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의 눈으로 본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

 


 

김현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상근운영위원)


* 우리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력과 중요성에 비추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9월 16일 국회를 통과해서, 10월 1일 공포되었습니다. 이 법이 가진 내용과 의미에 대해 풀뿌리 활동 전문가 김현 운영위원으로부터 칼럼을 받아 소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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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의 눈으로 본 특별법에 대한 의견>

200평의 한정된 공간에 50명의 사원들이 일해야 하는 회사가 있다면, 구획부터 나눌 것인가? 아니면 50명 사원들의 역할부터 나눌 것인가? 나는 특별법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정부는 구획부터 나누자는 것이고, 많은 시민단체와 학자들은 역할부터 모색해보자는 것이다. 기존의 행정체제개편의 문제 혹은 행정구역개편의 문제는 국가, 시․군, 시․군․자치구, 그리고 읍․면․동 등의 행정․자치 단위가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가가 우선적으로 고려된 바탕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이전 정부에서는 그나마 ‘지방이양합동심의회(91년)’, ‘지방이양추진위원회(99년)’, 그리고 ‘지방분권촉진위원회(98년)’ 등의 기구를 통해 사무배분이나 권한의 문제를 다룸으로써 부분적으로 행정체제개편을 논의했으나, 현 정부 및 정치권의 논의는 이러한 본질적인 부분이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왜 지방자치를 실시하는가?’ 이러한 본질적인 물음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방자치를 구성하는 본질적 요소는 중앙으로부터의 단체자치와 주민자치로 이루어져 있다. 이 두 요소는 너무나 당연하게 인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체제개편 논의에 있어서 항상 뒷전으로 밀리곤 했다. ‘마을이 세상을 구한다’는 간디의 외침이 초현실적인 구호가 아니라는 것이 점점 증명되고 있는 상황이고, 환경․생태가 온전하지 않은데다 경제적 양극화는 가속화되고, 자본과 경쟁시스템은 인간을 더욱 소외시키고 있다. 해서 공동체가 급속도로 파괴되는 현시대의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지역 공동체의 자립과 자치의 강화’를 대안으로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지방자치’라는 가치를 축소할 것이 아니라 더욱 강화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이번 특별법의 제정 취지에서도 드러나 있듯이, 행정체제(구역)개편은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다. 경험적으로 본다면 주민의 편익 정도는 행정과의 거리에 반비례한다. 예컨대, 사회복지공무원은 주민과 밀착하지 않고서는 복지행정의 구체성을 띌 수 없다. 30-40% 가량을 차지하는 자치사무는 거리가 멀면 멀수록 특수성이 사라지고 획일적인 정책에 기반 할 수밖에 없다. 단체위임사무나 기관위임사무도 마찬가지다. 물론, 기능적 역할분배를 통해 읍․면․동 단위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라면 보육사무와 같은 자치사무가 읍․면․동 단위에서 주민과 밀착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행정체제 개편 없이 현재의 구역만으로 이런 일들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굳이 광역화를 하지 않더라도 동 단위의 기능을 얼마든지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본다면, 지금 정부에서 추진하는 자율통합이나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행정체제개편 움직임은 더 밑으로 권한을 분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진정으로 주민의 편익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코자 한다면 우선 ‘밀착행정’의 밑그림부터 그릴 필요가 있다.

특별법은 시․군 통합할 때 주민투표를 언급하고 있으나 ‘참고사항’으로 두고 있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중앙정부의 의지대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것이고, 주민투표 없이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뜻이다. 이는 ‘주민투표권’이 보장하고 있는 주민의 기본참정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거창하게 말하면 “지방자치의 본질인 자기결정권과 민주적 정당성을 크게 훼손”하는 격이다. ‘통합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논의와 결정의 주체는 당연히 주민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지리적 여건에 대한 판단이나 생활권․경제권, 그리고 문화적 동질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판단할 자격은 주민에게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주민투표를 거치는 것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주민자치센터와 관련하여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졌던 조항이 바로 제20조 “주민자치회”와 관련된 내용이다. 많은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이 관심을 보였던 이유는 “주민자치센터가 행정부의 하위기관이 아니라 독자성을 갖는 조직체”로 인정받게 된다는 점에 있었다. 독립적인 권리를 갖고 독자적인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민자치회’를 반겼던 것이다. 그러나 앞서도 지적했지만, 법인화로 독립성을 보장받는다는 내용이 제정 과정에서 삭제되면서 그 의미가 대폭 축소되었다. 현재로서는 법률이 어떻게 만들어질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현재의 특별법이 지방분권이나 주민자치에 비중을 둔 것이 아니라 ‘행정의 효율성’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상태라면 전문가나 시민단체의 희망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현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 했던 ‘5+2 광역경제권’이나 2계층의 자치계층에서 단일계층으로 전환하는 문제, 그리고 60-70개의 광역화 논의의 본질이 모두 ‘행정의 효율성’에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이번 특별법의 성격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이번 특별법이 가진 가능성과 과제들에 대해 지역과 생활 영역에서 풀뿌리 주민자치운동을 해 오고 있는 활동 주체들의 깊은 관심과 의견 교환이 필요하다.

2010/10/12 14:53 2010/10/1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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