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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공동체 일을 하면서 (윤희진, 1992)
2015-01-02 16:43:00

 

* 『녹색평론』1992년 1·2월호 통권 제2호에 실린 글입니다.

 

내가 한살림공동체와 인연을 맺고 한살림 일을 해온 지도 벌써 5년이 다 된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서울에 한살림 쌀가게(?)를 낸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 기쁜 마음으로 일을 시작하였다.

 

고향이 시골인 나에게 4년 동안의 도시생활은 정말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늘 보던 파란 바다와 하늘을 볼 수도 없고 까만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들도 만날 수 없었다. 조용한 한밤중 멀리서 들리던 개짖는 소리 대신에 쌩쌩 달리는 자동차 소리의 급박함과 거리를 가득 메우는 시끄러운 음악소리는 늘 나를 불안케 하였다. 언젠가는 이 도시를 떠나리라 다짐하였다.

그러나 막상 고향으로 내려가자니 내가 할 수 있는 일거리가 명확하지 않았다. 그런 고민 중에 한살림 쌀가게에 들어가면 자주 시골을 내려갈 수도 있고 시골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살림은 우리 사회에서 새로운 운동을 담지하는 새로운 운동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역사의 절박한 문제로 등장한 환경문제나 공동체 파괴에 대한 대안들을 구체적인 일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함께 풀어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나의 작은 바람과 생각으로 한살림 일은 시작이 되었다. 

 

그러나 한살림 일을 하면서 부딪치는 어려움은 많았다.

우선 생각과 느낌이 일치하지 않는 점이다. 한살림 일을 하면서 맨 먼저 한 것이 생각을 바꾸는 일이었는데 바꿔진 생각이 또 생활 속의 느낌과 일치하지 않는 점이 문제였다. 그동안 일반적으로 우리의 사고를 지배하던 구조가 이분법적인 것이라면 한살림의 사고는 모든 사물을 전일적이고 유기적인 것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모든 사물과 나와의 관계를 살아있는 하나의 유기체로 본다는 것이다.

특히 자연과의 관계에 있어서 서구 산업사회의 논리에 따르면, 자연은 인간과는 별개의 독립된 것으로서 인간의 물질적 풍요를 위해 써먹거나 정복되어야 할 대상이었다. 그러나 환경문제가 심각하게 된 오늘의 현실에서 우리는 동양의 전통사회나 역사 속의 많은 인류가 생각해왔듯이 생명의 근원으로서, 어머니로서의 자연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도시에 살면서 어머니인 자연을 느끼기란 여간 어렵지가 않다. 어느 인디언 추장의 얘기처럼 한낮의 비에 씻긴 바람이 머금은 소나무 내음과 들꽃들로 향기로워진 바람을 우리는 사랑하고 싶지만 도시에서 우리 코끝을 스치는 것은 쓰레기더미로부터 불어오는 엄청나게 지독한 악취이다. 도시 속에서 아름다운 자연과 내가 하나된 느낌을 갖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인 것 같다. 단지 내 과거와 기억 속에서 아니면 도시를 벗어난 어느 곳에서 불어오는 맑은 바람 한 줄기를 통해서 나는 억지로 자연을 붙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정말 힘 빠지는 일이다.

 

한살림 일을 하면서 어려운 또 다른 점은 이 일이 규모가 커지면서 자칫하면 우리도 현실사회의 상품경제논리에 빠져 이윤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본의 아니게 또 하나의 환경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살림에서 공급하고 있는 유기농산물은 그것을 생산해낸 농민의 마음과 자연의 원리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그것은 단지 물품의 질과 가격으로 따져지는 하나의 상품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서 생산자의 거의 무한한 희생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물질적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데 이바지할 뿐일지 모른다. 유기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유기농산물의 생산기반이 확대되어 죽어가는 농토와 인간의 생명을 살려낼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유통과 소비과정에서도 유기적으로 자연의 협동?공생의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면 이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혁시켜 나갈 힘을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개인적으로 무공해 음식을 찾아 먹고, 합성세제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여도 우리가 마실 물은 골프장에서 흘러나오는 독성 농약과 공장에서 흘러나오는 악성 폐수로 원천적으로 더럽혀지고 있는데 우리의 생명이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인가?

 

이와 같이 한살림공동체 일을 해나가는 데 여러 가지 어려움과 부담들이 있는 것이 사실인데,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은 서로에게 많은 힘이 된다. 그리고 <생각하는 것>은 살아가는 데 너무도 중요한 일이다. 흔히 생각하는 것이 달라 함께 하던 일들이 무산되는 것을 보기도 한다. 앞으로 한살림 일을 해나가는 사람들과의 많은 교류를 통해서 어려운 문제들이 풀어지리라고 생각하며 한살림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그동안 해왔던 기본적인 몇 가지 일들을 정리해 본다.

 

 

(후략)

 

*전문은 첨부파일을 내려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 (左) 한살림 사무실(1991, 서울 일원동)   (右) 첫 번째 한살림장터(1992, 현 가을걷이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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