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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지역사회 만들기와 한살림의 ‘지역살림운동’
정규호(모심과살림 연구소 연구실장)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유럽을 포함해 세계 각국의 실물경제와 재정의 위기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문제 해결을 위한 긴축 및 구조 조정 조치는 물가상승과 실업에 대한 공포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1% 특권층에 대한 99%의 분노의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면한 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지난 세기 근대화 과정을 이끌어왔던 ‘고도성장’, ‘지속성장’, ‘동반성장’의 신화는 이미 무너졌다. 특히 양극화 문제는 심각한 수준인데, 고용 양극화가 소득, 교육, 의식주, 건강의 양극화로 확대되고 있어 사람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별화 된 생산자와 소비자가 보낸 가격 신호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조정, 조율된다는 믿음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그렇다고 우리의 운명을 국가의 ‘투박한 손’에 맡길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의 자본주의 경제는 생산과 소비, 자본과 노동을 분리시키고, 사람들을 파편화, 무력화시켜 왔는데, 이에 반해 사람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들은 점점 더 거대화, 복잡화 되어 개인 차원의 문제 해결 수준을 한참 넘어서 버렸다. 요즘 들어 사회적경제, 공동체경제, 협동경제, 살림의경제 등 다양한 이름의 대안적 경제에 대한 논의들이 활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가의 퇴조와 시장의 실패가 극명하게 드러난 지금, 삶의 주체들이 직접 나서서 서로의 관심사를 나누고 함께 행동하고 더불어 책임지는 협동운동을 통한 새 길 찾기에 대한 관심과 고민들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협동운동은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공동의 목표를 위해 뜻과 힘을 자발적으로 모으고, 상호 신뢰와 상부상조를 바탕으로 필요 자원들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효과적으로 연결시키고, 생활과 밀접한 공공재를 지속가능하게 생산해내는 데 있어 중요한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균열과 혼돈이 가중되면서 지속가능한 삶과 사회를 책임지는 대안적 경제운동으로서 협동운동의 역할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으로 협동조합의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역할이 있다.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는 1995년 ICA 창립 100주년 기념 대회를 맞아 개정된 협동조합 원칙에 새롭게 포함된 것으로, 작년에 개정된 우리나라의 생협법에도 생협의 주요 역할로 명기되어 있다. 이처럼 협동조합의 주요 역할로 강조되는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는 일정한 지리적 범위 내에서 생활하고 있는 조합원의 이익 실현은 물론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있어 협동조합의 책임 있는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이 원칙은 윤리적 규범의 차원을 넘어서 생존을 위한 구체적인 현실의 문제가 되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정점에 달한 지금, 국가의 보호막이 약화된 상태에서 지역사회가 시장경제의 치열한 생존경쟁에 무기력하게 노출됨으로써 나타나는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협동운동의 역할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한 경제활동 주체들의 사회적 기여 방법은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 고용의 기회를 제공해 주거나, 영리활동으로 얻은 수익금 일부를 공적 활동에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협동조합이 가진 경제적 특성을 고려할 때 일반적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과는 다른 차원이 분명히 있다. 즉 조합원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는 기본 역할을 넘어서 상호 신뢰와 책임을 바탕으로 조직화 된 힘을 모아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들어가는데 있어 협동조합의 지역사회 기여의 의미와 역할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협동조합의 지역사회 기여 역할은 크게 두 가지 차원으로, 그 하나가 국가와 시장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곳에서 ‘보완적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 다른 하나는 국가와 시장의 논리가 작동하는 곳에서 협동조합이 가진 가치와 내용으로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나가는 ‘대안적 역할’이 있다. 이렇게 본다면 협동조합의 지역사회 기여는 조직 차원의 활동 프로그램의 수준을 넘어서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운동과 경영, 활동과 사업을 구분해 놓고, 경제활동을 통해 확보된 수익의 사회적 환원을 위한 방법으로 접근한다면 협동조합의 지역사회 기여 역할을 너무 제한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세계의 주류 경제가 심각한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과 배제가 아닌 협동과 공생의 원리로 작동하는 대안적 경제영역들을 많이 만들어서 경제적 생태계를 다양하고 풍성하게 만들어가는 일이야 말로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편, 지역사회 기여 역할은 협동조합 스스로 정체성과 운동성을 분명히 하는 길이기도 하다. 사실 사회 속에 존재하는 협동조합은 안팎으로부터 끊임없는 도전과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협동조합들이 경계해야 할 지점들을 몇 가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즉 자본주의 시장경제와의 경쟁 과정에서 규모화와 효율화에 치우쳐 자칫 경제적 대안으로서 협동조합이 가진 특성과 잠재력이 희석될 가능성, 조합원 자발성에 기반하기보다 상품화와 제도화를 통한 시스템으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운동적 활력을 상실하게 될 가능성, 그리고 조합원 중심의 상호부조 틀 속에 갇혀 협동조합이 폐쇄적 이익집단으로 비춰질 가능성 등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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