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모심의눈 모심과 살림 읽기

모심과 살림 읽기

게시글 검색
[7호] GM 식품임을 알고 선택할 권리
2017-02-01 18:47:00

 

GM 식품임을 알고 선택할 권리

 

박지호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간사)

 

 

 

유통되는 GM 농산물에 대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

 

2015년 우리나라에 약 214만5천 톤의 유전자변형(이하 GM) 농산물이 수입됐다.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에서 옥수수가 약 111만6천 톤, 미국‧브라질 등에서 대두 102만9천 톤이 수입됐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면 2014년 통계를 활용해야 한다. <표>의 수치는 정부발표 자료를 합한 추정치이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식품들은 모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관리하는데 통계자료는 여러 개가 상존하기 때문에 추정할 수밖에 없다.

 

2014년 우리나라에 존재했던 옥수수와 대두 가운데 GM 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2.8%, 66.0%이다. 그러나 소비자가 만나는 최종식품에는 GM 농산물 등이 원재료로 쓰였는지 표시가 되어 있지 않다. 현행 GM 표시제도가 너무나 허술하기 때문이다.

 

<표> 2014년 국내에 GM 농산물은 얼마나 존재했나  (단위 : 천 톤, %)

 

우리나라는 「식품위생법」에 따라 GM 농산물 등을 주요 원재료로 하여 제조·가공한 식품에는 GM 식품임을 표시해야 한다(제 12 조의 2). 그리고 표시대상 및 표시방법 등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시 제 2014-114 호 「유전자변형식품등의 표시기준」으로 상세하게 정하고 있다 . 200 만 톤이 넘는 양을 수입하고 있으니 식품에서 GM 표시를 많이 찾아볼 수 있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눈을 씻고 찾아봐도 GM 식품 여부에 대한 표시가 없다. 그렇다면 표시가 없는 식품들에는 GM 농산물이 원재료로 쓰이지 않은 걸까? 바로 답하자면 ‘모른다’이다. ‘맞다’, ‘아니다’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욱 불편한 답변이지만 진실이다. 앞서 지적했듯 우리나라의 GM 표시제도가 치명적인 허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1)가 만든 GM 표시제도에서는 “유전자변형농수산물이나 유전자변형생물체를 주요원재료 2) 로 한 가지 이상 사용하여 제조·가공한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 중 제조·가공 후에도 유전자변형 DNA 또는 유전자변형 단백질이 남아 있는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로 표시대상을 규정하고 있다( 「유전자변형식품등의 표시기준」 제3조제2호). 말하자면 “주요원재료”, “GM DNA 또는 단백질의 잔존 여부”라는 두 면제가 모든 문제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식품의 표시가 불완전해지고 소비자의 기본권리가 침해당했다 . 특히 많은 GM 농산물이 수입되어 식용유 등으로 가공되는 국내 상황을 고려했을 때, “GM DNA 또는 단백질의 잔존 여부” 조항은 치명적이다.

 

허나 정부는 GM DNA 또는 단백질이 잔존해 있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는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없다”라고 한다. 즉 “GM 성분검사는 DNA나 단백질 성분을 이용하여 검사를 하는데, 식용유의 경우 그 성분이 100% 유지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유전자변형 성분 검사를 하여도 검출되지 않기 때문에”3) 면제해준다는 이야기다.

 

함량 5순위가 아닌 GM 원재료에 대한 표시면제 사유는 설명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함량 5순위를 정의하고 있는 “주요원재료” 용어는 이미 2000년대 중반 식품에 대한 “전성분표시제”가 시행되면서 모든 법령에서 삭제되었음에도 GM 표시제도에만 존재한다. 그 사유에 대해서 정부는 어떠한 설명도 없다. 여전히 미스터리다.

 

 

우리나라에선 기본적인 정보도 알 수 없다

 

우리나라는 어떤 상황에 와 있는지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의 운동 사례를 기준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경실련은 2013년 GM 표시제도 개선운동에 뛰어들었다. 2012년 9월 미국 과학저널 『식품화학독성학(FCT)』에 프랑스 세랄리니 교수 연구팀의 연구가 출판된 직후라서 GM 농산물 등에 대한 안전성 이슈는 더욱 달아올라 있었다. 경실련에서도 초기에는 GM 농산물 등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다양하게 논의되었다.

 

본격적인 활동을 전개하기 전 경실련은 그간 한국에서 GM 표시제도 문제와 관련하여 논의된 동향을 살폈다 . 안전성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GM 농산물 등이 국내에 무분별하게 수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너무나 고생을 했다. 특히 2008년 5 월 한국전분당협회 소속 식품업체들이 전분과 전분당 원료용으로 GM 옥수수 5 만여 톤을 수입하는 계약을 한 것에 대해 ‘유전자조작옥수수 수입반대 국민연대’를 조직하여 한국에 GM 농산물 ·식품 등에 대한 문제에 대응하는 초아를 만들었다.

 

그들은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을 상대로 GM 옥수수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2016년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그 당시 농심켈로그, 동원에프엔비, 롯데햄, 매일유업, 정식품, 한국코카콜라 등이 “국제 곡물값 상승으로 원가 부담 증가와 원재료 수급의 어려움이 있지만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 GM 옥수수를 원료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4)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이익만을 강조하는 기업과 안전성 문제는 완료됐다 맹신하는 정부에 의해 서서히 반대를 위한 반대 정도로 치부되어 왔다. 전 세계적인 GM 농산물 생산의 확대, 국내의 낮은 곡물자급률 등의 프레임이 발동되며 시민사회의 운동을 점점 위축시켰다.

 

경실련은 GM 농산물 등을 반대하는 단체들과 원활하게 협력하지도 소통하지도 않는 정부와 기업의 행태를 지켜보며, 운동 전략을 GM 표시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세웠다. 관련 이슈를 좀 더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논의의 장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계획들을 확립하고 운동에 착수했다.

 

그리고 기본적인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공개법」)에 따라 정부를 상대로 GM 농산물, 식품, 가공식품 등에 대한 수입현황 관련 정보공개 청구를 실시했다. 하지만 정부는 업체들의 이름을 비공개했다. 총 수입량은 공개할 수 있지만 어떤 업체가 얼마만큼 어떤 GM 농산물 등을 수입하는지는 영업비밀에 해당해 보호해야 한다는 사유에서였다.

 

기본적인 정보조차 알 수 없으니 소비자에게 관련 정보를 투명하고 정확하게 전달할 방도가 없다. 그래서 직접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2013년에는 과자, 두부, 두유 총 135개 제품, CJ제일제당 등 주요 GM 농산물 수입업체가 생산하는 1,077개 제품 등의 표시를 살펴봤다. 하지만 어디에도 GM 표시는 없었다.

 

2014년에는 수출용 삼양라면에 GM 농산물이 포함되었다는 제보를 계기로 시중에 판매하는 모든 라면 제품에 대한 GM 표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기반으로 기업들에게 해당 원재료가 GM 농산물인지 여부를 공개적으로 질의했지만 그들은 답변하지 않았다.

 

또한 2014년에는 평창에서 열린 ‘제7차 바이오안전성의정서 당사국 총회(MOP7)’에 대응하기 위해 21개 시민사회단체가 ‘MOP7 한국시민네트워크’를 조직하여 공동 활동을 전개했다. 식용유, 간장, 된장, 고추장, 올리고당, 물엿, 건강기능식품, 시리얼, 팝콘 등 다양한 시판 제품의 GM 표시를 점검했고, 소비자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리즈 토론회를 개최하여 GM 표시제도의 문제를 톺아보고, 대안을 제시하는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소비자들에게 GM 표시제도의 문제점을 다양한 각도로 전달하는 운동을 전개했다.

 

 

기업만 바라보는 정부와의 싸움

 

경실련은 정부의 그릇된 인식과 잘못된 제도로 인해 침해되는 소비자 기본권리를 지키기 위해 또 다른 운동을 전개했다. 바로 정부가 「정보공개법」의 뒤에 숨어 비공개한 업체별 GM 농산물, 가공식품 등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정부는 경실련이 청구한 정보공개에 대해 「정보공개법」 제9조제1항제7호를 적용하여 비공개했다. 해당 조항은 “법인·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상 ·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비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경실련은 이미 일부 GM 농산물 등을 수입하는 업체가 공공연하게 드러나 있고, 직접 언론 등을 통해 GM 농산물 등을 수입하여 식용유를 만들고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며 비공개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지난 2013년 5월 이운룡 의원이 GM 농산물 등을 수입하는 업체의 정보를 정부로부터 제공받아 공개했을 당시, CJ제일제당 등 법인들의 이익이 전혀 감소하지 않고 대부분 증가했다는 반박 근거를 제시했다.

 

정부는 또 다시 경실련의 주장에 반박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먹거리 안전을 책임지는 일을 임하고 있는 정부가 국민이 아닌 기업을 대변했다. 경실련의 주장은 피상적인 수치에 기인한 비약적인 주장이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해당 정보가 공개됐을 시 기업이 받을 피해를 측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국민들이 현재 GM 농산물 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어서 괜히 공개하면 기업이 유무형의 피해를 입는다고 한다.

 

경실련에 있으면서 다양한 소송을 따라다녔다. 하지만 정부가 이렇게 기업의 편을 노골적으로 드는 것은 쉽게 만나기 힘든 모습이다.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지 않다고 해서 국민은 배제하고 기업의 편에 서 있는 행태는 충격이고 실망이었다.

 

다행히 정부보다 법원은 중립적이고 정확했다. 법원에서는 해당 정보가 기업의 영업비밀이기는 하나, 해당 정보가 공개된다고 해도 기업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를 찾아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정보공개법」의 제 목적과 취지를 반영하여 해당 정보를 공개할 것을 판결했다. 너무도 상식적이고 당연한 판결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다시 항소했고, 2016년 5월 10일 항소심은 기각되었다. 항소심 재판부도 동일한 판단을 했다. 정부만 이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했다.

 

이제 정부가 또 다시 상고(2심 고등법원에서 3심 대법원으로 상소하는 것)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가 이제 몽니 부리기를 중단하고 시민들에게 GM 농산물 등과 관련하여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함은 자명해 보인다. 경실련이 최종적으로 승리하게 된다면 앞으로 업체가 GM 농산물을 수입하는 현황은 모두 공개되게 된다. 소비자들에게 매우 기본적인 정보가 비로소 정당하게 제공되는 것이다.

 

 

다른 나라도 우리와 같나?

 

다른 나라는 어떠할까? 2015년 기준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64개국에서 GM 표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세르비아, 잠비아 등 공식적으로 GM 농산물 등의 수입이 금지된 국가가 있는가 하면 GM 종주국이라 불리지만 표시제도가 없는 미국 같은 국가도 있다.

 

미국의 경우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상 GM 관련하여 자율표시를 운용하고 있다. “기존 식품과 영양성, 알레르기성 등이 차이 나는 경우에만 일반표시 기준에 따라 표시” 5)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은 GM 기술의 종주국에 해당하는 미국에서도 GM 농산물 등은 안전하기 때문에 별도 표시조차 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을 호도하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에 불과하다.

 

지금 미국에서는 GM 표시제도 도입을 위한 시민들의 활발한 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실제 2014년 5월에는 최초로 버몬트 주에서 GM 표시제도가 통과되기도 했다. 기업들의 반대도 거세다. 일부 기업들은 개별 주에서 도입된 표시제도를 무력화할 수 있는 연방법인 ‘안전하고 정확한 식품표시법(Safe and Accurate Food Labeling Act of 2015. H.R.1599) ’을 제정하기 위해 엄청난 로비를 하고 있다.

 

‘식품과 물 감시 (Food and Water Watch) ’ 등 NGO들은 이 연방법을 “미국인들의 알 권리를 부정하는 법안 (DARK Act: Denying Americans the Right to Know Act)”이라고 칭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NGO의 활동에 기네스 펠트로와 같은 유명인사가 함께하며 직접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하는 등 활동을 전개해 국내에서도 이슈가 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2015년 말 미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 48대 49로 부결시켰고 결국 버몬트 주에서 GM 표시제도가 시행되게 되었다.6)

 

버몬트 주에서 시행된 GM 표시제도에 따르면 가공되지 않은 자연상태의 모든 GM 농산물에 GM 표시를 해야 하며 GM 농산물을 가공한 통조림, 훈제, 조리, 냉동, 발효식품 등은 모두 표시해야 한다. 다만 GM 농산물 함량이 0.9%를 넘지 않으면 표시가 면제된다. 양이 아닌 순위에 따라 면제하는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있다. 음료, 의료식품, 즉석식품도 표시대상에서 제외된다.7)

 

지금도 면제대상인 음료에 대해 NGO들의 행동이 계속되고 있다. 700여 개 단체가 연합한 ‘저스트 라벨 잇 Just Label It ’은 GM 표시제도를 반대하는 펩시 등의 기업에 대해 직접적인 압박을 행사하겠다고 선언하고 행동하고 있다.8)

 

하지만 여전히 미국 내에서 GM 표시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힘들다. 몬산토 등 GM 농산물을 개발하는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금액을 써가며 GM 표시제에 반대한다. 실제 이로 인해 2012년 캘리포니아에서 추진된 GM 표시제도 도입 시도가 실패한 사례도 있다. 관련 주민투표 전 몬산토, 펩시, 코카콜라, 크래프트, 켈로그 등의 주요 농업 및 식품 기업들은 GM 표시제도 도입 반대 홍보 캠페인에 4,500만 달러를 지원한 반면, 찬성 측은 주로 소비자 단체에서 겨우 800만 달러를 지원받는 데 그쳤다. 실제 해당 주민투표는 부결됐다.9)

 

최근에는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 많이 있다. 소비자들의 요구가 계속되고 있어 이에 동참하는 기업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기 때문이다.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 은 ‘Whole Foods Market’s’의 자체 표시 제품과 관련하여 제조업자, 소매업자, 가공업자, 유통업자, 농부, 종자 육종자, 소비자 등과 제휴하여 자발적으로 Non-GMO 표시를 실시하고 있다.10) 식품업계 선두주자인 델몬트 사도 GM 농산물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델몬트는 직접 “델몬트의 이러한 움직임은 많은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반응과 소비성향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11) 유럽의 움직임은 다른 국가들과 다르다. GMO에 대한 반대여론이 매우 강하며 GMO가 생물다양성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표시제 역시 전 세계에서 제일 강력하다. 무조건 의무표시이다. DNA 잔류 여부는 관계없다. GM 농산물을 원재료로 사용했으면 GM 식품임을 명확하게 표시해야 한다. 유럽의 NGO들 역시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한다. 유럽 내 GMO 정책 자체의 변화를 촉구하기도 한다. ‘식량과 물 유럽(Food & Water Europe)’ 등은 미국의 사례를 반추하며 GMO와 NonGMO의 공존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GMO와 Non-GMO의 공존은 오염예방 비용 증가 등 농민들에게 경제적 부담만 증가시키고 있는 만큼 유럽은 실패의 길을 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12)

 

준정부기관도 중립적이고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노르웨이의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는 GMO와 관련하여 해결되지 않은 과학적 불확실성과 GMO가 줄 수 있는 잠재적인 악영향, 생태계를 비롯해 동물과 인간에 미치는 충격 등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스위스의 세계 최대 식품회사인 네슬레 역시 이러한 흐름에 동참했다. 최근 네슬레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아이스크림의 일부 제품들 중에 포함된 GM 성분 및 첨가제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13)

 

 

소비자가 직접 나서야 한다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와 보자. 업체는 GM 표시제도 도입에 강력하게 반대한다. 정부는 업체를 대변한다. GM 농산물 수입 등에 대한 논의는 없다. 최근에는 GM 농산물을 국내 재배하며 GM 기술 확보에만 몰두하고 있다.

 

경실련은 소비자의 기본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하여 GM 농산물을 원재료로 사용하면 무조건 GM 식품임을 표시케 하는 GM 완전표시제 도입을 위한 활동을 전개했다. 2013년 이를 골자로 한 「식품위생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입법청원하기도 했다.

 

이 법은 2015년 말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반쪽짜리 제도개선에 그쳤다. 기업들이 거세게 반발하여 두 면제 조항 중 “주요원재료” 개념만 삭 제됐고 “GMO DNA 또는 단백질 잔존 여부” 조항은 남게 됐다. 대부분의 GM 농산물이 수입되어 식용유로 가공되는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하면 “GMO DNA 또는 단백질 잔존 여부”에 따라 GM 표시를 하도록 하는 조항이 삭제되는 것이 개선의 핵심이다. 하지만 기업의 강한 반발과 국회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미완의 제도개선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며 깨달은 바가 있다. 소비자, 더 넓게는 시민들의 직접적인 요구와 자발적인 참여와 조직된 힘이 다소 부족했다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 불편한 상황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직접 움직여야 한다.

 

경실련에서 여러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토론회를 개최하고 소송을 하는 것은 한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 활동의 결과를 통해 소비자, 넓게는 시민들의 직접적인 행동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 소비자들에게 관련 정보를 쉽게 알려주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고, ‘우리가 매일 만나고 섭취하는 제품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그리고 현행 제도로는 우리의 궁금증을 해결할 수 없다는 실태를 드러내고자 했다. 또한 동시에 식품 등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알고 섭취해야만 우리의 건강하고 안전한 삶이 완성된다는 주장을 계속했다. 이러한 활동들이 쌓이다 보면 소비자들이 직접 움직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돌아보면 상대적으로 평가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 등에서 시민들의 움직임은 온도차가 크다. 미국 등에서는 소비자, 시민들의 직접적인 요구와 자발적인 행동, 조직된 힘이 강하다는 것이다. 외국에서 GM 관련 운동은 ‘식품과 물 감시(Food and Water Watch)’ 등 NGO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자신의 기본적인 권리가 침해당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분노한 직접 행동에 나선 시민들의 힘에 의해서 강력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미국의 ‘ 안전하고 정확한 식품표시법 (Safe and Accurate Food Labeling Act of 2015. H.R.1599)’ 이 제정되려 할 때, 시민들은 이 법안이 “미국인들의 알 권리를 부정하는 법안”, 일명 “DARK Act” 라고 칭하며 자신의 기본권리가 침해되는 것이 강력히 반대했던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이때 수십만에 달하는 미국 시민들이 워싱턴에 모여 직접 이 법안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냈다.14) 어쩌면 이러한 강력한 시민들의 직접적인 요구와 행동이 상원에서 1표차로 부결되는 결과를 초래했을지도 모른다. 실제 미국에서는 상원 표결 결과를 “소비자들의 승리” 라고까지 평가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거나, 어떠한 문제로 인해 ‘직접’ 피해를 보기 전까지는 강한 행동으로 원활하게 이어지질 않는다. 물론 우리나라도 2008년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 등의 사례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조직된 시민의 힘이 공권력에 어떻게 짓밟히는지, 정부가 시민들의 요구에 얼마나 무대응으로 일관하는지 등의 부정적인 행태만 목격했다.

 

어쩌면 우리에겐 승리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직접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게 아닌가 자평하곤 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강력하게 반대했지만 현재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미국산 쇠고기는 우리나라에 엄청난 양이 수입되고 있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에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는 11만2,430톤으로 전체 수입량 29만7,265톤 중 37%를 차지했다. 15) 우리의 직접적 행동이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질 못했다.

 

하지만 이러한 과거 미완의 성공을 뛰어넘어야 한다. 우리는 더 나아가야 한다. 소비자, 시민들의 직접적이고 자발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보여주고 있는 성공사례들은 우리에게 시민 직접 행동의 중요성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우리의 기본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되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 당장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못 본 척 지나가면 영영 이 불공정한 상황을 개선할 수 없다.

 

수십만의 시민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우리의 요구가 부당하고 무리한 것이 아니고 헌법과 다양한 제도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인 권리임을 분명하게 알려줘야 한다.

 

시민들의 역할은 첫 번째로 관심, 두 번째는 참여이다. 잘 먹고 잘 사는 일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기본적인 권리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잘 먹어도 잘 먹는 게 아니고 잘 산다고 해서 잘 사는 게 아니다.

 

 

1) 여기서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이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정부로 통일한다.

2) “주요원재료”는 식품(건강기능식품을 포함) 또는 식품첨가물의 제조·가공에 사용한 원재료 중 많이 사용한 5가지 원재료를 의미한다(동 고시 제2조제3호).

3)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안전관리 -> 안전성확보 노력 -> 표시제도 현황 페이지 참고.

4) “GMO 사용·비사용 기업, 소비자 선택은?”, <세계일보> 2008. 6. 9 참고.

5) 위 기사.

6) “[정리뉴스] GMO 표기제, 미국의 작은 주가 일으킨 변화”, <경향신문> 2016. 4. 5 참고.

7) “[미국] 버몬트주, GM식품 의무표시제 법안 통과”, 해양수산부 수산·해양 LMO 안전성센터, 2014. 5. 16 참고.

8) 『2015 바이오안전성백서』, 412-413쪽.

9) “[미국] ‘GM’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4500만 달러를 들인 식품 업계”,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2012. 11. 15 참고.

10) “[미국] Whole Foods Market, 자체 non-GMO 표시 시도”,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2009. 7. 7 참고.

11) “[미국] 델몬트, GMO 성분 사용하지 않을 것”,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2016. 3. 29 참고.

12) 『2015 바이오안전성백서』, 413쪽.

13) “[스위스] 네슬레 (Nestle), 일부 품목에 GM 성분 및 첨가제 제외 발표”,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2016. 4. 20 참고.

14) “[미국] 10월 17일, GM표시제 법안 ‘Dark Act’ 반대 집회 예정”,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2015. 10. 6 참고.

15) “미국산 육류 안전성 논란 ‘재점화’”, <농민신문> 2016. 3. 11 참고.

 

 

 

* 『모심과 살림』 7호(2016)에 실린 글입니다.

 

댓글[0]

열기 닫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