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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호] 운동의 관점으로 사회적금융을 바라보다
2018-03-22 09:44:00

 

운동의 관점으로 사회적금융을 바라보다

 

주세운

동작신협 전략기획팀에서 사회적경제 융자사업 및 각종 사회적금융 상품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신협의 존재가치를 되살리는 길이 사회적금융에 있다고 믿는다. jusewoon@gmail.com

 

 

 

들어가며

 

사회적금융이란 경제적 수익과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금융1)을 말한다. 언뜻 들으면 추상적이어서 쉽게 잡히지 않는 개념이다. 사회적금융을 기존 금융권의 사회공헌사업과 비교하면 이해가 수월하다. 금융은 수익성을 위해서라면 고객의 신용등급에 따라 최대한 높은 금리를 부과하고, 환경에 유해한 에너지산업이나 군수기업 등에 투자하기를 망설이지 않는다. 그렇게 악착같이 창출한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사회공헌이라면, 사회적금융은 돈을 버는 과정 자체를 고민하는 금융이다. 대출자에게 차등적인 금리를 부과하지 않고, 가능하면 신재생에너지나 공정무역과 같이 친환경적이고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사업에 융자하는 등 윤리적으로 돈을 버는 금융을 말한다.

 

사회적금융의 범주는 다종다양하다. 개인 대상의 ‘마이크로파이낸스’2), 주식과 채권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책임투자’3), 낙후지역 재생을 위한 지역사회투자, 사회성과연계채권4),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대상 융자사업 등이 사회적금융의 범주에 포함되는 개념이다.

 

단, 이 글의 목적이 이러한 개념을 일일이 소개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필자의 역량을 벗어난 일이기도 하고, 관련 연구자나 활동가가 아닌 이상에야 사회적금융의 각종 개념을 숙지하는 것이 그리 의미 있다고 보지 않았다. 대신 이 글에서는 사회적금융이 대두된 배경과 그간의 역사, 주류 금융과의 차이점, 앞으로의 발전 방향 등을 한국적 맥락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아무리 해외의 장밋빛 사례를 끌어온다고 해도 한국 현실과는 많은 괴리가 존재한다. 이 땅의 현실을 감당한 채로 한걸음 나아가는 것이 유명 사례 나열보다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아직 성글지 않은 관점이지만, 사회적금융 현장에서 일하는 활동가의 치기 어린 고민으로 양해를 부탁드린다.

 

 

사회적경제의 부상과 사회적금융이라는 화두

 

최근 사회적금융을 주목하는 배경은 일차적으로 사회적경제의 부상과 큰 관련이 있다. 20세기 후반부터 세계를 뒤덮었던 신자유주의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점으로 파산한 이후, 사회적경제가 저성장시대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 등의 제정으로 민간 차원에서 이어져온 사회적경제가 제한적으로나마 법적인 시민권을 취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회적 가치와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사회적경제 조직의 특성상, 이윤만을 추구하는 영리법인에 비해 재무상태가 취약한 경우가 많다. 이에 투자수익률이나 상환가능성의 관점으로만 평가하는 주류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연유로 사회적경제 조직 육성을 위한 대안적 금융의 필요성이 중요한 화두로 등장했다.

 

물론 서울의 다람쥐회(영등포산업선교회신협의 후신)나 경기도 성남의 주민신협 등 몇몇 자조금융조직이 지역 단위에서 사회적경제 영역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현재 각종 법 제정으로 폭증한 사회적경제 조직의 자금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대규모의 자본 조달과 사회적경제 특성에 걸맞은 금융제도 개선이 요청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까지 진행된 관 주도의 사회적금융 정책과 관련하여 한 가지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 바로 사회적금융을 위한 중간전달체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부재이다.

 

 

사회적금융에서 중간전달체계가 중요한 이유

 

중간전달체계란 사회적금융의 자금 공급자인 정부나 지자체, 혹은 시민과 기관투자자들의 기금을 자금 수요자인 사회적경제 조직 등에 전달하는 중개기관을 말한다. 중개기관의 역할은 신협을 포함한 금융협동조합이나 비영리기구, 사회적기업 등이 수행할 수도 있고 타 정책자금처럼 일반은행권이나 정부산하기관이 직접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까지 진행된 정부 주도의 사회적금융 정책은 대부분 시중은행이나 정부산하기구를 통해 집행되고 있다.5)

 

중간전달체계에 대한 고려가 왜 중요할까. 여기서 참고할 만한 사례는 정부 주도로 진행된 미소금융 정책의 경험이다. 미소금융 사업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발달하던 마이크로파이낸스를 정부 주도로 재편하여 대대적으로 펼친 정책이었다. 대기업과 은행권의 대규모 자금을 끌어들여 2009년 미소금융중앙재단을 설립하고 저소득·저신용자에게 2~4.5%의 신용대출을 공급하였다.

 

정부의 미소금융 사업에 대한 주요 비판 중 하나가 ‘중간전달체계의 부재’였다. 정부는 근 십여 년간 마이크로파이낸스 사업을 진행한 민간기관의 경험을 배제한 채 대기업과 은행권이 각각 미소금융재단을 설립하여 직접 중간전달자의 역할을 하도록 설계했다. 그러나 주로 은행권 퇴직자 출신으로 채워진 사업담당자들에게 미소금융은 또 하나의 대출사업일 뿐이었고, 수십 년간 은행에서 체득한 바대로 연체율 관리를 위한 보수적인 심사기법을 그대로 적용했다.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에 있어 필수 요소인 채무자에 대한 사후 지원은 거의 유명무실했다. 결국 정부 주도의 미소금융 사업은 소외계층의 자활 지원이라는 원래 취지는 퇴색된 채, 심지어는 맹목적으로 저소득층의 가계부채를 양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6)

 

현재 정부에서 진행하는 사회적경제 조직에 대한 금융지원사업도 마찬가지다. 만약 지금처럼 별도의 중간전달체계에 대한 고려 없이 정부기관이나 은행권에서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미소금융과 유사한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사회적금융에서의 금융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다. 금융을 통해 채무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사회 변화에 기여하는 것이 사회적금융의 본질이다.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영리금융기관과는 다른 작동원리를 가진 사회적금융만의 중간전달체계가 필수적이다. 사회적금융의 본질은 숫자화된 자금 공급이 아닌, 그러한 자금이 긍정적 영향을 일으키도록 만드는 각종 비재무적 활동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적금융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숫자화되지 않는 비재무적 활동에 에너지를 쏟고,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당할 각오가 되어 있는 사회적금융기관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그러한 민간 사회적금융기관을 육성하는 것이 사회적금융이라는 범주로 집행되는 기금의 크기만큼,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하다.7)

 

 

사회적금융의 접근법: 관계기반과 수요자 맞춤형

 

사회적금융은 기존 영리금융기관과 다른 작동원리를 가진다. 기존 금융은 자산이나 담보제공 유무에 따라 차등적인 금리를 부과한다. 재무역량이 취약할수록 자금 공급을 아예 거절하거나 상환불능시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기하급수적으로 높은 금리를 부과한다. 부익부빈익빈의 불평등 구조를 심화시키는 금융의 냉혹함이다.

 

반면 사회적금융의 대상은 사회적경제 조직이나 저소득·저신용자 등 주로 재무역량이 취약한 이들이다. 주류 금융처럼 자산이나 소득, 신용등급 등 재무적 가치만 평가해서는 적절한 자금 공급도, 이를 통한 사회적 가치 실현도 불가능하다. 사회적금융만의 접근법이 필요한 이유이다. 주류 금융과 다른 방식으로 평가해야 하고, 다른 방식으로 리스크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첫 번째 해법은 관계성에 기반한 접근법이다. 관계금융은 소규모 공동유대 내에서 발생하는 관계의 힘을 활용하는 접근법이다. 동일한 생활반경 내에 속한 구성원들의 신용도와 평판에 근거해 자금을 융통하고, 또 공동체가 부과하는 사회적 압력으로 채무불이행의 리스크를 통제한다. 관계금융은 주류 금융이 요구하는 자산과 소득증빙이 불가능한 이들에게 대안적으로 신용을 창출하는 독창적 해법이다. 관계성에 기반한 금융은 리스크 관리가 수월하다. 사회적경제 조직을 위한 융자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사회적경제 조직이 자조적으로 조성한 민간 기금의 상환율이 매우 높은 것도 이러한 관계의 힘이다.

 

관계성 다음으로는 수요자 맞춤형의 접근법이 있다. 아무리 저리의 대출이라도 무조건적으로 빚을 늘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빚은 양날의 검이다. 삶의 질을 높일 수도 있고, 악화시킬 수도 있다. 단지 저소득계층이라서, 저신용자라서 하는 대출은 현재의 삶을 유예시키기 위해 미래의 가능성을 착취하는 일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채무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금융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채무자가 처한 현재 상황과 자본이 필요한 문턱을 세심하게 파악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채무자가 처한 다양한 상황과 욕구에 걸맞게 설계된 대출만이 사회적금융의 미션을 수행하고 상환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해외에서 마이크로파이낸스 사업의 우수사례로 손꼽히는 캐나다 밴시티신협Vancity의 경우 신청자의 직업별·유형별로 대출상품이 특화되어 있고 대출의 용도 또한 매우 구체적이다. 가령 고학력 이민자들이 캐나다 사회에서 새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관련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비를 지원하는 대출상품을 운영한다. 그러한 대출상품은 이민자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등과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다. 대체로 소외계층이 처한 상황과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금융기관보다는 관련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동작신협에서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모두들청년주거협동조합·큰바위얼굴협동조합 등과 연계하여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조합원을 위한 임차보증금 대출상품을 운영하는 것 또한 그러한 수요자 맞춤형의 관점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사회적금융의 기원, 신용협동조합운동

 

사회적금융은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개념이지만,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금융의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 사회적금융의 기원은 1850년대 독일에서 시작된 라이파이젠Raiffeisen과 슐레델리취Shulze-Delitzsch의 신용협동조합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협은 소수 부유층에게만 금융서비스가 제공되었던 자본주의 초창기에 생겨났다. 주류 금융기관에 접근하기 곤란한 가난한 농민과 영세기업의 금융 제약을 완화하기 위해 신협은 공동유대에 기반한 신용창출이라는 대안적 해법을 제시했다.

 

한국 신협운동 또한 이러한 역사적 유산의 연속선상에 있다. 독일에서 유럽 전역으로, 이후 대서양을 넘어 북미로 전파된 신협운동의 흐름이 이 땅에 도착한 것은 라이파이젠의 최초 ‘발명’으로부터 약 백년 만이었다. 1960년에 시작된 한국 신협운동은 반세기 만에 약 680만 조합원과 73조 원의 자산이라는 자못 대단한 성과를 거두었다. 신협운동은 고리대에 의한 빈곤의 악순환으로부터 탈출하고 저축을 통한 자산 형성으로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했던 민간의 자발적인 협동운동이었다. 특히 시민사회에 적대적인 독재정권하에서 이루어진 성과라는 점에서 한국 신협운동은 시민사회가 만들어낸 자랑스러운 자산이기도 하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양적인 성공을 마냥 격찬할 수 없는 한국 신협의 현재 모습이다. 1980년대 이후 외형적 성장은 거액의 담보대출 영업에 의존한 결과였고, 2003년 신용평점시스템Credit Scoring System, CSS 도입 등은 관계금융이라는 신협의 정체성을 희석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말았다. 물론 규모화와 전산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는 필요하다. 문제는 변화된 조건 속에서 신협 고유의 존재가치를 새롭게 창출하려는 노력의 부재였다. 신협 고유의 목적은 대안적 신용창출이다. 아무리 조합원 복지사업이나 사회공헌 사업을 열심히 한다 한들, 은행과 똑같은 금융상품만 취급한다면 굳이 신협이라는 이름이 존재할 필요가 있을까.

 

 

청년연대은행 토닥: 새로운 공동유대 창조의 실험

 

유사은행화 되어버린 신협에 대한 안타까움과는 별개로, 대안적 신용창출에 대한 필요는 계속 존재해왔다. 2000년대 이후 몇몇 시민단체들이 해외 마이크로크레딧 모델을 도입하여 저소득 창업자에 대한 금융지원과 자활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도 그러한 필요의 일환이었다.

 

그 연장선상에서 주목할 만한 실험이 2013년 출범한 ‘청년연대은행 토닥’(이하 토닥)이다. 국내 최초 세대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의 활동가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한 토닥은 구조적으로 취약한 경제상황에 놓인 현 청년세대들끼리 상호부조 할 수 있는 금융협동조합이다. 현재 약 400여 명인 토닥의 조합원들은 매달 일정액의 출자금과 조합비를 납부함으로써 최대 300만 원까지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얻는다.

 

특기할 것은 창립 당시의 취지를 살려 현재에도 유지되고 있는 열린 공동유대제도이다. 만 39세 미만의 청년이라면 누구나 지역에 상관없이 토닥 조합원이 될 수 있는데, 이는 기존 신협모델에서 매우 드문 사례이다. 덕분에 토닥은 일반적인 금융상호부조 이외에 조합원의 관계 활성화를 위한 사업-주기적인 교육과 중고물품장터 등의 기획 행사, 조합원 소모임 등-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는 기존 신협 모델이 이미 주어진 공동유대를 기반으로 신용을 창출하는 데 비해, 토닥의 열린 멤버십은 신용창출의 기반이 되는 관계성 자체를 창출해야 하는 과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조건하에서 토닥의 조합원들은 일종의 공통된 취향과 신념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공동유대를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토닥의 실험은 아직 현재진행형이지만 고유의 존재가치를 잃어버린 신협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웃사촌 개념이 희박해진 현대 도시의 삶에서 과거와 같이 생활반경의 근접성에 기반한 공동유대를 유지하기는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공간적 공동유대에 근거한 기존 신협 모델의 재구성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런 맥락에서 토닥이 시도하고 있는 취향과 신념의 공동체는 21세기에 신협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적 공동유대의 예시가 될지 모른다.

 

 

디지털혁신과 사회적금융의 미래

 

최근 정보기술을 금융과 접목한 핀테크의 바람이 거세다. 불과 2~3년 만에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페이 등의 간편결제 서비스부터 인터넷을 통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신개념의 플랫폼,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개인 대 개인 간의 대출을 중개하는 P2P대출 사업까지 일련의 서비스들이 우리 일상에 스며들어왔다. 여기에 화룡점정을 찍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은 핀테크가 더 이상 일부 트렌드 리더들의 전유물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확산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어쩌면 수십 년 만에 은행업 인가를 받았다는 모 인터넷은행의 광고처럼, 그간 강고한 아성을 지켜왔던 과점체제에 핀테크는 단순한 메기효과 이상의 창조적 파괴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혁신을 마냥 반길 수 없게 만드는 소식도 있다. 최근 기사에 의하면, 2%대라는 파격적인 금리로 주목받은 모 인터넷 전문은행의 신용대출상품이 실제로는 기존 은행권보다 훨씬 더 엄격하게 신용등급 1~3등급의 고신용자만을 선별한 것으로 드러났다. 언뜻 보면 당연하지만, 원래 인터넷전문은행의 인가 취지는 기존 은행권에서 소외받던 중금리 시장의 활성화였다. 간편결제 업체들이 평균 3%가 넘는 고가의 수수료를 영세 소상공인에게 징구한다는 소식도 있다. 결국 나의 편리함이 소상공인들에게 또 다른 착취구조를 만들어 버린 건 아닐까. 통상 10%를 넘나드는 투자수익률로 금융소비자를 유혹하는 P2P금융8)시장도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금리 일변도인 한국의 금융문화를 혁신하기는커녕 고수익고위험 일변도의 금융 습관을 미래의 주류 금융소비자가 될 청년세대에게 잘못 주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처럼 디지털 금융혁신이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개선하기는커녕 심화시키는 지금, 여느 때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적금융이라는 개념일지 모른다. 그나마 다행인 소식은 최근 오마이컴퍼니, 비플러스와 같은 몇몇 온라인기반 벤처기업에서 사회적 가치를 결합한 투자상품을 구현하려는 시도이다. 국내 최초로 P2P를 사회적금융과 접목한 금융플랫폼 ‘비플러스’는 발달장애인 고용을 위해 운영되는 사회적기업, 유기견을 돕는 반려동물 수제간식 제조업체 등의 스토리를 4~8% 투자수익율과 함께 제시하며 금융투자자를 모집했다. 2017년 9월말 기준 총 25건에 약 7억 8천만 원의 투자를 성사시켰다. 아직은 전체 금융시장에서는 물론 누적 투자액이 1조 원을 돌파한 P2P시장 내에서도 미미한 액수이다. 하지만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일반 시민 대상의 사회적 투자상품이라는 점이다.

 

 

시민의 목소리를 금융에 부과하기

 

사회적금융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 필요한 요소를 크게 공급자와 수요자, 그리고 중개자로 살펴본다면 한국 현실은 매우 기형적이다. 이곳은 수요자만 존재하는 시장이다. 사회적금융이라는 수단이 필요한 개인과 기관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공급할 투자자는 정부와 일부 지자체, 몇몇 대기업에만 한정된 상황이다. 그것은 일차적으로는 적절한 중개기관의 부재, 즉 일반 투자자-시민들의 일상적인 저축과 투자를 사회적금융의 영역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금융기관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이미 운용되고 있는 펀드상품의 5개 중 1개가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고려하는 사회책임투자펀드이다. 시민들의 예금을 사회적 목적으로만 운용하는 사회적은행9)이 매년 20%씩 성장할 정도로 사회적금융 시장이 시민들의 일상과 가까워지고 있다. 아직 한국의 현실은 이와 꽤나 거리가 멀다. 한국에서 사회책임투자를 내세운 펀드상품의 시장점유율은 1% 미만으로, 그마저도 국민연금이 시범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기금이 거의 대부분이다. 해외에서 많은 금융협동조합이 사회적은행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기존 자조금융의 역할마저 희미해지고 있는 국내 신협, 농협 등의 현실도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플러스와 같은 P2P업체의 사회적 투자 실험은 기성 금융권에서는 시도하지 않고 있는 시민대상 사회적금융 시장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그것은 단순히 사회적금융의 규모를 키운다는 의미 이상이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사회 변화에 동참하고 참여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금융을 바라보는,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간 금리와 인접성, 혹은 편의성이라는 제한된 선택지만 존재했던 한국 금융문화에서 사회적 투자라는 실험은 돈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을 키우는 일이기도 하다.

 

사회를 바꾸는 것은 결국 혁신적인 1인의 아이디어나 리더십이라기보다는 그것을 지지하고 변화에 동참하는 시민들의 의식수준이다. 사회적금융은 그러한 시민들의 참여 욕구를 실제적인 사회 변화로 연결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아무리 우리가 더불어 사는 사회,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바란다고 해도 우리가 맡기고 투자하는 돈이 100% 수익성의 논리로만 움직인다면 결코 우리가 바라는 그 사회는 도래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사회변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윤리적이고 가치지향적인 금융상품이 필요한 이유이고, 그것을 우리의 일상적인 금융문화로 만들어야 할 이유이다.

 

 

1) ‌“Social finance is an approach to managing money which delivers a social dividend and an economic return.”(Wikipedia) 유사한 개념으로 임팩트금융이 있다.

2) 제‌도권 금융회사와 거래할 수 없는 저소득자와 저신용자의 소득증대와 자활지원을 위한 목적으로 수행하는 소액대출사업을 이르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미소금융美少金融이라 쓰기도 한다.

3) 금‌융사가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에 투자할 때 무기, 아동, 노동착취, 환경오염 등 사회적으로 해로운 계약이나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는 등 투자의 대상과 방식을 선별한 투자를 일컫는다.

4) 사‌회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투자의 한 형태. 정책 과제를 위탁받은 민간 업체가 범죄,빈곤, 교육, 문화 등의 복지사업을 벌여 목표를 달성하면 정부가 관련 사업비에 이자를 더해 지급하는 ‘성과급’ 투자 방식이다.(한국경제신문 경제용어사전)

5) 정부가 주관하는 중소기업진흥공단, 미소금융 등의 대부사업이나 지역신용보증재단과 신용보증기금 등을 통한 보증서담보 대출 정책이 대표적이다. 또한 고용노동부가 조성한 사회적기업 투자펀드(모태펀드)도 마찬가지이다.

6) 보다 자세한 평가는 다음 자료 참조. 김명록, ‘한국 마이크로 파이낸스의 현황과 과제’, 『산업혁신연구 제32권1호』, 2016. 박창균, ‘정책 서민금융에 대한 평가와 정책방향’, 『응용경제 제16권2호』, 2014.

7) 이에 주목할 사례는 2013년 500억 원 규모로 조성된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이다.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은 사회적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나 사회적경제 조직 육성을 위해 조성된 기금이다.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민간 사회적금융기관을 서울시 기금의 주요전달통로로 활용한 것이다. 물론 리스크부담에 대한 부분을 민간조직에 완전히 떠넘기는 등 세부적으로는 아직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그간의 정부주도 사업과는 다르게 민간 사회적금융조직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자금집행을 정책의 주요한 목표로 설정했다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8) P‌2P금융은 온라인을 통해 대출자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핀테크의 한 분야이다. 대출 금리는 업체에 따라 연 4%~19%로 평균 대출 금리는 연 14.80%이다.(“54개 P2P협회사 누적대출액 1조 3290억 원 돌파”, 이데일리, 2017. 9. 11.)

9) 고객의 예금이나 출자금 등으로 자금을 조성하여 사회적·환경적 문제해결을 위해 사용하는 사회적금융에 특화된 은행(신협). 주로 신재생에너지나 유기농업, 마이크로파이낸스 등이 주요 대출처이다. 197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등장했으며,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주류 금융기관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모심과 살림 10호(2017 가을)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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