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모심의눈 모심과 살림 읽기

모심과 살림 읽기

게시글 검색
[9호] 농촌의 삶을 선택한 청년들
2017-11-05 14:51:00

농촌의 삶을 선택한 청년들

 

 

실업, n포세대, 흙수저 같은 단어로 상징되는 현재의 청년담론이 담아내지 못하는 농촌 청년들의 삶과 이야기가 있다. 일자리가 부족한 도시와 일손이 부족한 농촌, 공간은 다르지만 어디에나 예쁜 카페를 좋아하고 재미나게 살고 싶어 하는 청년들이 산다. 남아있거나 혹은 적극적으로 선택했거나, 결국 지금 여기의 삶에서 가장 목마른 것은 더 많은 우정과 관계가 아닐까?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하면서 활기와 빛깔이 더해지길 바라는 농촌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 편집자 주

 

 

이야기 나눈 사람

유지향 2‌3년 도시생활을 마치고 변산에 내려와 촌년이 되기로 결심한 지 올해로 2년째입니다. 공동체 식구로 지내고 있습니다.

조훤 변‌산에서 나고 자란 변산 토박이입니다. 공동체학교를 졸업했고, 현재는 산들바다공동체라는 지역 생산자공동체 가공공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유바다 변산공동체에서‌ 태어나 변산에서 자랐고 현재 대학에서 공부하며 앞으로 어디서 살아가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김정민 고‌등학교 과정을 변산공동체학교에서 살며 다녔고, 여기저기 여행하며 떠돌다 다시돌아와 공동체에서 일하며 살고 있습니다.

한수연 변‌산공동체학교 졸업 후 2년 동안 세상 구경하다가 다시 돌아와 지내고 있습니다. 두살배기 첫째와 뱃속에 13주 된 아기가 있어 자식농사를 열심히 짓고 있습니다.

 

 

변산 청년모임 <지아>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에 살고 있는 몇 안 되는 젊은이들의 모임. 동네 초등학생들과 함께 겨울 캠프 <변산 겨울 놀이터>를 열기도 하고, 도시에 있는 청년들과 함께 <청년농활단>을 만들어 관계도 만들어보는 등 ‘어떻게 하면 농촌에서 재미나게 살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하며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향  <‌지아>멤버들이 농촌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를 나눠볼까 해요. 먼저 우리가 왜 농촌에서 살고 있는지부터 이야기해볼까요?

 

‌ 저는 어렸을 때부터 농사의 중요성에 대해 듣고 자라 와서 이렇게 농촌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먹을거리를 길러내는 농사가 인간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라고 배웠거든요.

 

정민  저‌도 농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공산품 같은 재화를 수출하고 식량 수입은 많이 하는 나라잖아요. 곡물자급률이 20퍼센트대에 불과한 수준이니까요. 농산물이 어떻게 보면 사소해 보이지만 사실 스마트폰이든 자동차든 애초에 같은 기준에 놓고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죠. 농사는 항상 중심에 있는 큰 주제이고, 다른 비교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봐요. 의식주에서도 식食이 제일 우선이고요. 옷이나 집은 한 번 갖추고 나면 큰 문제가 안 되는데, 먹거리 같은 경우는 지금처럼 농산물이 기형적으로 생산되거나 생산량 자체가 형편없이 줄어드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힘들어지겠죠. 그래서 농사짓는 공동체가 만들어져서 지속되어야 하고 이에 동의하기 때문에 이렇게 농촌에서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려고 해요.

 

수연 ‌ 그런데 농사짓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있고, 줄어들 수밖에 없는 정책이나 사회, 환경이 마련돼 있잖아요. 지금은 우리 쌀에 비해 미국 쌀을 훨씬 싸게 팔지만 나중에 정말 농사를 아무도 안 지으면 그땐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되겠죠.

 

지향  저‌는 직접 농사를 지어보니까 내 입으로 들어오는 걸 내 손으로 길러내는 일의 뿌듯함을 느꼈어요. 여기에 오기 전까지는 도시에서 남들이 길러준 걸 먹은 거잖아요. 빚을 진 느낌이랄까? 내가 먹을 건데 내가 안 만들고, 다른 사람이 애써 기른 걸 그냥 돈 주고 사먹는다는 게 죄책감이 들었어요.

 

훤  보‌통은 남이 만든다고 하면 의심하게 되지 않나요? 빚을 지는 게 아니라 위협당하고 있는 것 같던데요. 우리 모두 그 채소들이 어떻게 키워지는지 다 알잖아요. 알면 알수록 점점 유기농이나 생협 물건을 찾게 되더라고요. 모르면 그냥 막 사겠지만.

 

지향  그‌럴 수도 있겠네요. 또 다른 점을 생각해보면, 저는 도시에서는 그저 기계처럼 바쁘게 하루하루 살았는데 농촌에서 살아보니 비로소 사람 냄새가 나는 거예요. 자연스럽게 살고 있다고도 할 수 있어요. 농사를 지으니까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있기보다 해 뜰 때 일어나고, 해 질 때 집에 들어가잖아요. 철마다 다르게 나오는 제철 먹거리를 먹고, 날씨와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오롯이 느끼면서 사니까. 똑같은 날이 없다고 할까요. 책상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보다 온몸을 쓰면서 사는 편이 훨씬 살아있는 것 같아요.

 

수연 ‌ 저는 도시에서는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았던 적이 없었어요. 진짜 싫고 귀찮은데 학교에 가야 하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있었죠. 근데 여기 와서는 되게 행복하게 살았거든요. 365일 행복하진 않아도 300일 정도는 행복하게 산 것 같아요. 그런 제 모습을 보면서 ‘아, 지금 같은 도시 구조 안에서는 나도 내 자식도 행복하게 살기 힘들겠구나.’ 생각했어요.

 

지향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살았던 아이들이 새삼 부러워지네요. 농촌에서 태어났다면 고향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농촌에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 생각도 있고, 현실적인 이유도 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농촌에 앞으로 살아갈 기반이 마련돼 있어요. 집, 땅, 농사지을 수 있는 여러 장비, 유통 루트까지…. 어렸을 때부터 여기에서 자랐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있는 상태니까요. 그래서 농촌에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갖추는 노력이 훨씬 덜 들어가죠. 또, 교육도 이제껏 농사나 대안 교육들을 위주로 받아왔기 때문에, 말하자면 농촌에 사는 쪽으로 특화되어 있어요. 그래서 도시로 나가는 게 더 큰 도전이 되는 거고,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죠. 아마 도시에 산다면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여기 농촌보다 훨씬 더 열악한 수준에서 살게 될 거예요. 실제 경험도 해봤고요.

 

지향 ‌ 농촌이 고향인 청년들도 많이 있지만 대부분 도시로 나가잖아요. 도시에는 화려한 유혹거리들이 많으니까요.

 

정민 ‌ 부모의 가치관도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부모들이 자식들을 농촌에 앉혀놓을 생각이 없는 경우가 많죠. 농사가 중요하다거나, 농사를 지어야 한다거나, 같이 농사를 짓자는 얘기를 자식들에게 해주지 않는 거죠. 자식들은 부모님 고생하는 것만 보고, 자꾸 ‘도시에 가야 한다’, ‘읍내에 있는 학교에 가야 한다’, ‘대학에 가야 한다’ 이렇게만 듣고 자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농촌이 살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못할 거예요.

 

바다 ‌ 저도 여기에서 태어나 자라온 게 이십년인데, 농촌을 벗어나 도시생활을 해보고 싶은 마음과 친숙한 곳에서 농사를 짓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오락가락한 적이 있어요. 결국엔 여기 농촌에서 이제껏 농민들이 일구어 놓은 걸 계속 이어나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예전에 버스 정류장에서 친한 아저씨가 저를 보시더니 “내가 너네들 때문에 쌔빠지게 고생하니까 여기 살아야지.” 그러시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그분들이 고생하시는 걸 보고 컸으니까 이 터전이 없어지면 아쉬울 것 같아요.

 

수연 ‌ 농촌에 살면 경제적으로 크게 부족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것도 장점이에요. 동네 할머니들이 밭농사 천 평 정도밖에 안 짓는데도 그렇게 돈이 궁하지 않으시잖아요. 큰 병이 있어서 병원비가 많이 들지 않으면 농촌에서는 도시처럼 생활비가 많이 들지 않아요. 그래서 농민들이 헐값으로 농산물을 팔게 되어도, 가지고 있는 땅과 농기계로 버틸 수 있는 거죠. 저도 공동체라는 갖춰진 곳에서 농사지으며 살다보니 안정적일 수 있었다고 봐요.

 

 

지향  이‌런 이유들로 우리가 농촌에 살고 있지만, 사실 농촌에서의 어려움이 없는 건 아니죠. 사람이 바글거리던 서울에 있다가 한적한 농촌에서 살다보니 사람이 부족하다는 고민도 생겨요. 도시에서는 청년들이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문제라지만 사실, 농촌에서는 일손 부족이 큰 문제잖아요.

 

바다 ‌ 양파 수확이나 감 수확하는 철에 울력 나가보면 대부분 할머니들이 일하러 오시잖아요. 지금 일하시는 할머니들이 시간이 갈수록 점점 아프시거나 돌아가시게 될 테고 그 빈자리를 누군가는 채워야 할 텐데 말이죠. 무작정 젊은이들에게 농촌으로 오라고 할 수도 없고요.

 

정민 ‌ 사실, 도시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농촌으로 내려오면 막막할 것 같긴 해요. 만약 우리 또래가 땅도 기계도 없이 내려와서 겨우 농사지어 농협에 납품하거나 업자들을 찾아서 팔고 먹고살려면 아주 힘들 거예요.

 

‌ 농촌에 진입하는 경로도 쉽지 않은 게 지금 현실이죠. 귀농하는 사람들 보면 퇴직을 했다거나 도시에서 돈을 벌었던 사람들이 밑천을 가지고 와서 시작하잖아요. 부모님이 물려준 땅이나 기계 없이 농촌에서 새로이 시작해서 농사를 짓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공동체를 통해서 시작한다면 농사를 주업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바탕을 꾸려나갈 수 있는 좋은 점이 있겠네요.

 

 

지향 ‌ 농촌에 살면서 아쉬운 점은 없으세요?

 

훤 ‌ 예전에는 도시의 화려한 문화가 부러웠는데, 그것도 막상 겪어보니까 별 거 없고 피곤하기만 하더라고요. 농촌에도 놀 거리가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죠. 그렇다고 굳이 영화관 같은 문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래도 사람이 모이면 뭐든 하게 될 텐데, 비슷한 나이 또래의 사람들이 없다는 게 힘든 것 같아요.

 

바다  도‌시에 비해 농촌은 활기가 없잖아요.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시도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사람이 없다보니 뭔가를 배울 수 있는 곳도 적고, 기회도 적고요.

 

수연  저‌는 육아를 하고 있다 보니 비슷한 또래에 아이 키우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어요. 동네에서 아이들끼리 같이 놀 수도 있고, 고민도 나눌 수 있고 좋을 텐데 말이죠.

 

  농‌촌에 있다고 해도 요즘엔 손쉽게 다양한 정보를 접하게 되면서 소비 욕구가 생기기 마련이잖아요. 하지만 어딜 가나 욕구나 욕망은 채워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요. 소비를 통해서 자기 즐거움을 채우다보면 더 큰 소비로 흘러들어가는 게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더 좋은 데 가서, 더 맛있는 걸 먹으면서, 더 짧은 시간에, 더 강렬하게 느끼고 싶어 하죠. 그런 것들이 계속 반복되다보면 나중에 집, 차와 같이 소비 규모가 자기 자신을 확인하고 증명하는 유일한 길이 되어 버리는 게 대부분 도시인들의 삶인 것 같아요.

 

정민 ‌ 우리가 여기서 살면 수입이 적으니까 지출이 적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 와중에 심심하고 느슨할 수도 있는데, 오히려 ‘자연히 이렇게 되어야 하는 것이다’ 생각하고 받아들이며 살아야 하지 않나 싶어요. 부족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키우기보다 ‘이 안에서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며 사는 거죠. 물론 그 일을 옆에서 같이 할 사람이 있다면 더 신나겠죠. 무슨 일이든 동무가 있어주면 좋으니까요.

 

지향 ‌ 농촌에 사람이 필요하긴 한데, 무조건 와서 농사지으라고 하면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 같아요.

 

‌ 농촌에서 꼭 농사짓는 거 말고도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죠. 저만 해도 농사를 짓기보다 농산물을 가공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으니까요. 꼭 농사와 관련이 없더라도 사람 사는 곳이니까 다양한 가게들이 많을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변산에도 빵집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빵 굽는 냄새, 좋잖아요.

 

지향  커‌피를 잘 내리는 예쁜 카페도 있으면 좋겠네요.

 

바다  물‌론 사람들이 농사짓는 것만 좋아하지는 않을 테지요. 농사 이외의 다양한 것들이 갖춰져야 살림을 꾸려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릇이나 집기를 만드는 공예가, 공구나 도구를 만드는 사람, 옷 만드는 사람……. 건축, 용접, 염색, 도자기, 목공 이런 게 다 있어야 되는 거죠. 저는 가구 만드는 곳 같은 다양한 공방들이 많으면 좋겠어요.

 

정민  예‌술가들이 주변에 있으면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 같아요. 거문도에 갔을 때 어떤 작가의 집이 동네 사람들의 아지트가 되어서, 책도 읽고 이야기도 나누고 술도 마시고, 프로젝트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고 변산도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음악을 잘하는 사람 있으면 삶의 재미도 있겠네요.

 

수연  일‌단, 도시 사람들이 봤을 때 농촌에 사는 게 재밌고, 즐거워 보여야 살고 싶을 것 같아요. 그러려면 내가 즐겁게 살아야 하는 거죠. 사람들이 ‘농촌에 사는 거 답답하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오히려 도시보다 더 자유로울 수 있는 것 같아요. 일에만 매달리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걸 꾸려볼 수 있으니까요. 직접 즐거움을 만들어 가는 삶, 멋지잖아요?

 

 

댓글[0]

열기 닫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