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농(仁農) 박재일 회장 추도사 -
재일이!
잘 살아 주어서 고맙네! 얼마 전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마지막 숨을 쉬고 있는 자네를 보며 참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지 못해 안타까웠네. 언제고 병상에서 일어나면 꼭 자네와 함께 한 삶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는데 못 일어나고 영면하다니 야속하고 아픈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할지 모르겠네. 좀 더 정신이 성성할 때 만나 40여 년 동안 자네가 보여준 삶과 자네와 함께 했던 시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지 못한 게 지금 이 시간 후회스럽고 안타깝네.
1969년 무위당 선생을 통해 자네를 만났지. 그리고 의기투합하여 원주를 중심으로 민초들의 삶과 환경을 개선해 보고자 농촌으로 광산으로 고단한줄 모르고 다니던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현장에서 돌아와 오랜 회의를 끝내고 원주 남부시장 선술집에서 소주 한잔에 피로와 고달픔을 달래며 희망의 꿈을 키우던 때가 자꾸 떠오르네. 86년 자네가 한살림 운동을 하기 위해 서울 제기동에 구멍가게 같은 ‘한살림 농산’을 차렸던 때가 언제인가 싶은데 한살림은 이제 20여만의 조합원과 3000여 농가를 아우르는 20대 청년의 늠름한 모습으로 키워 놓아 늘 친구로서 뿌듯함을 감출 수 없는데 이렇게 가버리다니.....
돌이켜 보면, 무위당 선생과 함께 생명사상과 운동의 방향을 토의해 나갈 때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던가? 그 길에서 한살림 운동과 생활협동운동을 생각하고 실천의 방향으로 잡았을 때 그 길의 험난함을 알고도 주저치 않고 그 길에 나서던 자네모습은 오늘을 사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귀감이 되네.
특히 자연과 인간을 대립시키고 인간의 욕망만을 위해 달려온 죽임의 현대문명 아래서, 무너져가는 농촌과 화학비료와 농약 등으로 오염되어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죽음의 먹을거리 문화를 생명의 농업을 통해 살리고 밥상을 살림으로서 도농상생의 공동체문화로 바꾸고자 했던 것은 생명운동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없이는 어려운 일이었네. 다른 사람은 한살림의 외형적 성과를 볼지 몰라도 나는 지금 자네가 뿌려온 생명운동의 씨앗이 온 누리에 퍼져가는 모습을 본다네. 생활협동운동, 유기농업운동, 마을공동체운동, 지역살림운동, 생명평화운동 등 이 모든 것들은 한국사회에 생명운동의 시대가 후천개벽의 시대가 다가옴을 알려주고 있지 않은가?
생명사상과 운동의 큰길을 열어온 자네의 그 삶과 정신으로 이제 후배들에게 따듯한 조언과 충고를 해주어야 될 때인데 이렇게 일찍 삶을 접다니….
그러나 생자필멸(生者必滅)이요 천지만물(天地萬物)이 여아동근(與我同根)이라 했지 않은가? 자네 말대로, 무위당 선생 말대로, 모든 생명은 서로 의지해 존재 하는 우주이지만 또한 개체로서의 생명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모든 생명은 한 뿌리를 머금은 한울이지만 ,때가 되면 개체로서의 생명은 거룩한 삶을 살다 죽지만 우주로서의 생명은 영원한 것 아니겠는가? 한 생명의 오고감은 거룩한 일이지 않는가? 자네의 삶은 거룩한 삶이었기에 자네 삶의 마감 또한 거룩한 일이라고 생각하네.
그 거룩한 삶의 마감이 영원한 삶으로의 전화(轉化)임을 평생의 도반으로서 나는 믿어 의심치 않네. 자네를 보내는 안타까운 마음과 슬픈 마음은 우리 스스로가 거룩한 삶을 살고자 하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이라 생각하네.
이제 자네의 삶과 정신이 온 누리에 퍼져 자네와 한 뿌리인 후배들이 농업살림, 밥상살림, 지역살림의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 지켜보면서 좋은 기운 많이 나누어 주게나.
살아 있는 동안 나누어준 자네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도반으로서 나누었던 진리의 이야기들을 생각하며 이제 자네를 떠나보내네. 우리 모두 자네를 영원히 마음속에 기억할 걸세.
재일이!
편히 가시게나. 그리고 곧 다시 보세!
2010년 8월 21일
(사) 무위당 사람들 이사장 이경국
* 이 글은 평생 농업과 생명 살림의 꿈을 실천해 오셨던 인농(仁農) 박재일 한살림 명예회장께서 2010년 8월 19일 별세하신 후, 8월 21일 충북 괴산 청천면 삼송리 삼송초등학교에서 진행된 추도식 현장에서 이경국 선생님께서 발표하신 추도사입니다.
* 고 박재일 명예회장님이 가시는 길에 공동장례위원장으로 절절한 추도사를 해주신 이경국 선생님은 1970년대 원주를 중심으로 강원지역에서 사회개발위원회 활동을 하실 때, 박재일 선생님은 농촌지역에서, 이경국 선생님은 광산 지역에서 현장을 누비며 생활협동운동을 조직하신 오랜 동지셨습니다. 이경국 선생님은 이후 신협중앙회 사무총장을 지내시고 현재는 (사)무위당 사람들 이사장으로 계십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