주변의 공동체와 좀 더 확장된 시민들에게 펀딩을 요청한다. 필요 시 공공과의 협력이나 민간금융과의 연계를 모색하고 이후 공간의 재생 및 지속적인 운영관리를 위한 환경을 만들어간다. 일례로 OO마을 사회적협동조합이 자산의 공동소유구조를 만들고 펀딩을 위한 별도의 투자를 받기 위해 지역기반 주식회사를 만들어 크라우드펀딩을 시도하였다. 이후 사회적협동조합이 직접 자산을 관리·운영하거나, 별도의 지역기반 기업에 콘텐츠 운영을 맡겨 자산화의 구조를 형성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주민이 주인이 되면 마을은 변화한다. 우리가 주인이 되면 우리의 마을, 우리의 도시가 변한다. 그 주인됨의 경로에 시민자산화가 놓여 있다. 연대경제의 토대인 공유재commons. 이미 우리는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의 단계를 넘어섰다. 이제 우리는 공유재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협력적인 시민자산화Cooperative Commoning를 하는 일이다.

 

 

1) ‌따라서 시민자산화는 공유자산을 만들어가는 주체에 따라 크게 공동체자산화와 시민자산화로 구분되어 사용될 수 있으며, 두 구분이 교차되는 교집합 영역도 분명 존재하는데 이 부분을 필자는 시민자산화로 표현한다. 물리적 범위를 기준으로 볼 때 ‘시민’이 ‘공동체(주민)’를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며, 또한 공동체 주도로 완성시키지 못하는 경우 주체를 시민으로 확대해서라도 완성시켜야 한다는 의지 차원이기도 하다.

2) 표준국어대사전(http://stdweb2.korean.go.kr, 2016. 12. 10)

 

 

  

모심과 살림 9호(2017 여름)에 실린 글입니다.

 

댓글[0]

열기 닫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