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발 영성시대의 도래

 

박맹수(모심과살림연구소 운영위원장, 원광대 교수)



  세계의 많은 지성들이 20세기를 지배해온 서구문명과 서양의 철학사조에 대해 깊은 ‘회의’를 품은 채 아시아 그 중에서도 특히 동아시아발 사상과 철학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고자 동아시아에 눈을 돌리고 있다. 동아시아발 사상과 철학 중에서도 특히 ‘불교’와 ‘샤머니즘’, ‘모권제’(母權制) 문화, ‘동학’ 등이 주목받고 있으며, 지역적으로는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즉 옛 고구려 영토를 포함한 한반도 전체, 중국 동북부와 시베리아, 중앙아시아 등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들린다.


  21세기 인류문명의 새로운 ‘희망'으로 주목받고 있는 동아시아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 전통, 사상과 철학, 종교의 핵심은 바로 생명사상이요, 평화사상이다. 구체적인 예를 하나만 들자면, 하늘(天)과 땅(地)과 사람(人) 간의 조화(調和)를 이상으로 삼았던 고대 한반도의 ‘한(韓)’ 사상이야말로 한국사상의 원형(原型)이자, 한국사상의 두드러진 특징인 생명평화 사상의 원천(源泉)이며, 바로 그 ‘한’ 사상이 19세기에 들어와 서양의 기독교, 동양의 유불선 등을 창조적으로 수용하여 후천개벽시대라는 새 시대에 맞는 영성운동, 즉 새로운 학문운동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동학을 비롯한 한국근대 민중종교에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생명평화사상이다.


  자본주의를 기축으로 한 서구문명의 한계가 전면화되고, 그 자본주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등장한 사회주의마저 파탄에 직면할 즈음, 한국의 시민사회가 한창 사회제도 개혁을 중심으로 한 정치적 민주화운동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을 때인 1986년 서구의 신과학과 한국의 동학사상에 담긴 새로운 세계관, 즉 “생명의 세계관에 입각한 새로운 생활양식의 창조”를 모토로 “밥상살림, 농업살림, 생명살림”을 지향하며 첫 걸음을 내디뎠던 한살림이 어느덧 창립 20주년을 훌쩍 넘긴 가운데, 창립 제 1세대들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제 2세대가 그 뒤를 계승하는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창립 이래 최대의 전환기라 할 수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한살림의 전체 구성원들이 가장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초심(初心)’이 아닐까. 즉 한살림이 출범할 당시 선언했던 “생명의 세계관에 입각한 새로운 생활양식의 창조”를 위해 성심을 다해 고민하고 행동해야 할 시기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한살림 구성원들이 “성심을 다해 고민하고 행동해야 할” 구체적 방안의 하나는 바로 한살림의 ‘생명살림’의 사상적 원천들에 대한 깊은 이해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살림의 ‘생명살림’ 사상은 고대 한반도의 생명평화사상을 대표하는 ‘한’ 사상을 계승하고 있는 동시에, 통일신라의 ‘풍류도’와 ‘화쟁사상’에도 그 뿌리가 닿아 있고, 19세기 생명평화사상의 정수들인 ‘실학(實學)’, ‘기학(氣學)’, ‘동학(東學)’ 등에 그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 이들 사상들에 대한 공부 붐이 대대적으로 일어나길 기대한다. 바로 이렇게 공부하는 것이 세계가 목마르게 찾고 있는 동아시아발 영성시대의 도래를 앞당기는 일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2010년 4월 6일)


  


 

2010/04/08 15:51 2010/04/0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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