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모심의눈 모심과 살림 읽기

모심과 살림 읽기

게시글 검색
[5호] ‘좋은 삶’을 위한 사회발전지표
2017-02-01 13:24:00

‘좋은 삶’을 위한 사회발전지표

 

서병수 ((사)참누리:빈곤 없는 사회 부설 빈곤문제연구소 소장, 사회복지학 박사)

 

 

“당신은 잘 살고 있는가?” 또는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우리는 “나는 어느 정도 만족해.” 또는 “나는 힘들게 살고 있어.” 등으로 답변할 수 있다. 더욱이 내가 살아가는 지역 또는 나라가 다른 지역이나 나라에 비해 잘 살거나 또는 못살고 있다는 정도도 짐작할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이 처해 있는 삶의 조건과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놀라운 동물이다. 이를 주관적 판단 또는 생활만족도라 한다. 통계청이나 학자들이 수천 명에게 설문하여 평균을 내고 ‘행복지수’, ‘생활만족도’라 명명해 발표하는 예를 우리는 종종 본다. 그러나 이를 배경으로 사회경제정책을 세우고자 하면 모두 신뢰 문제를 들어 반대할 것이므로 정책수립 시에는 주로 참고자료로만 이용한다.

 

 

사회발전지표, GDP로 충분한가?

 

미국 상무성의 사이먼 쿠츠네츠 연구관은 1934년 미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생산 활동의 수준을 표시하는 GNP(국민총생산= GDP+해외 순 수취)라는 지표를 개발하여 보고하였다. 이 지표는 브레튼우드국제회의를 통해 2차 대전 이후 한 국가의 경제활동수준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경제지표로 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었다. 1980년대 이후는 주로 GDP(국내총생산)가 통용되고 있다. GDP는 일정 기간 중 생산된 부가가치의 총합이다. 현대자동차가 강철을 80원에 사서 100원의 자동차를 만들어 팔았다면 부가가치 생산액은 20원이다. 모든 사람과 기업 등 제도단위들이 1년 동안 만들어낸 부가가치들의 합계가 총생산액이 되며 이를 토대로 전년대비 성장률이 몇 %라고 말할 수 있다. 지난 70년간 선진국과 후진국을 막론하고 각국 정부들은 대부분 GDP증가율, 즉 경제성장률을 바로미터로 삼아 경제적 성과를 평가하였다. 경제발전은 최고의 정책 과제였다. 경제성장은 소득의 증대이고, 소득의 증대는 국민후생과 행복을 증대시킨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1960년 1,000달러에서 2014년 28,739달러(IMF 발표)로 높아졌다. 원화로 환산하면 1인의 평균소득이 연 3천만 원, 3인 가족 경우 평균적으로 9천만 원의 수입이 있다는 뜻이다. 세계적으로 드문 고속성장 사례로서 우리는 이를 경제발전이라 하고,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1인당 GDP라는 숫자는 GDP를 총 인구수로 나눈 평균 개념으로, 우리가 실제로 버는 개인소득 또는 가계소득수준과는 큰 차이가 있다. 또한 내가 느끼는 생활만족도나 행복의 수준은 다른 사람과 비교한 결과(다른 사람들이 행복하면 나는 불행해진다)도 반영되므로 1인당 GDP의 크기와는 큰 상관이 없다. 갤럽은 세계 143개 국 사람들에게 “웃고 즐기는가?” 등 긍정적 정서 5개 지표를 물었는 바 1인당 GDP로 세계 29위인 우리나라는 59점으로 121위이었다. 과테말라는 1인당 GDP로는 118위이지만 갤럽 조사에서는 2위였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1인당 GDP의 크기는 왜 행복의 크기로 전환되지 않는가? 1인당 GDP는 과연 사회가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인가?

 

GDP는 생산 활동의 수준을 측정하는 데는 괜찮은 지표이다. 그러나 국민의 후생이나 웰빙(잘 사는 것)을 측정하는 데는 문제가 많다고 일찍부터 지적되어 왔다. GDP에는 알려주지 않는 정보가 많고, 함께 계산되어야 할 부문이 아예 생략되거나 계산되지 말아야 할 부문이 들어가는 문제가 있다. 그러한 문제점 몇 가지를 살펴본다.

 

먼저 평균적으로 늘어난 소득이 어떻게 분배되는지, 또한 얼마나 빈부격차가 있는지를 알려주지 않고, 개인의 경제자원 보유상황에 대하여도 알려주지 않는다. 우리나라와 같이 경제 성장이 지속되면서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는 사회에서는 이를 사회발전으로 인식하는 ‘착각’이 발생한다. 경제 구성원이 체감하는 물질적 웰빙을 제대로 측정하기 위해서는 1인당 GDP보다 ‘가계’의 소득과 소비가 더욱 중요하다. 가계소득조사에서는 재벌들의 소득이 파악되지 않고 노숙인 부랑자들의 무소득이 잡히지 않는다. 또한 가계소득에는 공·사적 이전과 세금 및 보험료 등을 공제한 가처분소득이 중요하다. 물질적 복지의 관점에서는 가계의 ‘실질가처분소득’에서 의료와 교육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현물이전을 고려한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 그리고 평균수준의 소득과 소비보다는 중간수준의 숫자를 분석하여야 한다. 재산의 변화, 계층별 소득 분배를 포괄하는 지표도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GDP는 시장경제 내에서 화폐로 환산되고 교환되는 생산이나 서비스 활동만을 포함하기 때문에 전체 GDP 대비 30~40%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는 청소, 요리, 육아, 케어 등 시장 밖에서 일어나는 비非임금노동은 그 계산에서 제외되어 있다. GDP는 양적인 성장은 보여주나, 그 성장이 얼마나 질적으로 좋은 것인지를 구별해주지 못하여 단순한 지출의 증가를 성장으로 인식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일례로 기름유출 사고의 경우 환경 피해, 생활 파괴 등 삶의 질을 낮추는 상황이 반영되지 않은 채 이로 인한 복구비용의 증가가 GDP 증가로 나타나는 문제가 있다. 성장의 결과로 파급되는 도시 범죄의 증가, 전쟁, 오염, 온실가스 배출, 자연재난의 증가 등을 간과한다. 특히 자본들(자연자본, 인간자본, 사회자본, 경제자본 등)의 변화는 웰빙의 장기적 지속성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데 GDP는 이에 대한 정보를 거의 알려주지 않는다.

 

이로부터 나오는 결론은 다음 두 가지이다.

 

첫째, GDP는 사회발전의 진전에 대한 평가지표가 되기에는 턱없이 불충분하다. 사람들이 자원을 웰빙으로 변환시키는 정도는 개인별로 다르기 때문에 단순하게 개인에게 이용 가능한 자원(또는 소득과 재산)의 크기를 웰빙 수준이라고 간접적으로 간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으며 웰빙 수준은 직접 평가되어야 한다.

 

둘째, GDP를 금과옥조로 삼는 성장 제일주의의 배경에는 복지경제학의 공리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공리주의는 소득증가에 의한 소비지출이 효용증가를 통해 감성적 행복을 증대시킨다는 ‘소득증대=행복증대’라는 개인주의적 쾌락주의 철학의 관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소득증대는 사회발전을 위한 여러 수단 중 한 가지일 뿐이다. 따라서 웰빙, 즉 잘 산다는 것이 쾌락이나 행복의 성취가 아니라면 한마디로 무엇이냐는 질문이 제기된다.

 

 

‘삶의 질’을 중심에 둔 사회발전지표

 

2007년 6월 이스탄불에서 UN, 세계은행, ILO, OECD 등 국제기구들과 주요 선진국들은 GDP지표가 인간의 번영이 진전되는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타당치 않다는 점에 합의하고 대안적인 사회발전(social progress)지표를 개발하기로 선언하였다. 세계은행은 ‘포괄적 성장’ 또는 ‘지속적 성장’ 개념을 채택하여 개발을 추진하였으나 구체화되기 힘들었고, 각국에서는 대안지표 논의만 무성하였다. 2008년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은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여 세계적인 학자들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경제 성과와 사회발전 측정을 위한 위원회’를 만들어 GDP지표의 대안을 작성토록 의뢰하였다. 2009년 10월 동 위원회는 ‘웰빙과 사회발전 지표’의 구축방향을 설명하는 일명 「스티글리츠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동 보고서는, GDP는 수단의 하나로서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다는 점 등 GDP가 가진 한계를 지적한 후 ‘사회발전’이란 물질적 및 비물질적 ‘삶의 질의 지속적 향상’이라고 규정하였다. 그리고 사회발전지표의 이론적 근거, 사회발전의 영역 틀, 웰빙의 9개 차원, 웰빙 지속성을 나타내는 4대 자본들, 주관적 판단지표의 포함 등 구체적 개발방향을 제시하였다.

 

이 가운데 이론적 배경은 동 보고서의 전체 프레임을 만드는 토대가 되므로 가장 중요하다.

 

동 위원회는 웰빙에 대한 과거의 학문적 논의를 소개하고 다양한 논의를 거쳐 아마르티아센 교수의 역량접근(capability approach)을 사회발전의 이론적 근거로 채택하였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던 센 교수는 인간발전이란 ‘인간역량의 증대’ 즉 실질적인 자유의 확보에 있고 이것이 삶의 질의 향상이라고 요약하고 있다. 또한 삶의 질은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자율적 사회구성원들이 목적과 가치 있는 것들을 달성할 수 있는 상태와 행위(beings and doings)로서의 ‘기능들’과 이들 기능들을 성취할 수 있는 기회 또는 실질적 자유의 확보로서의 ‘역량들’의 조합이라고 설명한다. 기능들의 예로는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것, 건강한 상태에 있는 것, 주거환경이 쾌적한 것, 안전을 보장받는 것, 교육을 받는 것, 읽기를 할 수 있는 것, 좋은 직업을 가지는 것 등을 들고 있다. ‘역량’의 단적인 예로는 자전거를 보유하지 않고 있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자전거를 가질 수 있고 자전거를 운전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있을 수 있다. 고등교육, 병원입원 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든가 고등교육의 이수라는 가치 있는 결과를 성취할 수 있는 능력 등도 포함된다. 다시 말하면 삶의 질의 수준은 자율적 행위자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잘 사는 능력이나 성취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얼마나 갖고 있느냐로 규범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사회발전이란 개인 차원의 인간발전과 동시에 사회적으로는 객관적 물질적·비물질적 삶의 조건이나 삶의 표준이 개선되는 것으로 종합된다. 이것이 사회발전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역량접근에서는 소득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는 수단에 불과하고, 소득의 증대가 행복의 증가라는 심리적 결과물과 쾌락주의적 물질적 성장패러다임을 거부한다. 역량접근은 개인과 공동체가 함께 지향하는 가치 있는 것들을 달성할 수 있는 역량, 즉 자유의 확장을 강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OECD는 스티글리츠 보고서를 따라 웰빙을 총 3개 영역으로 나누고 있다. 개인 웰빙은 삶의 물질적 조건 영역(소득과 부, 고용과 수입, 주거조건)과 비물질적 영역(건강, 일-삶의 균형, 교육과 기술, 사회적 연관, 시민개입과 거버넌스, 환경의 질, 개인보호, 주관적 웰빙)으로 나누어 총 11개 차원 24개 지표로 구성하고, 지속성 영역은 물질적 자본, 자연자본, 인간자본 및 사회자본의 증감변화를 파악하여 장기적으로 웰빙을 지속시킬 수 있는가를 측정하는 것이다. OECD는 2011년부터 매년 각국의 삶의 질 지표(Better Life Index)를 발표하고 있고, 2014년

10월부터는 34개 회원국들의 362개 지역별 삶의 질 지표도 발표하고 있다(우리나라 경우 수도권, 경남권 등 7개 지역). 지속성 영역은 현재 개발 중이다.

 

 

사회발전지표의 국내외 개발 동향

 

스티글리츠 보고서를 계기로 주요 국가들은 경쟁적으로 지표개발에 나서 2~3년 사이에 개발을 완료하였거나 개발 중이다. 프랑스(2012년), 오스트리아(2012년), 영국(2012년), 캐나다(2011년), 호주(2013년), 리투아니아(2012년) 등은 일차 개발을 완료하였고, 계속 보완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300개에 이르는 ‘주요 국가지표시스템(Key National Indicators System)’의 일환으로 ‘삶의 질 지표’를 개발 중이다. 미국의 Social Progress Initiative라는 비영리기구는 경제관련 지표가 아닌 사회적 및 환경적 요인 52개 지표들로 구축된 ‘사회발전지수’(social progress index, 이하 SPI, 하버드대학 Michael Porter 교수 개발)를 세계 133개국에 대해 작성하고 이를 2014년과 2015년 각각 발표하였다. SPI는 현재 40개국 이상에서 개발 중이라고 보고되고 있는데, 남미에서는 파라과이가 SPI를 ‘2030 국가발전계획’에서 채택하였고, 다른 국가들의 경우 지방정부 차원(보고타, 리우데자네이루, 아마존 지역의 772개 지방정부들)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EU의 지역과 도시정책담당 책임자는 지난 4월 회원국들의 각 지역에 대해 SPI개발을 검토한다고 발표하였다. 스티글리츠 보고서와 OECD는 사회발전 지표의 틀, 차원들, 개별지표들의 개발과정에 많은 국민들의 참여나 지역별 토론회, 특별 서베이 등 상향식 논의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고, 대부분의 국가들은 국민 참여를 필수적 절차로 하여 개발하였다.

 

여러 국가들의 웰빙지수 가운데 캐나다의 웰빙지수(Canadian Index of wellbeing, CIW)는 대표적이다. CIW는 민간단체의 주도에 의해 3개 영역, 8개 차원, 64개 지표로 10년 이상에 걸쳐 개발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정부와 많은 학자 및 전문가들의 참여, 수많은 지역순회 토의, 지표들에 대한 면밀한 타당성과 신뢰성의 점검과 재점검, 새로운 지표의 개발 등을 통해 만든 역작으로 평가된다. 1994년을 100이라 할 때 2010년에는 GDP가 28.9%가 증가하였으나 CIW는 5.7% 증가에 불과하였다. GDP의 증가가 삶의 질의 향상으로 전환되지 않은 주요한 요인의 하나는 환경지표(지속성)의 장기적 하락이었다.

 

한편 우리나라는 통계청이 OECD가 권고하는 틀에 따라 2011년부터 지표를 개발하여 2014년 6월에 ‘국민 삶의 질 지표’를 부분적으로 발표하였다. 지표는 12개 영역과 81종 지표로 구축하여 지표별로 개선과 악화의 2개 신호로 표시하고 있다. 12개 영역은 물질부문 4개[소득·소비·자산, 고용·임금, 사회복지(공적연금 가입률,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율, 개인부담 의료비 비중), 주거]와 비물질 부문 8개[건강, 교육, 문화·여가, 가족·공동체, 시민참여, 안전, 환경, 주관적 웰빙]로 구성되어 있고, 현재 공표되고 있는 지표는 70종으로 나머지는 개발 중이다.

 

그러나 현재 개발된 ‘국민 삶의 질 지표’는 지표 작성의 목적이 상실되고 있는 모습이다. 삶의 질 차원과 지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참여가 거의 배제되는 결정적인 문제점이 있었다. 차원과 지표 선정에서 빈곤율, 지니계수, 실업률 등 신뢰받고 있지 못하는 지표들에 대한 타당성 검토와 대체할 새로운 지표의 개발 노력이 충분치 않았다는 점, 그리고 4대 자본의 변화측정에 관한 조사 연구가 전체적으로 부재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그리고 지표별로 개선과 악화만 표시하고 있어 총체적으로 삶의 질이 좋아진 것인지 나빠진 것인지가 불분명하여 ‘그래서 어떻다는 것이냐?’는 의문만 남게 된다. 이에 따라 GDP지표의 대안으로서의 중요성이 간과되었고, 사회발전지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매우 희박하게 되었으며, 국민의 삶의 수준을 가늠하고 평가하는 최고정책지표로서 사회, 경제 및 환경 정책에 반영되는 절차도 없는 ‘발표용 지표’로 그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공론에 부치고,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재구축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지표들의 동향에 의해 정부 정책의 성과를 평가하는 제도적 장치가 법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다차원빈곤지수와 지역사회발전지표의 개발이 필요하다

 

삶의 질 지표 개발과 관련되어 두 가지의 정책 아젠다가 있다. 첫 번째는 다차원빈곤지수를 개발하여 이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 선정에 적용하고, 빈곤감축정책을 수립하자는 것이다.

 

빈곤이 다차원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은 논쟁의 대상이 아닌 실재이다. 삶의 질 지표의 패러다임에서는 빈자는 소득의 부족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잘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역량이 결핍된 사람들이다. 다차원빈곤분석은 사회적 배제 접근, 제도적 접근 등 여러 방면으로 모색되어 왔는데 역량접근에 기초한 다차원빈곤이론이 지난 20여 년간 가장 괄목할 만큼 진전되었고 많은 국가와 국제기구에서 실제 정책지표로 적용되고 있다. 다차원빈곤의 차원이 소득, 재산, 건강, 교육, 주거, 사회적 과계, 사회보장 등 7개 차원으로 구축되는 경우 각 차원마다 빈곤선을 정하고 이를 종합하여 총합지수화하고 다시 총합지수에 있어서의 빈곤선을 정해야 하는데 이의 객관적 결정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통계 기술적으로든 행정적으로든 어려움이 크다. 최근에는 ‘차원계수방식(counting approach 또는 Alkire -Foster measure)’이 이론적 및 실용성 면에서 세계적으로 선호되고 있다. 옥스포드대학의 ‘옥스포드 빈곤과 인간발전추진기구(Oxford Poverty and Human Development Initiative)’는 UNDP의 의뢰에 의해 차원계수 방식으로 140여 개국들의 다차원빈곤지수를 2010년부터 개발하여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부탄 정부는 이 방식을 적용하고 있고, 남미의 멕시코, 콜롬비아, 브라질의 132개 지방정부, 엘살바도르 등에서는 법적으로 규정하거나 정책지표로 작성하여 빈곤감축정책에 직접 활용하고 있다. 인도, 말레이시아, 중국(워링 산간지역)도 이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최저생계비를 빈곤선으로 하여 소득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가구들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가구로 선정하고, 생계, 주거, 의료 등 급여를 일괄 지원하여 왔다. 그러나 2015년 7월부터는 개별급여체계가 도입되어 사실상 생계, 의료, 주거, 교육급여의 대상 수급자를 각각 중위소득의 28%, 40%, 43%, 50% 이하로 결정하고 있다. 문제는 빈곤선들이 모두 소득기준(교육만 제외하고는 재산을 소득 환산하여 실제 수입에 가산한다)이라는 점이다. 생계 급여의 선정은 소득의 크기를 기준으로 할 수 있지만, 주거, 의료, 교육부문의 현물급여의 선정에는 소득기준 외에도 가족의 규모, 형태, 연령, 만성질병보유 등 고려할 사항이 많으므로 이들 차원에서의 결핍 여부의 결정을 소득기준 하나에만 의존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다차원빈곤접근에 의한 수급자 선정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빈곤감축정책이라고 칭할 수 있는 정책이 부재한데, 다차원빈곤접근에 의해 다차원빈자와 이들의 결핍된 차원들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어 이들을 타겟팅한 빈곤감축정책을 본격적으로 수립할 수 있다.

 

두 번째 정책 아젠다는 지역을 대상으로 사회발전지표를 개발하고, 이에 기반하여 사회발전계획을 수립하자는 것이다. EU와 OECD는 2000년대 후반부터 회원국들의 ‘전통적 지역성장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장소 기반 지역사회발전정책(place-based regional development policy)’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하고 있다.

OECD는 1995년~2007년의 장기에 걸쳐 회원국 1700여 개 지역들을 위치에 따라 도시우세지역, 중간지역 및 시골우세지역으로 나누고 이들 지역들의 성장에 대한 기여를 분석하여 중요한 결과를 얻었다. 총 지역 수의 4%에 불과한 ‘거대 허브지역’들이 총 성장의 32%를 기여하였고, 나머지 지역들은 기여도가 모두 매우 낮지만 이들 나머지 지역들의 전체 성장에 대한 총 기여도는 68%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집적 효과가 큰 대도시지역이 상대적으로 성장잠재력도 크고 전체 성장을 주도하지만 인구밀도가 성장에 주는 영향이 적어 시골지역이든 중간지역이든 어느 지역에서도 성장의 잠재력이 있어 ‘성장 따라잡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1인당 GDP의 성장률 평균을 비교해본 결과 평균적으로 시골우세지역, 도시·시골의 중간지대, 도시우세지역 순으로 빠른 성장을 누렸다. 인구밀도나 경제활동의 집중 효과는 성장 성과를 얻는 필요하고 충분한 조건이 아니었다는 점이 실증되었다. OECD는 지역사회의 성장요인과 부진요인들을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이 지역사회발전과 관련된 핵심적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01 지역의 성장패턴은 지역의 형태에 따라 상이하며, 시골지역 등 어떠한 형태의 지역들이든 모두 성장잠재력과 성장기회를 가질 수 있다. 지역의 성장잠재력 촉발이 국가 전체의 성장잠재력을 높이므로 최근 성장잠재력이 낮아지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02 고용-복지연계 프로그램, 훈련, 직업능력개발, 의료와 돌봄 서비스 등 인간자본투자는 생산적 복지지출로서 ‘통합을 지향하는 성장’을 추구하는데 이러한 성장 성과와 함께 평등, 재정건전성 및 지속성의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03 역동적인 성장지역의 성장촉진요인은 인간자본, 사회자본(제도, 새로운 지역정책수립 등 거버넌스), 혁신(기술개발, 아이디어 등) 및 인프라인 것으로 판명되었는데 이 중에서도 인간자본과 사회자본의 형성이 핵심역할을 한다.

 

04 지역에서 부문개별적인 정책단위로 개입하는 것은 의도되지 않은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 주요한 성장촉진 요인들은 빠짐없이 하나의 정책패키지로 구축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발전을 위한 핵심사항을 다음과 같이 재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지역사회발전지표의 구축이 요청된다. 둘째, 지역사회개발이나 성장계획 또는 복지계획을 각각 수립하는 현행 시스템을 벗어나 성장정책과 통합정책의 패키지로서 지역사회발전계획의 수립이 필요하다. 셋째, 인간자본과 혁신에 대해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사회투자정책 전략이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지역사회발전패러다임의 일대 전환이 있을 것을 기대한다.

 

 

* 『모심과 살림』 5호(2015년 여름)에 실린 글입니다.

 

댓글[0]

열기 닫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