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집중 농업체제의 폐해와 그 근본 대안
들어가는 글
올해도(2001년) 어김없이 황사가 지나갔다. 이미 연례 행사가 되었지만 입방미터 당 먼지 농도가 기록을 갱신했다는 뉴스가 웅변하고 있듯이 이번 황사는 더욱 유난스럽다 싶다. 교육당국은 초등학교의 단축수업과 휴교를 단행하고 노약자들은 외출을 삼가고 있지만 봄철마다 성가신 일을 반복해야 할지 모른다. 중국의 개발 추세로 볼 때 해가 거듭할수록 그 정도가 더 심각해질 수 있겠다. 황사가 나쁘지만 않다는 전문가의 주장에 일리가 없지 않겠지만, 좋다는 점보다 좋지 않은 영향이 훨씬 클 것이므로 내년은 올해보다 심도 있게 대비하는 게 상책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어떻게 한담. 마스크말고 신통한 방법은 떠오르지 않는다.
황사에 민감한 이들은 농촌에도 있다. 재작년, 구제역으로 홍역을 크게 앓았던 축산농민을 비롯한 정부의 관련 부서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동일한 사건이 다시 발생된다면 축산농민을 비롯한 시민과 언론의 지탄이 빗발칠 것이고, 어렵게 오른 자리도 온전치 못할지 모른다. 그래서 황사철이 다가오면 농정당국은 축산농민들과 함께 방역준비에 만발을 기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소의 아픔은 알아주지 않는 것 같다. 당국자나 피해 농민 이상의 고통은 정작 소의 몫이거늘.
올해 초(2001년), 서울방송은 “잘 먹고 잘 사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신년특집 프로그램을 방영, 시민 사회에 적지 않은 파란을 일으켰다. 농약에 찌들지 않은 채식 위주의 유기농산물 식단으로 자신과 가족은 물론 사회와 환경의 건강까지 되찾자는 내용이었는데, 방송을 지켜본 시민들이 가까운 유기농산물 매장으로 몰려들었고, 한때 전국의 한살림과 생활협동조합 매장은 동이 났다고 한다. 퇴근길 직장인들로 북적였던 고깃집 역시 한산했다는데, 이는 방영 취소를 요구하며 막강한 로비력을 휘둘렀던 축산업의 강력한 반론을 잠재울 만큼 분명한 증거를 제시하며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식탁에 올라오던 유기농산물 식단이 잠시 줄어든 현상은 한살림이나 생활협동조합에 회원이 급증하는 현상으로 이어져, 유기농산물 시장에 새바람을 불어넣은 이번 특집방송 여파는 아주 고무적이었지만, 다소 아쉬웠던 것은 먹을거리로 인한 환경과 건강을 논하면서 잘 먹는 일만 강조한 점이다. 잘 싸고 잘 자야 비로소 잘 먹을 수 있는 법, 사람은 물론, 삼라만상이 두루 잘 먹고 잘 싸고 잘 잘 수 있어야 비로소 생태계 뿐 아니라 생태계에 의존해야 하는 사람도 건강할 수 있는데, 잘 살기 위해 잘 먹자는 쪽으로 시청자들의 이해가 좁아지지 않을까 노파심이 들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잘 못 먹게 된 것은 버려야 할 게 너무 많을 정도로 먹을 게 지나치게 많기 때문일지 모른다.
최근 들어, 먹을거리에 대한 책이 서점가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채소나 곡물에 비해 고혈압 비만이나 당뇨병 같은 성인병과 각종 암들을 상대적으로 많이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육식은 물론, 농약에 찌든 농작과 흔히 환경호르몬이라 칭하는 ‘내분비 저해물질’을 함유하는 것으로 밝혀진 가공식품에 대한 경각심을 요구하는 책자들이 불안한 소비자의 눈길을 끈다. 이는 지구촌 곳곳에서 연이어 터진 광우병과 구제역 파동과 무관하기 않을 것이지만 기존 시민단체들의 노력이 컸으며 특히 피시통신과 인터넷을 중심으로 활동한 채식 관련 시민단체의 꾸준한 노력이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언론과 시민단체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먹을거리 문제는 당장 대안을 찾지 않으면 안될 만큼 심각한 지경으로 내몰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광우병과 구제역이 촉발한 먹을거리의 문제로 많은 소비자들이 유기농산물 위주의 채식을 선택하는 점, 식탁 건강을 위한 대안으로 매우 바람직하지만, 대안을 찾아 나서기에 앞서 왜 이런 사태가 나타났는지 그 필연적인 이유를 근본적인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흔들리지 않는 실천 의지를 스스로 다질 수 있다. 아래에서 설명할 공장식 축산의 실태와 그와 같은 비윤리적 축산업은 누구의 의지로 왜 도입한 것인지 이해할 수 있다면 구제역이나 광우병과 같은 쇠고기 뿐 아니라 육식에 대한 문제를 전반적으로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누차 지적된 바와 같이, 제초제 살충제 기계화 관개를 기반으로 한 적은 품종 환금작물 위주의 자본집약적 농업이 도입된 배경과 그 필연적인 부작용을 살필 수 있다면, 단순히 육식을 대신하는 채식보다 지역의 환경과 건강에 잘 어울리는 바람직한 음식문화, 즉 잘 먹고 잘 싸고 잘 잘 수 있는 문화를 일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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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린이 주:
이 글은 2001년 녹색사회연구소에 발간한 <한국환경보고서>에 실린 것입니다. 10년 전의 글이지만 최근 구제역 재난 사태를 맞이한 우리 사회에, 특히 한살림을 비롯한 생협운동 진영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광우병 구제역으로 살펴 본 중앙집중 농업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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