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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식 [살림의 새로운 길을 찾아서 ⑦] 마을기술로 에너지 자립을 시작하자
2016-12-28 11:49:52

 

마을기술로 에너지자립을 시작하자

현재 과학기술 삐딱하게 봐야...

작은손적정기술협동조합 안병일 이사장 

 


 

 

아산시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 위치한 공간에서는 연신 “이잉~ 이잉” 기계 소리가 들린다. 나무를 자르는 소리다. 공간 안으로 들어서니 오랫동안 사용한 가구와 새롭게 탄생한 가구가 가득하다. 공간 한 켠에는 직접 만든 난로도 있다. 이 난로는 석유나 전기를 쓰지 않고 공간을 따뜻하게 만든다. 아산시 작은손적정기술협동조합에는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자재가 갖추어져 있다. 이곳에서는 자본의 힘을 쫓아가는 과학기술이 아닌 일상에서 에너지 자립을 할 수 있는 ‘적정기술’을 연구하고, 직접 관련 제품도 만들고 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에너지와 식량, 주건 등 삶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자립기술과 자급마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오랫동안 충남 지역에서 진보정당 활동가로 일한 안병일 이사장은 스스로를 ‘적정기술에 미친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지역에서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기에 앞서 전문성을 확보하고자 2년 동안 바이오디젤, 고효율 난로, 천연페인트 등 적정기술을 알려주는 곳이 있으면 전국 어디든 다녔다. 참고로 그는 학교에서 얻은 폐식용유를 이용해 직접 바이오디젤을 만들어 3년 동안 자신의 차에 넣고 다녔다고 한다.

2년간 기술을 익힌 그는 지역내에서 대안에너지 워크샵을 진행하며 함께할 사람들을 모아 나갔고, 마침내 2013년 적정기술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당원들과 함께 에너지 자립을 실현하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당원들이 직업을 갖게 하고, 나아가 생활공동체까지 이어지는 것을 구상했다. 이제는 정당 활동 차원보다는 좀 더 확장하여 자급마을을 준비하고 있다. 그가 그리는 적정기술, 그리고 자급마을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 작은손적정기술협동조합 안병일 이사장

 

 

활동을 전환하다

 

모심: 지역에서 진보정당 상근활동가로 오랫동안 활동했다고 들었는데요, 정당에서 환경 관련 분야에서 활동하신 건가요? 그렇지 않다면 적정기술 분야로 활동을 전환한 계기가 있었나요?

안병일: 제가 민주노동당 활동을 했어요. 그 당시에 진보정당의 지역 정치활동 의제는 소위 중앙 정치이슈 중심이었어요. 지역에서 어떤 방식으로 정치를 해야 하는지 심도 있는 고민도, 분석도 없었어요. 지역에서 중앙정치를 했을 뿐이지 지역정치를 하지 못한 거죠. 이런 활동이 반복되었고, ‘운동의 위기’는 진보정치와 저 스스로를 힘들게 했어요.

2007년 즈음에 이것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고민을 한창 하던 시기였어요. 지역을 중심으로 한 정치 활동을 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당 내에서 공부하던 시기이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진보정치의 새로운 활로를 지역에서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죠.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분당 사태도 있어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성찰하는 계기도 있었구요. 2003년부터 정당 활동을 했는데 매년 똑같았거든요. 특히 지역에 기반한 생활정치와 지역정치는 너무 협소했고, 당원들과 함께 하는 거라곤 각종 회의와 집회 외에는 거의 없었어요. 당 활동은 당원의 일상생활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고, 당과 당원은 분리되어 있었죠. 그래서 ‘아!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라는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된거죠.

 

모심: 그동안 활동하던 걸 잠시 놓고 고민을 시작하신 거네요.

안병일: 저는 체질상 정치활동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있었고, 오히려 그것을 열심히 하는 게 정당 활동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어요. 그래서 다른 당원들에게 계속 설득하면서 당의 주요 직책을 내려놓으며 준비를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지역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어요. 오랫동안 지역에서 활동해온 터라 하나하나 분석해보니 환경, 복지, 빈곤 같은 전문 분야는 이미 관련 단체가 다 있더라구요. 그런데 에너지 분야가 없었어요. 그래서 “이거다!” 한거죠.

에너지와 관련된 활동을 몇 곳이 하고 있었지만 에너지를 만드는 일을 하는 곳은 없었어요. 그때 “에너지를 만드는 것으로 승부를 걸어야 겠다. 그러려면 실력이 있어야 한다”라고 생각한 거죠. 활동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전문성을 갖지 않으면 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무작정 필요한 기술을 배우기 위해 2년 동안 여기저기 다 쫓아다녔어요. 새벽에는 떡 배달하고, 낮에는 당 활동을 하면서 시간을 만들어 여기저기 배우러 다녔던 거죠. 바이오디젤, 태양광, 태양열과 같은 기술을 배웠답니다. 2년 동안 배운 뒤 “이 정도면 되겠다” 판단을 하고 당 내에서 사람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에너지에 미친 모임을 만들자’라는 목표로 사람들을 꾀기 시작했어요. 당 사무실에 바이오디젤 만드는 장비를 설치해서 차에 바이오디젤을 넣어줬어요. 그러자 관심 있는 사람도 생겨난 거죠.

 

모심: 다른 글을 보니 ‘적정기술에 빠졌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요, 적정기술도 분야가 많잖아요. 그 중 어느 분야에 푹 빠졌나요?

안병일: 답 하기 어렵네요. 다 빠졌거든요. (웃음) 적정기술은 기술적 분야로 하나를 정하기 굉장히 어려워요. 초기에는 바이오디젤에 빠졌다가 점차 태양열 온수기, 태양열 온풍기, 로켓스토브와 화목 난로, 비전력 펌프 등 생활에 관련된 모든 적정기술로 확대되어 갔어요. 삶을 유지하는 모든 요소에 필요한 기술들은 적정기술로 다시 해석하고 만드는 것은 너무나 다양해요.

 

모심: 그럼 활동하시던 정당과 함께 하는 적정기술 사업도 있나요?

안병일: 당 사업은 아니고 당원들과 함께 LED를 만드는 장애인 사업단을 준비하고 있어요. 장애인들이 야간에 이동할 때 교통사고 위험이 매우 높은데, 이때 필요한 LED 조명과 LED 안전용품을 만드는 사업이에요. 자활할 수 있는 사례를 만들어 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 아산에 위치한 작은손적정기술협동조합 작업장 입구

 

 

삐딱하게 과학기술 보기

 

모심: ‘오만한 과학기술이 아니라 삐딱한 적정기술이 필요하다’라고 쓴 글이 인상적이었어요. 현재 과학기술의 문제를 적정기술을 통해 변화시키고 싶다라는 의미로도 생각되구요. 적정기술의 어떤 부분이 과학기술의 문제점과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보았나요?

안병일: 아, 처음에는 잘 몰랐어요. (웃음) 제가 정당 활동을 했잖아요. 머리로는 세상을 다 바꿔요. 그런데 나의 현장, 자기 삶은 못 바꾸는 진보정치는 좀 아닌 것 같아요. 에너지 분야는 조금만 실력을 갖추면 자신의 삶도, 당원들의 삶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적정기술은 이런 것이야’라고 이론적으로 정립되지는 않았지만 전국의 에너지 활동가들과 뜻을 모아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면서 모두가 합의한 내용이 있어요.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로 이어지는 현재의 산업사회에서는 인간소외와 자연에 대한 일상적인 파괴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고, 자본주의화 된 과학기술이 그렇게 만들었다는 겁니다. 기술은 독점되었고 독점된 정보가 돈으로 환산되는 것이 현재 과학기술의 또 다른 얼굴인거죠. 이런 점을 거부하면서 적정기술 운동이 형성된 것이라고 봐요. 그리고 인간에 대한 불평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서 적정기술이 나왔어요. 산업사회로부터 소외된 계층의 삶을 개선하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그들의 삶과 문화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이 적정기술이라는 거죠.

지역으로, 마을로 들어가야 할 기술은 지금의 과학기술로는 안 된다, 포기할 건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우선 지금까지의 불평등한 사회를 만들어 온 과학기술에 대해 다시 되돌아봐야 한다는 의미인거죠. 그래서 과학기술을 삐딱하게 보는 것이 필요하다 라고 말한 겁니다. 과학기술 자체를 거부하는 건 아니구요.

 

모심: 지역과 마을로 적정기술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혹시 그 지역과 마을을 농촌으로만 상정한 건 아닌가요?

안병일: 기본은 농촌으로 생각하고 있죠.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도시에서 삶을 유지해나가며 국가와 사회가 유지되고 있는데 그걸 부정할 수는 없죠. 지금 사회의 하드웨어는 도시잖아요. 그렇지만 사회나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하드웨어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라고 생각해요. 기존의 하드웨어에 의존한 채 살아가면서 사회를 바꾸기에는 상당히 많은 제약과 어려움이 있죠. 적정기술은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하는 기술이라 도시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는 할 수 있는게 별로 없어요. 아파트에서 뭘 바꾸겠어요.

 

모심: 아파트에서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어요. 그런데 이 공간에서 온풍기, 난로 등 설치하기는 너무 어려워요. 하지만 운동이 지속가능하려면 적정기술을 활용한 상품이 판매가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도시와의 접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도시와 접점을 만들어가는 부분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안병일: 적정기술 초창기 시절에는 도시는 아예 생각도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인류의 대다수가 사회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는 곳이 도시이고, 세상을 바꾸기 위한 사람도 도시에 살고 있기 때문이었죠. 옛날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이상 소비만 하는 도시인들에게도 적정기술이 접근을 해야 하며, 그래야 사회도 변화시킬 수 있는거죠. 적정기술이 자족적인 운동이 아닌 이상 도시에서의 활로를 찾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여져요. 물론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점이 많겠지만요.

예를 들어 적정기술은 기본적으로 스스로의 필요를 스스로 해결하는 사람, 즉 maker가 되는 것인데 도시인들에게 ‘당신이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건 도시인의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거죠. 농촌이야 마당도 있고, 시끄러워도 되지만 도시는 그게 불가능하잖아요.

결국 도시에서의 적정기술은 적절하고 윤리적인 소비를 선택하게 하는 기술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적정기술 제품이라 하더라도 도시 미관과 생활 스타일에 적절히 조화되도록 만들어야 도시인들이 관심을 갖거나 찾을 것이라고 봐요. 이런 의미에서 도시형 적정기술이 매우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 작은손적정기술협동조합 작업장

 

버려진 나무를 이용해 가구를 만들다

 

모심: 도시형 적정기술은 어떤 건가요?

안병일: 저도 몰라요. (웃음) (폐가구를 활용해 가구를 다시 만드는 과정을 가리키며) 저건 모두 도시로 가요. 차에 달 수 있는 미니태양열 온수기도 있겠네요. 도시 사람들이 캠핑을 많이 가니까요. 스스로 만드는 LED조명이 가장 대표적인 적정기술이라 하겠네요. 해외에도 큰 차이는 없어요. 하드웨어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고민하니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거죠. 도시형이 뭔지 모르겠지만 기술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을 찾아보고 있는데, 기술적 활용방법은 결국 전기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도시에서의 적정기술은 디자인과 성능, 규모를 고려할 수밖에 없어서 기술적 해결방법보다는 교육적 기능과 문화적 접근으로 도시인의 생활패턴에 변화를 주는 방향으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사라져가는 공동체를 회복하는데 필요한 생활기술과 공동체 에너지를 만들어 나가면서 공동체 구성원 스스로 선택하는 기술들이 도시형 적정기술이라고 볼 수 있겠죠. 실제로 성대골마을(서울시 동작구)이 이러한 시도를 하며 도시형 적정기술의 모범을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어요. 성대골에서 살고 있는 많은 자영업자와 상인들을 생활 공동체로 재구성하면서 에너지 자립과 전환마을을 기획하고 있지요. 우리가 살던 동네에는 웬만한 것은 다 있어요. 이걸 어떻게 엮는지가 도시에서의 적정기술의 과제라고 봐요.

 

모심: 성대골마을을 보면 적정기술이라는 것이 80년대까지만 해도 동네 곳곳에 있었던 거네요.

안병일: 그렇죠. 결국 마을이라는 공동체 현장이 필요해요. 저희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여러 적정기술 협동조합이 적정기술 관련 연구개발과 사업기획, 더욱 중요하게는 강사단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활동했었죠. 마을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었죠. 실제로 이런 목표로 열정적으로 교육활동을 진행한 결과 자기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사람을 100명을 양성했어요. 주로 귀농귀촌 하신 분들이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도시든 농촌이든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에 적정기술을 보급하려면 그 마을로 들어가 살던가, 그 마을사람을 강사로 만들던가, 반드시 적정기술 활동가가 반드시 필요해요. 또 사람만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니에요. 주민들이 필요한 것, 마을에 필요한 것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교육만 한다고 마을이 변화하지는 않아요. 실제 적정기술 교육한다면서 여러 가지 많은 제품을 만들어 왔는데 대부분 쓸모없는 폐기물이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건 좀 반성해야 할 부분이에요. 사용하지 않는 적정기술은 정말 아니거든요. 따라서 마을에서 삶을 나누고 실제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적정기술 교육과 제품이 나오도록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봐요. 결국 마을 속에서 공동체와 소통하며 삶을 나누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다는 얘기죠.

 

@ 적정기술을 배우는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난로

 

모심: 도시에서 적정기술을 적용하려고 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도 많을 것 같아요.

안병일: 대표적인 게 바이오디젤이죠. 바이오디젤을 만들 수는 있는데 넣을 곳이 없어요. 바이오디젤을 만드는 것은 아무런 제약이 없는데, 차에 넣거나 판매하는 게 불법이에요. 자기 차에 넣는 것도 불법이라는 판례도 있어요. 이러니 바이오디젤이 대중적으로 확산될 수가 없죠. 아파트 같은 집단거주시설에는 구들이나 화덕, 벽난로도 설치할 수 없어요. 아파트는 가스나 액체연료만 가능하고 나무와 같은 고체연료는 사용할 수 없는 게 현재의 법이랍니다.

물론 바이오디젤을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는 있어요. 우선 바이오디젤 전용 주유기가 있어야 하구요. 그 옆에 차량 정비센터도 있어야 되구요. 바이오디젤을 만들어도 경유와 8:2로 섞어야 하구요. 게다가 사전에 신고한 차량에만 넣을 수 있죠.

 

모심: 아예 하지 말라는 뜻 아닌가요? (웃음)

안병일: 일반 사람은 못 하는 거죠. 현재 법적으로는 서울시 강동구청에서만 가능해요. 지금은 퇴직하신 강동구청의 열혈 공무원께서 10여 년간 어렵게 노력하신 결과물이죠. 나무가스화 장치를 차에 부착할 수도 있는데 이것도 법적으로 안 됩니다. 목탄차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만든다 하더라도 타고 다니기 어렵죠. 또 도시에서 화목난로와 화목보일러는 미관 문제, 연기 문제 때문에 법으로 막혀 있죠. 유일하게 펠릿(나무를 작게 잘라 칩 형태로 만든 것)만 쓸 수 있어요. 하지만 아파트에서는 그걸 못 써요.

 

 

마을기술이 삶에 적용되는 진짜 현장이 필요하다

 

모심: 여러가지 법적 한계가 많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상하고 계신 현장형 적정기술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지역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안병일: 그 부분에 관해 사실 두 가지 걸리는 부분이 있어요. 첫 번째는 하드웨어를 관리해줄 사람이 마을에 없어요. 계속 돌아가는 기계는 언젠가는 고장이 나잖아요. 설치한 뒤에 관리를 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농촌에는 그걸 할 수 있는 젊은 사람이 없는 게 현실이에요. 그래서 적정기술 관련 활동을 하는 인력이 마을에 꼭 필요한 거죠. 그런데 마을은 고령화로 접어들어서 힘든 부분이 있죠. 아무튼 마을에 적정기술 활동가든 기술자든 사람이 있어야 에너지자립마을도 되는 거예요.

두 번째는 시설과 관련된 거예요. 대부분 지원금 신청해서 신재생에너지 시설을 하나 설치하면 끝이라고 생각해요. 마을에서 관리할 수 있는 규모여야 하죠. 큰 시설이 아닌 중간, 작은 것들도 있어야 한다는 얘깁니다. 예를 들어 태양광 패널도 큰 것 외에 마을에 필요한 작은 것도 있어야 하고 다양해야 돼요. 행정에서 적정기술을 받아들이려고 하지만 그 추진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아무리 얘기해도 알아듣지를 못해요. 적정기술을 그저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하거나 설치해주는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어요. 그래서 얼마 전부터 말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적정기술이 마을과 공동체에 너무나 필요한 기술이라는 점에서 마을기술로 부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거죠.

 

 

@ 선박용 컨테이너로 자연에너지 작은집 만들기

(사진_작은손적정기술협동조합 페이스북)

 

 

모심: 마을기술이라는 용어가 적정기술보다 더 명확한 것 같아요. 좀 더 구체적인 상을 그린다면 어떤 것일까요?

안병일: 마을은 도시처럼 거대하지 않습니다. 클 필요가 없다는 것이고, 집이든 에너지든 먹거리든 작은 규모로도 충분히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많죠. 그래서 화석연료 안 쓰고, 전봇대에서 전기를 안 끌어와도 살 수 있는 작은집을 만들고 있어요. 도시에서야 불가능하겠지만 농촌의 마을에는 마음만 먹으면 가능해요. 그래서 그 작은집에 모든 걸 적용해 보려는 거예요. 적정기술 교육도 생활 현장에 직접 접목하는 방식으로 바꾸려고 해요.

 

모심: 일본 건축가 나카무리 요시후미라는 분이 낡은 집을 개조해서 경사진 지붕에 빗물을 모으고, 물의 압력으로 풍력을 만들고 그 옆에 태양광을 달아서 에너지 자립하는 현장을 보여줬는데요, 일본에서도 관심을 불러 일으켰더라구요. 이런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안병일: 네. 그렇죠. 그런데 국내에는 그런 곳이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경남 산청 민들레 공동체에 대안기술센터가 있는데, 적정기술의 여러 요소들을 적용해서 지었죠. 여름에 자연냉방 하기 위해 건물뒤에 그늘벽을 만들어 환기통로를 만들기도 했고, 태양굴뚝과 크고 작은 창호를 이용해 자연환기 구조를 적용하기도 했어요. 오폐수 처리도 자연정화 방식으로 구현했어요. 우리나라 마을에는 실제로 이런 공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속불가능한 사회를 전환하는 방법

 

모심: ‘삶’, ‘현장’을 강조하시는데요, 적정기술이 일상으로 스며들 준비를 하는 가운데 걸림돌로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안병일: 삶의 공간은 불편하면 유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죠. 그런데 적정기술은 공장에서 찍어낸 제품이 아니라서 불편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적정기술은 불편하니까 감수하라고 말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구요. 따라서 삶의 공간에 적정기술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우선은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적도록 잘 만들어야 하죠. 잘 만들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이점이 적정기술 활동가의 역할을 말해 주는 것이에요. 그리고 삶의 현장에 바로 적용되도록 실용적으로 만들어야 하고, 디자인도 좋아야 하겠지요.

바로 이 지점이 걸림돌이라고 봅니다. 저를 비롯해 적정기술 활동가들 대부분이 4~50대 이고 체계적인 기술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아니거든요. 디자인도 딸리고 전문성도 딸리고 돈도 없고…. 그런 의미에서 청년 디자인 그룹과 적정기술에 가치를 가진 기업, 관심 있는 과학자와 교육자, 연구자들이 적정기술에 적극 참여했으면 해요. 그래야 뭔가 일이 만들어지거든요. 우리나라에서도 마을운동과 적정기술의 결합이 짜임새 있게 진행되었으면 좋겠네요. 현실은 그게 잘 안 되서 답답하고 혼란스러워요.

 

모심: 현재 혼란스럽고 답답하시지만… 좀 더 중기적인 목표로 한다면 어떤 적정기술이 구현된 사회를 상상하시나요?

안병일: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으로 먹거리와 에너지 등 마을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요소를 자급하는 사회에요. 마을에 들어온 시설과 기술을 공동체가 관리하지 못하거나 수리하지 못하면 결국 소비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거죠. 그래서 마을이 기술을 소유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마디로 마을에 필요한 에너지와 먹거리, 시설들을 스스로 생산하고 건설하고 소비가 순환되는 곳이죠.

 

모심: 자급마을이 한 순간에 만들어지는 건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해요. 에너지 자립, 자급에 대한 경험해야 관심이 생길 것 같아요. 한살림에서는 태양광 패널, 풍력발전기 만들기 워크숍을 진행했어요. 그런데 단발성으로 끝나서 아쉬웠어요. 도시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적정기술을 접하는 활동을 만들려고 하면 어떤 준비를 하면 될까요?

안병일: 좋은 질문입니다. 한살림은 생산자와 소비자 두 그룹이 있잖아요. 우선은 생산자 그룹하고 접목할 필요가 굉장히 높다고 봤어요. 시도를 한번 했었어요. 재작년인가 대전에서 한살림 활동가들이 모이는 자리에 초대되어 적정기술을 소개한 적이 있었고, 한살림 생산자대회에도 초대되어 전시체험 행사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한살림답게 적정기술에 대해 관심이 많은 분들이 꽤 있었어요.

화석연료와 전기에 의존해 유기농 먹거리를 생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넘어서려는 야심찬 기획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해요. 친환경 유기농 먹거리를 친환경 로컬에너지로 생산할 때 순환이 완성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쉽지만 워낙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아 이 시도를 못하고 있는 현실이죠. 바로 여기서 적정기술이 부분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는 아니더라도 바이오디젤, 자연냉난방, 화목난방, 생태단열, 비전력펌프 등 적용할 분야가 있죠. 그런데 엄두가 안 날 겁니다.

 

모심: 그 이유는 뭔가요?

안병일: 지금도 아무런 불편이 없는데 무모한 도전을 할 생산자가 많이 않을걸요? 그래서 우선은 한살림 차원에서 생산자들과 함께 생산 부분의 에너지 기반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전략을 추진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적정기술 에너지로도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죠. 한 살림이 그걸 안내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신중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사전에 치밀한 준비가 있어야 하고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야 해요. 잘못하면 농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죠. 만약 추진하게 된다면 충분한 준비와 교육, 기술적 검증과 완성도를 확인해야 하므로 중장기적 계획과 체계, 시간을 갖고 해야 된다고 봐요

 

모심: 많은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기는 해도 지향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안병일: 한살림에서 우리나라 농업 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도전적인 실험을 꼭 추진했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재작년에 완주에서 완주군 지원으로 화석연료를 쓰지 않는 하우스 냉난방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한살림이 주창하고 실천하고 있는 사상, 이론을 보면 이런 시도를 할 때가 되었어요. 아니 늦었어요. 에너지 분야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가치와 열정을 지닌 기술자들이 있거든요. 충분히 도전할만해요.

그리고 기술연구도 계속해야겠죠. 한살림도 먹거리, 먹거리 기술에만 한정하지 말고 좀 더 넓혀서 학술연구, 기술연구를 같이 해야 돼요. 그건 제가 못 하거든요. 한살림이 이것을 훌륭하게 해주면 좋겠어요.

 

 

수많은 시행착오와 고민들

 

모심: 조금 다른 맥락의 질문입니다. 조합이 3년 차이고 아직 초창기라 고민되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그 중 적정기술을 접하는 그룹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있어요. 교육 사진을 보니 주로 나이든 남성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여성이 다가가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다라고 느껴지는데요. 적정기술 교육 현장에서 어떤 분들을 주로 만나시나요?

안병일: 주로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져요. 귀농할 예정이고, 적정기술을 스스로 진짜 해볼 사람, 그리고 돈이 좀 될까 해서 오는 분들로 나뉘죠. 지금까지의 적정기술은 주로 쇠를 자르고 붙이는 작업이 많다보니 남성미가 강한 기술로 인식되고 있어요. (남성분들이) 난로에 꽂혀 있고, 난로 기술을 많이 좋아하는 게 사실이죠. 난로 외에도 다른 분야가 많은데 약간 소홀해하는 것 같아요. 협동조합 차원에서는 수요가 있는 교육을 해야 하다 보니 난로 교육 중심으로 가고 있는 점이 분명히 있긴 해요. 그래서 1년에 한 번씩 다른 분야를 도전해 보자라고 해서 천연페인트, 직조, 천연미장, 생활목공, 자전거를 제안하기도 했어요. 그러면서 그 분야에서도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어요.

 

모심: 그런데 기술 교육은 시민단체, 상품 판매는 기업 형태가 더 효율적일 수 있는데요. 왜 협동조합이라는 조직으로 적정기술을 확산시키려고 한 건가요?

안병일: 고민 중 하나에요. (웃음) 적정기술 협동조합들이 협동조합운동을 하는 건지, 에너지 운동인지, 마을운동을 하는 것인지가 좀 불분명해요.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다보니 어느 하나로 자신을 규정하기도 애매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요. 그래도 적정기술운동은 기술적 분야의 하나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에요. 그래서 시민단체와는 성격이 다르죠. 때문에 적정기술운동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조직형태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이 많다는 것이에요.

지금까지 저희를 포함해 적정기술 하시는 분들 보면 협동조합보다는 적정기술 관련 전문단체 성격이 훨씬 강해요. 협동조합 방식으로 활동하기는 하는데, 협동조합으로서 해야 될 자기 역할이나 의무가 너무 부족한 것이 사실이에요. 어찌보면 협동조합 흉내만 내는 정도죠. 어떤 경우에는 협동조합 조직 시스템이 적정기술 활동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어요.

 

모심: 어떤 부분이 활동을 방해하나요?

안병일: 적정기술 협동조합은 교육이든 제품생산이든 기술과 관련된 전문 집단의 성격을 갖고 있어요. 기술적 수준이 있어야 생존할 수도 있구요. 그러니 기능을 가진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활동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죠. 다른 조합원들은 구경꾼이나 단순후원인 경우가 많죠. 물론 아낌없이 후원하고 박수를 쳐주기는 하지만 거리감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조합 회의나 행사에 오더라도 조합 운영에 거의 기여하지 못하다보니 할 얘기가 없어지고 구경만 하는 거예요. 이런 점에서 적정기술운동이나 사업을 원활하게 운영하는데 협동조합 방식이 적합한지, 사회단체가 좋은지, 기업형태가 좋은지 등 고유의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조직형태에 대해 한번은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모심: 지금 상정한 협동조합 모델은 다중이해자, 즉 여러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그런 고민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생산자협동조합이면 기술자만의 기술 교류, 판로 공동 개척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안병일: 저희가 하는 교육을 하나의 생산이라고 본다면 생산자협동조합의 성격이 강해요. 그런데 문제는 저나 조합원들도 뭘 만들어서 판매해야 겠다라는 생각이 그리 강하지 않아요. 하나의 운동으로 생각하다보니 물질적 결과물을 판매하기 보다는 교육이나 체험활동을 통해 적정기술의 가치를 알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거죠. 아무튼 운동도 해야하고 수익도 만들어야 활동의 지속성이 보장되는 것이므로 어떻게 협동조합을 운영해야 좋을지는 같이 활동하시는 분들과 계속 고민해보려고 해요.

 

모심: 어려움도, 고민도 많으시지만 지역에서 이룬 뿌듯함도 있을 것 같아요.

안병일: 몇 년 사이에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한국 사회에서 적정기술은 아주 생소했잖아요. 그런데 충남에서는 사회적경제와 시민사회운동에서 자기 영역을 구축했어요. 무엇보다 전국적으로 많은 적정기술 활동가와 단체가 만들어져 지역별로 다양한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는 거에요. 통계를 내보니 전국에서 1년 동안 적정기술 워크숍이나 교육을 300회 이상 했더라구요. 이건 하루에 한 번은 어디에선가 적정기술을 주제로 모임이나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죠. 이제는 협동조합 마다 전문 분야가 생기고, 기술개발도 이뤄지고, 학술적 연구결과도 나오고, 지자체와 협력사업도 생기고... 이거는 큰 변화에요. 한국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적정기술운동의 인적기반과 물적기반이 그만큼 확장되었다는 것이죠.

 

모심: 처음에는 정당의 지역활동 차원에서 시작한 건데, 이제는 새로운 목적이 생긴 건가요? 더 큰 목적이 생긴 것 같아요.

안병일: 네, 맞아요. (웃음) 지역에서 정당활동 제대로 해보자고 시작한건데 어쩌다가 적정기술 전문가 소리를 듣네요. 여전히 지역이, 마을이 희망이라는 생각은 변함없어요. 이전과는 다른 소통관계와 사회관계, 새로운 경제시스템을 만드는데 적정기술도 한 몫을 하도록 해야죠.

 

모심: 좋은 말씀 많이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 일자 : 2016년 5월 27일

인터뷰 장소 : 아산시 작은손적정기술협동조합

면담자 : 김이경(모심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원), 하만조(모심과살림연구소 연구원)

구술자 : 안병일(작은손적정기술협동조합 이사장)

정리 : 김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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