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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시작하고 싶습니다(모심과살림13호)
2019-01-04 09:54:00

새롭게 시작하고 싶습니다

 

황도근 

모심과살림연구소 이사장 ndghwang@naver.com

 

2018년에 들어서면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내 주변에서 하던 일들이 모두 답답하게 느껴졌고 정체되고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미 세상은 빠르 게 변화하고 있고,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더 많은 것들이 새로이 생 겨나고 있는데, 내 주변은 변화하기를 두려워하는 듯 놓아버리는 것 을 아쉬워하는 듯 변화를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변해보자고, 무조건 변해보자고 말하기는 쉬워도 실제로 실천하려면 큰 고통이 따릅 니다. 가까웠던 사람들과의 이해관계도 충돌하게 되고, 어쩔 수 없 이 떠나야 하는 고통스러운 일도 생깁니다. 생명이란 관계와 관계에서 오는 소통의 감성이 너무도 중요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변한다는 것은 엄청난 노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생명은 생성과 소멸의 흐름이다’라는 피할 수 없는 진실이 있습니다. 강물은 흘러가야지 고여 있으면 썩는 것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진실이기 에 힘들어도 때가 되면 변해야 합니다.

 

우선, ‘모심과살림연구소’가 먼저 변화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연구소는 10년 넘는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을 해왔습니다. 한살림은 시대의 전환, 삶의 전환을 꿈꾸며 사회를 바꿔보려는 선배분들의 운동으로 시작한 일이어서, 시대정신의 가치관을 정립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연구소는 협동운동, 공동체운동 의 근본을 이루고 있는 생명사상을 꾸준히 연구하고 정립해왔습니 다. 그 덕분에 한살림이 가치를 중시하고 시대정신을 담고 있는 조직으로 신뢰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소비 자 조합원들이 늘어나면서 삶과 조직의 현장에서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연구소가 현장과 함께해달라는 요구가 커졌고, 60만 조합원을 넘으면서 많은 곳에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요구는 너무도 당연했습니다. 그래서 올해 변화가 있었습니다. 많은 논 의 끝에 기존 분들이 현장으로 들어갔고 새로운 분들이 연구소 식구 가 되었습니다.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변화를 함께 만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연구소는 새로운 분들을 모셔서 한살림 조직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는 인력풀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분들과 시작한 첫 일이 ‘2018 전국한살림 조합원 의식조사’였습니다. 4-5년마다 한 번씩 해왔지만 이번은 특별히 정성을 다 하고 싶었습니다. 한살림의 실물경기가 나빠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소비자의 의식도 빠르게 변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논의와 토론 속에서 목표를 분명히 했습니다. 의식조사로 끝내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문항연구, 지역별 세대별 모집단 구성방법, 정책제언 등을 고려했으며 현장의 요구에 따라 추가조사도 실시 하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참 고마웠습니다. 더욱이 무더운 여름부터 세 달 가까이 전국을 순회하며 지역별로 통계자료를 설명하고 지역 이사들과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기도 했습니다. 서로서로 만나고 고민하면서 함께 노력하는 모습 속에 한살림운동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정성을 다한 실무자분들과 참여한 분들께 참으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번 과정에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한살림운동에 애정을 갖고 있 는 분들이 여전히 참으로 많다는 것입니다. 비록 30년의 세월 속에 적잖은 부분들이 관행화되고 습관화되어 많이 답답해졌지만, 한살림운동의 시대정신과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번 과정을 통해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일들이 나타났습니다. 소비자뿐만 아니라 생산자, 실무자, 활동가들을 대상으로도 의식조사를 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특 히 생산자분들은 한살림운동의 시작이면서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한살림운동이 시작된 이유도 농민들과 함께하기 위함이었습니 다. 그래서 생산자분들을 대상으로 한 의식조사는 내년에 꼭 할 예정입니다. 한살림의 성장과 더불어 실무자분들과 활동가분들 식구 도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큰 식구가 되어온 동안 그분들 사이에 노동의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음이 보입니다. 조직은 커지고 굳어지면서 함께 일하는 사무실에는 벽이 쌓여가듯 문제가 고여 온 느낌입니다. 이제 그분들의 문제들을 조심스럽게 드러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내년에는 우리 내부를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는 조사들을 계속해가려고 합니다.

 

이제는 한살림 모두가 바뀌었으면 합니다.

우리 사회는 성장을 멈춰가기 시작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한살림 도 성장이 둔화되기 시작했습니다. 10여 년 전에는 성장률이 거의 20%를 상회하여 3년이면 두 배 이상의 성장을 거듭해왔으나, 몇 년 전부터는 성장률이 6-7%를 유지하다가 올해 들어 확실히 주춤하면 서 1-2% 내외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도권의 성장률은 빠르게 정체되고 있는데 거기에는 고정비용인 임대료와 인건비의 상승이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성장률이 정체되는 근 본 원인은 인구구조의 변화에 있습니다. 일본의 생협들이 어려워진 시기가 1994년부터라고 하는데, 그때가 65세 이상이 15%를 넘어서 서 고령사회에 들어선 시기였습니다. 한국 역시 2018년 현재 고령화율이 15%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인구구조가 이미 한국 사회의 모든 문제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입니다.

고령사회의 문제는 노인복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비혼과 저출산, 1인가구의 급증, 실업률 확대, 부동산 편중, 복지연금의 부담, 인건비 상승, 청년실업, 지속적 경기침체 등 그동안 잠복해있던 사회 문제들이 경제성장이 멈추면서 한꺼번에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이미 예견된 일이지만 막상 드러나면 지속적으로 썰물처럼 밀려오기 때문에 모두가 당황하기 시작합니다. 잘못 생각하면 누군가에게 책임 을 지우며 비난할 수 있는데, 이런 문제들은 급격한 성장 이후에 나 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지금은 짧은 판단으로 대처하려고 애쓰기보다는 긴 호흡으로 문제를 봐야 합니다. 금 세 끝날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신에 두려워 말고 변화하는 세상 에 문을 활짝 열고 무조건 변화해 나가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지 금 정부에서 하듯이 단기적으로 돈을 쏟아붓는다고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지금 한살림은 무조건 변화해야 합니다.

요즘 한살림연합의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 조직 개편이 한창입니다. 그에 대한 토론과 논란도 많았습니다. 논란의 핵심은 한살림 이 외부사업까지 해야 하느냐인데, 저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미 한살림은 30년인 한 세대가 지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만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커졌고 이미 새로운 사회적 요구가 늘어났습니다. 앞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지만 일단 조직이 변화하려는 노력에는 서로 힘을 보태야 합니다. 혹 시 잘못하는 일이 있으면 고치면 됩니다. 꼼짝하지 않고 버티면 망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조직 개편보다 먼저 꼭 바뀌었으면 하는 일이 있습니다. 여러 회의가 너무 많고 길다고 생각합니다. 냉정하게 보면 협동조합이 어서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어쩔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지만, 사실은 책임자가 결정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조직문화가 낳은 결과이기도 합니다. 또한 너무 많은 이들이 결정에 참여하려는 문제도 재고해봐 야 합니다. 초창기에 규모가 작았을 때는 모든 일을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70만 조합원 에 생산자도 2천 가구가 넘고 실무자와 활동가도 천 명이 넘는 조직 입니다. 회의와 논의도 중요하지만 직책에 맞게 책임지는 문화가 절실 해 보입니다. 요즘 대학도 교육과 연구의 본질에 충실하지 못하고 매일 회의와 평가보고서를 쓰다가 망하고 있습니다. 신뢰가 없고 책임 지지 않으려는 조직일수록 회의와 논의는 더욱 늘어나게 마련입니다.

 

생산자분들에게도 변화의 시기가 왔습니다.

30년 전 한살림이 태동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가 농민을 살리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생산과 소비는 하나다’가 한살림의 모토였으며 이번 의식조사에서도 이에 동의해 한살림에 가입했다는 응답이 많았습니다. 매장에서도 생산자분들이 함께하는 판매행사에 많은 소비자분들이 호응한다고 합니다. 생산자에 대한 한살림의 애정만큼은 참으로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나 생산자가 늘어나고 가공 사업이 매우 빠르게 증가하면서 내부에서도 문제가 드러나고 있습 니다. 여러 생산지에 강연을 가서 원로 생산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면 이런 호소를 하십니다. 더 이상 생산지의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생산자들의 나이가 많아지고 있는데 후속 젊은 생산자의 유입은 없는 문제, 생산자들 사이에서도 소득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문제, 신구 생산자들 사이의 의식과 가치관의 차이, 가공사업 의 투명성과 품질관리 등 여러 문제들이 쌓여가고 있는 현실입니다.

30년 전에는 도시의 소비자가 농촌의 생산자를 아끼고 보호해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시절에는 농촌이 시대의 아픔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도시가 시대의 아픔을 더 많이 품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도시 청년들은 대표적인 시대의 아픔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더욱이 도시는 빈부의 격차가 너무도 커지면서 돌봄의 대상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매장도 지나치게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으로 운영의 한계가 오고 있습니다. 몇몇 곳에서는 적자가 심한 매장 을 철수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인구구조에 따라 점점 어려워지는 매 장 살림살이를 회복하는 데 소비자 조합원만으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점점 어려워지는 이 시기에 한살림 식구들에 게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는 힘은 생산자분들에게 있을 것 같습니 다. 내부적으로 실태조사와 의식조사를 통해 새로운 물품과 조직에 활력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으면 합니다. 내년에는 연구소에서 도 생산자분들과 함께하기 위해 예산을 절약해서 농업 전문 연구자를 모시고 의식조사와 함께 지속적으로 새로운 대안들을 마련하고 자 합니다.

 

그동안 한살림에서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중심으로 많은 논의 를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조직이 커지면서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실무자와 활동가의 역할과 노동의 문제들이 잘 정리되지 않은 듯합니다. 각 지 역 한살림 활동가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여지없이 이 문제가 나옵니다.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덮어두고만 있을 수는 없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내년에는 연구소에서 이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의식조사와 함께 한살림의 노동 문제와 활동 영역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연구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만들어볼까 합니다. 모두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우리만의 대안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또한 내년에는 청년들과 함께하는 미래포럼을 다양하게 하고 싶습니다.

일본이 1994년 장기침체로 들어간 이후 20년 동안 벗어나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분명한 원인은 부와 권력의 편중 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2차대전 직후인 1947-49년 사이에 한꺼번에 태어난 단카이세대는 일본의 경제성장을 이룩하여 고도성장 시기에 부와 권력을 모두 쥐게 되었습니다. 학자들에 따르면 이들이 국가 자산의 대략 70%를 소유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들 은 그런 부와 권력을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지 않고 금고에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청년들은 힘을 잃고 어둠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지금 우리는 일본처럼 경기침체의 앞에 서 있습니다. 우리 사회도 청년 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어둠 속으로 들어서지 않도록, 우리가 지닌 작은 부와 권력이라도 내어 주는 노력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

지난 11월 말 연구소에서는 ‘청년의 삶과 협동운동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주제로 미래포럼을 열었습니다. 비록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에 국한된 논의였지만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대학생협의 의식조사와 청년유니온의 정책 방향에서 청년세대들이 추구하는 삶의 양식과 직업관이 확실히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1인가구에 따른 스몰 라이프, 유연한 노동, 인권과 성평등에 관한 높은 감수성 등 그들만의 의식변화를 또렷하게 들었습니다. 현재 10%가 넘는 청년실업률 때문에 예산을 늘리지만, 역설적으로 청년의 퇴사율은 급증하여 62.2%는 1년 2개월 만에 직장을 그만두고 있습니다. 임금과 근로조건에 대한 불만 때문 입니다. 청년연대은행과 청년주택협동조합을 추진해왔던 청년들의 이야기는 더욱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청년들이 주도하는 무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부와 권력은 기존의 견고함을 유지한 채 청년들에게 단순히 참여하라고 할 뿐이어서, 아직 우리 사회의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할 공간과 자원이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한살림에서 활동하는 청년활동가의 목소리는 저의 귀를 활짝 열리게 했습니다. 거의 내부고발 같은 목소리에 시원한 사이다를 마신 느낌이었습니다. 내년에는 연구소에서 더 많은 자리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그들이 늘 호소할 수 있는 공간을 ‘모심과살림’ 지면에도 열어놓을까 합니다. 누구라도 자신의 소리를 당당하게 낼 수 있는 조직이 한살림이었으면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전반적인 전환기turning point에 들어섰습니다.

인구구조의 변화뿐만 아니라 ‘인더스트리industry 4.0’이라는 실체 가 세상을 흔들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로 더 익숙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2차 기계혁명인 디지털혁명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1차 기계혁명은 영국에서 시작하여 유럽, 미국, 일본을 관통하여 서구 열강들을 하드웨어적 공업사회의 주역으로 만들어놓은 산업혁명이었다면, 2차 기계혁명인 소프트웨어적 디지털혁명은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하여 한국, 중국을 관통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이것은 기존의 산업과 경제, 기업과 국가, 교육과 문화 등 사회구조의 모두를 변화시킬 것입니다.

10여 년 전 샌프란시스코 ‘맥월드 2007’에서 스티브 잡스가 아이 폰을 발표할 때만 하더라도, 스마트폰이 지금처럼 세상을 뒤집어놓을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인 40억 명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기존의 산업을 모조리 바꿔버렸습니다. 노키아, 모토롤라는 사라지고 소니, IBM 등 최고의 기업도 존재의 빛을 잃었습니다. 중국의 알리바바는 올해 광군제중국 최대의 쇼핑 축제에서 35조 원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구글은 창업 5년 만에, 페이스북은 6년 만에 10억 달러를 달성했고, 공유업체 에어비엔비, 우버 등은 호텔과 자동차 없이도 몇 년 만에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습니다. 기존의 전통적인 제조업과 유통망은 모두 붕괴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과격해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신문기사를 보다가 ‘파괴적 혁신가disruptor’란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미국의 온라인 유통업체인 아마존이 만들어낸 신조어 입니다. 작년 한 해 미국의 소매점 9,000여 개가 문을 닫았고, 세계적인 장난감 대기업인 토이저러스가 70년 만에 파산하면서 아마존 때문에 파산한 27번째 대기업이 되었습니다. 지금 아마존은 광대한 미국을 완전히 장악하여 2일 이내 물품배송과 2시간 이내 식품배달 로 매년 30-40%의 급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전환의 시대에 놓여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런 대전환의 시기에 더욱 소중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삶의 안식처가 되어줄 공동체에 대한 요구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많은 학자들마저도 개인의 행복과 안정된 삶을 위해서는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요즘 IT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블록체인, P2P, 커먼즈 운동, 기본소득이 이것에 해당합니다. 우리 삶의 중심을 화폐가 아니라 개인과 개인을 잇는 소통의 가치로 삼아야 한다는 움직임들입니다. 특히 중앙집중화를 막기 위해, 부의 편중을 개선하기 위해 젊은 IT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거대 정보권력자들과 싸우고 있습니다. 더욱이 최근 미국의 젊은 여성들은 페미니즘과 지역 풀뿌리운동을 활발히 전개하였고 이번 미국 하원선거에서 ‘민주적 사회주의DSA’ 운동으로 2명이 당선되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공통적인 구호가 ‘더불어 사는 세상’입니다. 즉 한살림과 같은 구호 인 것입니다.

이제 생명운동은 세계적인 운동이 될 것입니다. 아무리 IT 혁명으로 세상을 바꾸고 부와 권력을 독점한다고 해도 인간의 행복은 ‘좋은 관계’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산업혁명이 우리 가 사는 삶의 모습을 바꿀 수는 있어도 본질적인 행복의 조건을 변화시키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앞으로의 시대에는 가치, 협동, 공유, 나눔, 감성, 생명, 자연, 생태, 이웃, 공동체 등이 새로운 화두가 될 것입니다.

200년 전 산업혁명이 한창이었던 영국에서 빈부 격차를 줄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찾고자 시작한 로버트 오언의 협동운동처럼, 앞으로 한국에서의 협동운동, 공동체운동, 생명운동, 사회적경제 등 은 더욱 확장되고 깊어질 것입니다. IT 혁명이 가족공동체를 해체하고 1인 개인사회를 확대할수록, 반대로 삶의 의지처가 되어줄 공동체운동은 점점 늘어갈 것입니다. 특히 청년과 여성들의 참여가 늘어 날 것입니다.

이제 한살림은 먹거리를 넘어 돌봄과 나눔의 공동체로 확장해나 가야 합니다. 앞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한살림 식구들은 삶의 의지 처로서 소통의 공간을 더욱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그동안의 내부 문제들을 뛰어넘어서 새로운 시대적 소명을 수행해야 합니다. 한살림은 새로운 소명인 안식처로서의 능력과 마음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가 새롭게 시작했으면 합니다.

끝으로,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 말씀을 되새겨봅니다. “버리고 버리고 또 버리면 그곳에 다 있네요.”

<모심과살림>13호(2019년 상반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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