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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 탈성장과 삶의 자립으로 가는 에너지전환 시민행동
2017-02-01 15:48:00

탈성장과 삶의 자립으로 가는 에너지전환 시민행동

- 전환마을과 에너지협동조합의 사례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세계 경제의 전반적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발 저성장 국면까지 겹치면서, 이제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할 것이냐가 문제가 되고 있다. 여기서 대응이라 함은 몇 가지 방향이 있을 것인데, 주류적이라 할 만한 방향은 이전의 성장 추세를 정상적인 것으로 보면서 어떻게든 그러한 성장세를 완전히 또는 부분적으로 회복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 정부가 주창한 ‘창조경제’ 또는 야당과 진보적 정치세력들이 주로 이야기하는 ‘소득주도 성장’ 같은 방안들은 접근법과 방법론이 각기 다르다고는 해도 큰 방향에서는 차이가 없다.

 

두 번째 방향은 세계 경제의 구조적 동학 때문에 저성장이 불가피하다고 받아들이고 그것에 적응하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고 취약 집단 보호에 주력하는 정책들인데, 앞의 주류적 방향과 어느 정도는 교집합을 가질 수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세 번째 방향이 있다면 그것은 저성장이 비정상적이고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고 보고 이를 적극적으로 소화하도록 개인이든 사회든 스스로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입장일 것이다. 다양한 ‘탈성장(de-growth)’ 담론과 기획들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역시 두 번째 방향이나 정책과 배타적인 관계는 아닐 수 있다.

 

또한 이제까지의 고도성장 경제가 막대한 화석연료 채굴과 에너지 소비에 구조적으로 의존하는 체제였던 것인 만큼 저성장을 해석하고 탈성장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도 자원과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가 된다. 석유정점(peak-oil)을 예상하는 논의와 이미 체감되고 있는 기후변화는 탈성장이 단지 경제 규모나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를 둘러싼 삶과 관계의 전환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경제 위기와 결부되는 자원과 에너지의 위기는 산업혁명 이후 어느덧 불변의 것으로 여겨져 왔던 발전 모델을 재검토하고 재설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은 단지 탁상 위의 논의가 아니라, 이미 실천에 나선 실험가들이 보여주는 매우 구체적인 가능성이다. 예를 들어 에너지전환마을과 에너지협동조합의 사례들은 시민들 스스로가 탈성장을 앞당기고 또 주도적으로 맞이하기 위해 삶과 관계의 능동적 전환을 모색하고자 하는 시도들이라는 점에서 살펴볼 가치가 있다.

 

 

토트네스 전환마을의 실험

 

영국의 남서부에 위치한 인구 20만 명의 소도시 토트네스Totnes는 몇 해 전부터 국내에도 알려지기 시작한 ‘전환마을’ 운동의 둥지가 되고 있다. 이 운동의 선구자 중 한 사람인 롭 홉킨스Rob Hopkins는 그전에 아일랜드의 작은 어촌마을 킨세일의 성인교육대학 교수였다. 여기서 홉킨스는 생태 디자인과 순환 농업 개념을 결합시킨 ‘퍼머컬처’ 강좌를 진행하면서 여러 가지 실험을 벌였다. 학생들은 교과 과정을 통해 생태적 재료로 건물을 짓고 창의적으로 농지를 가꾸면서 지식과 경험을 쌓아갔다.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은 2005년경 킨세일 마을 차원에서 추진된 에너지 감축 행동 계획과 결합되었고, 사람들은 매우 세밀한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수립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마련된 2021년까지의 연차별 계획은 분야별로 생활에서 시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방안까지 담은 보고서로 만들어졌고, 킨세일 마을의회에서 공식 채택되었다.

 

이 축적된 성과를 가지고 토트네스로 옮겨간 홉킨스는 다른 활동가들과 함께 토트네스 전환마을(TTT, Transition Town Totnes)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게 된다. 홉킨스와 동료들은 토트네스에서 보다 확대된 실험을 통해 전환마을 기획에 수정과 개선을 거듭했고, 이것을 매뉴얼화된 훈련 프로그램으로도 만들어 영국뿐 아니라 세계 다른 지역으로까지 비슷한 실험들이 퍼질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의 서울 동작구 성대골 등에서도 작은 규모로 전환마을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토트네스는 전환마을 운동이 싹을 틔우기 좋은 조건들이 맞아떨어지는 곳이었다. 이곳은 생태적 삶을 가르치는 슈마허 칼리지Schumacher College와 함께 신자유주의의 상징인 모리슨 슈퍼마켓Morrisons이 위치해 있는 모순적인 장소였다. 토트네스 사람들에게는 오래전부터 협력과 공유의 전통이 뿌리내리고 있었다. 게다가 1989년의 광우병 파동, 2010년의 화물부문 파업 그리고 2011년의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등은 토트네스 사람들에게 외부로부터의 지원 차단과 고립에 대한 자구책 마련이 중요함을 환기시켰다.

 

때문에 토트네스 전환마을의 기획은 초기부터 석유가격 상승 등 외부 충격으로부터 얼마나 취약하거나 회복력을 갖고 있는지 하는 문제의식을 수반했다. 활동가들은 국가가 해법을 제시하기 전에 마을, 공동체가 먼저 계획을 세우고 움직일 것과 함께, 석유나 핵에너지에 의존하지 않고 에너지를 덜 사용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토트네스에서 작성된 2030년까지의 ‘석유에너지 독립 계획’은 지금의 에너지 소비량을 절반을 줄이고 그 절반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할 것을 목표로 하며, 주민들은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이 지역의 산업이 될 수 있도록 ‘토트네스 재생에너지협동조합’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토트네스의 전환마을 운동은 실은 에너지 생산보다 훨씬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대표적인 게 ‘전환가정’과 ‘전환거리’인데, 자신의 집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하고 싶은 사람은 시설을 먼저 올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포함한 여섯 가구 이상을 모아 에너지 절약과 단열개선 사업부터 참여하며 ‘함께 전환하는 모임’을 시작한다. 이러한 ‘전환가정’들이 서로 전기와 가스, 수도 요금을 절약하면서 생활양식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거쳐 마지막 단계에 태양광을 설치하는데, 설치 지원금은 저소득층에 더 많이 주어진다. 이렇게 전환가정들이 모여 ‘전환거리’를 이루는데, 이러한 전환거리가 토트네스에는 60개 이상 생겼고, 2013년 현재 전환거리 프로젝트에만 토트네스 전체 인구의 18%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토트네스가 지향하는 지속가능하고 스스로 회복력을 갖는 지역 경제에 있어서는 로컬푸드도 당연히 중요한 부분이다. 영국에서 제일 큰 유기농 채소농장인 리버포드는 로컬푸드를 공급하며 지역민의 일자리 창출에도 한몫을 하고 있고, 지역 주민의 참여를 통해 만들어진 로컬푸드 가이드북이 마을 곳곳에 비치되어 있다. 가든 셰어링Garden Sharing과 토종종자 보존 운동도 활발하다. 또한 토트네스의 지역 경제는 ‘토트네스 파운드’라는 이름의 지역화폐가 일정 부분을 뒷받침한다. 지역화폐는 금고에 쌓이지 않고 지역사회 안에서 빨리 순환됨으로써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활성화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토트네스 전환마을 운동의 전개를 좀 더 거시적으로 보면, 1970년대에 활발했던 대안기술운동이 1990년대 중후반부터 풀뿌리 혁신운동으로 이어지면서 지역공동체 활성화 운동으로 싹을 틔운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같은 시기에 과제로 다가온 에너지와 자원 위기가 배경으로 더해지면서 공동체 차원의 전환운동으로 발전했고, 때마침 들어선 영국 노동당 정부가 지역개발과 재생을 지역공동체 주도 계획으로 실현하고자 하면서 지역공동체 에너지 계획이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공동체에너지라는 틈새 또는 지렛대

 

토트네스 전환마을은 에너지 생산에 국한되지 않는 넓은 의미와 실천 항목들을 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생산에는 특별한 중요성이 있다. 지역공동체 수준의 에너지 생산은 중앙집중화되고 대규모로 생산되는 화석연료 에너지 체제와 그것이 불가피하게 수반하는 일방성과 관료주의, 상업성을 회피하여 지역분산적이고 민주적인 에너지 체제를 만드는 지렛대 혹은 틈새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분산형 재생에너지는 산업의 이해와는 반대로 지역공동체들의 자율성과 회복력을 강화하고, 게다가 이들은 경쟁보다는 협동에 기반을 둔 공공재에 대한 고유한 이해를 고취한다. 따라서 에너지는 그저 지역적으로만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협력 체계를 통해 공동 생산되며, 지역공동체 성원들은 공동 소유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하고 거기서 생산된 에너지를 공유하고 또 협력하게 되는 것이다. 지역 에너지협동조합이 갖는 적극적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로 이러한 에너지협동조합은 유럽을 중심으로 급속히 숫자가 늘어나고 그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벨기에의 한 사회적경제 및 기업 전문 연구기관의 추산에 의하면, 2013년에 유럽 전역에 대략 1,500~2,000개의 재생에너지협동조합(REScoop)이 존재한다고 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지리적으로 볼 때, 독일, 영국 그리고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는 재생에너지협동조합이 고밀도로 활성화되어 있고 네덜란드, 이탈리아 그리고 벨기에에서는 중간 정도의 밀도인 반면,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는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재생에너지를 지원하는 강력한 제도의 유무, 기존 중앙집권적인 에너지 시스템의 견고함 정도, 소규모 에너지 사업자에게 우호적인 시장제도의 존재 등에서 기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연구는 2013년 6월까지 유럽 각지의 재생에너지협동조합 중 107개의 정보를 취합했는데, 국가별로는 독일(40개)와 영국(30개)이 가장 많았고, 주로 이용하고 있는 재생에너지원은 태양광(62개)과 풍력(34개)이었다. 협동조합의 조합원 규모를 보면 2만 명 이상의 거대 조직도 있으나, 30% 정도는 150명 이하의 조합원을 가진 소규모 조직들이다.

 

에너지협동조합은 에너지전환 정책과 운동에서 앞으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에너지협동조합은 ‘공동체에너지’의 중요한 한 형태로서, 지역공동체에게 재생에너지 생산의 의미를 이해하게 만들기에 용이하며, 재생에너지 생산의 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재생에너지 시설에 대한 수용성도 높여줄 수 있다. 때문에 에너지협동조합은 재생에너지 생산과 이용을 확대하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전환을 지지하고 참여하는 능동적인 소비자이자 시민을 발견하고 조직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한편, 공동체에너지 개념과 에너지협동조합의 실천은 재생에너지 시설의 소유, 관리, 통제를 둘러싼 의제도 부각시키고 있다. 에너지협동조합을 통한 재생에너지 개발은 여기서 발생하는 이익을 지역공동체와 공유할 뿐만 아니라, 개발 과정에 조합원과 지역 주민들의 개방적인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지역공동체에 의한 통제를 가능하게 하여 실질적인 에너지 민주주의의 실현 과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걸음마를 떼고 있는 한국의 에너지협동조합들

 

한국에서도 이제 에너지협동조합은 낯선 것이 아니게 되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에너지전환의 목소리가 전반적으로 높아졌을 뿐 아니라, 밀양과 청도의 고압송전탑 갈등, 삼척과 영덕의 신규 원전 부지 선정 갈등이 벌어지면서 지역 수준에서 적극적인 에너지전환 기획을 직접 시작하려는 시도가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2000년대 초중반부터 시민 햇빛발전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거니와, 이것이 에너지절전소운동, 지역 에너지자립운동 등으로 다양하게 전개되다가, 특히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 제정과 더불어 에너지협동조합 형태의 설립이 급증했다.

 

한국에서 에너지협동조합은 주로 태양광발전의 공동 출자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다. 2013년부터 본격화되어, 현재 서울 10곳, 부산 1곳, 경기 7곳, 강원 1곳, 인천 1곳, 경남 1곳, 전북 1곳, 제주 1곳 등 총 23곳의 지역 에너지협동조합이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데, 이 중 20여 곳이 2013년에 설립 인가를 받았다. 특히 서울 지역에서 태양광발전협동조합 결성이 활발한 것은 2012년 4월 서울시가 에너지 종합대책으로 ‘원전 하나 줄이기’ 계획의 실행에 들어간 것과 관련이 있다. 이 계획을 통해 서울시가 서울형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도입하고 태양광 설비 설치 시 지붕 임대료 인하 등의 정책을 실시한 것이 에너지협동조합을 준비하던 이들에게 긍정적인 신호가 되었기 때문이다. 경기도 역시 발전차액지원제도를 도입하고 조례 개정을 통해 태양광발전 사업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 태양광발전 사업 중심의 에너지협동조합 이외에도 태양열 온풍기 등 재생에너지원을 활용하는 적정기술협동조합, 에너지제로하우스 제조업과 주택단열개선사업협동조합 등도 2013년에 설립되었다.

 

 

에너지협동조합의 출현에는 생태운동, 에너지운동의 성장과 함께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큰 영향을 미쳤다. 2013년에 설립된 협동조합에 발기인으로 참여한 이들의 대부분은 지역에서 환경, 생태 운동에 관여해왔거나 2000년 이후로 전개되고 있던 시민발전소 건립 운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던 사람들이다. 환경, 생태 문제 시각에서 탈핵의 대안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후쿠시마 사고가 직접적인 행동의 계기로 작동하였다.

 

예를 들어 한살림햇빛발전협동조합의 경우 한살림생협에서 에너지 자급을 둘러싸고 지속적인 논의들이 전개되어 오다가 이것이 탈핵위원회 활동으로 이어지면서 햇빛발전협동조합의 결성까지 낳게 되었다. 둥근햇빛발전 역시 원불교에서의 에너지전환과 탈핵운동이 이어져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부천, 안양, 수원의 경우 환경의제를 두고 협력해오던 시민사회단체 및 환경단체에 관여하던 사람들이 에너지협동조합 설립을 주도하고 있다. 이처럼 탈핵과 에너지전환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태양광발전 협동조합을 통해 에너지전환을 이루고자 하는 시민의 구체적인 행동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협동조합들이 공히 에너지전환과 탈핵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협동조합이라는 형태를 취한 이유는 다양한데, 주로는 협동조합이 조합원 참여 확대 가능성과 함께 협력과 민주주의적 의사결정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많이 좌우했고, 2012년에 마침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 것이 계기적 요인이 되었다.

 

 

에너지시민에게 갖는 기대

 

에너지협동조합이 에너지 민주주의와 적극적 경제 전환에 갖는 의미는 그 조합원들이 이상적인 ‘에너지시민’과 가장 가까운 존재라는 점에서도 작지 않다. 에너지시민은 에너지소비자와 다르다. 즉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고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보는 존재에서 벗어나서, 에너지의 생산과 분배의 결정에 관심을 갖고, 밀양과 고리의 송전탑과 원전 현장을 찾고 지원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근대 민주주의의 주역이 되었던 시민계급처럼, 기존 에너지 체제에서 닫혀있던 정보를 스스로 나누고 대안 담론을 생산하며 또 스스로 정치적 결정의 주체가 되고자 한다. 협동조합을 통해 태양광발전 시설 설립 과정에 참여하면서 전력의 생산, 송배전망 관리 등에서 개인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과 그에 대한 책임감을 더욱 발전시키는 새로운 시민들로서 자기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이다.

 

태양광발전 에너지협동조합의 출현은 한국 사회에서 에너지 생산에 직접 개입하고 에너지 문제를 의제화하고 에너지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시민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하지만 이들 협동조합이 성장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들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국내의 에너지협동조합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발전차액지원제도(FIT)가 폐지된 후 RPS(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 하에서 민간 태양광발전사들뿐 아니라 에너지협동조합들도 수익을 내기 거의 불가능한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또한 각종 법률적 제약으로 발전 설비를 세울 공간의 임대가 어려운 점, 높은 계통연계 비용 같은 문제들도 장애물이 되었다. 이런 제약들은 지방정부의 협조와 협동조합 스스로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해결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에너지협동조합들의 경우 초기 발전 설비를 증설하는 활동에 치중하면서 조합원의 조직과 활동은 정체되어 있다는 한계도 지적되고 있다. 지역의 오랜 전통과 지역 역량이 활동가들의 창의와 정부의 적절한 지원 정책과 결합되어 급속히 성과를 거두고 있는 유럽의 에너지협동조합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한계들에도 불구하고, 에너지협동조합은 다른 에너지와 다른 공동체를 지향하는 에너지시민들이 지역에서 뿌리내리고 창의적인 기획을 도모할 거점이 될 수 있다. 에너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데서 만나게 될 정보와 경험들은 자연스럽게 더 넓은 경제와 사회의 전환 문제로 뻗어갈 것이고, 성장의 정언명령도 함께 의심해 볼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전환의 거리와 마을도 한국의 동네와 도시에 걸맞은 형태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걸음마를 떼고 있는 한국의 에너지협동조합에게 거는 기대이기도 하다.

 

 

 

* 모심과 살림 6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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