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생명 48호(2006년 여름) 주제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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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를 늦추면 관계가 보인다

이근행 (모심과살림연구소 사무국장)

                        
- 작은 실험들이 도시를 바꾼다 : 보고타에서 요하네스버그까지 / 박용남 지음 /  시울 /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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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와 달, 물과 바람의 오묘한 조화가 수천 수만 년에 걸쳐 만들어온 갯벌. 세계 5대 갯벌 가운데 하나인 새만금 갯벌을 33㎞의 방조제로 막아 없애는데는 불과 14년 5개월이 걸렸다. 석유가 땅 위아래의 조건과 지각변동으로 만들어지는데는 수십만 년이 걸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류가 석유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 19세기 중반이니 150년만에 지구에 묻힌 석유의 절반을 캐서 태운 셈이다.

  시간을 압축하는 속도의 마력을 문명의 상징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벌어지고 있는 지구온난화와 같은 생태위기 상황들은 인간활동의 속도가 자연생태계의 속도를 너무 앞지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들이다. 결국 인간은 스스로 자초한 문명의 속도에 치어 생명의 시간을 단축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문명의 집적 공간이라 할 도시가 있다. 우리 사회는 한국전쟁 전에 20%를 밑돌던 도시인구 비율이 1970년대 들어 50%를 넘어섰고, 지금은 도시화율이 90%에 이르고 있다. 같은 기간동안 전세계 도시화율은 대략 30%에서 50%까지 올라갔다. 어찔어찔한 성장과 집중의 속도로 달리느라 함께 태우지 못한 존재들이 있고, 흘릴 수밖에 없는 것들이 있었다. 막바지에 다다르니 이제 그것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로 인해 더 이상 속도를 낼 수 없다는 것도 깨닫고 있다. 그러나 어찌 해야할지, 어디서부터 주워담고 보듬어야 할지 가늠조차 할 수가 없다. 모르면 물어 보라 했다. 먼저 이 어려움을 경험한 이에게 또는 다른 안목으로 다른 길을 선택하여 인간의 속도를 조절해온 지혜를 가진 이에게.

  관성화한 가속도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도시의 변화를 갈망하던 우리에게 지구 반대편에 있는 ‘꾸리찌바’를 소개하여 도시 변모의 가능성과 상상력을 제공해 준 박용남 선생이 ‘도시를 바꾸는’ 세상 이곳저곳의 ‘작은 실험들’, ‘다른 선택의 길’을 두루 소개하는 책을 펴냈다. 꾸리찌바 이야기를 처음 ‘녹색평론’에 발표한 지 꼭 10년만이다.

그 동안 우리 사회에도 ‘생태도시’니, ‘지속가능한 발전’이니, ‘지방의제’ 따위의 논의가 공공연해졌다. 거대도시 서울은 꾸리찌바로부터 보고 배워 들여온 대중교통체계로 버스운송 방식을 짜서 2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한 세대 동안 차도와 고가로 덮여있던 청계천을 다시 드러내는 등 도시 개발과 관리 방식에 변화가 시작된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가 변화의 시작을 옳게하고 있는지, 이제 걸음마를 시작했다면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를 더욱 풍부한 사례와 관점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꾸준한 관심과 연구, 현장답사 등을 통해 길을 안내해주려 준비해온 것이다.

  서울시는 꾸리찌바에서 배워 적용한 대중교통체계를 두고 ‘사람 중심의 대중교통도시’라며 치적으로 자랑한다. 하지만 막상 버스를 기다리다보면 좁은 교통섬과 같은 정류장에 갇혀 땡볕과 매연에 불쾌하고, 스쳐 달리는 차량 속도에 불안하기 짝이 없다. 겉으로 드러난 방식을 따오기에 급급하여 그 방식을 선택하고 운영해온 도시의 마음, 도시의 철학은 배우지 못한 때문이다. 꾸리찌바의 선택과 변모는 ‘도시는 매일 매일 시민들에게 존경심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고 믿는 지도자의 철학과 행정의 창조성이 일궈온 성과이다.

저자는 꾸리찌바의 교훈을 이 책에서 다시 한번 강조하며 그 도시의 계획 원칙으로 ‘저비용’과 ‘단순, 검소함’, 그리고 ‘속도’감 있고 ‘창조적’인 행정 등을 들고 있는데, 우리의 변화 방식은 단순한 따라하기의 비창조적 행정으로 고비용을 초래하고 있다. 이 가운데 속도만큼은 여전히 우리가 창조적으로 앞서가는 듯하다. 내 문제에 대한 고민과 성찰 없이 받아들이는 다른 이의 경험은 교훈으로 살아나지 못하고 그저 폼 내는데 참고가 될 뿐이다.

  그런 점에서 사례를 소개하고 참고하는 일은 조심스럽고 책임이 따르는 일이다. 자칫 표면적이고 일면적인 소개와 참고는 본질을 왜곡하여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관성과 편견을 강화하는데 이용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깊이 들여다보고 전체를 통합적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저자는 사례를 선택하는데 있어서나 사례를 들여다보는데 있어서 하나의 중심 사안이 다른 측면들과 어떻게 관계 맺고 그 관계들을 어떻게 변화시켜 풀어가는가를 보여주고자 한다.  (아래, 더보기를 누르시면 전체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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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6 11:40 2010/04/2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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