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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호] 청년 활동가, 지역 주민으로 살다
2017-06-15 10:43:00

 

청년 활동가, 지역 주민으로 살다

 

글 조영주

걸으며 보고 느낀 것들을 노래로 부르는 “잠꾸리앤드사쁘나 게스트하우스”에서 활동한다. 중랑마을지원단 미디어팀장으로 일하며 마을의 의제들을 정리하고 소개하는 매체를 통해 알리는 일들을 해왔다. 어떻게 연대/협력 할 수 있을까? 환대하고 경청하면서 마을 사람들과 지역사회를 위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있다. lovemoa100@naver.com

 

 

 

어떻게 살고 싶은가? ‘무엇’을 하면서?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그 당시 동기 간 서로에게 전하는 소식은 주로 두 가지 중 하나였다. “붙었어.” 또는 “떨어졌어.” 회사에 “붙거나 떨어지는 것” 말고 다른 세계는 없는 걸까? 졸업을 기점으로 무엇인가 갑자기 ‘되어야’ 하는 상황에 당황했다. 머뭇거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너는 도대체 언제 취직할래?” 잔소리를 뒤로 한 달간 인도로 배낭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언제’ 할 것인가보다는 ‘무엇’을 할 것인가, 그 질문이 내게는 더 중요했다.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 등 오감을 총동원하여 내가 무엇에 ‘재미’를 느끼는지 찾아보았다. 보고, 듣고, 맡고, 맛보고, 만졌다. 그 순간순간이 기록되었다. 혹시나 엽서를 보낼 수 있으면 엽서를 보내겠노라, 친구들에게 받아 온 40여 개의 주소들로 이야기를 보냈다. 여행은 끝이 났다. 여행은 끝났지만 ‘재미’있는 것을 조금 더 해보자. 여행 이야기를 한 편의 연극으로 만들었다. 낭독음악극 <사막의 노래>. 여행에서 만난 ‘잠꾸리’라는 친구와 함께 나눴던 이야기다. 어떻게 살고 싶은가? 일단 이렇게 살아보려고 한다! 두 청년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연극도 끝이 났다. 또 무얼 하지? 여행 중에 만든 노래를 사람들에게 계속 들려주고 싶었다. ‘잠꾸리앤드사쁘나 게스트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밴드를 결성하고 음악 공연을 시작했다. 일상 속 이야기들을 발굴해 노래를 만들고 마을잔치, 작은도서관 등 노래가 필요한 곳에 찾아갔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의 기분을 알려주면 그 기분에 꼭 맞는 노래를 불러주는 <기분상담소>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다. “월요일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따뜻한 차를 마시고 싶은, 유쾌한, 미안한, 자책감이 드는, 수영을 하고 싶은, 섭섭한, 후련한, 포근한, 무서운, 그리운, 까마득한, 뛰어다니고 싶은, 고마운, 촉촉한. 사랑스러운, 기쁜, 슬픈, 아픈, 외로운, 배고픈, 쉬고 싶은, 김연수의 소설을 읽고 싶은, 책을 읽다 잠들고 싶은, 피곤한, 지치는, 자고 싶은, 오래된 친구를 보고 싶은, 좋았던 순간이 떠오르는” 등 사람들은 미리 준비된 100여 개의 감정카드를 살펴보며 자신의 기분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동네 청년을 만나다, 동네를 알게 되다!

 

창작활동과 더불어 생존을 위한 다양한 활동도 이어갔다. ‘시시한출판사’ 예술가 수업으로 일주일에 한 번, 아파트의 작은 도서관이나 마을 공간에서 초등학생들과 시 쓰는 수업을 진행했다. 우리 주변에 있는 것들을 유심히 보는 시간. 가만히 눈을 감고 들려오는 소리들을 적어보기도 하고, 숲을 산책하고 보고 들은 것들을 말했다. 그 결과물을 엮어 책을 만들었다. 그렇게 한 권의 시집이 탄생했다. 매주 토요일에는 청소년들을 만났다. “토요일에는 모모할까? 모모하자!” 인천문화재단에서 청소년들이 ‘무엇이든’(모모) 하면서 욕구와 흥미를 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모모한토요일’을 진행했다.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 “우리 이제 뭐할까? ...(침묵)” ‘무엇이든’(모모) 하자고 모였지만, 욕구와 흥미가 발현되기까지 기다림이 필요했다.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그냥 놀아보자.” 소풍을 가고, 요리를 하고, 공연을 기획하는 등 ‘무엇이든’ 해보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갔다. 이렇게 예술강사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SNS에서 동네 청년의 활동을 목격하게 되었다. 지하철 7호선 면목역 3번 출구 앞 면목역 광장에서 최저시급 관련해서 1인 시위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청년에 대한 호기심으로 연락을 했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 청년을 통해 마을과 마을 활동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마을보다 ‘동네’라는 단어가 더 익숙했다. 매일 다니던 우리 동네인데, 그동안 참 무심했다 싶었다. 연극을 만들고, 노래를 만들고 부르러 많은 곳을 다녔는데, 정작 우리 동네는 잘 알지 못했다. 동네 청년에게 궁금증이 쏟아졌다. “넌 어떻게 동네에서 활동하게 된 거야? 동네에서 공연을 해도 좋겠다! 동네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우리 동네에 청년이 또 있겠지?” 다양한 활동을 상상하던 중 청년 공동 주택에 입주를 결정하면서 청년 활동을 더 심도 있게 고민하게 되었다. 나도 조그만 일들을 해보고 싶다. 용기를 내보았다. “나는 연극과 노래를 만들던 사람이고, 글쓰기를 좋아하는데, 동네 청년들이랑 글쓰기 모임을 해보면 어떨까?” 그러다 밥(먹고) 글(쓰고) 읏(차차!)라는 작지만 엄청났던 모임 ‘밥글읏’을 결성했다. 밥을 먹고 글을 쓰는 평범하고도 파격적인 모임이었다.

 

 

그렇게 밥 먹고, 글 쓰고,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마을 사람, 공간, 활동, 사업 등 다양한 마을의 자원들을 알게 되었다. 스무 여덟 해, 평생 살아도 잘 몰랐던 동네 사람들과 이웃들을 알게 되었다. “마을은 어떤 곳인가요? 지금 하고 계신 활동들,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어떤 것인가요?”를 묻고 마을 활동의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꿈꾸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였다. 많은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내가 살아가고 있는 환경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만났다. 내가 꿈꾸는 세상은 어떤 곳이었지? 나는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살고 싶지?

 

 

지역 활동, 마을 활동!

우리가 필요로 하는 가치를 만들어 가는 과정

 

그런 고민들 가운데 “중랑마을지원단(너랑나랑중랑)”을 만나게 되었다. 중랑마을지원단(너랑나랑중랑)은, 중랑구 ‘자치구마을생태계조성지원사업단’을 줄여서 자생단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기도 했다. 일하는 사람도 전체 이름을 다 못 외울 때도 있다. 마을공동체 활동 및 사업을 안내하고 지원하며 주민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중간지원조직이다. 언어로는 여러 번 읽고 쓰고 습득했지만, 처음부터 마을공동체를 모두 이해했던 것은 아니다. 지금도 ‘마을은 어떤 곳일까?’, ‘나는 왜 마을에서 일하고 싶은가?’ 질문이 이어진다.

 

마을공동체 사업 중에 마을 내 부모 자조모임을 지원하는 ‘부모커뮤니티’ 사업이 있다. 중랑구에는 원광아빠자조모임이 ‘장애 자녀를 위한 맞춤형 콜리지 설립’으로 부모커뮤니티 사업을 진행했다. 세수하고, 이를 닦고, 용변을 처리하는 개인위생 교육부터 옆 사람과 친구를 맺는 것까지, 장애 자녀를 위한 학제를 부모님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원광아빠자조모임은 원광장애인종합복지관과 함께 장애인식개선 교육 또한 진행하고 있다. 이런 활동을 보면서 장애인들의 교육, 장애인들의 인권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살기 좋은 동네란,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곳 아닐까? 지역 활동이란, 마을 활동이란, 삶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가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랑마을넷은 행복한 지역사회를 위해 서로 돌보고 함께 살아가는 주민, 주민모임, 단체들의 네트워크다. 주민들은 다양한 욕구를 바탕으로 지역 활동에 참여한다. 지역에는 교육, 청소년, 청년, 건강, 환경, 성 평등, 문화, 생활 정치 등 다양한 의제들이 있다.

 

입시 위주의 교육체계가 행복한 삶을 보장할 수 있을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들여다볼 기회도 없고, 옆 사람을 이겨야만 살아갈 수 있는 교육 현실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행복한 교육을 꿈꾸는 학부모들의 모임 ‘중랑행복교육’은 학부모, 학생, 선생님 등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100인의 원탁토론회를 개최했다. 좋아하는 것을 실컷 해보면서 나를 발견하고 삶의 의미를 찾아보는 진짜 교육의 현장을 위한 토론이 이어졌다. 평화교육, 생태교육, 인권교육, 성교육 등 우리가 삶에서 필요로 하는 교육을 학교 안에서 진행해보면 어떨까? 2+1=3인 것을 배우는 것처럼, 옆 사람에게 욕을 하거나 때려서는 안 된다는 것, 다른 이를 존중하는 것, 서로 다름을 이해하는 것, ‘함께 살아가기’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교육의제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건강 또한 지역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제이다. 세대별 건강테이블이 열렸다. 나는 청년건강테이블에 참여해 청년들의 건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건강에 대해 떠오르는 키워드를 적어보는 시간이었는데, ‘폭식, 폭음, 라떼’를 적어냈다.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고 있었던 나의 모습을 돌아보았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육체의 건강만큼이나 정신의 건강이 중요하다고 했던 청년의 말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정서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관계망이 있는가? 쉼 있는 노동을 하고 있는가?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있는가?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안전망이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면서 건강한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었다. 세대별 건강테이블을 통해 다양한 세대가 건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건강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지 밀도 있는 대화가 이뤄졌다. 그리고 초록상상, 녹색병원, 중랑희망연대, 중랑배꽃아이쿱생협 등 지역사회 건강 활동 주체들이 모여 “중랑건강네트워크”를 발족했다. 서울시의 건강 정책을 알아보고 중랑구 보건소 건강사업을 검토하는 등 지역 단위에서 건강 정책에 대해 논의하고 중랑구의 건강지표를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생활정치의제 또한 관심이 많다. 나는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은가?, 촛불 이후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달라졌는가? 마을 사람들과 함께 모여 대화모임을 가졌다. 그러면서 생활 속에서 정치에 대해 자주 생각하고 말하기 위한 장이 만들어졌다. 생활 속에서 의제를 발굴하고 주민들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과정을 함께하고자 한다. 최근에는 시민이 직접 예산편성에 참여하는 참여예산에 대해 공부하고 시민참여예산위원으로 선정되었다. 시민들이 제안한 사업을 면면히 살펴보며 시민들의 욕구와 지역 의제에 대해 폭넓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내가 사는 곳을 점차 내가 살고 싶은 곳, 떠나고 싶지 않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

 

의제는 더 확대될 것 같다. 어떤 활동들을 더 이어갈 수 있을까? 아직 짧은 기간이지만 중랑마을넷에서 활동하며 희망의 씨앗을 본 것 같다.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토론할 수 있는 곳. 어느 날은 감기 때문에 병원에서 약을 처방 받았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약을 무지 많이 줬다. 약에 대해 물어봐도, 자세히 이야기해주지도 않았다. 정보의 전문성과 격차에 밀린 나는 약을 또 ‘그냥’ 먹어야 했는데, 이런 일에 대해서도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해보고 있다. 의료에 대해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싶다. 내 생활에 관한 것을 자주 토론하고 꺼내고 바꿀 수 있는 장이 마을에 많아졌으면 좋겠다. 욕구는 계속 변할 테니, 어떤 특정한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기보다는 변화의 씨앗들이 생동하는 공간이었으면 한다.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내가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를 이야기하는 저마다의 언어들도 많이 생겨났으면 하고. 마을활동은 이처럼 개개인들의 발언의 장이 늘어나고, 모이고, 살고 있는 환경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그런 것이 아닐까?

 

모였다 흩어졌다, 중랑청년네트워크

 

청년들이 겪는 문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 파편화되고 고립되어 있는 청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안전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관계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역 안에서 청년 모임을 정기적으로 진행하면서 관계망을 만들어가는 시도를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마을의 복지관, 라디오방송국, 시민단체 등 단체에서 일하는 청년들은 있었지만, 청년들이 모여 청년의제를 논의하는 그룹은 없었다. 청년들은 청년 당사자이기에 청년 의제에 대해 조금 더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다. 그러나 청년이라고 해서 그 이유 단 하나로, 반드시 청년 의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행동하지는 않는다. 다만 청년들이 개별적으로 관심이 있는 의제가 있을 것이다. 그 의제를 반영한 단체에서 활동하며 그 활동들에 몰입하다보니 청년모임을 이어갈 여유와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동네에서 청년들을 찾아본다는 것이 처음에는 너무 막연했다. 어디서 어떻게 만날 수 있지? 그럴 때마다 긍정적인 반응보다 부정적인 반응들이 더 많았다. “동네에 청년은 없어.” 인구 통계를 보면 중랑구 전체 인구 약 41만 명 중 무려 10만 명이 청년 인구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어째서 만날 수 없다는 걸까? 나의 활동을 통해 또 다른 청년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청년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다른 동네는 청년 활동을 어떻게 만들어가고 있을까? 청년 활동 및 청년 네트워크에 대한 자리가 있을 때마다 참여해 활동 사례를 듣곤 했다. 동네에서 청년을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청년 활동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어가고 있는지 들을 수 있었다. 나도 ‘시작’을 해야 했다.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인 월례모임을 가지고 청년들의 욕구를 기반으로 교육/행사 등의 자리를 마련했다. 초기에는 월례모임 운영 자체가 어려웠다. 앞서 얘기했듯, 동네에서 청년을 만나는 게 쉽지 않았다. 우선 동네에서 일하는 청년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모였다. 동네 청년을 찾기 위한 작은 프로젝트로 마을청년들을 인터뷰하는 팟캐스트 방송 “중랑청년있수다”를 진행했다.

 

  

 

친구를 만나고 싶은 마음에 시작하게 된 방송이다. 일상 이야기부터, 가장 좋아하는 책, 영화, 음악에 대한 이야기, 요즘의 고민, 동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 청년 의제에 대한 관심 등 중랑 청년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였다. 만난 청년들과 함께 “중랑청년, 마을에서 뭐 하고 싶니?”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작은 워크숍을 통해 청년들의 욕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청년들의 욕구를 반영한 자리를 마련했다. ‘주제를 가진 청년 모임’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었다. ‘월요일에는 글쓰기’, ‘화요일에는 노래 만들기’, ‘나의 작은 자서전 만들기’, 청년인문학 ‘기질로 알아보는 나’, 몸 워크숍 ‘자기 몸도 모르면서’ 등이다. 청년의 재능을 마을에서 나누는 자리 또한 마련했다. 영상에 재능이 있는 청년이 마을 강사로 활약하기도 했다.

 

청년들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모임이 진행되었다. 청년들이 지역 안에서 서로 마음을 나누고 대화할 수 있는 관계망을 만들고, 잘 몰랐던 ‘지역’에 대해서도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청년모임을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현 시대의 청년들이 ‘지역’이라는 공통분모만으로 커뮤니티를 이어가기는 어렵다는 것. 잦은 거주지 변경과 취업 등의 외부요인으로 인해 스스로 ‘주민’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지역에서 ‘청년’활동이 무용한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활동이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한 명 두 명의 청년들이 지역에 나타나고 지역의 공동체를 경험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지역에서 청년활동은 지속되어야 할 것 같다.

 

 

대학과 지역사회 연계라는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만나게 된 청년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지역이 필요로 하는 곳에 셀프 인테리어를 하는 자신의 재능을 활용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우선 ‘지역’을 설명해야 했다. 중랑마을넷이라는 곳, 중랑구에서 행복한 지역사회를 위해 서로 돌보고 함께 살아가는 주민 및 단체, 말 그대로 지역사회 내 다양한 분야에서 애쓰고 있는 단체들을 소개했다. 청년이 프로젝트를 지속하기에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여길까? 지역의 어떤 사람에게 이 프로젝트가 가장 필요할까? ‘어떤 사람’은 어떻게 찾아야 하지? 우리는 종이와 연필로 쓰고 그리고 논의했다. 청년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회의하고, 고민해주어서 고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고민해주어, 먼저 손 내밀어 주어 고맙다고. 이 청년의 작은 실천이 지속될 수 있도록 계속 돕고 싶다.

 

가끔 ‘청년’이라는 말도, ‘네트워크’라는 말도 버거울 때가 있다. 그냥 이렇게 지금처럼, 지역에 청년들이 한 명 두 명 자신이 하고 싶은 활동들을 표현하고, 이어가고, 다른 청년들을 만나고, 그러다가 같이 하고, 또 따로 하고. 그게 청년 네트워크가 아닐까? 청년 정기모임을 지속한다는 것이 힘겨울 때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활력의 경험을 함께할 수 있다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생활정치공부를 함께 하고 싶다. 요즘 관심 있는 분야가 기본소득, 선거제도, 정당별 복지공약 같은 것들인데 함께 공부하는 모임을 꾸려보면 좋을 것 같다.

 

청년활동가, 나의 고민

 

첫 번째는 돌아봄의 시간이 있는가이다. 사회혁신, 문화기획, 공간 운영 등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일, 밀도 있는 일을 맡아 수행하는 청년 활동가들에게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있는가? 처음에 ‘활동’을 시작한 이유를 되새기며 내가 스스로 움직이는 힘에 대해 생각하는 여유, 활동의 방향을 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돌아봄의 시간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업무에 반영하고 지속가능한 활동을 조직하는 게 필요하다. 학습의 욕구, 성장의 욕구 또한 중요하다. 자기 성장에 투여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청년은 만능해결사가 아니라는 점! 청년이라고 해서 항상 밝고 명랑하며 힘이 넘치고, 무슨 일이든 척척 해내는 만능해결사로의 역할을 기대 받을 때가 있다. 창의성이 필요한 일에 청년이 추천되는 경우가 많은데, 청년이라고 해서 항상 참신한 생각을 해낼 수는 없다. 청년들이 역할 기대로부터 자유로워졌으면 한다.

 

세 번째는 관계의 속도와 사업의 속도가 다르다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다. 만나고 인사하고 일하고 놀고 생활하는 등 1년에서 10년 가까이, 관계의 속도는 천천히 진행된다. 그러나 사업의 속도는 1개월에서 1년 등 짧은 기간 동안 ‘해야만 하는’ 일들이 쏟아져 내린다. 이러한 과정을 지속하다보면 관계에 대한 회의감이나 피로감을 호소하며 지치게 되고 활동 자체를 그만두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업의 속도에 모든 것을 맞출 필요는 없다. 천천히 자신만의 속도를 가지는 게 필요하다.

 

마지막 네 번째는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을 직면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다양한 세대 속 다채로운 개성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익숙하지 않은 행정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감정노동에 시달릴 때가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것이 관계에 있어 성장을 이끌어 주기도 하지만 너무 고통스러운 경우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데, 개인의 문제로만 귀결하여 도움을 요청하지 못할 때가 있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을 직면하고 도움을 요청해야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

 

나에게 지역 활동, 마을 활동이란, 우리가 필요로 하는 가치들을 만드는 과정이다. 내가 사는 곳을 점차 내가 살고 싶은 곳, 떠나고 싶지 않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 소모되지 않고, 돌아봄의 시간을 가지면서 더 많은 의제들을 상상하고 행동하면서 지역에 뿌리내리고 싶다. 동료 청년들이 잠시 또는 계속 머물 수 있는 터를 만들고 싶다. 지역 주민으로, 또 청년 활동가로 살아가는 나의 이야기다.

 

 

 

* 『모심과 살림』 8.5호(2017 봄)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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