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만들어가는 전환의 기획들
『마을에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서평


정규호 (모심과살림연구소 선임연구원)


전환의 시대를 맞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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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완/2009/창비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변동과 함께 식량 및 에너지 자원의 고갈에 따른 수급 불균형 현상이 표면화 되고 있는데다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전망 자체가 불투명 하다. 이런 가운데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지금의 성장 체제는 한편에서는 생태학적 빈곤과 결핍의 증대를, 다른 한편에서는 생존을 위한 경쟁과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마디로 생태위기와 경제위기가 동시적으로 진행되는 상황 속에서 국가와 시장의 실패가 만들어내는 삶의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제도정치과 사회운동 영역은 이러한 문제를 앞장서 책임 있게 제기하고 풀어나가지 못하고 있으며, 시민들은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각종 위험 요소들에 무기력하게 노출 된 채 점점 무감각해지고 있다. 결국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땜질씩’ 또는 ‘시간 벌기씩’ 처방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전환이 필요하다.

  사실 이러한 주장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일찍이 생태 문제가 본격화 되면서 수많은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문제 해결을 위한 패러다임적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당면한 위기 또는 문제의 원인이 대다수 사람들이 익숙해 있는 현실의 지배적인 가치와 제도, 시스템 자체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토록 강조해 온 가치관과 생활양식의 전환을 어디서 누가 어떤 방식으로 이끌어 낼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쉽게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위론적인 주장을 넘어서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 가능성들을 발견하고 확산시켜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바로 이점에서 구도완 박사가 쓴 책 ‘마을에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환의 시대를 맞아서 새로운 사회에 대한 상상력을 가지고 그 가능성들을 찾고 만들어내는데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랜 기간 이론과 실천 영역을 넘나들면서 생태적 대안사회를 고민해온 구도완 박사는 관련 분야에서 앞선 실험들을 해 온 24명의 현장 활동가들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통해 현실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과 미래 사회를 향한 전망들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이 책은 생산, 소비, 생활이 총체적으로 이루어지는 마을과 지역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대안적 실천 사례들을 현장 활동가의 목소리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책에서는 에너지자립마을, 생태마을과 같은 다양한 ‘마을 공동체 활동’, 협동조합, 생협, 사회적기업, 자활, 공정(희망)무역과 같은 ‘대안경제 활동’, 자활영농사업단, 도시농업, 텃밭 공동체와 같은 ‘농적 가치에 기반한 공동체 활동’, 청소년, 여성, 장애인,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동체 활동’ 등 다양한 실천 사례들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특히 주목할 부분은 일견 서로 무관한 듯이 보여 지는 다양한 사례들을 관통하는 공통의 원리와 가치들을 책을 통해서 의미 있게 드러내 확인시켜주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의 재발견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Think Globally, Act Locally)는 말처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적인 실천 영역이자 다양한 대안적 실험이 가능한 단위로서 ‘지역’에 주목하는 목소리들이 진작부터 있어 왔다. 그런데 구도완 박사는 ‘지역이 희망이다’라는 당위론적 주장을 넘어서 지역에 기반한 새로운 사회로의 전환 가능성들을 구체적인 실천 사례와 활동 주체들의 목소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는 지역이 국가주의와 시장주의 폐해가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현장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에너지가 발현되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소위 ‘지역의 재발견’을 시도하고 있다. 사실 지난 시절 우리가 걸어온 급속한 도시화, 산업화 과정은 지역의 공간구조는 물론 생산과 소비, 생활양식 전반을 근본적으로 뒤바꿔 놓았다. 이 과정에서 지역의 통합성은 무너지고 파편화 되었으며 사람들의 삶은 지역으로부터 뿌리 뽑혀 분리된 채 표류해 왔다. 그런데 이 책에서 소개하는 사람들은 지역을 중심으로 서로를 살리는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들이 활동하는 지역 또는 마을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기억이 베여 있는 곳으로, 관계 맺음을 통해 지역의 의미도 새롭게 형성, 확장되고 있다.

  한편, 지역의 재발견은 인식의 차원을 넘어서 실천적 근거와 토대를 찾는 노력으로 이어진다. 책은 지역이 가진 다양한 의미와 가능성들을 새롭게 읽어냄으로써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들을 담아내려 하고 있다.

  사실 생태와 경제 영역의 위기 요인들이 결합된 ‘복합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전환의 가능성은 국가와 시장을 중심으로 한 현실 지배적인 가치와 제도, 시스템이 만들어 낸 균열의 ‘틈새’로부터, 그 중심적 포섭으로부터 배제되거나 벗어나 있는 ‘변두리’로부터, 그리고 이들이 현실 속에서 작동하는 현장의 가장 ‘밑바닥’으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책은 이러한 주장의 근거들을 현장의 구체적인 실천 경험들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국가와 시장의 실패,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체제적 실패가 명확해진 가운데 그 틈새를 열어 대안의 영역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시장의 자유 영역이나 국가의 관리 영역에 더 이상 맡길 수는 없다. 따라서 책에서는 도시와 농촌을 아우르는 다양한 지역공동체 실험들을 통해 시민사회의 자발적 영역에서 협동과 연대를 통한 호혜적 공동체의 가능성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실의 지배질서로 인해 주변화 되거나 배제되어 있는 가치와 사람, 영역들이 스스로 중심을 잡아 갈 수 있도록 하는 자립과 자치의 공동체를 지역과 생활현장 밑바닥으로부터 당사자들이 주체가 되어 만들어가는 모습들도 담아내고 있다.

  결국 저자는 다양한 현장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생산과 소비, 여가, 생활이 총체적으로 이루어지는 삶의 터전으로서 지역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고, 이곳을 만남과 소통, 치유와 돌봄, 자립과 자치를 위한 새로운 변화의 전략적 거점으로 만들어낼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 아래 더보기를 누르시면 전체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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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7 14:14 2010/06/1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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