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우리의 생명줄입니다

정부의 4대강 공사 강행에 대한 <한살림>의 입장




“삽질을 멈추고 생명의 절규를 들으라.”
팔당 유기농단지 농민들과 천주교·개신교․불교 등 성직자들의 호소와 외침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삽질’이라고 매도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정부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4대강 사업을 통해 진정 이 산하의 생명이 되살아나기를 염원했습니다.

그러나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흐르는 강물을 잘라 수심 6m에 높이 12m의 보로 인공 물그릇을 만드는 것이 과연 ‘살리기’ 인가요? 수중과 육상 생물들의 삶터인 자연습지를 없앤 자리에 인공 시설물을 넣는 것을 ‘살리기’라 할 수 있나요? 수 십 년간 유기 농사를 지어온 논과 밭을 없애고 공원을 만드는 것은 무슨 ‘살리기’인가요? 정녕 4대강 사업을 ‘살리기’라 부를 수 있는지요?

강은 생명이 탄생하고 살아가는 보금자리입니다. 아끼고 보듬고 현명하게 이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국토의 생명줄을 순식간에 자르고 바꾸는 초대형 사업을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이는 완강함이 안타깝습니다. 그 무모함이 무섭습니다. 대다수 국민들이 정부의 4대강 사업에 우려하고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일방적으로 강행하면서 더욱 속도를 내는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한살림>의 정신은 말 그대로 ‘한 살림’, 즉 사람을 비롯한 온 생명이 서로를 의지하며 제 각각 아름답게 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런데 4대강 토목공사에는 생명도 살림도 아름다움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불도저가 지나간 자리, 생명의 속살이 잘리고 파헤쳐진 자리엔 ‘돈벌이’를 뒤쫓는 사람들의 탐욕이 넘쳐납니다. 정치인과 행정관료, 건설업자, 부동산업자, 위락시설업자들이 앞장선 이 엄청난 사건의 끝은 그야말로 ‘생명대참사’일 수밖에 없습니다.

4대강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자연생태계와 인간의 관계에 대해서. 민주주의에 대하여. 나라의 살림살이에 대하여. 밥과 농업의 의미에 대하여. 그리고 삶과 생명의 가치에 대하여.


첫째, 4대강 공사 강행은 ‘생태계’를 파괴 합니다.
강은 생태계의 혈맥입니다. 사람도 동식물도 강을 통해 생존을 유지합니다. 그런데 정부의 4대강 공사는 명색이 ‘살리기’이면서도 실은 ‘죽이기’처럼 보입니다. 대규모 준설과 콘크리트 공사로 훼손되는 하천생태계는 물론이고 흐르는 물을 직선으로 가두는 보와 제방은 반영구적 생태계 파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진정한 녹색의 잣대는 ‘순환’입니다. 순환 없는 물길은 인공호수며, 고인 물은 썩기 마련입니다. 4대강의 자연하천은 도심형 친수공원인 청계천과는 전혀 다릅니다. 자연생태계를 파괴하며 인공 정원을 만들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둘째. 4대강 공사 강행은 ‘민주주의 원리’에 반합니다.

종교계를 비롯하여 국민들 다수가 반대하고 있습니다. 세종시법 개정과 관련하여 정부가 개정 찬성의견이 많아졌다면서 국민투표 운운 했던 생각이 납니다. 4대강에 대해서는 왜 국민 다수의 의견을 외면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민들의 반대 의견이 무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홍보와 교육에만 열을 올리는 정부의 모습은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더욱이 사업 추진의 과정과 절차 역시 민주주의의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습니다. ‘단군 이래 최대 치수 사업’에 대한 계획을 불과 5개월 만에 세우고, 634km에 달하는 4대강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4개월 만에 마치고서는 졸속을 당당히 넘어갑니다. 과속의 파멸적 결과가 걱정입니다. 정권의 운명도 걱정이지만 돌이킬 수 없는 파괴에 의한 자연의 복수가 두렵습니다. 민심은 천심이고 생명은 하늘입니다.
 

셋째. 4대강 공사 강행은 ‘경제적 합리성’도 없습니다.
홍수방지와 수자원개발이라는 명분을 수용하더라도 그 근거가 되는 경제적 합리성마저 의심받고 있습니다. 22조나 되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임에도 충분한 준비와 타당성에 대한 검토과정 없이 사업계획이 수립되고 추진됨으로써 예산의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재정적자로 나랏빚이 폭증하는 가운데 예산 배정을 왜곡시키고 공기업에 비용을 전가시켜 공사를 강행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지요? 역대 국책사업들이 그랬듯이 벌써부터 전체 예산 규모를 더 늘려야 하는 추가비용 항목들이 속속 나오고 있어 세금을 내는 국민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게다가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거품이 잔뜩 낀 부동산 투기만으로 경제적 효과를 강변할 수는 없습니다.


넷째. 4대강 공사 강행은 밥과 농업의 생명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팔당이 걱정입니다. 공사 강행도 걱정입니다만, 정부의 동의와 지원 아래 30여년을 유기농으로 지어온 논밭을 갈대밭과 자전거도로와 체육공원으로 만든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습니다. ‘유기농 대신 유람선’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닌 듯합니다.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지는 하천변 농경지가 무려 5천만 평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부의 통계에 따르더라도 여의도 면적의 18배인 4천7백 만 평 정도의 경작지가 사라지게 됩니다. 경관을 위해 농업을 희생시킬 수는 없습니다. 4대강 개발에 농업과 농민은 없습니다.


다섯째. 4대강 공사 강행은 참된 삶의 가치가 무엇인가 되묻고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가치의 문제입니다. 경제가치인가 생명가치인가. <한살림>의 가치 척도는 ‘생명’입니다. 개발도 돈도 그 다음 입니다. 그런데 4대강 공사를 강행하는 정부의 관심은 오로지 개발을 통한 경제가치 부양에 맞춰져 있습니다. 생명의 근원인 물도 그저 ‘수자원’으로 보일 뿐입니다. 4대강 사업이 환경과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는 주장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 입니다. 하지만 생명의 가치 앞에서 여와 야, 좌와 우, 진보와 보수의 구분은 무의미합니다. ‘정치’가 아니라 ‘가치’입니다.


<한살림>은 창조적으로 자기를 실현하면서 협동을 통해 사회적으로 조화롭고 생태적으로 균형을 이루는 세상을 꿈꿉니다. 인간과 자연, 도시와 농촌, 생산자와 소비자가 순환하는 가운데 호혜적인 관계를 이루는 ‘살림의 그물’을 자아갑니다. 그 안에 4대강도 우리의 삶도 그물코로 살아있습니다.
<한살림>은 4대강을 비롯한 이 땅의 산하가 서로 한 몸, 한 생명임을 믿고 다음과 같이 다짐해 봅니다.


째,

무관심을 떨쳐버리고 이웃과 더불어 4대강과 뭇 생명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 나아가겠습니다.

째,
4대강 현장을 방문하여 뭇 생명과 농민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이웃에 널리 알려나아가겠습니다.

째,
강을 지키는 이들과 함께 밥을 나누면서 생명의 강을 돌보고 지키는 거룩한 일에 함께 하겠습니다.




2010년 4월 9일

한살림

2010/04/12 14:01 2010/04/12 14:01

트랙백을 보내세요

트랙백 주소 :: http://mosim.or.kr/tc/trackback/765

댓글을 달아 주세요

비밀글 (Serect)
댓글 달기 (Submit)

rss 구독하기 뉴스레터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