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들의 신음과 비명소리에 밤잠을 설치는 나날입니다.

왜 이렇게 내동댕이쳐져 죽어가야 하는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소 돼지들은 그저 맑은 눈망울만 글썽댑니다.

구제역으로 온 나라에 ‘처분’의 살기(殺氣)가 뻗치고 있습니다.

생명을 입에 올리기조차 부끄러운 세태입니다.

마침 ‘풀꽃평화목소리’에서 공감의 글을 보내와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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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평화목소리 제396호 2011/1/3]

고기를 덜 먹는 수밖에 없습니다

정상명(풀꽃평화연구소)

지금 우리 땅은 강제로 죽임을 당한 엄청난 숫자의 가축들이 내지르는 비명으로 가득합니다. 현재까지 살처분 당하고 매몰된 가축 수는 2011년 1월 2일 오후 4시 기준으로 66만 2천 647마리라고 합니다. 너무나도 끔찍한 일입니다.

지난 연말 인터넷에 뜬 한 농부의 ‘구제역 살처분 축산농가 아들’이라는 글은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했지요. 한우 121마리를 살처분하기로 결정하고 소들을 파묻기 위해 농장 한 가운데를 판 뒤에 마지막으로 좋은 사료를 먹이는 가족들의 슬픔과, 안락사를 시키던 공무원이 구토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분만사 일을 하는 노총각은 살처분한 돼지새끼가 눈에 아른거려 크게 울었답니다. 그가 말하길 돼지새끼는 어미젖을 먹고 사흘쯤 지났을 때가 가장 사랑스러운데, 새끼돼지를 안고서 그 눈을 바라보면 절대로 돼지고기를 먹을 수 없답니다. 우리 눈에는 모두 같은 녀석으로 보이지만, 그의 말에 의하면 한 마리 한 마리가 얼굴도 성격도 다 다르답니다. 그런 돼지들을 살처분했을 때 그가 느끼는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요.

방역공무원들도 ‘구제역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주사기에 독약을 주입하여 강제로 안락사시켜야 하는 것도 모자라 본능적으로 죽음을 느낀 짐승들이 심하게 몸부림치는 모습을 그대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더구나 매몰 후 가축들의 장기가 부풀어 오르는 것을 방지하려 배를 가르는 작업까지 해야 하는 방역공무원들은 우울증과 수면장애가 겹친 심각한 상처에 시달리고 있답니다.

농민들 역시 자식 같은 가축들을 마치 자신이 죽인 것 같은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특히 수십 수백 마리의 가축들이 일순간 매몰돼 사라지고, 매일같이 가축들이 울어대던 농가가 하룻 밤 사이에 고요해진 것을 본 농민들이 겪는 정신적 타격은 말할 수 없다고 합니다. 며칠 전, 지방뉴스에서 본 한 화면이 안 잊힙니다. 한 할아버지가 "소들이 죽는 모습을 보니 뒷산에 올라가서 목매달고 죽고 싶다"고 그러시고, 그 옆에서 할머니는 울고 계셨지요.

일부 싸가지 없는 네티즌들이 "어차피 죽이려고 키운 동물 아니냐"는 냉소적 반응에 농민들은 가축으로 인해 자신들의 삶이 유지되기에 “항상 고마워하면서 키웠다”며, 단지 돈만 얻기 위해 키운 것이 아니라고 항변합니다.

이런 정서적, 감정적인 문제 외에도 환경적으로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것은 바로 침출수 문제입니다. 매몰방식은 비닐을 깔고 생석회를 덮은 후에 이루어진다는데, 지하로 스며드는 침출수를 모두 막을 방도가 없어 필연적으로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밖에 없다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늘 아침 뉴스에 이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경기도 파주의 한 지역에서 지난 달 30일 예방차원에서 돼지 3천 마리를 산 채로 매장했는데, 돼지가 몸부림치다가 발톱이 매몰지에 깔려 있는 비닐을 찢으면서 오염물질이 새 나왔다고 합니다. 내장을 뒤틀리게 할 정도로 심각한 악취를 내뿜는 침출수가 인근 농가로 흘러들고 있는데, 지하수와 토양오염은 물론 살처분 지역에서 흘러나온 핏물 때문에 주민들은 먹고 마시는 일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하지요. 농촌에서 떨어진 곳에 사는 도시민에게는 이런 끔찍한 상황이 피부에 잘 와 닿지 않겠지요. 피해농가에 대해서는 처분된 가축에 대해서는 시세로 보상한다고 하고, 자녀들 학비도 지원한다고 하는데 피해보상 문제는 어느 정도인지는 저는 잘 모릅니다. 구제역 발생이 올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인데 방역시스템 개선을 위한 관련법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라고 하네요.

아, 이 노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으로 이런 일을 덜 겪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기는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그것은 고기를 덜 먹는 일입니다. 우리가 고기를 덜 먹으면 열대우림도 그만큼 덜 훼손되고, 엄청난 숫자의 가축에게 식량을 공급하느라고 굶는 지구촌 사람들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고, 공장식 축산으로 인한 문제점들도 어느 정도 해결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고기를 덜 먹으므로 인하여 우리들의 정서가 생명의 존엄성이나 존귀함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좀더 나은 곳이 될 것입니다.
 
'문제가 있으면 모두 죽인다'로 해결하는 지금의 방식이 그야말로 별 문제없이 통용된다면, 다시 말해 사람에게 해를 가하는 것들은 모조리 죽여도 괜찮다는 생각에 우리가 동의한다면 그것은 너무도 위험한 생각이라고 봅니다. 그 생각이 단지 동물에만 해당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지요. 분명 이 생각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적용됩니다.

심하게 확대해석해서 가정해본다면, 어느 한 구역에 손 댈 수 없는 무서운 괴질이 돈다고 칩시다. 그리고 그것이 그 지역 밖의 사람들에게 퍼트려질 가능성이 있다면 내가 살기 위해 '문제 지역 안에 사는 사람들은 죄송하지만 어쩔 수 없이 다 죽여도 좋다'는 끔찍한 결정을 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든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번 문제가 단지 동물들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이것은 우리의 삶과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우리들의 건강과 안녕만을 위한다 하더라도 지금 가축들을 살처분 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것이지요.

조화로운 삶은 동물과 사람들이 상생할 때 이뤄지는 것이며 이 균형이 깨지면 사람과 사람 사이도 평화공존 역시 약속할 수 없습니다. 죽어가는 동물들의 비명 소리에 무심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없기를 바랍니다. 영문도 모르고 생매장 당한 엄청난 숫자의 가축들을 위해 진혼곡이라도 바쳐야 하지 않을까요. 여러분, 고기를 가능하면 좀 덜 먹읍시다. / 정상명



※ "살처분만이 능사가 아니다" - 아마가사 케이스케(天笠啓祐)

아래 글은 저희 풀꽃평화연구소 독서회 회원인 조영수 님께서 소개해주신 구제역에 관한 글입니다. 이 글을 쓴 이는 환경문제 전문 저널리스트로서 유전자조작식물 문제 등에 유명한 아마가사 케이스케(天笠啓祐)씨이며, 발표지면은 일간 ‘베리타’ 2010년 8월 7일자입니다. 번역자는 조영수님의 페이스북 친구인 한국 경제학자 이찬우님이십니다. / 풀꽃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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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4 15:48 2011/01/04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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