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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 지금 다시 마을·공동체에 주목하는 이유
2017-12-05 17:34:00

 지금 다시 마을·공동체에 주목하는 이유

 

 

2017년 6월 20일, 충북 보은 기대리 선애빌마을에서 “생태마을(독립/전환)이 희망이다!”라는 제목으로 2017 한국생태마을공동체 네트워크회의&잔치가 열렸다. 전국 각지의 공동체와 관심 있는 개인들까지 연인원 18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포럼과 주제별 집담회, 공연, 놀이마당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되었고, 공동의 선언문도 발표되었다. 이번 행사를 함께 준비하고 진행한 임진철(청미래재단 이사장), 민지홍(넥스트젠코리아 코디네이터) 두 분으로부터 마을·공동체에 대한 생각과 경험, 이번 행사의 의미 등을 들어보았다. 고령화사회로 접어드는 시기, 서로 돌보며 살아가는 노후의 삶의 대안으로서 마을·공동체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는 진단은 귀 기울일 만하다. 한편 공동체성이나 연결감의 회복을 위해 다양한 실험과 배움, 성장이 가능한 공간과 관계들을 스스로 일구어가는 청년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ㅣ 진행 : 편집부

#생태마을 #적정기술 #마을주의 #청년 #배움과성장 #연결감 #100세시대 #돌봄 #3세대공감마을

 

ⓒ한국생태마을공동체네트워크회의

 

 

우선, 두 분은 어떤 계기나 마음에서 공동체운동에 참여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임진철) 기독교인으로서 사회운동을 하면서 기독교와 맑스주의의 공통성과 차별성을 보게 됐다. 양쪽 다 근본적으로는 인간과 생명에 대한 사랑을 지향한다. 간단히 얘기하면 휴머니즘인데, 서로 소외되지 않으면서 더불어 행복하게 잘 사는 거다. 성경의 사도행전에 나오는 신도의 공동생활을 보면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나눠 쓴다’는 말이 나온다. 맑스주의에도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한다는 공산주의 원리가 있다. 산업사회 이후 기독교는 대부분 교회당을 중심으로 한 예배공동체 형태지만 그럼에도 본질적으로 생활공동체고 경제공동체여야 한다는 생각이 늘 있었다. 노동운동과 협동조합운동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공동체 원리나 영성에 기초한 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공동체운동도 시대마다 협동조합운동, 영성운동, 생태운동 등으로 각각의 측면이 강조되어 나타났고, 최근 전환마을의 경우 지역이 중심이 된다. 개인적으로도 늘 공동체라는 범주 안에 있었지만 그렇게 시대에 따라 내용과 형식이 계속 달라져왔던 것 같다.

 

민지홍) 간디교육공동체를 통해서 공동체운동에 들어오게 되었다. 교육에 관심을 갖다가 공동체운동으로 오게 된 셈이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대안학교 과정이 있었지만, 고등과정을 졸업하고 대안적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실험의 장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삶에 대해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뜻에서 몇몇 친구들과 청년공동체 ‘별에별꼴’을 만들었다.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공간, 우리가 갈 수 있는 공간을 찾느라 많이 돌아다녔다.

와보라고 하는 곳은 많았지만, 막내로서 뭔가를 해야 한다거나 귀촌하려면 5년 정도는 엉덩이 무겁게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자유롭게 실험하고 싶고 나의 한계도 맛봐야 하고 필요하면 떠날 수도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는 건 아니지만, 그런 이야기들은 답답하고 압력처럼 느껴지던 찰나에 가톨릭농민회에서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내주어서 충남 금산의 폐교에서 시작하게 됐다.

당시에는 나와 친구들이 청년이었고, 우리를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청년공동체를 표방했지만, 지금 어떤 마을을 만드는 상상을 한다면 청년을 고집하고 싶진 않다. 그게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이라는 키워드를 계속 가져가는 건 지금 시대 청년들이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하고 꿈을 펼치는 데 어려움이 많이 있다는 걸 얘기하고 싶어서다. 요즘에 청년들을 대상으로 지원과 활동이 많이 이루어지지만, 어떤 특정 일부분이 아니라 삶 전체에서 균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거기에 초점을 두면서 넥스트젠NEXT GEN(Global Ecovillage Network) 활동을 하고 있다.

민지홍 ⓒ한국생태마을공동체네트워크회의

 

 

넥스트젠은 글자 그대로 글로벌네트워크다. 국내에서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

 

민지홍) 별에별꼴을 준비하면서 국내의 여러 지역을 찾아다녔는데 뭔지 모를 답답함이 있었다. 마침 지원사업에 선정돼서 남인도 오로빌, 태국 아속공동체와 푼푼 등 아시아 생태 공동체들에 다녀왔다. 좀 더 큰 개념으로 접근하면 우리에게 필요하고 적합한 요소를 볼 수 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해외 생태마을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2014년에는 처음으로 별에별꼴에서 4박 5일간 생태마을디자인캠프를 열었다. 그때 각지에서 모인 청년들에게도 어떤 갈급함이 있었던 것 같다. 이런 모임이 좀 더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2015년에 넥스트젠코리아를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활동의 중심에는 교육이라는 키워드가 늘 있었다. 청소년기 시절에 받았던 교육의 현실과 주체적이지 못했던 내 모습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넥스트젠코리아와 넥스트젠에듀케이션은 지속가능한 삶, 대안적 방식을 꿈꾸는 청년들이 모이는 공간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함께 이야기 나누고, 성장하고 싶은 마음으로 교육 활동들을 하고 있다. GEN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해외에 있는 교육의 정보나 자원들까지 세계적인 흐름으로 나누고자 한다.

 

무대가 넓어지는 만큼 새롭게 발견하거나 다르게 볼 수 있는 지점들이 있을 것 같다.

 

민지홍) 공동체 탐방을 갔을 때 가장 크게 가졌던 질문은 ‘청년들이 모인 공동체는 어떻게 지속 가능한가’였다. 물론 공동체 모두의 리더십이 없으면 안 되지만. 한국에서 본 공동체는 종교공동체이거나 확실한 리더가 있었다. 청년들만 모인 우리는 어떻게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었고, 여기에 대한 해답을 명쾌하게 얻진 못했지만 그래도 이런 저런 다양한 형태와 종류의 공동체가 있고 우리도 공동체일 수 있구나 라는 안도감을 가질 수 있었다. 한국 사회는 왠지 모르지만 고유한 ‘나’를 느끼거나 표현하기 어려운 사회인 것 같다.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고 더도 덜도 아닌 평범함을 지키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어딘가 이상하고 다르거나 독특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은 소외감을 느낀다. 그러나 시야를 넓혀서 보면 모두가 다양성의 한 부분이다. 주변에 대안학교를 졸업했거나 혹은 다른 길을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기회가 되면 해외에 나가보라고 권한다. 세계적인 시선과 감각으로 보면 이해의 폭이 넓고 문제의 해결 지점도 다양하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생태마을네트워크회의&잔치는 어떻게 준비하게 됐나?

 

임진철) 공동체운동에서는 명실상부한 대표성을 담보하는 조직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개별 공동체 자체가 자기완결적 성격이 강한 데다 워낙 열악하기도 해서, 다 같이 모여서 회의하고 의사결정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대표 체계를 두는 대신 1년에 한번 회의와 축제를 결합한 방식의 컨퍼런스를 열기로 하고 한국생태마을공동체네트워크회의를 꾸리게 됐다. 주제에 따라 집담회 그룹을 다섯 개로 나눴다, 각각 독립생태마을공동체 그룹, 지역공동체/전환마을 그룹, 종교영성공동체 그룹, 문화예술 공동체그룹, 적정기술 그룹이다.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열 계획이다.

 

임진철 ⓒ한국생태마을공동체네트워크회의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참가했다고 들었다. 마을,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이라 볼 수 있을까?

 

임진철) 생태학적 위기가 심각하니 녹색운동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한다 해서 사람들이 모이는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당장 자신의 문제와는 너무 먼 얘기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100세 시대가 되었다. 85세까지는 돈 있으면 견딜 수 있는데 이후에는 노인성질환도 많아지고 심한 사람은 요양병원 침대에 누워 살거나 휠체어를 이용하면서 아주 친밀한 사람들의 부축과 돌봄을 받아야 한다. 그 나이가 되면 부부 중 누군가 먼저 세상을 떠날 것이고 자녀들이 책임지고 돌보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 공동체 내에서는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취사나 육아 등을 공동으로 하기 때문에 그 노동에 들어가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따라서 그만큼 잉여 노동력이 생긴다. 그 잉여노동력을 통해 축제나 잔치를 자주 열 수도 있고, 아프고 어려운 사람에 대한 보살핌이 가능하다.

 

고령화 사회에 노후 문제가 심화되는 것이 공동체운동이 확장되는 조건이 된다고 보는 것인가.

 

임진철) 그렇다. 85세 이후 사회에서는 보험을 들고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3세대 공감마을을 만들어서 할머니와 어린아이와 반려동물이 함께 텃밭에서 뒹굴고 노는 구조를 만드는 게 가장 이상적인 노후대비임을 강조해왔다. 생각해보면 가령 나이 드신 분들이 돈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50평 집에 살 필요가 없지 않나? 그럴 능력이 있으면 집을 두 채 지어서 한 채는 공동체에 기증하라고 한다. 공동체에 여유분의 집이 있으면 젊은 교사나 예술가, 적정기술 장인, 청년들을 초빙해서 공동체를 살뜰하게 잘 가꾸어갈 수 있다. 이렇게 젊은이들이 함께 살면서 아이도 낳아 기르면 생태마을(공동체)은 자연스럽게 3세대 공감(융합) 마을이 된다.

최근 문화나눔단체 <사색의 향기>가 충남 홍성 지역에 35만여 평을 공동구매해서 100세시대 고령화사회에 걸맞는 대안공동체마을을 조성하고 있다. 그 핵심 컨셉이 ‘도농교류융합형 3세대공감마을’인데 앞에서 이야기한 문제의식들이 촘촘히 들어있다. 산업화로 인해 대가족공동체와 농촌 마을이 붕괴되어 핵가족화와 세대간 단절 소외현상이 일어났는데, 이를 문화적 대가족공동체와 3세대공감마을로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살림도 충북 괴산에 생태마을공동체를 조성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 비슷한 사례들이 우후죽순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100세시대 고령화사회에 대응하면서 네오농업문명사회의 도래에 부응하는 마을의 재구축과 재창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가 생각하는 공동체에 대한 상은 조금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민지홍) 지금 제 또래나 더 어린 친구들에게는 고향이 없다. 자의든 타의든 살면서 여러 번 이동하며 생활해왔고, 농경문화에 대한 경험이 없을 뿐더러 땅이나 흙에 연결감을 갖지 못한 세대다. 스스로 유목민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렇듯 공동체성이나 마을 같은 개념들이 체화되지 않은 속에서 분리감이나 불안감이 커졌고, 그런 문제의식을 가진 친구들이 지금 생태마을, 공동체, 대안교육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마을을 가꾸는 것도 중요할 수 있지만 그보다 더 필요한 건 공동체성이나 연결감을 회복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있는 이 자리, 어쩔 수 없는 이 환경에서 당장 마을을 만들거나 그런 마을에 들어가 살 수 없다면 내 주변에서 나의 마을, 나의 커뮤니티를 구성할 능력을 가져야 한다. 그러려면 연결성을 다시 찾아야 한다. 자연과의 연결감, 사람과의 연결감을 갖는 것을 연습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 지금 넥스트젠에서 하는 생태마을디자인교육과정에는 기본적으로 생태마을을 디자인하는 툴이 있지만 그건 큰 개념이고, 작게는 내 삶 자체를 하나의 생태마을로 보는 거다.

세계관, 사회, 생태, 경제 이 4가지 요소들이 균형적으로 발전할 때 건강한 생태마을이라고 하는데, 이를테면 그 요소들을 내 삶에 적용시켜 볼 수 있다. 생태마을에 살든 도시 아파트에 살든, 사실 나는 다양한 레이어의 커뮤니티 안에 속해 있다. 그런 걸 잘 보고 구성하고 조절할 줄 아는 능력을 기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런 개인들이 모였을 때 생태마을을 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또한 그런 개인들이 모였을 때 중요한 것이 의사결정과 합의의 기술인 것 같다. 사회적으로도 민주적 소통과 의사결정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작은 단위에서 참고할 만한 방식이 있을까.

 

민지홍) 2015년에 젠아시아네트워크에서 의사소통 관련 포럼을 한 적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선애빌에서 사용하는 화백회의를 소개했다. 신라시대에 나라의 중요한 사안을 결정할 때 사용했던 회의도구이고, 만장일치가 될 때까지 계속 의견을 수정하고 좁혀서 합의해가는 방식이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과정이었고 선애빌에서도 중요한 사항만을 화백회의에 안건으로 올린다고 했던 것이 기억 난다. 공동체에서는 많은 의견 조율과 회의를 필요로 한다. 요즘 유럽의 생태마을공동체에서도 소시오크라시라는 민주적 의사결정, 토론 방법들이 소개되고 있다. 소시오크라시 역시 모두의 동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의견을 수정해가며 합의하는 방식인데 모두가 소외되지 않고 빠른 속도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회의를 진행하는 퍼실리테이터의 능력이 중요하다.

 

임진철) 지금껏 본 중에는 인디언의 세 바퀴 토론이 가장 쉽고 편한 방식 같다. 세 번을 돌면 웬만한 문제가 다 결정된다. 단, 한 사람이 한 번에 3분 이상을 얘기하지 못한다는 등의 원칙은 있어야 한다. 의사결정 단위의 규모와 범위가 커지고 넓어지면서 다수결로 갈 수밖에 없는 조건이 생겨났지만, 공동체에서는 가능한 설득과 조정을 통해 합의제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

인디언 사회에서는 범죄를 저질렀거나 어떤 사람으로 인해 공동체에 문제가 생기면 마을 사람들이 원형으로 모여 앉아 쭉 돌아가면서 그 사람이 잘했던 점, 훌륭한 점만 얘기해준다고 한다. 비록 잘못을 했지만 장점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인식하게 하면서 한계와 오류를 가진 사람도 품어 안는 공동체를 키우기 위해 오랫동안 쌓아온 지혜일 것이다. 그런 공동체적 지혜와 기술이 앞으로 많이 발전할 것으로 본다. 참새에도 오장육부가 있듯이 마을 하나를 만드는 데 국가를 만들 만한 에너지와 역량이 필요하다. 작은 단위의 공동체에도 세상사의 모든 이슈가 다 들어있기 때문에 수백 가지의 분야별 지혜와 기술이 축적되고 교육될 필요가 있다. 대안대학들이 많이 생겨나고 그런 지혜와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공동체를 순회하면서 점차 확산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넥스트젠

 

 

놀이나 예술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이번에도 공연과 놀이마당 있었고, 오픈 세리머니였던 공동체 춤도 인상적이었다. 그런 몸짓과 동작, 흥과 신명이 공동의 감정이나 의식을 고양시키는 측면이 큰 것 같다.

 

민지홍) 특히 넥스트젠 친구들은 서클댄스라고 하는, 둥글게 원을 만들어서 추는 공동체 춤을 좋아한다. 서로 손을 잡고, 잠시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귀를 열어 주변의 소리와 감각들에 집중해보고 음악에 맞춰 단순한 동작들을, 혼자 따로가 아닌 주변과 어울리게 움직이는 이 춤을 추고 있으면 대지와 깊이 연결되고 에너지가 차오르는 충만감을 느낀다. 일상에서도 이런 지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내가 느꼈던 슬픔과 아픔들이 치유되는, 명상 같은 시간들이다.

 

그런가 하면 적정기술 그룹의 참여도 눈에 띄었는데, 공동체의 자립, 자급에 특히 기술은 중요한 부분일 것 같다.

 

임진철) 적정기술그룹의 참여를 제안한 황대권 선생의 경우 적정기술 실용화에 관심이 많다. 생태마을이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사람답게 살려면 자연과 조응하는 적정기술을 통해 자급자족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인데, 생태마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공감한다. 요컨대 고도성장 자원수탈형 문명에서 적정성장 자원순환형 문명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인간의 삶의 기반인 지구생태계조차도 위태롭다는 것을 알기 시작한 거다.

생태마을운동은 오래된 미래인 마을을 다시 복원하고 재창조해나가자는 것이다. 그 복원과 재창조의 방법은 인류의 지혜와 전통을 토대로 자본주의 상품경제가 외면한 모든 요소들을 끌어들여 자본주의 안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자립적 경제사회공동체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거기에 적정기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일본에서 선풍을 일으켰던 산촌자본주의 담론책이 있는데 국내에는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이 책이 제시하는 ‘산촌자본주의’와 생태마을운동의 문제의식 사이 공통점이 많다. ‘산촌자본주의’는 간단히 말해 돈에 의존하지 않는 서브시스템을 재구축해두자는 사고방식이다. 예전부터 인간이 가지고 있었던 휴면자산을 재이용해서, 가령 돈이 부족해져도 물과 식량과 연료를 계속해서 손에 넣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자산인 숲이나 인간관계 등이 돈에만 의지하는 생활보다 훨씬 안전하고 안정된 미래를 보장한다는 생각이다.

 

ⓒ한국생태마을공동체네트워크회의

 

 

생태마을이라고 했을 때 자연히 농촌 지역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번에는 서울의 마을공동체에서도 여러 분들이 참여했다. 특히 최근 마을공동체에 대한 지원과 제도화 흐름도 있는데 공동체운동이나 전환마을운동의 확산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시는지.

 

임진철) 정부 주도의 마을만들기, 민간과 정부가 협력해서 전환마을을 만드는 일, 독립생태마을(생태공동체)을 만드는 일 모두 필요하다. 독립생태마을의 경우 멤버십이 중심이 되어 독자적인 자체 모델이나 문화를 만들어보는 등 다양한 실험을 해나간다면, 전환마을의 경우는 기존 마을을 탈바꿈과 재도약의 방식으로 전환하는 일이라서 기존 마을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할 일들이 많다. 이때 행정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원을 핑계로 민간의 자율성과 자존감을 통제하거나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세 가지의 마을만들기 유형이 공존하면서, 민간과 정부간 협치거버넌스의 원칙을 세워 경우에 따라 상호 협력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런 다양한 흐름 속에 네트워크가 꾸려지고 선언문도 발표한 것은 큰 성과다. 이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

 

임진철) 앞서 국가와 제국의 시대에서 지방분권주의로 이행해 왔다면, 이제 마을주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사회를 재조직해야 한다는 마을주의자들이 사상·이론·방법 체계로 사유하기 시작한 단계로 왔다고 본다. 마을주의자라 해서 마을과 마을운동만을 가지고 모든게 된다고 보진 않는다. 마을주의 관점에서 사회경제 시스템의 원리를 재정립하고, 지방자치제와 국가도 리모델링되어야 하고, 유럽연합 같은 지역블럭공동체도 만들어져야 하고, 글로벌마을네트워크로서 세계정부의 이상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논의를 바탕으로 국가주의자들과 논쟁도 하고, 국민적 이슈를 일으키는 담론이 나올 수도 있다. 아직 꿈같은 이야기지만,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의 1만 개 생태마을(독립/전환)과 1천 개의 마을공화국공동체건설운동이 시동되어야 한다고 본다.

광장에서 한 사람이 춤을 추면 미친놈이라 하고, 둘이 추면 힐끔힐끔 쳐다보다가, 셋이 추면 하나둘씩 합류하면서 순식간에 같이 추게 된다. 지금은 쳐다보며 주목하기 시작한 단계다. 몇몇 공동체들의 경우 자체 내에서 기본소득제 실험을 하는 등 미래 대안사회의 소프트웨어와 각종 적정기술을 삶 속에서 축적해내고 있다.

먼저 언급했듯 앞으로 무엇보다 간병과 돌봄 문제가 대두될 것이다. 그래서 군이나 읍 단위에서 관이 투자하고 주민들이 출자하는 요양병원협동조합을 만들어서 동네주민들이 그룹지어 문병을 간다거나 노노케어방식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고령의 중증환자들을 케어하는 모델 등을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생태마을, 전환마을이 운동으로 존재하는 것을 넘어 삶으로 존재하도록 만들어야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이번 축제에서 보았듯이 그 맹아들이 자라고 있고, 새로운 사회의 모델이 그 속에서 나올 것이라고 본다.

 

넥스트젠도 그중 하나일 수 있겠다. 그리고 꼭 멀리 내다보는 게 아니라 지금의 활동에서 갖는 각자의 기대와 욕구도 있을 것 같다.

 

민지홍) 최근에는 ‘있ㅅ는잔치’라는 행사를 정읍에서 가졌다. 제노아GENOA, 오세아니아&아시아 생태마을네트워크에서 만드는 대화모임인 ‘Emergence Convergence’와 함께 진행했는데, 지금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이야기를 함께 모여서 대화 혹은 다양한 표현 방식으로 열어보는 모임이다. 이번에는 크게 ‘배움과 성장’이라는 주제로 기획했는데, 기획 단계에서 우리가 앞으로 어떤 배움과 성장을 바랄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생태, 영성, 혁명(실천)’ 세 단어가 나왔다. 이 지구와 우주를 포함해서 지속가능한 삶을 살 수 있는가, 내 안에서 그리고 타인에게서 그리고 만물에서 신성함을 찾을 수 있는가, 이 모든 것들이 내 삶의 작은 부분부터 시작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이 키워드를 가지고 아시아의 친구들에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우리의 것을 찾다가 ‘동학’이라는 옛 지혜를 발견하게 되었다.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마다 함께하는 친구들과 같이 공동의 기대와 개인의 기대를 공유하고 확인하는 작업을 하는데, 가령 이번에는 그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 어느 누구도 소외당하지 않고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나눴으면, 사랑이 넘치는 잔치였으면, 스스로가 성장하고 배우는 시간이었으면 하는 것들이었다. 이런 기대와 바람들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스스로의 배움과 성장, 그리고 우리가 바라는 것들을 자신의 일상에서 소소하게 녹여내고 싶은 마음을 강하게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숲과 다양성이라는 키워드를 마음에 두고 있다. 2020년의 프로젝트로 친구들 열 명과 산을 사서 숲을 가꾸며 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웃음) 땅은 정말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앞서 말씀하신 대로 노후 걱정 없이 서로 돌보며 지낼 수 있는 공동체의 상에도 공감하지만 아직은 배우고 실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 과정에 있는 것 같다.

 

임진철) 청년들의 경우 기존 공동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상대적으로 안정된 형태에서 실험을 계속 하면서 공동체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예전의 공동체는 4-50대가 주축이었다면 지금의 생태마을공동체기획은 노장청이 함께 출발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든다. 생태마을(생태공동체)은 굉장한 통합적 접근과 많은 내공과 자원이 필요하기에 기회비용이 많이 든다. 그러기에 앞선 선배들이 걸었던 시행착오와 실수를 반복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청년들과 노장세대가 같이 3세대 세대공감마을 기획으로 갈 때 지속가능하고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단 청년들의 정체성과 자율성, 실험성과 자유로움을 보장하는, 이를테면 ‘따로 또 같이’ 같은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모심과 살림 9호(2017 여름)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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