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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호] [기획] 인터뷰 - 평화의 제도화로 가는 경제협력 - 김진향 개성공입지구지원재단 이사장
2019-01-04 10:23:00

인터뷰

'평화의 제도화’로 가는 경제 협력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

 

김진향 이사장은 북한·통일 문제를 전공한 학자로 참여정부 시절 5년간 대북정책을 수립, 집행했으며 이후 개성공단에서 4년간 대북협상을 담당했다. 그가 들려준 개성 공단에서의 경험과 이후 전망을 통해 북한과 북한 주민들의 삶, 남북관계 및 경제협력 사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후 펼쳐질 다방면의 교류사업 가운데 생명·협동운동 차 원에서의 참여와 역할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진행·정리 ㅣ 임채도, 김현 

 

최근 급변하는 남북관계 속에서 대중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고 사회적 분위기도 크게 달라진 듯하다. 현장과 연단에서도 변 화를 느끼실 것 같다.


불과 지난해에 군사적 긴장, 일촉즉발 위기까지 갔었음을 떠올리 면 1월 1일 북측의 신년사로부터 판문점 선언, 북미정상회담까지, 이 렇게 급격히 바뀌어가는 모습에 대해 많은 분들이 어리둥절해하는 게 당연하다. 관심도 자연히 높아지고 있다. 북에 대해 덧씌워져 있 던 이미지를 한 커풀 벗겨내면서 실체를 보려는 노력도 있는데, 그럼 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분단체제가 가리고 있는 북측의 실체적 모습과는 여전히 간극이 있다. 북한 체제와 사회를 연구하는 학자 입장에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70년 분단체제가 공짜가 아니듯이 여 전히 언론 보도와 토론 내용들이 냉전적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상과 분석의 간극이 남아 있다.


최근에는 우리가 잘 몰랐던 북한의 모습과 이야기들을 알려주 는 채널이 기존 언론매체뿐 아니라 인터넷방송 등을 비롯해 보다 다양해진 것 같다. 대중들의 관심과 호기심이 말씀하신 대로 실체 를 보려는 노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가 하면 남북 경 제협력에 대한 기대도 어느 때보다 높다. 개성공단에 오랫동안 관 여해온 입장에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개성공단 재개도 가시화 되고 있는데.


개성공단 정상화에 대해서 질문을 많이 받는다. 남북경협에 대한 관심이 높다. 실질적으로 비핵화와 종전선언, 평화협정 논의가 큰 틀 에서 합의된 만큼 이후에 다가올 남북관계 변화 속에서 가장 큰 영역으로 경제협력의 고도화가 남아 있다. 평화협정을 구체적으로 실 현하고 신뢰관계를 심화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향후 남북관계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불가역적 신뢰관계로 가져가는 데 남은 것은 경제협력일 것이다. 중국-대만 관계를 봐도 그렇다. 경제협력이 고도 화될수록 평화체제를 실질적으로 묶어내는 물리적 장치로 역할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우리 경제는 구조적 저성장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많은 기 업들은 북측에 들어가서 경협을 하면 소위 돈이 된다는 걸 안다. 북 측도 2011년부터 실질적 경제개혁 조치들을 범국가적 차원에서 하 고 있고, 경제특구 설치와 외국인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2007년 10.4 선언에 남북 경제협력의 여러 과제들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고, 남측의 투자를 원하고 있다. 서로의 상황이 맞물려 있는 거다.

 

개성공단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줄곧 강조해오셨 다. 공단의 정상화와 향후 확대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지, 그 의미 는 무엇인지 짚어달라.

우리가 개성공단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단적인 예가 ‘퍼주 기’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남북 경협 전체를 그렇게 보는 이데올로기 가 있다. 개성공단은 시혜적 조치가 아니라 남북이 윈윈하는 곳이다. 자본주의적 계산에 따르면 수치적으로는 압도적으로 우리가 퍼오 는 곳이다. 시작도 우리가 먼저 제안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열어야 하는 거다. 북측의 입장도 그렇다. 우리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쫓겨나 왔는데 연말이면 2년 10개월이 된다.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고, 기업 들이 생존할 수 있는 마지막 실버타임을 올 연말까지로 본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북측을 경제협력의 대상으로 보는 건 우리만이 아니다. 중국, 싱가포르, 미국까지, 다들 북측을 무풍지대로 여 기고 깃발만 꽂으면 된다고 본다. 싱가포르 경우 SOC 인프라 투자, 원산국제관광특구 등 약 22조 원을 투자했다고 한다. 중국은 최근 에 국가가 나서서 북측에 들어갈 것을 독려하고 있다. 중국 스스로 가 지난 40년간 경제개혁을 해봤기 때문에 북측의 변화를 잘 알 것 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 경제 발전 가능성을 언급하며 북 한 해변가에 콘도 건물이 들어서는 게 현실이 될 거라고 말한다. 러 시아도 마찬가지다. 남북관계가 민족 내부의 특수관계기 때문에 우 대조건을 받을 거라는 낙관도 있지만, 시기가 중요하다. SOC를 비롯 해 상호 관심사와 필요 속에서 서두를 필요가 있다.

 

대부분 유엔이나 미국의 경제제재가 풀려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이야기하는데 그보다 우리의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인가.

상당수가 그런 프레임에 갇혀 있다. 개성공단을 닫은 것은 안보리 제재나 미국의 대북 제재가 아니라 이전 정권에서 일방적으로 닫은 것이다. 그 이후에 추가적인 제재가 있었는데, 그것을 준수하면서도 공단을 열 수 있다. 대표적으로 대량 현금 문제의 경우, 엄격하게 따져서 2013년 조항 이지만 소급해서 적용한다고 하면 근로자들의 임금을 현물로 대신 주는 방법이 있다. 1년 총 임금인 800억 원어치의 경공업 제품이나 SOC를 제공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노동은 임금과 교환되는 개 념이지만 북측 사람들은 최근까지도 노동의 대가로서 임금을 받는 다는 인식이 없다. 국가가 나에게 맡긴 공적 업무를 수행하고 국가 는 나의 생활을 책임진다는 개념이었다. 그래서 그 임금을 다른 식 으로 지급하고 북측이 그들의 생활을 책임지게 하면 된다. 다른 사항들도 엄밀히 따진다면 적용 대상이 아니거나 우회할 수 있는 여지 가 충분히 있다. 무엇보다 개성공단의 최초 목적은 평화의 제도화이고 그를 위해 경제협력의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평화가 51, 경제가 49이다. 단 한 개 기업이 운영된다고 해도 평화의 제도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경제 번영은 자연히 뒤따르는 것이다.

 

현재 100만 평 규모인데 최초 합의에 비해 현저히 작은 규모다. 정상화 이후에 애초 계획대로 갈 수 있다고 보는가?

최초 합의했던 규모는 공단 8백만 평, 배후도시 1천2백만 평으로, 남측으로 치면 창원공단과 창원시를 합한 규모다. 2003년에 첫삽을 뜨고 약 10년 정도를 예상했는데, 중간에 동결되고 신규 투자가 막 히면서 1단계 100만 평에서도 공장이 들어선 부지는 38%밖에 안 된 다. 분양은 다 됐지만 못 들어오고, 나머지는 버려진 땅처럼 방치되 어 있었다. 2천만 평 전체를 계획했을 때는 최소 3천~5천 개 기업이 들어갈 수 있다고 봤다. 5백억에서 1천억 달러 규모다. 다시 재개될 경우 기 존 125개 제조업 기업 대부분이 들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미입주기업들도 우선 대상이 되어야 한다. 신규 업체들의 문의도 하 루 3~40통 정도 온다. 주로 기존 개성공단 기업의 협력 업체들이라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편이다.

2단계인 250만 평은 이미 구획이 되어있다. 남북의 기존 합의를 철저히 실천한다는 게 판문점 선언에도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3단 계까지 어떻게 갈 것인지 북측과 협의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해주 경제특구를 비롯해 다른 경제특구 개발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참여 해야 한다. 시간 문제라고 본다. 11년간 못 지킨 합의를 늦게나마 실 천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지금 북측에서 원하는 것은 단순 개성공단의 재개가 아니라 경 협의 고도화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개성공단은 사실 국제공단이다. 남북 경협의 상징인 1호 특구이지 만 개성공업지구법을 보면 해외 자본도 들어갈 수 있고 외국인도 들 어갈 수 있다. 현재는 100% 원부자재가 들어가서 100% 완제품으로 나오고 있는데, 북측의 원부자재를 써서 남쪽으로 들여올 수도 있고 우리 원부자재로 북측에서 만들어서 북측에 내다 팔 수도 있다. 현 금 거래가 아닌 자원으로 받는 방법도 있다. 모든 게 자유롭게 가능 한 곳이다. 개성공단을 거점으로, 공단에서 다 소화하지 못하는 것 은 북측의 기업소에 계약관계를 맺어서 재하청을 줄 수도 있다, 사 실 초기에는 그걸 했다, 실질적 경제협력의 산실로서 무엇이든 다 하 라는 데 방점이 있다. 하지 말라는 제약이 아니라. 두 번째는 단순 봉제 임가공 말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첨단 산업도 들어오라는 거다. 북측 입장에서는 남측 시장경제 시스템과 공단 운영 노하우 등을 배워야 하는데 현재는 기술력이 담보되는 업 종이 없고 단순 조립, 봉제만 있다. 그 외에 민수 산업의 기술적 노하 우를 배울 수 있는 첨단산업도 들어왔으면 하는 것이다. 사실 국내 에서 20-30년 전부터 못 하는 한계기업, 단순 노동집약적 사업들만 들어갔다. 저임금만 보고 간 거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술력 있 는 기업들이 들어가서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남북이 시너지 효 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전체를 경협의 고도화라고 보는 것이다. 다만 현재는 미국의 경제 봉쇄로 인해 첨단 기술을 요하는 산업들 이 들어가기 힘든 여건이다. 북측의 실질적인 경제개혁, 개방을 위해 서는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과 환경이 만들어지는 게 우선이다.

 

이제 사람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개성공단 사람들>에 실린 개 성공단 남측 주재원들의 인터뷰를 통해 남북의 문화, 인식 차이를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개성공단을 ‘작은 통일을 이루어가는 공간’이라고 표현하신 것 같다. 전반적으로 남측 주재 원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북측의 변화로는 경제적 개선, 물질적 욕구와 외형적 변화 등이 주로 이야기되는데, 개인적으로 함께 일 한 북측 사람들의 태도나 가치가 어떻게 느껴졌는지 궁금하다.

일단 보편적으로 착하다. 공동체윤리와 도덕의식이 높다. 흔히 집 단주의 체제라고 얘기하는데, 단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개인주의 사 회고 그들은 고도의 공동체사회다. 우리는 개인과 공동체를 따로 보 려고 하는 반면에, 그들은 공동체 안에 개인이 있고 그 개인은 공동 체를 위해 굉장한 헌신성을 갖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형성되는 그 사회 속에서의 윤리, 도덕이고 가치 규범이다. 그러다 보니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도무지 발현될 수 없는 부분이 많이 나온다. 우리 사회가 급속한 근대화 과정, 천민자본주의 속에서 개인화, 파편화되다 보니 많이 잃어버렸던 공동체성을 그들은 여전히 갖고 있는데, 그게 그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근간이다.

물질과 정신을 대하는 태도에도 차이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는 모든 상황을 돈으로 환산하고 그게 당연시된다. 사람의 노동도 임금과 가치로 교환되는 돈이다. 시간도 돈이다. 투입 대비 산출, 생 산성 개념 등 철저한 자본적·물질적 사고가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 는 가치 규범인 반면 북측의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돈이 목적이 아니 다. 일례로, 당신들이 진짜 열심히 하면 내가 월급을 더 주겠다는 제 안이 그들에게는 모욕이 될 수도 있다. 사람을 돈으로 보는 거니까.

지금은 북측에서도 경제개혁 조치 속에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지 만 개성공단 초기에 그런 접근은 백전백패였다. 내가 임금을 주는 사장이다, 하는 식의 태도는 엄청난 실수다. 그들에게는 ‘사장 선생’ 이나 자신이나 이 기업을 위해 똑같이 일하는 존재다. 사회적 일, 사 회적 임무를 공식적으로 내 개인이 부여받았다고 생각한다. 이 차이 들 속에서 크고 작은 오해와 다툼이 생기는데, 한 1년 지나면 서로를 배운다. 그들이 우리에게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있다. “남측 사람들은 모든 게 돈이죠?” 생산성 따지고, 납기에 맞춰야 하고, 모든 성과는 1 년 매출액으로 얘기되니까. 그런데 북측은 노동 자체가 목적이다. 노 동 강도와 정량 자체도 굉장히 약하다. 처음에 일 시키면 우리 한 명 이 충분히 할 수 있는 걸 두 명이 한다. 남측 사람들이 일하는 걸 보 고 그들은 진짜 다들 한결같이 미친 듯이 일한다고, 어떻게 그렇게 일하냐고 한다. 우린 다 이렇게 한다고 하면 굉장히 놀라워한다. 이 런 게 일적인 다름이다.

정서적인 다름도 있다. 한 부서에서 같이 앉아서 일하는데 그들은 자기 일이 끝나면 반드시 나에게 와서 “부장 선생님, 내 일이 끝났습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이렇게 묻는다. 왜 도와주려고 할까? 그들에겐 개념상 내 일과 네 일이 없다. 공동체의 일이고, 전체의 일 이다. 우리는 도와준다고 하면 부담스러워서 혼자 할 수 있으니까 쉬 라고 하는데, 그럼 그들은 의아해하거나 서운해하기도 한다. 우리는 누가 날 도와주면 내가 무언가 도와야 할 것 같은 ‘기브앤테이크’ 문 화가 있지만 그들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기브앤테이크를 아주 계산적인 행위로 보고 별로 안 좋아한다.

서비스 개념도 마찬가지다. 해프닝을 소개하자면, 우리 관리위원 회에서 북측 근로자를 고용해서 운영하는 세탁소가 있다. 옷 찾으러 와서 계산할 때 거스름돈이 없으면 옆에 편의점이 있으니 환전해오 면 되는데 직접 가서 바꿔오라고 하는 거다. 그들의 문화와 인식을 잘 모르면 ‘날 무시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고객이 왕이라는 사고를 갖고 있지만 그들은 그게 없고 서비스라는 개념 자체도 다르 다. 그래서 처음에는 기분이 상하고 다툼도 생기는데, 차츰 서로 알 아간다.

또한 철저히 원칙적으로, 1+1은 2가 되어야 한다는 사고다. 가령 ‘융통성’을 이야기하면서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고 하면, ‘기 면 기고 아니면 아니고’를 확실히 하라는 식이다. 전반적으로 계획이 라는 틀에서 보는 데 익숙하기 때문인 것 같다.

 

개성공단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초코파이다. 언론을 통해 서도 여러 이야기가 있었는데, 실제로 어떤 의미인가?

개성공단에서 초코파이는 간접인건비로, 노동보호물자의 개념에 들어간다. 우리 기업들이 주기 시작했다. 아침에 출근하면 초코파이 두 개를 주고, 저녁에 두 시간 연장근무를 할 경우 초코파이 두 개를 준다.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주는 물자였다. 앞서 말한 것처럼 북측 근로자들은 남측에서의 기준만큼 일을 못 따라온다. 남측에서는 컨베이어 시스템이 이렇게 돌아가고 다들 하 루에 이만큼 만들어낸다고 하면 그걸 어떻게 하냐고, 못 한다고 한 다. 그들 입장에서는 하루에 아침 9시부터 6시까지 풀타임으로 일해 본 적이 없다. 평균주의 같은 게 있다 보니 자연히 생산성이 낮다.

우선은 ‘잘 먹는’ 게 중요하지 않겠나. 그래서 모든 기업들이 그렇 게 주다 보니 초코파이가 개성공단의 상징 같은 게 되었다. 많을 땐 한 달에 6백만 개가 들어갔다. 소위 ‘초코파이계’라는 게 있어서 모 아서 한 사람이 다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상자 단위로 환금성이 있 으니까, 장마당에도 팔고 물물교환도 한다.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따뜻한 물에 타서 먹거나, 커피를 묽게 타서 같이 먹기도 한다. 친해 지면 우리한테 갖다 주기도 하고.

브랜드별로 종류도 다양한데, 처음에는 단가를 낮추기 위해 저렴 한 것으로 주다가 한 회사에서 조금 차별성을 주려고 다른 제품을 줬더니 머지않아 다 바뀌었다. 맛은 바로 알지 않나.(웃음) 맛뿐 아니 라 차별에도 민감하다. 처음엔 일의 대가로서 무엇을 받는 것 자체 를 민망해했는데 나중에는 노동보호물자니까 당연히 받아야 한다 고 생각하고, 그런 식으로 그들도 변화해 가는 거다.

 

자연스럽게 서로 변화가 생겨갈 텐데, 그럼에도 체제가 유지되 는 한 예컨대 노동에 대한 관점 등 근본적인 규범은 변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북측의 현재 변화들을 크게 보면, 우선 국가사회주의 계획경제라 는 큰 틀을 유지하면서 그 근간에 시장화를 접목시키고 있다. 일정 부분 자율성을 주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나 개인이 국가가 설정해둔 계획 생산량을 다 달성하면 나머지 잔여 시간에 대해서는 기업별, 개인별로 알아서 하라는 거다. 어떤 기업소가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그 성과를 기업 성원들끼리 나눌 수 있고, 개인은 퇴근하고 난 자투 리 시간에 자기 노동을 팔 수 있다. 사람의 노동을 판다는 개념이 생 겨나고 있다. 2013년 이후 변화들이다.

생산성도 따지기 시작했다. 초기만 해도 투입 대비 산출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왜 굳이 그래야 하는가, 그냥 한 달에 몇 개를 만들 어야 하는지만 얘기해 달라고 했다. 하다 보면 더 늘 수도 있지 않냐 고 하면 못 한다고, 정해주는 만큼 하고 나머지는 알아서 쉬든지 하 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효율성, 생산성 개념을 배우면서 물질 적 인센티브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경쟁도 붙이게 됐다. 가 령 처음에는 500명을 고용하는 회사에서 100명씩 반을 나눠서 경쟁 을 시키면 진짜 싫어했다. 생산량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하면 전체를 다 같이 줘야지 왜 이쪽만 주느냐고, 기본 체제를 흔드는 거 라고 보고 거부감이 있었다. 4-5년 지났을 때는 분반별로 많이 했다. 그렇게 해서 받은 것을 똑같이 나눠 가기도 하고.

이런 변화들을 포함해서 북측의 전체적인 경제개혁 조치들이 전 방위적이고 광범위하다. 무조건적인 시장화는 아니고 시장화를 제 한적으로 접목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남북 민중간 삶과 생명을 나누는 상징으로서 한살림에서는 통 일농업, 통일밥상에 관심을 가지고 작게나마 조합원, 생산자들이 참여하는 활동을 펼쳐 왔다. 경제협력 국면에서 농업, 먹거리 분야 에 어떤 가능성을 보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일반 기업, 자본이 아 닌 협동조합의 참여가 의미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북측 경제의 변화 속에서 가령 사회적경제를 남북 경협 속에 녹 여낼 수 있다면 굉장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북측도 나름대 로 시장화를 접목하는 과정에서 철저한 자본의 방식을 취하기보다 는 여러 대안적인 실험을 하고 싶어 할 것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식품공장을 협동조합운동의 가치와 방식으로 운영한다거나. 북측의 파트너들에게 충분히 설명하면 가 능할 수 있다.

이렇게 사회적경제로서 협동조합이 북측과 결합될 수 있는 지점 을 찾고 북측 사람들에게도 그 의미를 충분히 전달하고 이해시킨다 면 노동의 동기 부여를 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가령 어느 지역의 협 동농장과 MOU를 맺고 거기에서 나오는 생산물에 대해 철저히 품 질관리를 하고 해당 원부자재로 개성에서 가공해서 남쪽으로 가져 온다든지. 거기에 대해서 남측의 경공업 제품으로 교환한다든지. 꼭 돈이 거래되지 않아도 된다. 딱 정해져 있는 방식이 아니라 협의해가 는 과정에서 많은 게 가능해진다.

북측에서도 돈이 결부되면서 점차 제도화가 엄격해지고 있지만 기존 사회법제도를 보면 굉장히 느슨하고 법제화의 수준이 미약하 다. 우리는 세세한 부분까지 다 규정되어 있는 반면 북측은 큰 범주 에서 이것 이것 빼고 다 하라는 식이다. 만나서 취지를 전달하고 협 의하면서 최적의 조건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 결국은 우리가 얼마나 고민하고 상상력을 동원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농업교류의 경우 여타 제조업 등과 다른 측면이 있어서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 그전까지는 비료, 비닐하우 스, 농자재 등 부족 물자를 공급하는 중심이었다면 북한에서도 지 난 10년 동안 농업이 상당 부분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과거와 다른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우선은 북한 농업의 현실 도 정확히 알아야 하고,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과다한 화학비료를 쓴다거나 하는 부분에서는 남측의 유기농업 단체가 친환경농업의 노하우와 경험을 나누는 일 등도 필요할 것 같다.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정해진 루트가 있는 것은 아니 고 우리 쪽 의지에 달려 있다고 본다. 농림 분야는 북측의 경제개발 전략과 물류, 접근성 등을 감안할 때 개성과 해주 쪽이 좋을 것이다. 내륙 쪽은 전투에 대비해 도로를 거의 발달시키지 않았다. 앞으로 SOC를 하겠지만 초기 지점은 해안가로 갈 수밖에 없다. 이 일대에 서 먼저 소규모로 시작해서 키울 수 있다. 개성시 인민위원회를 통 해 그 지역의 협동농장과 협의한다거나, 필요한 게 무엇인지 확인하 면서 포괄적 농업 협력으로 시작해 다른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남측에서 관심을 표명하고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교류 협력 사무소에서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다.

생명, 환경, 생태를 키워드로 DMZ 쪽에도 참여하면 좋겠다. 통일 경제특구와 연결시킨다고 하는데 단순히 관광만 할 게 아니라 평야 지대에서 친환경 영농으로 같이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이다. 통일부나 정부는 이십수 년 전 만들었던 남북교류협력법에 근거 해서 여전히 정부가 장악해서 통제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지 않나. 몇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알아서 다 할 수 있게, 허가가 아니라 신고제로, 양성화될 수 있도록 풀어놓는 게 맞다고 본다. 교류협력법 개정 작업도 하고 있는데 그 시기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선도적으로 하다 보면 북측에서도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다 고 본다.

 

그러한 교류가 시작된다면 경제적·문화적으로 완충지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통일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북한에 대한 이해, 무지의 탈피, 상호 인정을 주로 강조 하고 계신다. 다름을 극복하고 하나가 되는 데 대한 염원이 크지 만, 통일 자체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과 견해에도 변화가 있고 다양 해지는 것 같다. 가령 평화를 원하지만 그게 꼭 통일이어야 하는가 라는 물음도 있다.

우선은 통일 개념에 대해서 우리 국민들이 왜곡되게 받아들이거 나 잘 모르는 측면이 있다. 대한민국의 공식 통일 방안은 민족공동 체 통일방안으로, 노태우정부에서 발표해서 29년간 국가의 공식 통 일 방안 지위에서 내려와본 적이 없다. 1단계가 화해협력의 단계로, 남과 북이 상호 존중하고 체제를 인정하면서 사회문화 교류, 경제협 력 심화, 정치군사적 신뢰 구축을 통해 종전 선언, 평화협정으로 나 아가는 과정이다. 그 완성체가 분단체제에 상응하는 평화체제로, 전 쟁의 위기가 완벽하게 사라진 상황이다. 2단계가 남북 연합인데, 양 정부가 기존의 모든 권한들을 그대로 가지면서 상위에 남북 정상회 의, 각료회의, 평의회 등 세 개의 회의체를 운영하면서 통일 문제를 전담시키는 거다. 각각 단계마다 수십 년이 걸리는 과정이다. 그 이후 에 완전한 통일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후대들이 이제는 하나로 합쳐 도 되겠다, 휴전선을 허물고 체제와 제도를 하나로 만들 수 있겠다 고 할 때 가능할 것이다. 이처럼 통일 과정은 곧 오랜 평화의 과정이 다. 하루아침에 도둑처럼 새벽처럼 찾아온다는 그런 통일은 없다. 흡 수통일 내지는 북한 붕괴로 인한 통일에 대한 인식이 국민들의 관념 속에 있는데 평화의 오랜 과정으로 통일을 생각하면 어렵지 않다. 이미 판문점 선언을 거치며 그러한 평화의 시대에 진입했다. 평화가 통일이다. 그리고 통일 이후에도 평화가 더욱 더 고도화되는 과정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건, 체제와 제도의 다름에서 비롯하는 생활 양식이나 가치 규범이나 사고방식, 역사인식 등 여러 많은 다름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상호존중이다. 다문화를 다양성 의 관점에서 상식적 규범으로 인정하는 것처럼. 그 다름에 대해서 옳고 그름이나 선악의 이분법적 흑백논리로 보지 않으려는 상식적 마음이면 충분히 이미 평화이고 그 마음으로 통일까지 간다고 본다.

남과 북은 6.15 공동선언을 통해 이미 이러한 통일 방안에 합의했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잘 모른다. 통일교육을 안 하기 때 문이다. 분단체제는 동질성 교육을 하지 않고 이질성 교육, 분단체제 심화 교육을 한다. 분단이 국민 불행의 구조적 근원이고 토대인데, 그것을 넘어가기 위해서 국민들이 평화의 오랜 과정으로 존재하는 통일을 인식할 필요가 있겠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모심과살림>12호(2018 하반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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