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학적 혼돈과 먹을거리 위기



정규호 (모심과살림연구소 연구실장)



구제역으로 불과 몇 달 만에 3백만이 넘는 생명들이 ‘살처분’이라는 이름으로 끔찍하게 땅 속에 묻히더니, 이번에는 이웃 일본에서 지진과 쓰나미로 수많은 생명들이 목숨을 잃은 데다 원전 사고에 따른 방사능이 우리의 밥상까지 위협하고 있다. 먹을거리 문제가 생태학적 혼돈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먹을거리의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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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식과 통제 능력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일련의 사건들은 ‘위험사회’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위험사회의 핵심이 불확실성이 높은 사건들의 반복적 발생 보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위험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문제 해결의 시기를 놓쳐버린다는데 있다는 점이다. 최근의 재앙적인 사태들을 경험하고도 ‘생명’ 보다는 ‘경제’를, ‘안전’ 보다는 ‘비용’을 앞세워 따지는 관성들은 이런 우려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얼핏 통제 불능한 듯 보이는 지금의 사태도 그 실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예견된 재난’의 성격에 가깝다. 그만큼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미래가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 당면한 먹을거리 문제도 다시 살펴보게 된다. 급속한 인구 증가와 식생활 패턴의 변화로 식량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증가하는데, 식량 생산량은 오히려 정체되고 있으니 ‘위기’인 것은 분명하다. 지난 100년 사이에 세계 인구가 4배로 늘어날 만큼 폭발적인 인구증가에다 일인당 식량 소비량 또한 크게 늘어난 반면, 식량 생산량은 세계적으로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계를 보이고 있다. 화학농법의 한계와 농경지 축소, 기상 변동과 환경오염, 물 부족 등에 따른 식량 생산 환경의 악화 등이 복합되어 나타난 결과다.

이런 가운데 지금 우리는 제한된 식량을 놓고 ‘사람’과 ‘가축’과 ‘자동차’가 서로 경쟁하는 이상한 상황을 맞고 있다. 세계 곡물 생산량의 40%가 우리의 육식문화를 지탱하는 가축 사료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제는 자동차가 새로운 경쟁자로 등장했다. 석유 위기에 따라 대체 연료로 바이오 에탄올이 주목받으면서 관련 산업의 성장과 함께 옥수수를 비롯한 상당량의 곡물이 에너지 원료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옥수수 총 공급량의 1/3을 바이오 연료 산업이 차지하고 있는데, 앞으로 그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이제는 ‘기름 값’(油價)이 폭등하면 ‘우유 값’(乳價)이 폭등 하듯이, 식량 문제는 사료 및 에너지 문제와 밀접하게 얽혀 있다. 그런데 여기에다 식량의 생산과 소비 과정의 상당 부분이 시장의 경제 논리로 넘어가 버렸으니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식량은 더 이상 생필품이 아닌 상품이 되었고, 생계 보다 이윤을 위한 경쟁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고 있다. 자연의 순환 질서 보다 시장의 경기 변동이 식량생산 과정을 지배하고 있고, 소비에 있어서도 먹을거리에 대한 통제권의 상당부분이 식품 산업체로 넘어간 상태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식량과 먹을거리의 생산과 소비 과정에는 시장과 기계의 논리로 채울 수 없는 자연과 생명의 논리가 분명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식량과 먹을거리는 공산품처럼 시장의 변동에 따른 수급 조절이 어려워 가격 변동 폭이 상당히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위험천만한 풍요’의 시대를 넘어서기 위한 결단과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한살림이 펼치고 있는 직거래 운동 속에는 생산지의 자연생태계를 살리고 식량 자급 기반을 확충하는 일과 함께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만들어 내는 경쟁과 독점, 배제 구조를 생명의 질서로 전환시키기 위한 전망도 함께 담겨 있다. 생태학적 혼돈과 먹을거리 위기의 시대를 맞아 한살림이 가지는 역할과 책임 또한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 이 글은 한살림 서울 소식지(2011.3)에 실린 글입니다.

 


 

2011/03/28 17:24 2011/03/2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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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광수 2011/03/31 22:22

    정규호 박사님의 의견에 정말 공감합니다. 먹거리를 시장경제의 상품으로 취급하는 한 굶주림과 기아, 음식물쓰레기와 이로 인한 환경파괴의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리라 봅니다. 좋은 글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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