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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호] 사회연대경제의 삼위일체
2017-02-07 11:21:00

사회연대경제의 삼위일체

가치, 법적지위, 실천:

또는(or)이 아닌 그리고(and)의 역동성

 

위그 시빌 Hugues Sibille

번역 김신양 모심과살림연구소 연구위원

 

 

 

이 글은 프랑스 사회연대경제의 싱크탱크 조직(Le labo de l‘ESS)에서 2016년 9월 22일에 발행한 소식지의 칼럼으로, 필자 위그 시빌은 이 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다. 위 단체는 프랑스 사회연대경제 부문의 거의 모든 단체와 활동가 및 전문가들이 모여 사람과 환경을 존중하는 경제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며 사회연대경제의 홍보 및 사회적 인정, 상호 교류 및 성찰과 공동행동을 하기 위해 2010년에 설립되었다. 본 칼럼은 프랑스 사회연대경제최고위원회에서 채택한 「사회연대경제기업의 좋은 실천을 위한 가이드」 발간을 기념으로 현장의 조직과 활동가들에게 당부하는 제언의 성격을 가진다.

이 가이드는 프랑스의 사회연대경제최고위원회(CSESS)가 2016년 6월 14일에 채택한 것으로, 사회연대경제기업이 지속적으로 질적인 향상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래서 어떤 모델이나 목표를 제시하기보다는 스스로 발전할 수 있도록 성찰하고 계획을 세우기 위해 필요한 질문을 던진다. 가이드에서는 아래 6가지 주제를 다룬다.

 

1. 민주적 지배구조의 실질적인 양식

2. 기업 전략 수립을 위한 협력

3. 경제활동과 일자리의 지역화

4. ‌노동자 정책과 사회적 모범, 직업훈련, 연단위협상의 의무, 작업장 보건 및 안전, 일자리의 질

5. 이용자와의 관계 및 충족되지 않은 주민의 필요에 대한 해결

6. ‌다양성, 차별 철폐, 직업평등 및 임원 구성의 측면에서 남녀 간의 실질적인 평등에 대한 기업의 상황

 

이 가이드는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20개 조직에 시범적으로 적용한 후 보완할 예정이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모든 조직은 2016년 12월까지 적용한 결과에 따른 평가와 제안을 제출하여 가이드를 보완할 것이다. 이후 이 가이드는 2017년 6월부터 피고용인 250명 이상인 사회연대경제기업에 적용될 것이며, 2018년부터는 전체로 확대 적용된다. (역자 주)

 

 

 

사회연대경제는 법적 정의나 법 조항이 아니다. 그것은 과정이자 역동성이며 가치, (법적)지위, 실천이라는 세 지점 간의 긴장관계이다. 사회연대경제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경제이기에 이 세 가지는 절대 그냥 얻어지지 않는 법이다. 이런 점에서 사회연대경제는 대안적인 낙원도 아니고 일부가 생각하듯 꼬뮤니즘도 아니다. 그것은 현실적인 유토피아로 향하기 위해 매일 매일 가치/지위/실천의 일로 만들어진다. 사회연대경제는 가파른 능선과 같은 길이다. 하지만 가치와 유토피아를 버리고 진부화되거나 현실의 제약을 고려하지 않고 사라지는 일을 피하며 즐겁게 걸어갈 때 그것은 고귀한 길이 될 것이다.

 

사회연대경제에 있어 가치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가치가 그 길의 나침반이 되기 때문이다. 사회연대경제는 단지 경험의 나열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 전환 프로젝트가 되어야 하고 미래를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사회연대경제기업은 그 프로젝트를 항시 되짚어보아야 한다. 사회연대경제의 핵심 가치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의사결정에 참여하여 토론할 수 있도록 하는 민주주의의 가치이고, 두 번째는 사회불평등에 저항하며 사회관계와 우애를 창조하는 연대의 가치이다. 하지만 가치를 확인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것을 정관에 담고 보여줄 수 있고 확인할 수 있는 실천으로 구현해야 한다. 사회연대경제는 또한 자본이 아닌 사람들의 법인이며, 경제의 정글이 아닌 조절에 의거하는 법인이다. 오랫동안 사회적경제는 사람들의 모임인 결사체(association), 협동조합(cooperative), 공제조합(mutual)과 같은 지위만 앞세우며 실천에 대해서는 별로 고민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사회적기업가들이 “지위가 미덕은 아니다”라는 슬로건을 퍼뜨리기도 했다. 그들의 말이 옳다. 하지만 그들에게 ‘(사회연대경제에 적합한) 지위가 없다는 것 또한 미덕이 될 수 없다’고 반문해야 할 것이다. 현재 발전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공유경제(collaborative economy)라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만약 궁극적인 목적이 결국 이윤일 뿐이고 정관에 따른 지배구조가 자본의 지배라면 ‘공유’라는 말은 눈속임에 불과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최근 사회연대경제최고위원회에서 채택한 「사회연대경제 실천 향상을 위한 가이드」는 작은 혁명이라 할 수 있다. 덕분에 지위의 수호자인 구세대와 좋은 실천의 옹호자인 신세대 간의 대립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 훌륭한 작업을 환영하며 그것을 확산하고 실행하는 주체가 될 것이다.

 

그러나 사회연대경제의 가치/지위/실천이라는 세 과제를 실현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작업이 남아 있다. 그중 세 가지를 들자면 숙의민주주의, 다중이해당사자 구조, 사회적 영향력 평가이다.

 

숙의민주주의

 

선거 중심의 정치민주주의는 현재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으나 사회연대경제 또한 아직도 이 낡은 19세기의 모델에 의거하고 있는 실정이다. ‘1인 1표’라는 원칙을 전파하는데, 그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아니, 바로 그 1인1표가 문제이다. 총회에서는 토론도 없이 결정사항을 채택하고, 자기가 알지도 못하는 지도자들을 뽑는 척한다. 그게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까? 물론 선거 원칙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거기에 가치와 토론의 실천을 수반해야 한다. 또한 총회에서 회계보고를 승인한다는 것은 우리를 둘러싼 세상의 변화를 성찰하고 우리가 그러한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지 성찰하는 과정이다.

 

다중이해당사자 구조

 

사회적경제는 정치적·법적으로 단일이해당사자 모델에 의거하여 만들어졌다. 모든 권한이 임금노동자에게 또는 고객/소비자에게 혹은 농업생산자 등에게만 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이해당사자 간의 대화와 연맹과 파트너십과 공동건설의 사회로 들어섰다. 이런 점에서 사회연대경제의 권리와 실천은 빨리 변해야 한다. 이는 또한 자본기업과 차별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들은 이해당사자들(stake-holders)을 고려한다고 홍보하지만 실제 모든 권한은 자본의 크기에 따라 주주(share-holder)에게 있다. 공동체이익협동조합(SCIC) 모델은 좋은 첫걸음이 되었고 우리는 더 멀리 갈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와 지역과 환경운동가들을 아우르는 농업협동조합은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까? 임금노동자가 지배구조에 포함되지 않는 보건복지단체는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까? 그러니 함께 만드는 회사의 실천과 지위를 서둘러 발명하도록 하자.

 

영향력 평가(민주적, 사회적, 생태적, 집합적 운영)

 

사회연대경제가 약속한 것을 지켰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가치와 지위와 실천의 효과를 알려야 한다. 좋은 실천을 위한 가이드도 이런 의미에서 발간되었다. 이 운동을 확대하자. 특히 함께 만든 간단한 측정도구에 대해 연구해보자. 이를 통해 우리가 바라마지 않는 사회적 변화의 효과를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영향력 평가는 가치 및 다중이해당사자 구조와 연결되어 있다. 민주주의의 혁신은 효과를 낼 것인가? 그렇다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지역경제협력분과’에서 함께 일할 때 지역사회에 어떤 효과가 생기는가?

 

결론은 ‘또는(or)’의 문화에서 ‘그리고(and)’의 문화로 이동하자는 것이다. 더 이상 가치와 지위와 실천 중 선택하지 말자. 모든 것은 ‘그리고’의 역동성에 달려 있다.

 

 

 

* 『모심과 살림』 8호(2016)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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