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섭(모심과살림연구소 부소장)

알브레이트 뒤러 [기도하는 손]
여린 숨결들을 어찌해야 할 것인가. 문득 2년 전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의 비극이 떠오른다. 역시 3월이었다. 냉동창고 건축 공사 중 화재가 발생해 4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시너로 인한 발화와 우레탄 폭발로 창고는 삽시간에 불덩어리가 되었고 유독가스로 인해 손 쓸 틈도 없이 수 십 명의 노동자들이 쓰러졌다. 지난 26일 밤 백령도 해역, 어쩌면 초계함 선체 후미도 그러했는지 모른다.
생명권의 척도는 인권
생명운동은 생명 ‘살림’ 운동이다. 그리고 이때 생명은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명을 말하지만, 생명 인식과 생명 감수성의 출발점은 역시 사람이다. 인간 생명에 대한 무한한 존엄과 공경이 없이 동물들과 들풀들의 생명을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사람 차별에 반대하고 사람 평등을 옹호하지 않고서 생명운동을 강변하기가 부끄러울 것이다. 멀리는 기아와 빈곤, 전쟁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아프리카 사람들, 가까이는 굶주림과 폭력으로부터의 자유를 누릴 수 없는 북한 동포들을 그대로 두고서 생명살림을 이야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인격적 모멸을 그대로 두고서 생명가치를 운위하는 것은 자기기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천 냉동창고의 참사가 있기 석 달 전인 2007년 12월엔 태안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했다. 생태계 대참사였다. 주민들의 고통도 두말할 나위 없는 일이었지만, 갯가의 생명들은 속절없이 죽어갔다. 갯지렁이와 망둥이에게 태안 앞바다는 이천의 냉동창고와 같은 생지옥이었을 것이다. 시커먼 기름이 죽임의 쓰나미가 되어 그들의 몸을 덮쳤을 것이다. 숨이 턱턱 막히고, 이윽고 절멸(絶滅).(4대강 사업도 마찬가지. 생태계와 문화적 뿌리와 사회적 관계가 거대한 우주처럼 연결된 생명계에 대한 정부와 기업과 위정자들의 무지와 기만이 인간생명을 좌절케 된다.)
끔찍했다. 어쩌면 생명권(生命權)의 척도는 차라리 인권(人權)인지도 모른다. 사형제 존폐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조명되어야 할 일이다. 북한에서 들려오는 이러저러한 ‘처형’ 소식을 무심히 넘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을 하늘과 같이 섬기고(事人如天), 동식물을 사람 모시듯(事物如人) 하는 것이 생명의 도리일 것이다.
생명권의 사회화
그런데 또 하나의 문제는 생명권의 사회화, 즉 뭇 생명의 권리를 어떻게 제도와 시스템으로 뒷받침할 것인가이다. 사람들의 생명 감수성이나 참된 살림살이는 근본적으로 생명의 그물을 출렁이게 하는 힘이다. 하지만 이천 냉동창고의 참사와 백령도 해군 초계함 침몰과 태안기름유출사고 앞에서 개인의 가치관과 행동은 한없이 무기력해진다. 단지 대형사고이기 때문이 아니다. 생명권도 마치 인권처럼 하늘이 준 것이지만(아니 하늘 그 자체이지만), 사회적으로 합의되고 제도와 시스템에 의해 지지되어야 하는 것이다.
인권운동의 역사가 보여주듯, 유럽의 동물권운동 사례가 증명하듯 생명권은 ‘윤리적’일 뿐 아니라, 사회적이고 정치적이고 제도적이고 체제적이다. 새만금과 태안기름유출사고가 증거하듯 생태보전운동도 개인적 실천과 결단만으로는 불가항력일 수밖에 없다. 현대 자본주의사회체제의 중추인 국가와 기업을 변화시키는 노력, 이를테면 ‘국가와 기업의 녹색화(greening)’ 혹은 ‘생명의 결이 살아 숨 쉬는 국가와 기업 만들기’가 이루어지지 못하면 ‘호혜와 순환의 생명사회’는 소망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요컨대 ‘생명의 윤리’와 ‘생명권의 사회화’가 동시에 필요한 것이다. 제2, 제3의 냉동창고와 초계함 침몰 사건이 나지 않기 위하여, 비즈니스와 군사작전보다 무거운 생명권을 위하여 제도와 시스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실종 장병들과 가족들에게 생환의 행운이 함께 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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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문제가 윤리적인 차원의 문제를 포함하여 사회, 정치적이고 제도, 체제적인 문제라는 점에 공감이 갑니다.
앞으로도 엣지 있는 글 부탁합니다.
이건 뭐 영화도 아니고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여자친구와 나눈 메시지를 보며 눈물이 나고 가라앚은 배안에 남겨진 병사들을 생각하니 숨이 막히는 것 같습니다.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은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이겠지요. 넓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