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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 지역살림운동: 새로운 살림운동의 전망
2017-02-01 18:41:00

지역살림운동: 새로운 살림운동의 전망

 

글 장원봉 (사회투자지원재단 지역살림과자치센터 소장)

 

 

 

들어가며

 

“현재의 협동조합에는 고객만 있을 뿐 조합원은 없다”는 레이들로 박사의 경고는 대표적인 협동조합 퇴행의 모습일 것이다. 더불어 “많은 조합원이 조합원임을 의식하지 않거나 이에 대해 무관심해지고 있다. 충성심을 요구하는 것에 때로는 무리가 따른다. 많은 협동조합이 흔한 상품광고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은 조합의 약점을 인정하거나 조합원의 결의가 상실되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하였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그는 “소비자협동조합은 인간존재 총체 중 아주 부분적이고 인격과 무관한 부분만으로 사람들을 연결시키고 있다. (중략) 소비자협동조합은 소비 그 자체가 아니라 소비를 위한 구매에 관계된 것이다. 공동구매가 하나의 사업이 되어버리면 그 책임은 직원에게 넘겨지며, 소비자협동조합은 실질적인 의미에서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일을 중지하게 된다”1)고 지적하고 있다.

 

이 글은 지역살림운동이 어떻게 조합원의 관심과 참여 속에서 새로운 협동운동의 장으로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을 갖고 작성되었다. 지역살림운동은 분명 조합원의 관심과 참여를 복원할 수 있는 중요한 조합원 활동이다. 여기서는 그것의 가능성을 살펴보는 것과 더불어, 마을 기반 속에서 주민주도의 지역공동체운동과 자치운동으로서 협동의 관계 망을 만드는 마을자치운동이라는 지역살림운동의 전망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지역살림운동에서 지역의 의미는 ‘마을’이다

 

지역살림운동에서 말하는 지역은 마을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지 모른다. 자본주의의 산업화로 인해 생산기지를 중심으로 인구와 자원이 집중되면서, 노동력의 재생산을 위한 소비지로서 도시는 팽창해갔다. 이 과정에서 도시 기능은 부문·계층·지역별로 분절되어 갔으며, 마을 단위의 관계를 해체하거나 신도시처럼 마을 형성의 과정을 배제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최근 마을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고 있다. 사실 팽창된 도시에서 마을공동체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상식이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마을에 대한 최근의 관심은 자본주의 산업화에 의한 도시발전이 가정했던 성장과 확장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비롯되었다. 자본주의의 성장 둔화는 이윤 획득의 기회가 제한되어 가면서 산업자본의 투자를 철회하도록 하고 있으며, 재분배를 위한 예산 압박을 받는 정부는 복지 제공에 더욱 인색해지게 되었다. 특히 한국과 같이 복지 제공을 위한 세금부담이 낮은 나라에서는 국민복지의 폭과 깊이가 더욱 더 제한적이다. 이 같은 상황은 국민들로 하여금 스스로 해결하라는 요구를 강화한다. ‘스스로 해결하라’는 요구는 자기통치의 자치에 대한 강조와 연계된다. 개인에 의한 자기통치가 신자유주의적 논리가 되고 있다면, 최근 마을에 대한 관심은 ‘공동체에 의한 자기통치’에 대한 기대이다.2)

 

마을은 ‘근거리’라는 장소성과 ‘이웃’이라는 사회적 거리감을 모두 의미하지만, 단순히 사회적·공간적 친밀성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마을은 주민들의 생활세계 욕구의 발현장이며, 공동의 필요를 공유할 수 있는 범위이다. 또한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우애와 협력의 장으로서 사회적 자본 형성의 주요한 자원이 되고 있다.

 

 

지역살림운동은 마을에서 실행되는 사회적경제운동이다

 

마을이 공동체에 의한 자치의 장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마을 주민의 역량강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마을의 주체로서 주민들은 자신들의 구체적인 필요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실천의 경험이 부족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살림운동은 마을 주민의 욕구를 기반으로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공동체의 자치실현을 지향하고 있다. 한살림의 지역살림운동은 “한살림이 그동안 펼쳐 온 직거래사업 및 생활실천의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조합원의 다양한 생활 속 필요와 지역이 당면한 과제들을, 조합원의 참여로, 지역사회 속에서 이웃과 더불어 협동의 힘으로 해결해나가는 것”3)으로 이해되고 있다. 다양한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을이 복원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주민참여의 훈련과 역량강화 그리고 자율적인 자원동원의 가능성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보면, 지역의 협동조합은 공동체에 의한 자치의 장으로서 마을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주체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주민들의 일상적인 생활세계의 욕구를 구성원들의 관계를 통해서 해결하고자 한, 한살림과 같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가치는 매주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경제란 ‘사람이 생활을 함에 있어서 필요로 하는 재화와 용역을 생산 ·분배 ·소비하는 모든 활동’을 일컫는다. 사회적경제운동은 시장자본과 국가권력의 지배 아래 있는 경제에 대한 시민들의 자기통치 역량을 강화시키는 데 그 지향이 있다. 사회적 위기의 진원 중 하나인 경제 문제에 대한 사회적 역량강화 (social empowering) , 즉 경제에 대한 사회적 통제권을 강화하는 것이 사회적경제운동의 가치이다. 4) 지역살림운동이 마을 주민의 욕구를 기반으로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공동체의 자치실현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것은 마을에서 실행되는 사회적경제운동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살림운동의 다양한 실천모습

 

한살림을 비롯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은 누구인가? 2014년 ‘전국 한살림 조합원 의식조사’를 통해서 나타난 한살림 조합원의 주요 구성은 ‘30~40대’의 ‘3~4인 핵가족’ ‘전업주부’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가입한 조합원 중에는 30대 (43%)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5) 우리 조합원의 모습을 그려보면 다음과 같은 조합원들이 떠올려질지 모른다.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기 때문에 가능하면 창업에 도전하려는 40~50대. 육아문제로 현재는 힘들지만 언젠가는 사회활동의 장으로 날아오를 준비를 하는 20~30대. 주부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자기실현의 장을 넓히고자 하는 의욕 있는 여성들. 지역사회에서 어느 누구도 해결해주지 않았던 생활상의 욕구를 스스로 해결하고자 깨인 여성들. 일과 가정 양립의 어려움 속에서 경력단절을 극복하는 자기 고용을 실천하는 용기 있는 여성들 등등.

 

일례로 한살림서울은 조합원들이 다양한 경로로 지역살림운동을 실천할 수 있도록 고려하고 있다. 대략 지역살림 기초조직, 지역살림 자주지역활동, 지역살림사업체 등의 경로가 고려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활동 공간이 조합원 기초조직이다. 이것은 한살림의 정체성을 공유하며, 조합원이 고민하고 있는 육아, 자녀교육, 치매부모 돌봄, 건강관리, 자기계발, 취업, 요리 등 다양한 일상적인 생활의 관심과 활동을 공유하는 장이 되고 있다. 다양한 개인적인 관심을 모임 구성원들의 공동의 관심사로 확인하고, 이에 대한 공동의 대응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요리모임이나 육아소모임, 자기계발모임, 독서모임 등 다양한 활동이 운영된다.

 

조합원 자주지역활동은 조합원의 소규모 자조활동을 지역주민의 관심 영역으로 확대하여 실천한다. 조합원의 관심과 욕구가 지역주민의 그것과 공유될 수 있는 영역에서, 좀 더 구체적인 지역 활동의 목표와 계획 속에서 활동이 진행된다. 버려지는 생활용품을 재이용하도록 해서, 수익금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에 있는 청소년들을 위한 장학사업을 하고 있는 한살림서울 남부지부의 ‘햇살나눔봉사단’, 지역의 아이들과 엄마들에게 필요한 공유공간과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서부지부의 ‘아이스레 화곡동엄마들’, 엄마들의 맘으로 마포구내의 청소년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중서지부의 ‘한 입만 더’, 맞벌이 가정 아동의 밥상을 돕는 북동지부의 ‘나눔찬’ 등등 다양한 조합원 자주지역활동들이 지역의 주민들과 협동의 관계망을 넓혀가고 있다.

 

지역살림사업체는 조합원 활동의 지속가능성과 지역주민 참여의 확대를 위해 지역사회에 필요한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여 제공하는 사업체로 운영되는 지역공동체이다. 한때 일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일본의 생활협동조합 조합원들이 만든 ‘워커즈 컬렉티브 worker’s collective ’가 가장 유사한 사례라 할 만하다. 일본에서 만난 이곳의 활동가들이 말하는 참여 동기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개인의 자아실현이다. 여성으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욕구를 실천하는 장이었다는 것이다. 둘째, 지역사회의 결핍 해소이다. 정부나 시장에 의해서 충족되지 못하는 개인적 결핍을 공동체의 용기와 힘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지역공동체운동이었다. 셋째, 경력단절을 극복할 자기고용 전략이다. 일과 가정 양립의 어려움 속에서 경력단절을 경험할 수밖에 없던 여성들이 일공동체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재화와 용역을 제공함으로써 노동시장의 노동력 판매자에서 노동력의 공동구매자로 자신들의 자기고용을 실천하는 것이었다. 아직까지 제한적인 경험이지만, 조합원의 관심과 참여를 통해서 매장을 운영하려는 한살림의 자주관리매장에 대한 경험도, 여성의 일 경험과 창업 경험을 통해서 직접적인 사회진출을 함께 돕고 지역 주민들에게 한살림의 가치와 생활공동체를 경험하도록 카페공간을 마련한 한살림고양파주의 ‘다온협동조합’이 만든 ‘카페 봄’, 건강과 환경을 위한 바느질로 친환경 여성전용 생활용품과 소품의 생산 및 장애인 여성노동자들과의 연대를 실천하고 있는 ‘목화송이협동조합’ 등 지역의 마을기업으로 주민들과 새로운 경제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림 1> 한살림 지역살림운동의 다양한 실천모습

 

최근 보건의료나 보육과 노인요양 등의 돌봄 분야에서 조합원의 관심은 커져가고 있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생산 노동을 위한 노동력 재생산 영역인 지역사회는 주택, 교통, 의료, 교육, 돌봄, 환경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주민들의 공통적이고 집합적인 소비 영역을 만들게 된다. 특히 이들 영역은 정부에서 각종 정책을 통해 개입하며, 언제나 시민들의 보편적인 이용이라는 공공성의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이들 영역에서 시민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야 할 일차적인 주체는 정부가 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집합소비 영역에 사적 시장의 진입은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이들 영역에서 시민부담을 늘리면서 공공부담을 줄이고자 한다. 이는 집합소비에 대한 보편적 이용이라는 공공성의 전제를 위협하게 된다. 이러한 집합소비 영역에 대한 정부의 후퇴와 시장 진입에 대한 지역공동체의 반격이 지역살림운동을 통해서 이루지기도 한다. 지역마다 주민들의 출자를 통해서 설립ㆍ운영되고 있는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사례는 대표적이다. 또한 지역공동체를 통해서 아동과 노인을 함께 돌보자는 공동육아협동조합이나 노인요양협동조합 등의 공동체 돌봄 운동도 확대되고 있다.

 

보건의료나 돌봄 영역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라는 상품은 대표적인 경험재에 속한다. 경험재는 재화와 같이 상품을 눈으로 확인하고 만져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이용 후에 상품의 질을 확인할 수 있다 . 따라서 이용자와 제공자의 정보의 격차가 매우 크게 되며, 이용자의 서비스에 대한 기대와 제공자의 서비스 내용의 차이는 이용자의 불만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로 인해 이들 영역에서 상품광고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며 , 입소문이나 지인을 통한 검증된 추천 등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 결국 지역사회의 관계를 통해서 유통된 서비스 정보가 서비스 공급자 선택의 중요한 자원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공동체 돌봄 운동은 충분히 대안적이다. 공동체 돌봄은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의 공동생산을 통해서 서비스가 설계되고 제공된다. 이윤을 위한 기만의 조건을 공동체 소유와 운영이 상당히 줄일 수 있으며, 서비스 만족을 위한 지속적인 개선의 여지도 언제나 개방되어 있다. 또한 정부의 제한적인 책임의 영역에서 공동체 돌봄을 통해 서비스의 보편적 이용과 만족의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 최근 직원과 소비자 등이 함께 조합원으로 참여하여 공동의 이해를 추구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사회적협동조합은 이들 조건을 잘 충족할 수 있다 . 실제로 이탈리아의 사회적협동조합이나 프랑스의 공익협동조합 등은 지역사회에 필요한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노동자와 소비자 그리고 자원봉사자 등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 한편 일본의 복지생활클럽생협은 ‘커뮤니티 옵티멈 복지 ’ 실현을 위해 주민들의 상부상조를 통한 공동체 돌봄 체계의 구상을 실천하고 있다 . 이들의 구상은 중앙 ·지방정부의 공적복지를 기초로 공동체를 통한 주민들의 최적의 복지를 제공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 이들의 재택복지지원시스템은 첫째 , 택배를 통한 안전한 먹을거리 공동구입 시스템 , 둘째 , 가사 ·간병 ·의료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는 재가서비스 지원의 공간의료시스템 , 셋째 , 데이케어 서비스나 노인 홈 같은 시설 네트워크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그림 2> 복지생활클럽생협의 공동체 최적복지 체계6)

 

나오며: 지역살림운동의 실천전망은 지역자치운동에 있다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경제에 대한 사회적 통제권을 강화하고자 하는 사회적경제운동의 ‘리얼 유토피아’의 상상력은 구체적인 주민의 필요와 염원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이는 실천의 문제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경제와 마을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활동이 확대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커다란 국가와 작은 시민사회의 힘의 관계에서, 정부주도성은 사회적경제로 하여금 경제에 대한 시민의 통제력을 높이기 위한 참여경제의 이상을 ‘시장경제를 지향하며 주민의 생활세계와 유리되는 시장화의 퇴행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으며, 마을단위의 주민공동체를 통한 자치 실현의 장인 마을공동체사업은 지역의 고립분산적인 보조금사업으로 인큐베이팅의 변태과정을 겪고 있다. 지역살림운동의 진정한 가치는 사회적 필요를 해결하기 위한 경제 운영의 자원과 역량을 시장이나 정부에 쌓는 것이 아닌, 사회에 축적하는 것이다. 이것이 흔히 사회적경제 생태계라 불리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살림운동은 사회적 필요를 해결하기 위한 생산 영역, 소비 영역, 신용 영역, 집합소비 영역의 경제적 관계를 협동과 연대라는 관계망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많은 지역에서 사회적경제의 관계망은 구체적인 연합회운동으로 나타난다. 지역의 생산과 소비 그리고 지역 신용·금융과 사회서비스를 연계하는 사업연합의 체계는 지역에서 경제의 사회적 실현의 기반이 되도록 하고 있다.

 

<그림 3> 이탈리아 트렌티노 협동조합연합회 체계7)

 

지역살림운동은 조합원 개인의 생활세계 욕구를 협동의 공동체적 관계를 통해서 해결하고자 하는 지역공동체운동이며 지역자치운동이다. 자치는 주민의 자기통치를 말한다. 즉 지역의 다양한 주민의 자주관리조직을 통해 지역에 대한 주민의 자기통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지역살림운동이 가진 가치이다. 따라서 그것은 지역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지역사회의 사회적 연대 관계망을 구성한다. 지역살림운동을 통한 주민참여의 훈련과 역량강화 그리고 자율적인 자원연계의 경험은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역사회 역량강화의 기반이 된다.

 

지역 주민은 자신의 필요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자원 배분에서, 자본의 각축장인 시장에서 가격신호에 의해 자신의 필요를 위한 구매에 의존하는 소비자나, 권력의 재생산에만 제약되어 국민을 구제하는 경제에 관심을 두지 않는 정치권을 선택해야 하는 좌절된 표심의 주체인 유권자로서만 제한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8) 가계, 기업, 정부를 ‘경제 3주체’라 일컫고 있지만, 자신들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대안적인 자원 배분의 역할을 자본과 권력에 지향된 시장과 국가에 의존한 채, 가계의 주체인 주민은 소극적인 행위자로 사회적 자원 배분에서 주변화된다.

 

생존을 위한 자원을 노동시장에서 얻어야 하는 주민은 자신들의 필요와 욕구를 실현할 자기통치를 위한 시간적·공간적 여력을 갖지 못한다. 노동자가 안정적인 노동자로 살아가야 자신의 생존이 보장된다는 착시와 같이, 주민은 생존을 위한 경제에 몰입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사회적경제가 사회적으로 필요한 재화와 용역의 생산 ·분배·소비 과정을 협동의 관계망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면, 그것은 생존을 위한 경제를 생활세계의 욕구를 해결하는 경제로 옮기게 한다. 이는 생존을 위한 경제영역을 자치의 영역으로 이행시킨다. 지역사회의 결핍을 해결하기 위한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고 공급하고 분배하는 경제의 과정이 지역주민의 관계를 통해 서 실현되며, 이는 지역사회의 필요를 해결하는 주민들의 자기통치의 영역으로 확대된다. 이제 주민은 자신의 필요를 해결하는 사회적 자원배분에서 대안적인 행위자로 등장한다. 지역사회의 필요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공동체의 협동의 관계망을 깊고 넓게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살림운동의 새로운 전망으로써 지역살림운동의 가치가 실현될 것이다.

 

 

1) 마틴 부버, 레이들로, A. F., 『서기 2000년의 협동조합』, 협동조합연구소, 2000. 재인용.

2) 사이토 준이치, 『민주적 공공성: 하버마스와 아렌트를 넘어서』, 윤대석ㆍ윤미란 역, 이음, 2009. 93~94쪽 .

3) 한살림서울, 「지역살림함께만들기 설명자료」, 2012.

4) 라이트, E. R., 『리얼 유토피아: 좋은 사회를 향한 진지한 대화』, 권화현 역, 들녘, 2012.

5) 한살림연합ㆍ모심과살림연구소, 2014.

6) 한살림고양파주, 「지역살림전문연수자료집」, 2014.

7) 장원봉, “지역살림운동의 의미와 실천방안”, 한살림고양파주 지역살림교육자료, 2015.

8) 장원봉, “선택 가능한 대안경제로서 사회적경제의 가능성과 과제”, 참여연대 편, 『반성된 미래: 무한경쟁 시대 이후의 한국사회』, 후마니타스, 2014. 

 

 

 

* 『모심과 살림』 7호(2016)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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